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저 바라 보다가] 07
씬/1 괌 리조트 샤워실 (밤)
동백 : (완전히 얼이 빠진 얼굴로 샤워기의 물을 맞으며 미동도 없이 서 있다)
(플레쉬 컷1, 백기자 : 김강모 알지? 한지수가 사귀는 남자)
(플래쉬 컷2, 지수 : 오늘 같은 날.. 나도 강모씨랑 싸우고 싶지 않아)
(플래쉬 컷3, 지수와 강모가 서로 안고 있던 모습)
동백 : 그 사람이었어.. 그 사람이었어.. (당혹스러워 고개를 떨군다) 하..
씬/2 괌 리조트 스파 테라피실1 (밤)
동백 : (멍한 얼굴로 들어온다)
강모 : (팁을 베드 위에 놓으며) 스파.. 처음이시라더니, 괜찮으셨어요?
동백 : (강모의 얼굴을 제대로 못 보고는) 예.. 좋았습니다..
강모 : 나갑시다.
동백 : (고개를 숙여) 예.. (베드 머리맡에 둔 찍찍이 지갑에서 만 원 짜리를 꺼내 테라피스트1에게 떨리는 손으로 주며)
코리안 머니.. 쏘리..
테라1 : (괜찮다며 웃는다)
씬/3 괌 리조트 복도 (밤)
강모와 지수가 앞서 걸어가고 동백이 뒤따라 걷는다.
동백 : (강모의 뒷모습을 보며 남편인 척 연기 했던 장면들을 떠올린다)
(회상 인서트1)
동백 : 그러고 보니까 제가 아직 선배 분 성함을 못 여쭤 봤네요?
강모 : (잠시) 그냥 지수 선배니까, 김 선배 정도로 하죠.
동백 : (앞서 걷는 강모를 보며, 한숨이 난다)
(회상 인서트2)
동백 : 아, 이거 방울토마토.. 맞다 이거 줘야 된다. (자기 접시에 있는 방울토마토를 지수 접시에 놔 주며 강모에게)
우리 지수씨가 이 방울토마토를 참~ 좋아합니다. (지수에게 다정하게) 어떻게 더 줄까요?
동백 : (그랬던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워 실소가 나온다) 하..
(회상 인서트3)
동백 : (강모에게 보란 듯이 관광 안내 책자로 지수 얼굴의 햇빛을 가려주며) 우리 와이프 얼굴 너무 타면 안 되는데..
배운데 우리 와이프..
동백 :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자괴감이 드는 지 고개를 젓는다)
(회상 인서트4)
강모 앞에서 포즈를 잡고 사진을 찍던 여러 모습이 어지럽게 떠오른다.
동백 : (괴롭고 화가 난다) ...
지수 : (동백을 보고 미소 지으며) 스파 어땠어요?
동백 : (지수 얼굴을 보지 못하며) 예.. 좋았습니다. (걸어간다)
지수 : (동백이 이상한 듯 본다)
씬/4 괌 리조트 아침 외경
씬/5 괌 리조트 스위트 룸 (오전)
동백 : (멍하니 TV를 보고 있다)
지수 : (동백에게 와서) 저.. 시내에 좀 나갔다 올게요.
동백 : (지수 얼굴을 보지 않고) 그러세요.
지수 : (그런 동백이 이상하다) 왜 그래요..? 뭐 안 좋은 일..
동백 : (OL) 그런 거 없습니다. (TV를 꺼버리고는 꾸벅 인사를 하며) 다녀오십시오 그럼. (하고 일어나 화장실 쪽으로 간다)
지수 : (그런 동백이 신경 쓰이는 듯 본다)
씬/6 괌 리조트 로비 앞 (아침)
강모가 오픈카에 운전석에 앉아 있다. (모자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지수가 올라탄다.
지수 : (동백이 신경 쓰이는 지) 스파에서 구동백씨랑 안 좋은 일 있었어요?
강모 : 그런 거 없었는데 왜?
지수 : 아니.. 구동백씨 기분이 안 좋아 보여서요.
강모 : 그 사람 기분까지 우리가 신경 써야 되나?
지수 : ...
강모 : (출발한다)
씬/7 해변 (낮)
동백이 해변 모래사장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동백 : (쓸쓸하게 웃으며) 하~ 그래서 사진만 찍어도 된다 그런 거였구나.. 그래서 연기 안 해도 된다고 그런 거였어..
그걸 내가.. 왜 눈치를.. (탄식) 하..! (모래사장에 누워 버린다) 아.. 뜨거워.. (일어나 앉는다, 슬프게 웃는다)
이런 기분에도 뜨거운 건 뜨겁네.. (탄식) 하..! 그래.. (태양을 보며 찌푸린다) 햇빛은 뜨거운 거고..
(고개를 숙이고) 그 사람은 한지수씨가 기다리는 사람인 거고.. (바다를 보며) 내가 알았다고 달라지는 건 없잖아..
원래부터 그런 거였잖아.. (일어나 엉덩이를 툭툭 턴다) ... (리조트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씬/8 괌, 쇼핑 몽타주 (낮)
고급 쇼핑몰에서 강모가 지수에게 선물을 사주고 있다.
강모가 목걸이, 시계 같은 보석 류와 옷, 구두, 가방 등을 골라 지수에게 보여주고는 카드로 전부 계산하는 여러 모습.
쇼핑백이 점점 많아지자 지수가 강모가 권하는 선물들을 손을 저으며 거절한다.
강모는 지수 의사와 상관없이 계산을 한다. 지수는 그런 강모를 이상하게 본다.
씬/9 괌, 고급 쇼핑몰 복도 (낮)
강모가 쇼핑백을 잔뜩 들고 지수와 함께 걷고 있다.
강모 : 저거 너한테 어울릴 거 같다. 들어가 보자. (샾으로 들어가려는)
지수 : (강모 팔을 잡아당기고) 그만 해요.
강모 : (웃어 보이며) 뭐든.. 해주고 싶어서 그래.
지수 : 미안해서 이러는 거면 그럴 필요 없어.
강모 : (웃으며) 저거 너한테 진짜 어울릴 거 같아서 그래. (샾으로 들어간다)
지수 : 하.. (왜 저러나 싶은 얼굴로 들어가는 강모를 본다)
씬/10 괌 리조트 안 (낮)
동백이 촌스러운 사각 수영복 차림으로 비치 의자에 앉아 수영장을 보며 쥬스를 빨아 먹고 있다.
동백 : (억지로 힘을 내며) 쥬스 맛 좋고, 햇빛 좋고, 수영장 좋고.. 그래 놀자! 인생 뭐 있냐? (벌떡 일어난다)
씬/11 동백이 억지로 힘내 노는 몽타쥬 (낮)
C#1 동백이 커다란 튜브를 타고 워터 슬라이드를 내려온다.
동백 : (억지로 흥을 내본다) 우우~~ 우우~~
C#2 동백이 수중 징검다리를 건너고 있다.
동백 : (달리면서) 우우우~~ (물에 빠진다) 어렵네?! 어려운 거였어!
C#3 클럽
메이트를 따라 사람들 속에서 아쿠아 에어로빅을 하고 있다.
동백 : (흥이 안 나는 얼굴로 열심히 따라한다)
씬/12 괌 리조트 로비 앞 (낮)
강모의 오픈카가 서 있고 지수가 쇼핑백을 잔뜩 들고 그 옆에 서 있다.
지수 : 조심해서 가요. 선물.. 고마워.
강모 : 그래. 들어가.
지수 : 음.. (강모의 오픈카가 출발한다)
강모 : (백미러로 돌아서는 지수의 모습이 보인다. 감정이 격해지는지 갑자기 차를 세우고는 차에서 내려
지수에게 빠르게 걸어간다)
지수 : (발소리에 뒤를 돌아보는데)
강모 : (지수를 와락 안는다)
지수 : (놀라 쇼핑백을 모두 놓친다. 주위를 의식하며) 강모씨.. 사람들..
강모 : (아랑곳 하지 않고 더 꽉 안으며) 한국에서 보자. (지수를 놓고 확 돌아서 차로 걸어간다)
지수 : (그런 강모를 본다)
강모 : (슬픈 얼굴로 뒤 돌아보지 않고 손만 들어 작별 인사를 한다)
씬/13 괌 리조트 스위트 룸 (낮)
지수 : (쇼핑백을 침대에 내려놓는다. 왠지 기분이 울적해져 침대에 앉는다)
씬/14 괌, 사랑의 절벽 (오후)
강모가 절벽 끝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아버지와의 약속을 회상한다.
(회상 인서트1)
정욱 : 그 아이 어딨는 지 알았다며?
강모 : (힘들게) 네..
정욱 : 널 그렇게 사랑해서 다른 남자랑 결혼도 해 줄 수 있는 아이면.. 널 평생도 기다려줄 수 있는 거야.
니 옆에 두는 것까지 막지 않을 거니까, 알아서 재량껏 해. 대신. 선거 끝나면, 수연이랑 결혼해. 결혼은 제도일 뿐이다.
크게 의미 둘 필요 없어. 인생에서 정말로 의미를 둬야 할 건.. 바로 너다. 너의 성공이야.
강모 :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바라본다)
(회상 인서트2)
지수 : (강모를 뒤에 두고 앞을 보며) 강모씨.. 나한테서 이만큼 멀어졌어요. 약혼했을 때 한계단.. 극동일보 대표 되서 또 한계단..
(돌아서 강모를 본다)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은 거 같애.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으니까.
(손을 내밀면서) 선거가 끝나면 꼭 돌아온다고 한 번 더 약속해 줘요. 그러면 다시는 흔들리지 않을 게.
강모 : (바람을 맞으며 바다를 보고 서있다) ....(괴롭다)
씬/15 괌, 리조트 트램폴린 앞 (오후)
지수 : (울적한 기분을 달래려 산책을 하고 있다)
동백 : (크게 소리치는, OFF) 오~~~~ 오~~~~
지수 : (소리 나는 곳을 보면, 동백이 트램폴린을 하고 있다)
동백 : (오~~~~ 크게 소리를 지르며 트램폴린을 뛰다가, 공중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서 있는 지수를 발견하고는,
소리가 작아진다) 오... 오...
