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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고] 27
씬1. 고구려, 국내성 외곽 (밤)
자명, 낙랑으로 가기 위해 말을 달리고 있다.
(플래시) 25부,씬38
왕홀 : 그대 이름은 자명이오. 스스로 울어 생명을 구하라는 뜻이고..
원후마마의 딸이자. 태녀마마와 한날한시에 태어난 동생이오.
자명, 말에 박차를 가해 달린다.
(플래시) 25부,씬40
왕홀 : 공주마마의 근원은 낙랑입니다. 호동왕자를 떠나 한나라로 가십시오.
자명, 달리던 말을 멈춘다.
자명 : .. (갈등하는)
씬2. 고구려, 국내성 외곽 고구려장터 (밤)
왕홀, 라희를 기다리고 있다. 왕홀, 별을 보며 시간을 가늠해 보는 중이다.
왕홀 : 견우·직녀성이 동쪽에 돋기 시작하니 건시가 가까워오는데.. 태녀마마, 약속한 마지막 날입니다..
무사히 빠져 나오셔야 합니다..
씬3. 낙랑국, 진양궁 옥 안/옥 일각 통로 (밤)
왕자실, 치소와 함께 멀리서 모하소를 지켜보고 있다.
모하소 : 그대는 우리 자명이가.. 어떻게 산호뒤꽂이에 찔려 죽어갔는지..
그 모질고 찬 겨울 강에 어찌 버려졌는지를 다 지켜봤어요.
왕자실 : 흐흥.
모하소 : 태부 호곡... 낙랑국 왕후로서도 아니고.. 그저 젖 한번 물려보지 못하고, 갓난 딸을 그리 보낸...
한 많은 에미가 이리 간청합니다.
호곡 : ..
모하소 : (족자 그림을 보여주며) 이.. 아이가 자명인지 아닌지 한 마디만 해줘요.
호곡 : 부인.
모하소 : (본다)
호곡 : 이 몸, 낙랑국을 인정치 않으니, 원후니 왕비니 그리 불러드리진 못하오.
모하소 : 중요치 않아요. 딸을 찾으러 온 것이지. 권위를 세우러 온게 아니니.
호곡 : 나는 아무 말도 해줄 수 없소.
모하소 : .. (호곡을 본다)
호곡 : .. (문득 왕자실을 본다)
모하소 : .. (시선을 따라 보면, 왕자실이 보인다) !
왕자실 : ! (몸을 돌린다)
씬4. 낙랑국, 진양궁 반수전 왕자실의 침소 (밤)
왕자실, 물을 마시고 있다.
왕자실 : (치소에게) 호곡이.. 입을 열기 전에 끝을 봐야하는데..
치소 :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왕자실 : 이제까지 이 왕자실, 살아온 단 한순간도 쉬운 적은 없었다.
문 열리고, 모하소 들어온다. 치소, 읍하고.
모하소 : 차후.
왕자실 : 어쩐 일이십니까, 원후마마께서?
모하소 : 그러는 차후는 어찌 호곡에게까지 왔던 겐가?
왕자실 : (치소에게) 나가 있어라.
치소 : 예, 마마. (물러가려는)
모하소 : 동고비가 두창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냐!
치소 : 이 년이.. 무얼 알겠나이까. 고구려궁 의원들이 그렇다하니.. 어쩔 수 없었나이다.
모하소 : .. (치소를 본다)
씬5. 동, 반수전 왕자실의 침소 앞 (밤)
문 열리고, 치소 나온다. 치소, 가슴을 쓸어내린다.
씬6. 동, 반수전 왕자실의 침소 (밤)
모하소와 왕자실, 대치하고 있다.
모하소 : 호곡을 찾아온 이유가 뭐냐 물었네!
왕자실 : 안가는 게 이상한 거 아닐까요?
모하소 : 뭐라?
왕자실 : 자명이 누굽니까? 원후마마 소생입니다. 라희는 누굽니까? 이, 차후 왕자실의 딸입니다!
