수험생 격려 프로젝트
후배들이 선배에게 쓰는 격려 편지
영훈고에서 3년간 공부하고 입시를 앞둔 선배들에게 편지를 쓰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선배인지 얼굴도 잘 모르지만, 영훈고에서 나를 만난 아이들은 1년에 한 번 이런 시간을 갖는다. 그것은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해주는 격려와 내용이 크게 다를 바 없다 하더라도, 후배들이 선배에게 하는 격려는 그 감도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좀더 친근하고, 격의 없고, 그러면서도 따뜻하고 재미있는 것이 아이들의 글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내 부지런히 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 이거 전해주시는 건가요?”
“쓰는 사람 이름은 쓰나요? 안 쓰나요?”
“개인적으로 아는 선배한테는 선생님이 직접 전해주시면 안될까요?”
조금만 더 힘내요
다음은 후배들이 3학년들에게 쓴 글이다.
“언니, 이런 좋은 기회가 생겨서 응원글을 쓰게 되었어요. 요즘 입시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으시고, 피곤할텐데 조금만 힘내세요. 꼭 원하는 대학 붙어서 수능 끝나고 저랑 놀러가요.”
“오빠, 행복하고 아프지 마세요. 앞으로도 쪽 잘 생겨주세요. 담에 보면 음료수 사줄게요.”
“행님들, 누님들. 대학 꼭 붙으셔서 크리스마스 때 노셔야죠.”
“선배님, 몇 년 동안 열심히 공부한 만큼 좋은 결과 나오길 응원할게요. 수능 대박 나세요. 고3 선배님들 모두 다 대단하신 것 같아요. 그리고 수능 끝나면 그동안 고생한 만큼 신나게 지내시길 바래요.”
“선배님. 수시 6개중 1개는 꼭 붙을거예요. 수능 때 그동안 힘들게 공부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모든 운이 선배님께 가길 빌게요. 조금만 더 힘내세용♡”
이런 식으로 약 400명의 아이들이 글을 썼다.
아이들의 글을 읽다보면 남학생과 여학생의 글줄이 일단 차이가 있고 내용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일단 여학생은 내용이 길고, 남학생은 짧으면서 임팩트가 있다. 하지만 공통점은 모두 선배를 격려하고 응원한다는 것이다.
전달 방법을 고민하며
나는 아이들이 쓴 글을 읽으며 어떻게 3학년들에게 전달할지를 고민했고, 그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째, 후배들이 쓴 것을 가지고 3학년 교실에 들어가서 읽어주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내가 고3 수업에 들어가야 가능하다. 금년에는 고3수업을 전혀 하지 않는다. 다른 선생님이 대신 읽어줄 수도 있겠지만, 감도가 다를 수 있다.
둘째, 같은 반 다른 학년으로 그대로 보내는 방법이다. 수십 장씩 돌려가며 읽을 수 있겠지만, 자칫 읽지 않고 버려지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애써 썼는데 한 장이라도 그런 대접을 받는다면 후배들이 서운해 할 것이다.
셋째, 벽면 같은데 붙여두고 고3들이 수시로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가장 좋은데, 적당한 벽을 정해야 하고, 또 후배들이 쓴 것을 살펴보고, 전지에 붙이는 일을 하는 수고가 따른다.
개인적으로 고3들에게 전달을 부탁한 아이의 것은 내가 쉬는 시간에 찾아가서 전달하기로 마음먹었고, 이내 실행에 옮겼다. 내가 우편배달부가 된 것이다. 갑작스럽게 후배의 편지를 전달 받은 고3 아이들은 무척 기뻐하고 행복해 했다.
식당 벽면에 붙이고
나는 고3아이들이 이글을 다 읽을 수 있는 방법의 지혜를 기도하며 구했다. 그리고 바로 행동에 옮겼다. 쓴 글을 전지에 붙여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적당한 장소의 벽에 붙이기로 했다. 글을 쓴 종이를 붙일 벽면은 식당에서 밥 먹고 나올 때 출구의 벽면이 가장 좋을 듯 싶었다. 그렇게 정하고, 하나하나 준비해갔다.
방과 후에 1학년 지원이와 주연이가 수고를 많이 했다. 전지를 사다가 1학년들이 쓴 약 400장의 글을 예쁘게 오려 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5장의 전지에 후배들의 격려의 마음이 담긴 글이 모아졌다. 예쁘게 붙어 있는 글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듯했다. 고3 선배들이 자기 후배들의 글을 보고 매우 기뻐하리라 생각했다.
이것을 가지고 식당 1층 출구 벽에 붙였다. 마침 좋은 벽면이 있어서 붙이기에 적당했다. 수능을 보기 일주일 전부터 고3들은 이 글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외쳤다.