지수 : (웃으며) 재밌어요?
동백 : (멈추고는) 예.. 은근히.. (지수 눈을 못 마주치고 줄을 풀며, 클럽 메이트에게) 땡큐.. (하고는 쓱 앞으로 걸어간다)
지수 : (그냥 가버리는 동백을 이상하게 보며) 어디 가세요?
동백 : 예? (건성으로 웃으며) 양궁이나 해 볼까 해서.. 재밌는 게 여기 많네요.. (하고 다시 가던 길을 간다)
지수 : (어이없어) 구동백씨?
동백 : 예? (대충 돌아본다, 시선은 지수의 발끝 정도를 본다)
지수 : 식사 하러 가실래요? 저녁 시간 다 됐는데..
동백 : (망설이다가 대충) 예.. 뭐..
지수 : (앞장서서 간다)
동백 : (주머니에 손을 넣고, 지수 뒤를 내키지 않은 얼굴로 따라간다)
씬/16 괌 리조트 <퍼시픽 판타지 디너 쇼> (밤)
동백과 지수가 나란히 앉아 쇼를 보며 저녁을 먹고 있다.
동백 : (현란한 쇼를 보면서, 심기가 불편한 지 영 흥이 나질 않는다)
지수 : (쇼를 보며 박수를 치다가, 반응이 없는 동백을 흘끔 본다)
동백 : (궁시렁 거리는) 날씨도 더운데.. 불덩이 돌리고.. 하는 사람은 뜨거울 텐데.. 보는 사람은 좋다고..
지수 : (그 소리를 듣고 있다가 동백을 본다) 구동백씨?
동백 : (앞에 보고 대충) 예?
지수 : 왜 저 쳐다도 안 보세요?
동백 : (눈을 크게 뜨고 지수 얼굴 정면으로 자기 얼굴을 들이대며, 1초 정도 쳐다보고) 됐나요?
(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앞을 본다)
지수 : 뭐.. 저한테 화나신 일 있으세요?
동백 : (억지로 웃으며) 화나기는요~ 하하~ 제가 지수씨한테 왜요? 좀 피곤해서 표정이 이런 건데 화난 줄 아셨구나?
오늘 너무 놀았어요. (하품하면서) 일찍 자야지. 우리 내일 가는 거 맞죠?
지수 : (그런 동백이 이상한) 네.
동백 : (밥을 열심히 먹는다) 맛있다 이거. 마저 드십시오.
이때 쇼를 하던 원주민 남자댄서가 동백에게 와서 무대에 나와 같이 춤을 추자고 한다.
동백 : (손을 저으며) 노 노!
남자댄서 : 컴 온.
동백 : (계속 손을 저으며) 노 노! 노 땡큐!
남자댄서 : (계속 권하는) 플리즈~
지수 : (웃으며) 나가보세요.
동백 : (싫은) 아이.. 됐습니다.
지수 : (동백을 풀어주려는 듯 웃으며) 왜요? 나가서 춤 쳐보세요.
동백 : (손을 저으며) 아이.. 싫어요.
지수 : 재밌을 거 같은데? (동백을 장난스레 밀며) 나가세요 나가서 춰보세요.
동백 : (버럭) 왜 저한테 춤을 추라 그러세요 자기는 안 추면서!
지수 : (놀라 말문이 막히는) 아니.. 그냥 전 재밌을 거 같아서..
동백 : 저는 뭐 지수씨가 춤추라면 다 춰야 됩니까? 제가 뭐 꼭두각십니까?
지수 : (다소 놀랍고 민망하다) 하.. 미안해요.
동백 : (순간 서먹해 진다)
지수 : (말없이 공연을 본다)
동백 : (후회스러운 지 중얼거리는) 저기 그게.. 저 막대기에 불이 막 돌아가고 그러니까 불똥이 저한테 튈 까봐서요..
지수 : (서먹하게) 네..
동백 : (중얼거리는) 살 데일까봐 무서워서 그런 건데..
지수 : (말없이 공연을 본다)
동백 : (말 없는 지수 눈치를 살피며) 출까요 그냥..?
지수 : (억지로 웃으며 고개를 젓고는, 다시 공연을 본다)
동백 : (이 상황이 싫은지 일어나며) 피곤해서..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간다)
지수 : (그런 동백을 본다)
씬/17 괌 리조트 스위트 룸 (밤)
시계는 9시 7분을 가리키고 있다.
거실 쪽엔 스탠드 조명만 켜져 있고 동백은 쇼파에 이불을 덮고 누워 있다.
지수 : (들어온다)
동백 : (지수가 들어오는 소리에 얼른 눈을 감는다)
지수 : (신경이 쓰인다) 주무세요?
동백 : (눈을 꼭 감고 말이 없다)
지수 : (그런 동백을 한 번 보고는 스탠드 조명을 꺼준다)
씬/18 다음날, 괌 국제공항 외경 (오전)
씬/19 괌 국제공항 청사 대기실 (오전)
지수 : (한적한 곳에 앉아 (모자와 안경으로 얼굴을 가린 채) 전화 중이다) 어, 언니. 12시 출발이야. 음. 공항에서 봐.
(걸어오는 동백을 보며 전화를 끊는다)
동백 : (티켓을 가지고 와서는, 지수에게 준다)
지수 : (티켓을 받는다)
동백 : (지수 옆에 앉아서, <괌 종합 가이드 북>을 펼쳐본다)
지수 : (신경이 쓰이는 지) 구동백씨.
동백 : 네?
지수 : 화나신 거 맞아요. 그쵸?
동백 : (억지로 웃어 보이며) 아니라니까요. 어제 춤 안 추겠다고 소리 질러서 계속 그러시나 보네? 그거 진짜 불덩이가 무서워서
그런 건데 하하..
지수 : 말해요. 뭣 땜에 그러는지. 안 그러면 저 서울 안 갈 거예요.
동백 : (웃으며) 정말.. 왜 그러십니까?
지수 : 저 이 기분으로 서울 못 가겠어요. 그래서 그래요.
동백 : (난처한지) 아 참.. 화 난 거 아니라니까요..
지수 : (일어나서) 그럼 서울 혼자 가세요. (밖으로 나가려는)
동백 : (지수를 잡는) 지수씨!
지수 : (말하라는 듯 돌아본다)
동백 : (난처한) 아.. 진짜..
지수 : 놓으세요. (동백의 손을 뿌리친다)
동백 : (하는 수 없이 대충) 그냥 저기 가 보고 싶은 데가 있었는데, 거길 못 가 본 게 섭섭해서 그럽니다!
지수 : (동백을 쳐다보다가) 그런 거였어요? 허..
동백 : (대충 둘러대는) 저는 괌이 처음인데 가보고 싶은 곳이 왜 없겠습니까.
지수 : 거기가 어딘 데요?
동백 : 예? (<괌 종합 가이드 북>을 대충 펼친다, <이나라한 마을 다이빙 대> 사진이 보인다. 다이빙 대를 가리키며) 여기요 여기!
(가이드 북을 읽는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 이나라한 마을, 여기요. (가이드 북을 지수에게 보여 주면서) 다이빙 대
보십시오. 제가 다이빙 참 좋아하는데.. 거길 못 가 봐서 그럽니다. 되셨죠? 이제 서울 가시죠. (하~ 웃는다)
지수 : (잠시 생각하다가 동백 팔목을 탁~ 잡고 끌고 나간다)
동백 : (놀라) 왜 그러세요?
지수 : (끌고 나가며) 가시죠, 이나라한 마을!
동백 : 아니 지금 비행기 타야죠. 시간 다 됐는데?
지수 : 한국 가는 비행기 많아요.
동백 : 짐도 부쳤잖아요!
지수 : 나중에 공항에서 찾으면 되요!
동백 : (낭패다) 매니저님 공항에서 기다리실 텐데!
지수 : 전화 하면 되요! (막무가내로 끌고 간다)
씬/20 괌, 국제공항 청사 앞 (낮)
지수가 동백을 끌고 나와 서 있는 택시 쪽으로 간다.
동백 : (끌려가며) 지수씨? 지수씨?
여행직원 : (소형 관광버스에 관광객을 태우다가 동백을 본다) 어? 저 사람..?
지수 : (동백을 택시에 태우고, 자신도 탄다)
씬/21 괌, <이나라한 마을> 입구 (낮)
동백과 지수가 탄 택시가 마을로 들어간다.
동백이 낭패라는 얼굴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게 보인다.
씬/22 괌, <이나라한 마을> 다이빙 대 앞 (낮)
택시가 와서 멈춘다. 지수가 먼저 내린다. 동백이 따라 내린다.
지수 : (가이드 북을 펼쳐 사진과 실물 다아빙 대를 대조하며) 여기 맞죠? (동백을 보며) 저 다이빙 대죠?
동백 : (다이빙 대를 보며) 예, 맞습니다. 이제 봤으니까 됐습니다. (꾸벅) 감사합니다.
지수 : 올라가세요.
동백 : (놀라 고개를 든다)
지수 : 뛰셔야죠. 다이빙 참 좋아하신다면서요.
동백 : (낭패다) 예?
컷 튀면, 동백이 다이빙 대에 올라가 서 있다.
지수 : (밑에서 박수를 치며 동백을 응원하고 있다, 소리치는) 파이팅~! 멋진 포즈 부탁해요~! 두 바퀴 반 돌고 트위스트~!
동백 : (난처해서 울상, 혼잣말) 아.. 하필 다이빙 대가 펼쳐져 가지구.. (밑을 내려다보자 무섭다) 오우.. 올라오니까 높네?
지수 : (동백에게 소리치는) 왜 그러세요?
동백 : (무서운 지) 아닙니다.
지수 : (소리치는) 뛰세요!