자명이가 살아 있을 수도 있다. 내가 그 사실이 반갑기만 하겠습니까!
모하소 : 하고픈 말이 뭔가!
왕자실 : 라희를 버릴 생각입니까?
모하소 : 어떻게 그런 말을!!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자실아우는 진심으로 자명이가 내게 살아 돌아오길 빌어줘야 하네!!
단 한번이라도 그 갓난 것을 뒤꽂이로 찌른 죄를 마음 깊이 뉘우친 적이 있는가!!
왕자실 : 후회한적 없습니다!
모하소 : 자실아우!!
왕자실 : 그땐 그때대로 최선의 선택이었으니까!! 과거를 돌아보고, 후회했다면 (두손을 들어 보이며) 이 손으로
내 오라버니 숨통을 끊었을 때 이미 이 왕자실, 미쳤지. 본정신으로 살았을 성 싶습니까!!
모하소 : 참으로 독하고 모질군!!
왕자실 : 형님도 그이도, 내게 빚이 있어요!! 누구 때문에 왕이 되고, 누구 덕에 원후로 사는지 잊지 마세요!
모하소 : 누구도 원치 않았네!! 자네가 원해서 한 일이야!
왕자실 : 좋습니다! 원하지 않았으니, 가질 것도·잃을 것도 없겠군요. 자명이 살아진양궁으로 온다 해도, 태녀가 될 순 없습니다!!
모하소 : 누가 자명에게 태녀자릴 준다 했는가!!
왕자실 : 이 왕자실 태녀자리 뿐 아니라, 자명일 공주로 인정하지 않겠습니다.
모하소 : !! 미쳤는가!! 폐하의 딸이오, 내 딸이 공주가 아니면 시비란 말인가!!
왕자실 : 형님은 누릴 만큼 누렸습니다. 내 뱃속으로 낳은 라희까지 뺏어가, 유일한 모후요 태모가 됐습니다.
자명이까지 욕심내지 마십시오. 라흴 잊지 마십시오.
모하소 : 당연히 라희는 태녀로 길러진 내 딸이니, 여왕이 되겠지만.
자명이 역시 내 품에 돌아온다면, 공주로서 대접 받을 것이네! (문쪽으로)
왕자실 : (그 모습 지켜보다) 이 왕자실 한 말씀 드리죠.
모하소 : (돌아본다)
왕자실 : (차갑게) 자명이로 인해 라희가 상처 받지 않게 하세요.
왕자실, 모하소를 서늘한 눈으로 쳐다본다.
씬7. 낙랑국, 진양궁 영안전 모하소의 침소 (밤)
모하소, 고민에 싸여 있다. 류지, 들어온다.
류지 : 부르셨사옵니까, 원후마마?
모하소 : 승상. 그대는 승상이기 전에, 오랫동안 청해헌의 가신이었소.
류지 : 지금도 신, 류지. 청해헌의 가신이 맞사옵니다.
모하소 : 호곡이 갇힌 옥을 누구도 침범하지 못하게 해줘요. 특히.. 반수전을 지켜봐주오.
류지 : 무엇을 심려하시는지.. 알겠나이다. 신, 원후마마의 명을 어김없이 거행하겠나이다.
모하소 : 고맙소..
씬8. 낙랑국, 진양궁 반수전 왕자실의 침소 (밤)
왕자실, 고민에 쌓여 있다. 치소, 들어와 보고하는.
치소 : 원후마마께오서 승상에게 마마를 지켜보란 명을 은밀히 내렸답니다.
왕자실 : 자명이 오기도 전에, 이리 시끄러우니.. 돌아오기라도 한다면, 각자의 이익을 저울질해, 삼분,사분,오분..
신하들이 태녀자릴 놓고 라희와 자명의 편으로 찢어지겠지. 후우.. (한숨)
씬9. 고구려, 국내성 서암문 앞 (밤)
자명, 말에서 내려선 채 성문을 보며 고민에 쌓여 있다.
군사들, 한쪽에 앉고 서고 모여서 떡과 술을 한모금씩 먹고 있다.