“우와~ 대박”
고3들은 후배들이 정성의 무척 고맙다는 표현을 해왔다. 우리 영훈고가 무척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선생님들도 격려글을 쓰고
나는 기도 가운데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를 한 가지 더 얻게 되었다. 그것은 후배들이 3학년 선배들에게 쓰는 글뿐만이 아니라, 선생님들도 3학년 제자들에게 글을 쓰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나는 선생님들께 짤막하게라도 고3 수험생들을 격려하는 메시지를 써달라고 부탁하기로 했다. 선생님들은 몇 줄씩 써주셨다. 그렇게 앞뒤 한 장을 빽빽하게 채우니 우리 고등학교의 선생님들 절반 정도는 쓰신 것 같았다.
이렇게 쓴 격려의 글을 이혜지 선생님께서 색지를 사용하여 앞뒤로 420장을 양면 복사했다. 그리고 일일이 코팅을 시작했다. 하루만에 선생님들깨서 쓰신 격려의 메시지가 담긴 420개의 코팅한 선물이 탄생한 것이다.
이 일은 동료교사인 이혜지 선생님께서 수고를 많이 해주셨다. 이 자리를 빌어 선생님께 감사의 뜻을 전한다.
간식 510명분을 준비하고
우리 아이들은 먹을 것을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아무리 먹어도 끝이 없다. 이런 사실을 잘 알기에 간식을 인원수대로 준비해서 고3 전체에게 보내주기로 했다.
빵과 음료수를 510개를 주문했다. 고3학생들 420개와 선생님들 100개를 포함한 것이다. 고3들을 격려하려고 시작을 한 것이지만, 사실 3년간 영훈고등학교에서 우리 고3 제자들을 위해 수고하신 선생님들에게도, 작지만 감사의 뜻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준비를 한 것이다.
그리고 이 간식은 11월 13일, 월요일. ‘수험생격려기도회’를 하기로 한 날 아침에, 각 학급에 전달하기로 했다. 선생님들이 쓴 격려의 코팅지와 함께 말이다.
우와 감동예요
2017년 11월 13일, 월요일. 등교하기 30분 전인 오전 7시 30분.
진학부장 이석형 선생님과 몇몇의 선생님들과 함께 빵과 음료수를 3학년 학급별로 분류하는 일을 시작했다. 학생회 선교부 차장인 정윤이도 일찍 와서 함께 도왔다.
7시 50분 나는 3학년 학급에 방송으로 수능시험에 격려의 말을 전하고, 학급 회장과 부회장에게 빵과 음료수를 받아가라고 했다. 아이들은 무척 기뻐했다. 그 때 한 여학생이 물었다.
“그런데 선생님, 이건 뭐예요?”
그 아이는 선생님들이 쓰신 코팅 묶음을 받아들고 있었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아, 그건 선생님들이 너희들에게 쓰신 격려의 글이야. 코팅한거구. 한 장씩 나눠주렴.”
“우와! 대박. 감동예요.”
영훈고는 감동이 있는 학교다. 아름다운 정이 있는 학교다. 교사와 학생간의 사랑이 가득한 학교다.
수험생격려기도회의 은혜
이날 4시 10분부터 소강당에서 수험생격려기도회를 한 시간 남짓 가졌다.
1학년 채플찬양팀과 3학년 김수지, 이은지, 손정현이 함께 찬양팀으로 섬겼다. 이날 프로그램은 이렇다. 찬양팀의 순서 이후에 1학년 김나연의 선배님께 드리는 편지글 낭송, 1학년 워십율동팀의 CCD, 교사동문특송, 영상, 메시지, 축복기도 순서로 진행했다.
하나님께서는 이 기도회를 통해 우리 아이들을 한껏 격려해주셨다. 대학만을 바라보는 인생이 아닌, 하나님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인생이기를 축복해주셨다. 크신 은혜를 부어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린다.
다음은 나연이가 순서중 읽었던 선배들에게 쓴 편지글이다.
오늘은 11월 13일, 열심히 달려온 수 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3일 전입니다. 수 년간의 노력이 한 순간에 평가 받는 것이 두렵고, 한편으로는 허무할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인생을 결정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불안한 마음이 가득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들이 그 동안의 노력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예쁜 열아홉에 인생의 첫 도전을 앞두고 계신 선배님을 응원합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 너 한사람으로 하여 / 세상은 다시 한 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 나 한 사람으로 하여 / 세상은 다시 한 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선배님들! 남은 3일 조금 더 힘내셔서 더 예쁜 스무 살을 맞이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더 빛날 선배님들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파이팅~!
지진으로 인해 수능이 23일로 연기되었습니다. 수능을 앞둔 영훈고 제자뿐만 아니라, 전국의 사랑하는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 평강으로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긍휼을 베풀어주셔서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주시고, 안전케 하여 주시길 기도합니다.
사랑하는 다음 세대의 우리 아이들이 하나님을 경외하여,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인생의 주인공이 되기를 이 밤 간절히 기도합니다. 함께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