동백 : (무서운 지 아래만 쳐다보고 뛸까 말까만 하고 있다)
지수 : (답답한 지) 하.. 제가 셋 셀게요! 셋 하면 뛰세요! 하나.. 둘.. 셋..!
동백 : (뛰어 보려다 결국 못 뛴다) 하..
지수 : (지켜보다가, 이상한 지 다이빙 대로 올라간다) 왜 안 뛰세요? (밀려는 포즈를 취하며) 제가 도와 드려요?
동백 : (기겁하며 주저앉는다) 왜 이러십니까?!
지수 : (동백을 이상한 듯 잠시 본다) 다이빙 좋아한다면서요? 여기 못 와 본 게 섭섭했다면서요?
동백 : (할 말이 없는 지) ... (조용히 일어난다)
지수 : 다이빙 하고 싶었던 거.. 아니었어요?
동백 : 후... (고개를 숙인다)
지수 : (그런 동백을 보며) 아니군요?
동백 : ... (면목이 없다) 죄송합니다. 그냥.. 왜 화났냐구 자꾸 물으시길래 가이드 북 아무 데나 펼쳐서 찍은 겁니다..
지수씨한테 제가 거짓말을 했네요..
지수 : (잠시 그런 동백을 본다)
동백 : 정말 죄송합니다. 지수씨 아무 것도 모르고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지수 : (그런 동백을 보자 자신도 미안해진다)
동백 : 그만 내려가시죠.
지수 : (갑자기 매고 있던 가방을 내려놓고 신발을 벗는다)
동백 : (영문 몰라 지수를 본다) ...?
지수 : 제가 먼저 뛰어 내릴게요. (모자와 안경도 벗어 바닥에 내려놓는다)
동백 : 네?
지수 : 저도 구동백씨 속인 거 있거든요.
동백 : (그 말에 지수를 본다)
지수 : (마음먹고) 김 선배가 그 사람이에요. 제가 기다리는. 죄송해요 구동백씨 아무 것도 모르고 그 사람 앞에서
하루 종일 연기하게 만들어서.
동백 : (그 말에 놀라 지수를 본다)
지수 : (동백을 보고 웃으며) 우리 서로 한 번씩 속였으니까, 그 벌로 여기서 뛰어 내리고 용서 해 주는 거 어때요?
동백 : 여기 꽤 높은데.
지수 : 제가 얼마나 멋있게 뛰어 내리는지 한 번 보세요. (다이빙 대 앞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무서운) 아~ 진짜 높다.
동백 : (웃으며) 거보십시오. 못 뛰십니다.
지수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에잇! (하더니 물속으로 뛰어 내린다)
동백 : (놀라) 지수씨! (다이빙대에 엎드려 지수가 나오길 기다린다)
지수 : (잠시 후 물 밖으로 나와 웃으며 손을 흔든다)
동백 : (안도하며 웃는) 지수씨.. 하~
지수 : (물 속에서 웃으며 소리친다) 빨리 뛰어요! 안 뛰면 여기까지 오게 만든 거 용서 안 해 줄 거예요!
동백 : (하는 수 없는지 주머니에서 찍찍이 지갑과 여권을 꺼내 바닥에 내려놓고는 신발을 벗고 눈을 꼭 감는다) 에이 씨~
(뛰어 내린다)
지수 : (박수치며 소리친다) 와~~~!!
동백 :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푸하~~!! (숨을 몰아쉰다, 박수를 쳐 주며 환호하는 지수를 보자 웃음이 나온다) 하.. 하..
동백과 지수가 물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기분이 풀린다.
씬/23 괌, <이나라한 마을> 거리 (낮)
동백이 흠뻑 적은 채로 지수와 걷고 있다.
동백 : (옷의 물을 짜면서) 짐도 다 부쳐서 옷도 없는데 이걸 어떡합니까? 물 쭉쭉 나오는 거 보세요.. 여태 짰는데도..
이게 언제 마르겠어요?
지수 : 그게 마르길 기대했어요? (바로 앞의 옷 가게로 끌고 들어간다)
동백 : 어? (끌려 들어간다)
씬/24 괌, <이나라한 마을> 동네 옷가게 (낮)
동백 : (야자수 무늬의 트로피컬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는 마음에 안 드는지) 이렇게 입고 한국을 들어가도 되시겠어요?
지수 : (동백이 입은 셔츠와 무늬는 같지만 색깔이 다른 트로피컬 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는) 왜요? 이게 어때서요?
동백 : 좀 촌스럽잖아요.
지수 : 왜 이러세요? 이 동네에선 이게 트랜디예요. 여기선 이 정도 안 입어주면 쳐주질 않아요.
동백 : (웃어 버리는) 하..! 지수씨 은근히 말 웃기게 하십니다.
지수 : (웃고는) 난 이거 딱 맘에 들었어. 가요!
씬/25 괌, <이나라한 마을> 시장 몽타주 (낮)
동백과 지수가 기념품을 구경한다.
동백과 지수가 열대과일을 사 먹는다.
동백이 <우쿠렐레-전통기타>를 연주하고, 지수가 재밌어 한다.
씬/26 괌, <이나라한 마을> 야외 카페 (낮)
동백과 지수가 야외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다.
지수 : (맥주를 마시고는 시원하다는 듯) 하~~~ 먹어 본 맥주 중에 제일 맛있는 거 같다!
동백 : 예.. 맛있긴 맛있네요. (맥주를 마신다)
지수 : 아, (가방에서 동백의 찍찍이 지갑과 여권을 꺼내 주며) 이거요.
동백 : 예! (받아서 주머니에 넣는다)
지수 : 근데 그 지갑이요..? 그게.. 아직도 생산이.. 되나요? 저 중학교 때 썼던 거 같은데.
동백 : (다시 지갑을 꺼내 보며) 이거요? 하.. 저도 이거 고등학교 때부터 쓰던 겁니다. 아버지가 입학 선물로 사주신 건데..
근데 이게 찢어지면 좀 바꾸겠는데, 찢어지질 않아요. 엄청 튼튼합니다. 빨면 또 새 거 되고..
그러다 보니까 아직까지 쓰는데 하하~ 다른 사람들도 제 지갑 보면 한 소리씩 꼭 합니다. 유난 떤다고요.
지수 : (웃는다) 아니요. 전 개성 있어 보이고 좋은데요.
동백 : 그렇습니까? 제 지갑 칭찬 해 준 사람은 지수씨가 처음인 거 같은데요? (커플링 낀 손으로 맥주 잔을 집어 맥주를 마신다)
지수 : (동백의 커플링을 보고는) 어? (자신의 빈 손을 본다) 반지..
동백 : (그런 지수를 보자, 자신도 지수의 반지가 생각이 난다)
지수 : (당황스럽다, 생각을 해 보는) 어디다 뒀지..?
동백 : (알면서 일부러) 뭡니까? 커플링 잃어 버리셨습니까?
지수 : (당황하는) 아..
동백 : 그거 또 사려면 돈인데, 아이 참.. 칠칠치 못하신 면이 있으시네?
지수 : 리조트에 한 번 들러 봐야겠어요.
동백 : 그게 리조트에서 흘렸는지 바다에서 흘렸는지 어떻게 압니까? 그걸 어떻게 찾아요? 비슷한 걸 사는 게 빠르지..
기다려 보세요. 저기 가게에 가서 비슷한 거 있나 한 번 보고 올게요. (일어나 가게로 걸어간다)
지수 : (기가 막혀) 말이 되요? 저런 가게에 비슷한 반지가 어떻게 있겠어요?
(혼자 앉아서 기다리며) 올 때 분명히 끼고 있었는데.. (답답한) 하..
동백 : (가게에서 나오며) 이게 그나마 비슷해 보이는데, 한 번 보세요. (지수에게 커플링을 내민다)
지수 : (왜 저러냐 동백을 보다가 반지를 받고는 웃는다) 하..!
동백 : (자기 손에 낀 커플링을 내밀어 보여주며) 비슷하죠? 거의 똑같은 거 같기도 하고.. 똑같네?!
지수 : (웃고는) 언제 챙겨 놨어요?
동백 : 바닥에 떨어져 있었습니다. 이렇게 반지나 잃어버리시고, 자꾸 실수하시면 이 결혼이 무사히 끝나겠습니까?
저는 참 그런 게 걱정입니다. 잘 좀 하십시오 한지수씨.
지수 : (웃는) 알았어요. 잘 할게요. (커플링을 끼고 그 손으로 잔을 들어 건배를 청한다)
동백 : 아! (커플링 낀 손으로 잔을 든다)
지수 :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구동백씨.
동백 :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한지수씨.
동백과 지수는 건배를 하고 맥주를 마신다, 햇빛에 반지가 반짝한다.
씬/27 인천 공항 청사 앞 (오후)
지수차가 서 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 상철의 오토바이가 서 있다.
상철 : (오토바이에 앉은 채, 지수차를 주시하고 있다) ...
상철의 시선으로, 연경이 트로피칼 셔츠를 입은 동백과 지수를 기자들 사이에서 에스코트 해서 데리고 나오는 것이 보인다.
의심스러운 듯 둘을 바라본다.
상철 : (주머니에서 이혼 서류를 꺼내 본다)
동백과 지수가 차에 탄다. 기자들이 마구 사진을 찍어댄다.
상철 : (출발하는 지수차를 기막혀 노려본다)
씬/28 동백 집 외경 (오후)
민지 : (신나 소리친다, OFF) 지수 언니~~!!
씬/29 동백 집 마당 (오후)
동백, 연경이 서 있고 민지가 지수 손을 꽉 잡고 있다.
민지 : 고마워요 언니~ 우리 오빠 용서해 줘서 너무너무 고마워요~ 앞으로 또 우리 오빠한테 들러붙는 그런 것들 있으면요
내가 날라 차기로 다 날려 버릴 거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오빠 입술은 오로지 언니 꺼에요!!
동백 : (민망한지) 민지야.. 너 또 야한 얘기..
지수 : (엷게 웃는다)
민지 : 근데 두 사람 커플 룩 너무 귀엽다 어떡하니! (동백 방에 대고) 승은아~ 좀 나와 봐봐~ 우리 오빠랑 언니 커플 티 입은 거
너무 귀여워~
승은 : (동백 방 창문 열고 고개만 쓱 내밀고는 대충) 오셨어요?
동백 : 어, 승은이 와 있었구나?
민지 : 내가 오빠 짐 좀 같이 싸자고 불렀어.
지수 : (승은을 보고는) 안녕하세요?
승은 : (지수를 보고는 대충) 예.. (하고는 방 창문을 닫는다)
지수 : (그런 승은을 본다)
씬/30 동백 방 (오후)
동백, 민지, 승은이 짐을 싸고 있다.
씬/31 동백 집 마당 (오후)
지수와 연경이 평상에 앉아 있다.
지수 : (하늘을 보며) 언니. 여기서 이렇게 하늘 봐봐. 하늘이 네모나다.
연경 : (화가 난) 12시 비행기는 왜 안 탔어?
지수 : (대수롭지 않게 하늘을 보며) 어? 어. 구동백씨랑 다이빙 좀 하느라고.
연경 : (기막힌) 다이빙..?
지수 : (셔츠를 잡으며) 언니 이 옷도 궁금하지? 왜 이런 거 같이 입고 왔는지? 이것도, 구동백씨랑 다이빙 좀 하느라고. (웃는다)
연경 : (화가 나) 지금 너 웃음이 나와?
지수 : (연경을 본다)
연경 : (화가 나) 비행기도 제 시간에 안 타고, 괌에서 구동백씨한테 먼저 연락 하고, 이게 말이 되는 거야?
너 이렇게 나랑 상관없이 니 멋대로..
지수 : (말 자르며) 미안해 언니. 내가 잘못 했어. 근데 다 잘 해결 됐잖아. 그러니까 화 풀어. 음?
(연경이 계속 화난 얼굴이자, 눈치가 보이는지) 구동백씨 짐 싸는 거나 도와줘야겠다 난. (하고 동백 방으로 간다)
연경 : 하.. 쟤 진짜 어쩌려고 저러는 거야.. (핸드폰이 울린다) 어, 강모야.
씬/32 선거 캠프 복도 + 동백 집 마당 (오후)
강모 : (전화하는) 지수 왔니? 그래.. 너 밖에 난 믿을 사람이 없다 연경아.. 지수 잘 좀 부탁한다.
연경 : (전화하는) 알았어. 걱정하지마.
씬/33 동백 방 (오후)
동백, 지수, 민지가 짐을 싸고 있다.
동백 : 지수씨는 나가서 앉아 계세요 짐도 얼마 되지도 않는데요.
지수 : (책을 박스에 담으며) 아니요 도와 드릴게요.
동백 : 나가 계세요. 먼지 많이 납니다.
민지 : (둘이 보기 좋아, 웃으며) 오빠는 왜 이렇게 눈치 없이 나가라 그래? 언니가 자기 남편 짐을 손수 싸주고 싶어서 그러잖아.
그쵸 언니?
지수 : 예? 예..
민지 : 이거 봐! 참~~ 사람 눈치 없어. (그러다가 옷장에서 겨울옷들을 보며) 오빠 근데 겨울옷들은 왜 하나도 안 쌌어?
동백 : (얼결에) 겨울옷은 쌀 필요 없.. (아차 싶은) ...!
지수 : (동백을 본다)
민지 : 왜 쌀 필요가 없어?
동백 : 어? (둘러대는) 겨울이 아직 멀어 가지구.. 나중에 가져갈라 그랬지..
민지 : 뭘 나중에 가져가? 집도 넓을 텐데, 가져가! (겨울옷을 박스에 담는다)
동백 : 그래.. 니가 좀 싸라.. (들킬 뻔 했다는 듯 후~ 하며 지수를 본다)
지수 : (그런 동백과 시선을 교환한다)
승은 : (목장갑을 낀, 들어와서) 박스 두 개는 실었는데, 다 싼 박스 없어요?
민지 : (싸면서) 요거 겨울옷들 금방 싸. (목도리를 박스에 넣는다)
동백 : 어? (목도리를 꺼내며) 이 목도리! 이거 승은이 니가 짜 준 거잖아!
지수 : (동백, 승은을 본다)
승은 : (감동하는) 내가 고등학교 때 짠 건데,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요?
민지 : (얼른 지수 눈치를 살피며 끼어드는) 이거 내가 하고 다녔어 내가.
동백 : 내가 했는데..
민지 : 내가 했잖아 오빠. 아주 추울 땐 (얼굴을 돌려 귀를 가리며) 요렇게 하고 다니면 얼마나 따뜻한데 하하하.
동백 : (왜 이러나 민지를 본다)
승은 : (지수가 싼 박스를 보고) 그거 다 싸신 거죠? (박스를 들고 나간다)
지수 : 무거울 텐데, 같이 들어요. (승은을 따라 나간다)
민지 : (동백의 가슴을 주먹으로 빡~ 때린다)
동백 : (아픈) 아! 왜 그래? 너 미쳤어?
민지 : 내가 미쳤어? 오빠가 미쳤지! 언니 앞에서.. 승은이가 짜준 목도리 얘길 왜해? 언니 지금 기분 나빠져서 나가는 거 안 보여?
동백 : (오바하지 말라는 듯) 아~ 그런 거 아니야.
민지 : 아니긴 뭐가 아니야! 눈치가 없어 가지구 내가 아주 불안해 죽겠어! 또 한 번만 여자 땜에 언니 잠적하게 만들기만 해!
(박스를 들고 나간다)
동백 : 하.. (씁쓸해진다) 나중에 헤어지고 돌아오면, 저 놈 난리난리 나겠네..
씬/34 동백 집 동네 거리 + 지수 차 안 (오후)
이동차 뒤에 지수 차가 서 있다. 로드 매니저가 박스를 이동차에 싣는다.
동백과 승은이 박스를 안고 이동차로 가고, 연경이 뒤따라간다.
동백 : 내가 자주 오긴 할 건데, 승은이 니가 민지 좀 들여다 봐 줘라. 와서 같이 자주면 더 좋고.
그거 대문 안쪽에 새로 단 자물쇠 있잖아. 그거 비밀번호가 (작게) 1111이다.
승은 : 네.
동백 : 승은이 너도 이제 자주 못 보겠구나.
승은 : (살짝 센치해져서 동백을 보고는) 결혼 하니까.. 좋아요 오빠?
동백 : 음? (이동차에 박스를 싣는) 음.. 좋지 뭐..
승은 : (그런 동백을 잠시 바라본다)
연경 : (그런 동백과 승은을 본다)
동백 : 박스 줘. (하고는 승은에게 박스를 받아 이동차에 싣는다)
연경 : (그런 승은을 한 번 보고는) 짐은 다 실으신 거죠?
동백 : 예, 다 실었습니다. 가시죠 이제.
지수차 뒷좌석에 지수와 민지가 앉아 있다.
민지 : (보자기로 싼 작은 항아리 두 개를 지수에게 주며) 요 똥색 보자기가 된장이구요, 핑크색 보자기가 오이지에요.
오빠가 입맛 없다 그러면요. 된장에다 고추하고 양파만 넣고 자작하게 끓어주면 밥 비벼서 잘 먹어요.
오이지도 고춧가루하고 마늘 참기름 넣고 무쳐주면 좋아하고요.
지수 : 네..
민지 : 근데 언니가 이런 거 요리할 시간이 있나 모르겠어요. (의도를 드러내는) 아, 그냥 절 집으로 부르시면 되겠구나!
그런 좋은 방법이 있었네!
동백 : (문을 열고) 민지야, 뭐해? 내려.
민지 : 어.. (하고 내린다)
동백 : (내리는 민지에게) 거기에 왜 들어가 있어?
민지 : 왜 내가 따라 갈까 봐 그러냐? (동백을 태우면서) 얼른 타시기나 하셔~!
(동백이 타면 차 문을 닫아 주면서) 언니 그럼 가세요.
지수 : (웃어준다) 들어가세요 민지씨.
민지 : 네. (승은에게 성질내는) 너 뭐야? 우리 언니한테 인사 안 하고!
승은 : (지수에게 대충) 가세요..
지수 : (목례한다)
동백 : (괜히 마음이 안 좋은) 민지야. 들어가라.
이동차가 출발하고 지수 차가 뒤따라간다.
민지 : (계속 손을 흔들며 소리치는) 잘 가 오빠~~ 행복해야 돼~~ 오빠 안녕~~ 안녕~~ (괜히 울컥 해서) 아씨.. 왜 이러냐..
(하고 눈물을 손으로 닦으며 웃는다) 안녕 그러니까 슬프네 괜히..
승은 : (민지 어깨를 한 번 잡아 준다)
씬/35 달리는 지수 차 안 (오후)
동백 : (항아리를 안고, 마음이 안 놓이는 지 민지를 자꾸 돌아보며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지수 : (그런 동백을 보다가) 민지씨 혼자 두고 가니까 마음 안 놓이시죠?
동백 : 에? 에헤.. (멋쩍게 웃는) 아닙니다. 금방 다시 올 건데요 뭐. 민지 저 놈, 저 없으면 맨날 친구들 부르고 더 좋아 할 겁니다.
(웃어 보인다) 헤헤.. (하고는 걱정스러운지 또 다시 뒤를 돌아본다)
지수 : (그런 동백을 본다)
씬/36 선거 캠프 사무실 (저녁)
강모 : (쇼파에 앉아서, 경선 결과 예상 데이터를 보고 있다)
보좌관 : 지지율이 주 초에 비해 8 포인트 이상 올랐습니다. 당 경선은 생각보다 싱거운 게임이 될 것 같습니다.
강모 : (데이타를 책상 위에 놓고는 일어나 자켓을 입는다)
보좌관 : 김의원님 들어오고 계십니다. 저녁 모임 참석하셔야죠.
강모 : (단호하게) 지수한테 가 볼 겁니다.
씬/37 고급 플라워 샵 (저녁)
강모가 꽃(‘피오니아’, 수입 함박꽃)을 고르고, 직원이 꽃다발을 만든다.
강모가 기다리고 있다.
보좌관 : (OFF) 한지수씨 오늘부터 구동백 그 사람하고 같이 지내야 되는 군요. 마음이 많이 쓰이시겠습니다.
씬/38 고급 케잌 샾 (저녁)
강모 : (케잌(모카쉬폰)을 골라, 직원에게 가리킨다)
보좌관 : (OFF) 그런데.. 아버님 뜻대로, 수연 양과 결혼하시기로 한 거 아닙니까? 이제.. 한지수씨와는 멀어지셔야죠.
씬/39 달리는 강모 차 (저녁)
강모 : (운전을 한다. 케잌상자, 꽃다발이 놓여있다. 고민스러운 표정이다)
씬/40 지수 집 현관 입구 (저녁)
동백 : (항아리 단지 두 개를 양 팔에 끼고 서 있다, 긴장한 얼굴이다)
지수 :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들어오세요.
동백 : 아 예.. (따라 들어간다)
연경 : (들어간다)
씬/41 지수 집 거실 (저녁)
지수 : 그럼 둘러보세요. (지수 방으로 간다)
동백 : 아 예.. (가는 지수를 보고 있다)
연경 : 저 쪽은 지수 공간입니다. 가능하시면..
동백 : (OL) 아 예, 저 쪽으로는 절대 안 가겠습니다.
씬/42 지수 집 주방 (저녁)
연경 : (음식과 과일들로 가득 찬 냉장고를 열어 보이며) 냉장고는 항상 채워져 있으니까요 불편해 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편하게
꺼내 드세요.
동백 : 아 예..
연경 : 커피 머신은 이쪽에 있고요. (간다)
동백 : 아 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둘러본다)
지수 : (옷을 갈아입은, 들어오면서) 항아리를 왜 계속 안고 계세요. 주세요. (동백에게 받아 아일랜드 장에 올려놓는다)
연경 : (카드 키를 꺼내주며) 이건. 구동백씨 킵니다.
동백 : (받는) 네.
연경 : 그럼 올라가서 구동백씨방 보시죠?
동백 : 아 예..
지수 : 저랑 같이 가세요. (앞장 서 간다)
동백 : 아 예.. (지수를 따라간다)
연경 : (친절하게 구는 지수가 탐탁지 않다)
씬/43 지수 집 동백 방 (밤)
동백의 짐 박스들이 놓여 있다. 지수와 동백이 들어온다.
근사한 침대, 옷장, 책상, TV, 암체어 등이 마련되어 있다.
동백 : (방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진다) 우와.. 가구들 이게 야.. (책상을 만져보고 노트북을 살펴보며) 노트북까지..
지수 : 맘에 드세요?
동백 : 이 정도면 왕자님 방 아닙니까 하하~ (침대를 만지며) 침대는 또 뭐 이렇게 큽니까? (앉아 보며) 셋이 자도 되겠습니다.
지수 : (웃고는) 정리 좀 도와 드릴게요.
동백 : 아닙니다. 두세요. 제가 하면 됩니다.
지수 : 이걸 언제 다 정리 하고 주무시려고요. (하고 박스를 열어 검정 비닐 봉투를 꺼낸다) ... (뭔가 싶은) ...?
동백 : (당황해서 다급하게) 지수씨 그거 그냥 두세요!!
지수 : (웃으며) 제가 도와 드릴 게요.
동백 : 주시라구요! (하고 검정 비닐 봉투를 확 잡아채다가 봉투가 찢어져 안에 있던 동백의 낡은 팬티 여러 장이 바닥에 쏟아진다)
지수 : (당황하는) 어..
동백 : (급하게 마구 주우며) 그러니까.. 두시라니까.. (박스 안에 마구 넣는)
지수 : (고개 돌려 웃다가 문가에 서 있는 연경과 눈이 마주친다)
연경 : (탐탁지 않은 얼굴이다)
씬/44 지수 집 거실 (밤)
지수와 연경이 2층에서 내려온다.
연경 : (단호하게) 구동백씨 방, 너 다시는 들어가지 마라.
지수 : (웃어넘기려는) 짐 정리 좀 도와준 거잖아.
연경 : (멈춰 서서) 지수야 제발.. 잘 해주지마 그 사람한테.
지수 : (웃는) 언니 왜 그래? 내가 뭘 얼마나 잘 해 줬다구.
연경 : (진지하게) 괌에서 니 네 두 사람 무슨 일이 있었고 또 왜 이렇게 친해졌는지 난 잘 모르겠지만, 솔직히 좀 놀랍다.
지수 : ... 괌에서 구동백씨한테 나 도움 많이 받았어. 구동백씨 아니었으면.. 이 결혼 안 했을 지도 몰라.
많이 의지되고 고맙고 그래 구동백씨한테.
연경 : (걱정스럽다)
지수 : (애교 있게) 언니가 걱정하는 일 뭔지 알아. 내가 조심할 게. 그러니까 사감 선생님처럼 너무 그러지 마라.
구동백씨 우리 집에 처음 들어 온 날인데, 낯설 거 아니야.
연경 : (한숨) 하..
지수 : (전화가 온다, 강모다. 받는) 네.
씬/45 지수 집 앞 (밤)
지수가 강모의 차를 기다리고 서 있다.
잠시 후 강모의 차가 와서 멈춘다. 강모가 차 안에서 지수를 보고는 환하게 웃어 준다.
씬/46 강모 차 안 (밤)
지수 : (보조석에 앉아, 꽃과 케잌 박스 보고 있다)
강모 : (집 쪽을 보며) 구동백씨 들어와 있는 거지?
지수 : 신경 쓰여요? 괜찮아. 연경언니도 같이 있고, 위 아래층 쓰는 건데 뭐.
강모 : 생각보다 니 표정이 밝아서 마음이 놓인다.
지수 : (웃고는 꽃과 케잌 박스를 보며) 피오니아.. 모카쉬폰.. 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네?
강모 : (마음이 무거워) 니가 좋아하는 것들을 내가 몇 개쯤 알고 있을까? 니가 좋아하는 꽃을 고르고..
니가 좋아하는 케잌을 사고.. 그렇게 니가 좋아하는 것들을 선물 하면서.. 그렇게 살면 좋을 거야 그치?
지수 : (웃고는 꽃향기를 맡는다)
강모 : (그런 지수를 바라본다. 마음이 무겁다)
씬/47 동백 방 (밤)
동백 : (짐 정리를 끝내고) 후.. 대충 끝났다.. (빈 박스들을 정리한다)
씬/48 지수 집 정원 (밤)
동백 : (빈 박스들을 안고 대문으로 걸어간다)
씬/49 강모 차 안 + 지수 집 앞 (밤)
강모 : (문자를 확인한다,‘모임에 늦게라도 참석하시랍니다’) 흠..
지수 : 가야 되는 구나?
강모 : (지수를 본다)
지수 : 가요. 오늘 와 준 것만으로도 감동이야.
강모 : (지수를 잠시 보다가 안는다)
지수 : (강모에게 살짝 안긴다)
동백 : (빈 박스를 들고 나온다) 이 동네는 분리수거를 어디다 하나..?
강모 : (지수를 안고 있다가 동백이 보이자 놀라 지수를 떼어 낸다)
동백 : (두리번거리다가 강모 차 안에 있는 강모와 눈이 마주친다)
강모 : (순간 당황하는) 구동백씨 나왔다. (차에서 얼른 내린다)
지수 : (동백을 본다)
동백 : (순간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강모를 보고 반가운 연기하는) 아~ 김선배님. 난 누구신가 했습니다.
강모 : (걸어오면서) 괌에서 인사도 못하고 헤어졌네요. (악수를 청한다)
동백 : (악수를 하며) 아 예.. 그러게요.
강모 : (변명을 한다)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왔다가 잠깐 들렀습니다.
동백 : 아 예.. 그러시구나.
지수 : (케잌과 꽃을 들고 둘에게 온다)
강모 : (동백 눈치가 보이는 지) 케잌 좀 사왔습니다. 두 분 같이 드시라고요.
동백 : 아 예.. 잘 먹겠습니다.
강모 : (동백 눈치를 살피며) 피곤하실 것 같아서 지수만 잠깐 불렀는데, 실례가 안 됐는지 모르겠네요.
동백 : 실례는요 뭐 하하..
상철이 오토바이를 타고 오다가 동백, 지수, 강모를 보고 멈춘다.
상철 : (놀라 핼맷을 벗는다)
동백 : 근데 어떻게 해야 되나? 여기까지 오셨는데 들어가서 차라도 한 잔 (지수를 보며 자신 없게) 드셔야.. 되나..?
지수 : 아니요. 바빠서 금방 가셔야 된대요.
동백 : 아 예.. 그러시구나.
강모 : 다음에 정식으로 불러주십시오.
동백 : 아 예.. 그러겠습니다.
강모 : 그럼. (살짝 목례를 하고 지수를 보고) 갈게.
동백 : (어색하게 손을 흔드는) 가십시오. 김선배님.
강모 : (어색하게 손을 한 번 들어 보인다) ... (차에 탄다)
동백 : (강모가 차에 타자 지수에게, 작게) 김선배가 제가 알고 있는 걸 아직 모르시나봐요?
지수 : (차를 보며, 작게) 그게.. 서로 편하지 않을까요?
동백 : 하긴.. 그럼 전 앞으로도 계속 모르는 척 하겠습니다. (차가 출발하자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준다) 가세요 김선배님~!
상철의 오토바이 옆으로 강모의 차가 지나간다.
상철 : (강모의 차를 보고 대문 쪽을 본다. 동백, 지수가 박스를 버리고 집으로 들어가는 게 보인다. 기가 막히고 혼란스럽다)
저 사이에 왜 김강모가 껴있어..?
(회상 인서트 - 6화 씬/56)
백기자 : 니네 누나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야.
(명함을 상철 옷 주머니에 꽂아주며) 다음에 찾아 와. 뭔가 궁금한 게 생길 테니까.
상철 : (옷 주머니에서 백기자의 명함을 꺼내 본다)
씬/50 지수 집 주방 (밤)
지수 : (동백 앞에 케잌 조각을 담은 접시를 놓는다) 드세요.
동백 : (웃으며) 남자 친구 분이 선물 하신 건데, 제가 먹어도 되겠습니까?
지수 : (마주 앉고는 장난스레) 아, 그렇구나. 안 되겠다.
동백 : 예? 예.. 그쵸? (접시를 지수 쪽으로 쓱 민다)
지수 : (웃으며 접시를 동백에게 밀어주는) 드세요. 농담이에요. 저 혼자 이거 다 먹으면 영화배우 못 해요.
동백 : 아, 그렇습니까? 그럼 지수씨 영화배우 계속 하시게 도와드려야겠네요. (먹다가) 아, 매니저님 모셔올까요?
지수 : (내키지 않는) 두세요. 아마 잘 거예요.
동백 : 아 예.. (케잌을 먹는다) ... (먹다가 느끼한 지 포크를 내려놓는다)
지수 : (먹으면서, 그런 동백을 본다) ...?
동백 : (지수를 보고는) 느끼해서..! 하하.. 괌에서도 내내 양식만 먹고 그래서 케잌이 잘 안 먹히네요.
된장찌개나 끓여 먹었으면 딱 좋겠는데 하하.. 제가 이렇게 촌스럽습니다.
지수 : (잠시 동백을 보다가) 나도 그래서 잘 안 먹히나?
동백 : 어? 지수씨도 잘 안 먹히세요?
지수 : (포크를 내려놓고는) 그렇죠? 우리가 내내 그런 거만 먹었죠? (하다가 아일랜드 장에 있는 항아리를 본다)
된장찌개 끓여 먹을 까요 우리?
동백 : 네?
지수 : (항아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동백 : ...?
씬/51 건물 앞 (밤)
상철의 오토바이가 와서 멈춘다.
상철 : (백기자 명함을 보고, 건물을 한 번 본다) ... (어쩔까 망설인다)
씬/52 지수 집 주방 (밤)
동백 : (예쁜 앞치마를 하고 양파를 썰고 있다)
지수 : (의자 위에 올라가 싱크대 위편을 뒤지며) 뚝배기를 못 찾겠어요!
동백 : 그럼 뭐 아무 거나 바닥 두꺼운 냄비로 주십시오.
지수 : (예쁜 냄비를 동백에게 주며) 이 정도면 될까요?
동백 : 야, 이건 된장찌개 끓이긴 너무 예쁘다.
지수 : 예뻐서 안 될까요?
동백 : 아니요 예뻐도 됩니다. (받아서 싱크대 위에 놓는다)
지수 : 그 다음에 뭐 찾아 달라 그러셨죠?
동백 : 고추요 고추.
지수 : 고추가.. (냉장고를 열어 뒤지기 시작한다) 고추가 집에 있긴 있나..?
(파란 피망을 하나 꺼내서 보여 주며) 이건 안 되겠죠..?
동백 : 피망은.. 그건 좀..
지수 : 그쵸? (하고는 냉장고를 다시 뒤진다) 찾았다! (신나서 고추가 들어 있는 봉지를 꺼내 보여준다)
동백 : 아, 다행이네요. 된장찌개에 피망 넣을 뻔 했네..
지수 : 근데 매운 거 청양 고추 넣어야 맛있는 거 아니에요? (고추를 살펴 보며) 이건 안 매워 보이는데.
동백 : 왜요? 매워 보이는데요.
지수 : 전혀 안 매워 보이는데. (하고는 반을 뚝 잘라 먹어 본다) ... (무척 맵지만 참는다)
동백 : 매우시죠?
지수 : (고개를 젓는) ...!
동백 : 매우신데? 눈이 뻘게 지셨는데?
지수 : 아니요. 하나도 안 매워요. 드셔보세요. (고추를 동백 입에 넣어 준다)
동백 : (씹자마자 맵다) 아~~! 맵다~~! 매워~~!
지수 : (매워하면서도 장난스레) 그쵸? 너무 맵죠?! (냉장고에서 요쿠르트 두 개를 꺼낸다)
동백 : 이렇게 매운 거를.. 자기나 먹지 아.. (손으로 입에 부채질을 한다)
지수 : (요쿠르트 하나를 동백에게 준다)
두 사람이 급하게 요쿠르트를 먹는다.
지수 : (다 마시고는) 아~ 안 매운 척 하느라고 혼났다.
동백 : (그런 지수를 보고는) 지수씨 은근히 장난 좋아 하십니다?
지수 : (웃고는) 아닌데?
동백 : 장난 좋아하시는 거 같은데, 아닌가요?
지수 : 은근히가 아니라구요. 상철이는요 어렸을 때 저한테 맨날 당했어요.
동백 : (의외라는 듯 웃는다)
씬/53 백기자 사무실 복도 (밤)
상철 : (거칠게 사무실 문을 두드린다)
백기자 : (문을 연다. 상철을 보자 반가운) 이게 누구야? 한지수 동생!
상철 : (심각한 얼굴로) 우리 누나에 대해 아는 거 많다 그랬지? 우리 누나 결혼.. 뭐야?
백기자 : (들어오라는 듯 문을 열어준다)
상철 : (안으로 들어가고 문이 닫힌다)
씬/54 지수 집 주방 (밤)
지수가 식탁에 앉아 있고 동백이 된장찌개를 내려놓는다.
지수 : 맛있겠다!
동백 : 입에 맞으실지 모르겠네요. (오이지 무침을 옆에 놓고 앉는다) 밥에다가요.. 보십시오.
(시범을 보이는) 된장 쓱쓱 비벼 거지구요 오이지 딱 올려서.. (먹는) 음~ (만족스러운) 음.. 이제 좀 속이 풀리네..
지수 : (동백이 한 것처럼 똑같이 따라서 먹는) 맛있다. (열심히 먹는다)
동백 : 그러세요..? (잘 먹는 지수를 흐뭇하게 본다)
식탁 한 켠에는 강모가 사온 케잌이 놓여 있다.
지수 : (마지막 한 입을 먹고는) 다 먹었어, 나 어떡해?
동백 : 드셔도 됩니다. 지수씨 너무 마르셨습니다.
지수 : 아니에요. 구동백씨 책임지세요. 저 너무 먹었어요. 괌에서도 소원이라면서 저 밥부터 먹이시더니,
저한테 뭐 먹이시는 재주 있으신 거 같으세요.
동백 : 아, 그런 가요..? (웃는다)
지수 : (웃는 동백을 보다가) 근데 첫 번째 소원을 겨우 저랑 밥 먹는 걸로 써버리셔서 어떡해요? 아깝지 않으세요?
동백 : 그게 왜 겨우입니까? 대한민국 최고 여배우하고 그렇게 멋진 해변에서 최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는데요!
얼마나 멋진 소원입니까?
지수 : (그런 동백을 본다)
동백 :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알라딘도요, 그렇게 멋진 소원은 못 썼습니다.
지수 : (웃는다)
동백 : 알라딘 얘기하니까.. 민지랑 극장가서 알라딘 만화 봤던 생각나네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민지 녀석 축 쳐져 있어서
극장가서 내가 보여 줬는데.. 민지 놈이요 자기가 그 공주.. 이름이..?
지수 : 자스민이요.
동백 : 아 맞다! 그 자스민이 자기라고 맨날 티셔츠를 돌돌 말아 올려가지고 배꼽 내밀고 돌아다니고 그랬었는데..
지수씨도 그 만화 보셨습니까? 그거 주제가 참 좋은데.
지수 : (그 말에 동백을 본다)
씬/55 지수 집 A/V 룸 (밤)
책장은 CD와 DVD로 가득 차 있다. 동백은 눈이 휘둥그레져 보고 있다.
지수 : (DVD를 찾으며) 알라딘.. 알라딘.. (DVD를 꺼낸다) 여깄다.
동백 : 후와.. 이 많은 걸 언제 다 사서 모으셨어요?
지수 : 팬들이 많이 보내 주세요.
동백 : 팬들이..? 아.. (CD를 살펴본다)
지수 : (DVD를 플레이어에 넣으며) 음악 듣고 싶으시거나 영화 보시고 싶으실 때 언제든지 이용하세요.
(쇼파에 앉아 리모콘으로 조작하며) 앉으세요.
동백 : (지수 옆에 앉는다)
지수 : (알라딘에서 주제가가 나오는 장면이 나오자) 여기다. 이 노래 맞죠?
동백 : 예! 아.. 노래 들으니까 옛날 생각나네요.
잠시, 동백과 지수는 영화 장면을 본다.
동백 : 지수씨.. 자스민 공주님 좀 닮으신 거 같습니다.
지수 : (웃고는) 그래요? 동백씨.. 알라딘, 안 닮았어요.
동백 : 아.. 하하.. 저는 뭐.. 찐빵 닮았습니다.
지수 : (웃는) 찐빵이요?
동백 : (얼굴에 동그라미를 그리며) 동그랗지 않습니까 하하..
지수 : (그런 동백을 보고 웃는다)
동백 : (지수와 마주 보며 웃는다)
지수 : (영상을 보며) 나머지 소원 두 가지 있잖아요.
동백 : (그 말에 지수를 본다)
지수 : (영상을 보며) 그건 저 말고.. 구동백씨 위한 걸로, 꼭 쓰세요.
동백 : (그런 지수를 좋은 듯 보고) ... (영상을 본다)
두 사람이 함께 영상을 보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씬/56 달리는 상철의 오토바이 (밤)
상철 : (분노한 얼굴로 오토바이를 몰고 있다)
백기자 : (OFF) 극동일보 최회장이 김강모가 니 누나랑 사귄다고 의심하니까.. 김강모하고 김강모 아버지가
최회장을 안심시키려고 니 누나한테 이 가짜 결혼을 하라고 한 거야..
그래서 전 국민을 상대로.. 니 누나하고 구동백하고.. 이 쇼를 하고 있는 거지..
씬/57 버스 정류장 (밤)
밝게 웃고 있는 지수의 대형 광고판(상반신 사진)이 붙어 있다.
상철이 급정거를 하며 오토바이를 멈춰 세운다.
상철 : (핼맷을 벗어 힘없이 툭 떨어뜨리고 광고판으로 다가간다) ... (슬프고 분하다) ... (지수 사진을 두 손으로 세게 친다) ...
(화가 나는 지 점점 더 세게, 마구 친다) 그걸 시킨다고 해! 그걸 해! 그걸 왜 해! 왜! 왜! 왜 하냐구! (눈물이 난다) ...
(지수 사진을 주르륵 타고 주저앉아 운다) 김강모.. 너 내가 밟아 버릴 꺼야.. 가만 안 둘 꺼야..절대로..
(웃고 있는 지수의 대형 사진 앞에서 분해 눈물을 흘리며 앉아 있다)
씬/58 지수 집 동백 방 (밤)
동백 : (문을 열고 들어와, 문을 닫고 문에 기대선다, 행복한 표정이다) ... (책상 위에 있는 여권을 발견한다) ...
(책상으로 가서 여권을 집어 펼친다, 하프플라워 두 송이가 있다. 하프플라워 두 송이를 꺼내 한 송이로 겹쳐 본다) ...
(하프플라워를 여권에 다시 넣어 접고는 책상 서랍을 열어 넣는다) ... (쓸쓸해지는 지 침대에 눕는다)
구동백, 그래도 정신 차려야지.. 감정까지 컨트롤 하기로 했잖아.. 여기는 세트고.. 나랑 지수씨는 연기하는 거고..
이 결혼은 쇼니까.. (쓸쓸한 얼굴)
씬/59 지수 집 아침 외경
씬/60 지수 집 주방 + 거실 (오전)
연경이 주방으로 들어온다.
식탁에는 동백과 지수가 간밤에 먹은 된장찌개 냄비와 밥 그릇 두 개가 올려져 있다.
연경 : (기가 막히다) 하.. (동백이 2층에서 뛰어 내려오는 게 보인다)
동백 : 일어나셨습니까 매니저님? 제가 좀 늦어서요.. 가보겠습니다. (나간다)
연경 : (그릇을 다시 보고는) ... (걱정스럽다)
컷 튀면, 연경이 식기 세척기에 그릇을 넣고 있다.
지수 : (들어오는데, 식탁이 치워져 있는 걸 보고, 연경이 신경 쓰이는) 어.. 그거 내가 하려고 했는데..
연경 : (화가 났는지 말이 없다)
지수 : (냉장고에서 쥬스를 꺼내고 연경을 살피며, 대수롭지 않게) 구동백씨 된장찌개 진짜 잘 끓이더라.
언니도 나중에 해달라고 해서 먹어 봐. 정말 맛있어. 우리가 괌에서 계속 양식만 먹어 가지구..
연경 : (그만 하라는 듯, 식기 세척기 문을 세게 닫는다)
지수 : (연경을 본다)
연경 : (지수를 본다) 승은씬가 그 민지씨 친구 있잖아?
지수 : 음? (연경을 본다)
연경 : 니가 좀 친해지면 어때?
지수 : (영문 모르는) 내가?
연경 : 나중에 너랑 구동백씨랑 이 결혼 끝내고 나서, 니가 승은씨한테 사정이 이러했었다고 잘 설명해주면
이해해 줄지도 모르잖아. 승은씨가 구동백씨 좋아한다며? 그럼 구동백씨 다시 받아줄 수 있지 않을까?
지수 : 어..? (왠지 달갑지만은 않다)
연경 : 너는 이 결혼 끝나면 강모한테 돌아갈 거지만, 구동백씬 아니니까.. 우리가 신경 써 주는 게 맞는 거 같애.
너 내일부터 촬영이니까 오늘 저녁에 민지씨하고 승은씨 같이 부르자.
지수 : 뭐.. 알아서.. 해 언니.. (쥬스를 마시는데, 왠지 기분이 묘하다)
씬/61 우체국 국장실 (아침)
차가 네 잔 놓여 있다. 동백, 국장, 팀장, 경애가 앉아 있다.
국장 : (활짝 웃으며 차를 마시곤) 어떻게, 괌에서 신혼여행은 즐거웠고?
동백 : 예.. 뭐.. 심려 끼쳐 드려서 죄송합니다.
국장 : 심려는 무슨! 아주 드라마틱하고 좋았어! 멋있었어! 이건 그레이스 캘리와 모나코 왕자의 결혼과 비견할 말한
세기의 로맨스야! 내가 그런 주인공의 상사라는 게 자랑스럽구만!
동백 : (찔리는) 과찬..이십니다..
팀장 : (장난스럽게) 근데 새신랑 너 많이 피곤해 보인다. (동백의 다리를 손으로 잡고 마구 흔들며) 다리에 힘이 하나도 없네?
(웃는다)
국장 : (굉장히 좋아하며 얼굴이 빨개져서 웃는) 큭큭~~!! 고팀장, 저 친구..
동백 : (난감한) 아.. 팀장님..
팀장 : (계속 동백 다리를 흔들며) 이게 왜 막 흔들리는 거야~
국장 : (굉장히 좋아하며 얼굴이 빨개져서 웃는) 사람이 참 짓궂어.. 큭큭~~!!
경애 : (기막힌 듯 국장과 팀장을 본다)
국장 : (웃음을 마무리 지으며) 아이, 웃긴다. 아침부터 웃기네. (근엄하게) 구동백씨 이 차 한 번 들어 봐. 중국찬데, 이름이..
(차통을 보며) 한자를 왜 이렇게 흘려 썼어? 아무튼.. 고급 차임에는 틀림이 없어요.
동백 : 예. (마시고는) 향이 참 좋습니다.
국장 : 난 참 그래요. 우리 우체국이 이 차 향처럼 좋은 향으로 가득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결혼 전에 박경애씨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과거니까.. 또 지금 다 잘 됐으니까, 훌훌 털어버리고
두 분이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자리를 마련해 봤습니다.
팀장 : 국장님 참.. 제일 막내 직원들 사정까지 다 헤아려 주시고, 감동입니다. 둘이 어떻게 잘 지낼 거지?
그러겠다고 국장님께 빨리 말씀 드려.
동백 : 예.. 저는.. 다.. 뭐.. 잊었습니다.
경애 : (쌜쭉해서) 저도요.
국장 : 아~ 보기 좋구만! (박수를 치며) 좋아요 그래야지. 그리고 말이야.. (선물 상자를 올려놓으며) 이거 받아요.
동백 : 이게..?
국장 : 커플 잠옷이래나 우리 딸래미가 고른 거야. 내가 두 사람 결혼이 너무 기뻐서 그냥 넘어 갈 수가 있어야지.
(동백에게 밀어 주는) 자!
동백 : 이런 거 안 주셔도 되는데..
팀장 : 받어! 국장님께서 주시는 거는 받는 거야!
동백 : 아, 예.. 감사합니다. 잘 입겠습니다.
팀장 : (장난스레) 그럼 새신랑 오늘 밤은 커플 잠옷을 입고?
국장 : (굉장히 좋아하며 얼굴이 빨개져서 웃는) 쿡쿡~~!! 고팀장, 저 친구.. 사람이 왜 이렇게 짓궂어?
경애 : (기막힌 듯 국장을 본다)
씬/62 우체국 엘리베이터 안 + 앞 (아침)
동백이 선물 상자를 들고 있고 옆에 경애가 서 있다.
경애 : (동백 눈치를 살피다가, 당당하지만 힘들게) 지난번에요! 구동백씨 집에 가서 제가.. 그때 택시에서 내려 가지구..
구동백씨한테 한 말..
동백 : 뭐..? 저를 책임지시겠다고 하신.. 그 말이요..?
경애 : (자존심 상하는지 샐쭉하게) 네! 그거 없었던 일로 해주세요!
동백 : 예..
경애 : 그날! 사실 제가 낮술을 좀 했어요. 진심은 아니구 위로 차원에서 술김에 그런 거.. 아시죠?
동백 : 아 예.. 그럼요.
경애 : 다행이네요. 전 오해하실까봐 심히 걱정했는데.. (잠시 있다가 향을 맡고는, 동백을 보고) 향수.. 뿌리세요?
동백 : 아니요?
경애 : (두 번 더 맡고는) 그럼 뭐.. 스킨이에요?
동백 : 스킨 그런 거 전 안 바르는데..
경애 : (OFF) 하, 돌겠네 진짜.. 그럼 이 좋은 냄새는 뭐야? 이제 코까지 미쳤나..? (코를 한 번 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동백과 경애가 나간다.
윤섭, 태완, 명진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폭죽을 터뜨린다.
경애 : (폭죽 종이 뚜껑이 날라 와 얼굴에 맞는다) 아~! (짜증나는) 씨..!
윤,태,명 : 구선배~ 축하해요~ (동백에게 달려들어 동백을 안고 난리다. 그 와중에 서 있는 경애를 툭 밀치게 된다)
경애 : (뒤로 휘청하며 짜증내는) 하..!
동백 : (그 바람에 선물을 떨어트리고) 아아.. 야야.. 그만 그만~~
윤,태,명 : (동백을 껴안은 채) 너무 멋있어요 / 최고야 최고 / 너무 부러워요
경애 : (미운 지 일동을 노려보다가 동백의 선물을 한 번 꽉 밟고 지나간다)
씬/63 명품 샾 (오후)
연경 : (가방 두 개를 골라) 이건 민지씨한테 선물하고 이건 승은씨한테 하자.
지수 : 승은씨한테 갑자기 내가 선물하고 그러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연경 : 뭐 어때? 민지씨 친군데. (직원1에게) 이거 두 개 계산 할게요. (직원1과 같이 카운터로 간다)
지수 : 하.. (내키지 않는 얼굴이다)
수연 : (쇼핑을 도와주는 직원2(넥타이 두 개를 들고 있다)와 함께 매장 일각에서 오다가 지수를 발견한다) 어? (반갑게) 한지수씨!
지수 : (돌아보면 수연이 서 있다, 긴장하며 인사하는) 안녕하세요?
연경 : (카운터 앞에 서서, 그런 지수와 수연을 본다)
수연 : (반가워하며) 결혼 기사 봤어요. 한지수씨 남편 분 너무 멋있으시던데요? 괌까지 찾아가서 프로포즈 하셨다면서요?
지수 : 예.. (표정 관리가 힘들다)
수연 : 저도 우리 강모씨한테 두 분처럼 그렇게 결혼하자고 할까 봐요. 외국에서 둘이서만 결혼식 하는 거, 정말 멋있는 거 같아요.
(활짝 웃는다)
지수 : 별 말씀을요. (힘들게 웃는) 쇼핑.. 하시던 중인가 봐요?
수연 : 네. 오늘 저희 아버님 마지막 경선 날이거든요. 당선 되실 거 같다고 해서, 축하 선물 사러 왔어요.
지수 : 예..
수연 : 아, 한지수씨. (직원2가 들고 있는 넥타이를 가리키며) 이 넥타이 중에 어떤 게 더 나아요? 두 개 중에 고르질 못하겠어서요.
지수 : 아.. 글쎄요..
수연 : (대답을 기대하듯 웃으며 지수를 본다)
지수 : (하는 수 없이 하나를 고르며) 이게 더 나은 거 같은데요?
수연 : 그래요? (직원2에게 지수가 고른 것 가리키며) 이걸로 할 게요. (하고는) 한지수씨가 골라 준 거라고 그러면
우리 아버님 너무 좋아 하실 거 같아요. 고마워요. 그럼..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직원2와 간다)
지수 : (목례를 하고는 걸어가는 수연을 바라본다)
씬/64 명품 샾 주차장 (오후)
지수 : (지수 차로 걸어간다, 마음이 무겁다)
연경 : (지수를 살피며) 신경 많이 쓰여?
지수 : 우연이라도 더 이상은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차에 타고 문을 닫는다)
연경 : (안쓰럽다)
씬/65 승은 가게 앞 (오후)
민지 : (잘 차려 입고는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서 있다)
승은 :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나온다)
민지 : (불만스러운) 너는 그게.. 좀 차려 입고 나오지..
승은 : 뭐 대통령 만나냐?
민지 : 대통령만 차려입고 만나냐? 너 지금 지수 언니 집에 초대 받은 거잖아. 이게 보통 일이야? 니가 내 친구니까 가능한 거야.
특혜야 이거! (멀리 지수차가 오는 게 보인다) 언니다~~!! 언니언니~~!!
승은 : (작게) 나는 왜 부르는 거야..? 자기들 식구들끼리 보지..
씬/66 지수 집 현관 (오후)
상철 :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씬/67 지수 집 2층 계단 (오후)
상철 : (동백 방 쪽을 보면서 계단을 올라간다)
백기자 : (OFF) 이 결혼 가짜니까, 분명히 그 두 사람 방 따로 쓰고 있을 거야.
씬/68 지수 집 동백 방 앞 + 안 (오후)
상철 : (문을 천천히 연다) ... (안을 들여다본다) ... (빨래 줄이 방 가운데에 걸려있다.
빨래 줄에는 팬티 한 장, 런닝 셔츠 한 장, 양말 한 켤레가 널려져 있다) 하.. (기막히다) ...
(방으로 들어와 주위를 둘러본다) ... (옷장을 열어 본다, 동백의 옷들이 걸려 있다)
백기자 : (OFF) 그거 확인하면 나 다시 찾아 와.
상철 : (화가 치미는 지 동백의 옷을 마구 바닥에 집어 던지는 모습 위로)
백기자 : (OFF) 내가 도와줄게. 김강모 한 방 먹여야지. 기자회견, 우리 멋들어지게 한 번 하자.
니네 누나는 피해자로 내가 잘 포장해줄게.
상철 : (분노하여, 동백 방을 나가며 문을 세게 닫는다)
씬/69 지수 집 현관 (오후)
동백 : (국장이 준 선물 박스를 옆에 끼고, 전화를 받으며 온다) 아, 승은이까지요? 거의 다 오셨다고요?
그럼 제 방문만 잠 궈 놓으면 되나요? 네, 알겠습니다. 걔들은 갑자기 왜 데리고 오시는 거야?
(카드키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씬/70 지수 집 거실 (오후)
상철 : (쇼파 테이블에 놓인 동백과 지수의 결혼사진 액자를 보고 서 있다)
동백 : (들어오다가, 상철을 보고 깜짝 놀란다) 어?
상철 : (동백을 본다)
동백 : (얼른 연기 모드로) 어.. 처남! (하고 안으려는 듯 두 팔 벌려 상철에게 다가간다)
상철 : (동백에게 노려본다) ... (동백이 다가오자, 동백의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세게 친다)
동백 : 헉~! 아~ (아픈지 가슴을 문지른다)
상철 : (쇼파에 털썩 앉는다) ...
동백 : (가슴을 비비며 상철 눈치를 살피는) 너.. 그.. 나 삼겹살집 키스 사건.. 아직도 오해하고 있구나?
(아무 말이 없자) 임마 그거 오해 풀어. 지수씨도 풀었는데, 우리 결혼 한 거 알지? 기사 봤지? 괌에서 한 거.
상철 : (눈 감은 채) 너랑은 할 말 없으니까 닥치고 가만 있어.
동백 : 야.. 이 녀석아, 닥치다니! 너 매형한테 말 그렇게 밖에 못 해?!
상철 : (눈을 뜨고 동백을 확~ 노려본다) 조용히 하라고 했잖아!
동백 : (움찔해서) ..
상철 : (쇼파에 기대 눈을 감고 있다)
동백 : (상철 눈치를 살피며 자켓을 벗어 쇼파에 놓는다. 2층이 신경 쓰이는 지 슬쩍 보며) 그럼 잠깐 앉아 있어..
(하고 2층으로 급하게 올라간다)
씬/71 지수 집 2층 계단 (오후)
동백 : (걱정스러운) 화가 많이 났네, 저 녀석? 민지도 오고 있는데 계속 저러고 뚱해 있으면 어떡하냐? 지수씨 또 속상하시겠네.
씬/72 지수 집 동백 방 앞 + 안 (오후)
동백 : (문을 열어, 안 쪽 문손잡이의 잠금장치를 누르고 문을 닫으려다가) ...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에 문을 연다) ...
(방으로 들어온다) ... (바닥에 동백의 옷가지가 어지럽게 널려 있다) ... (놀라) 상철이가?!
씬/73 지수 집 앞 (오후)
지수 이동차가 와서 멈춘다. 로드매니저가 문을 열어 준다.
민지, 승은이 먼저 내리고 그 뒤로 연경과 지수가 내린다.
민지 : (지수 집을 올려다보며, 작게) 와..! (승은에게 작게) 담벼락이 여기서부터 저기 끝까지야. 이 정도면 성 아니냐 성?!
승은 : (눈이 동그래져서) 크네.. 크긴..
지수 : 들어가세요.
민지 : 네, 언니!!
씬/74 지수 집 거실 (오후)
동백 : (2층에서 내려와서는, 쇼파에 앉아 있는 상철을 본다, 변명을 늘어놓는다) 상철이 너.. 2층에.. 내 서재방..
혹시 들어갔었니..?
상철 : (기막혀) 하..! (동백을 보고) 서재?
동백 : 어.. 거기 내 서재 방이야. 그.. 옷들은, 지수씨가 옷이 너무 많아 가지구 내 옷이 들어 갈 자리가 없어.
(웃으며) 배우들이 옷이 참 많더라. 그래서 그냥 내 서재에다가 갖다 논 거야.
상철 : 그래..? 그렇구나..? 근데 왜 서재에 침대가 있을까?
동백 : 침대! (머리를 굴리는) 그거야.. 뭐.. 일하다가 피곤하면 누워 있으라고, 지수씨가 나를 특별하게 신경 써 준 거지 하하~
상철 : 그래? (기막혀 웃고는) 그럼 빨래 줄은..?
동백 : 빨래 줄?! (머리를 굴리는) 그게.. 참, 우리가 사귄 지가 오래 되질 않아 가지구.. 내가 속옷을 내 놓기가
아직 부끄러워 솔직히 하하~ (괜히 상철을 툭 치며) 너도 임마, 결혼 해 봐. 쑥스럽다 그런 게..
상철 : 하! 그럼 이것도 한 번 대답해 봐. (이혼서류를 꺼내 펴서 보여주며) 이건 뭐야?
동백 : (놀라) 어?
상철 : 이건 왜 대답 못 해? (접어서 주머니에 넣는다)
동백 : ...(당황하는)
상철 : 내가 대신 대답해 줘? (점점 세게) 이 결혼은 가짜고! 이혼 하는 날은 서울 시장 선거일이고!
이 짓을 시킨 자식은 (버럭) 김강모잖아!
동백 : (너무 놀라) 상.. 상철아..!
상철 : 너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냐? 결혼까지.. 시킨다고 해?
동백 : 상철아..
상철 : (동백의 멱살을 잡아끌며) 나가!
동백 : (끌려간다)
상철 : (현관 쪽으로 동백을 밀며 소리친다) 니가 우리 누나 집에 왜 있어! 니가 뭔데? 나가! 나가! (버럭) 꺼져 버려~!
지수 : (OFF) 상철아!
동백,상철 : (쳐다본다)
지수, 연경, 민지, 승은이 놀란 얼굴로 동백과 상철을 보고 있다.
동백 : 하... (놀라는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