태추 : (뒷모습 보고) 야!! 뿌쿠!!
자명 : (돌아보면 태추다) .. 군두님.
태추 : 이 자식이, 말두 없이 몇날 며칠 어딜 싸다녀! 왕자님 걱정하시는데!!
자명 : ..
태추 : (문을 지키는 군사1에게) 이 자식들이!! 아무리 날이 날이라두 군기가 확 빠져서는. 창 들고 제대루 안서있어!!
군사1 : 궁에서 온 거에요~ 해애우 왕자님 축하 날이잖아요~ (떡을 입에 물고, 엉거주춤 일어난다)
태추 : 휴우.. (혼잣말) 호동왕자님 신세고달파진 건 모르고.. 다들 좋아 날뛰니. (자명에게) 얼른 따라 들와!
자명 : ... 왕자님을 부탁해요.
태추 : (감 못잡는) 뭐?
자명 : 왕자님이 태자가 되고, 왕이 될 수 있도록 태추 군두가 잘 모셔줘요.
태추 : 너 어디 가냐?
자명 : ..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 오빠랑.. 단장님,아줌마한테도 말씀 좀 전해주세요. 곧 연락하겠다고..
태추 : 뿌쿠 너... 혹시 꼴에 질투하냐? 주젤 모르구 낙랑공주 질투하느라 이러는 거지? 떠난다, 어쩐다?
자명 : ..
자명, 말 위에 훌쩍 올라타 달려간다.
태추 : 야아!! 너 안돌아와!! 뿌쿠야!! 왕자마마 허락 없이 어딜 가!!
자명 : ..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간다)
씬10.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라희의 침소 (밤)
라희,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다. 소소, 시중을 들고 있는.
씬11. 고구려, 국내성 연회실 (밤)
대무신왕과 해애우를 안은 송매설수, 호동과 여랑, 신하들에게 하례를 받고 있다.
우나루와 을두지, 추발소, 세 명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있다.
을두지 : 하례드리옵니다, 왕자마마. (읍한다)
송매설수 : 고맙소, 우보.
대무신왕 : 우보는 해애우가 세 살이 되면 글을 가르치고. 우나루는 검을 가르치라.
을두지 : 예, 폐하. 성심으로 왕자님을 가르치겠나이다.
우나루 : 삼가 지의를 받드나이다.
송매설수 : (OL) 폐하, 신첩 청이 있나이다.
대무신왕 : 말하시오.
송매설수 : 우보와 대장군도 좋지만... 신첩은 호동왕자가 해애우에게 글과 검을 가르쳐주길 바랍니다.
대무신왕 : ? (송매설수를 본다)
송매설수 : 형제간에 우애를 다질 수 있으니 아름답지 않겠나이까?
대무신왕 : 호동 네 뜻은 어떠냐?
호동 : 해애우는 이 호동의 아우이자, 신하가 될 아이. 아바마마께서 허락하시면.. 제 손으로 다듬고 싶습니다.
대무신왕 : (고개를 끄덕인다) 그도 좋겠지.
송매설수 : (해애우에게) 해애우야~ 스승님 고맙습니다~ 해야지. (호동을 비웃는 표정으로 본다)
호동 : .. (송매설수를 본다)
추발소 : 하례드리옵니다. (읍하고)
우나루 : (해애우에게) 강건한 사내로 자라십시오, 왕자마마.
여랑 : 대군이 강건해서 뭘 하나요? 강건은 호동왕자가 하면 되는 것이고, 해애우는 유순하고, 착하게만 크면 되지요.
우나루 : (눈치 보며) 공주.
여랑 : 해애우 백일 선물을 하나 가져왔습니다. (내시장에게) 이리 가져오게.
내시장 : 예, 마마.
내시장, 족자를 가져와 묶은 것을 푼다.
(인서트) 족자의 내용 君使臣以禮 臣使君以忠
송매설수 : 군사신이예 신사군이충?
여랑 : 왕은 신하를 예로 대하고, 신하는 임금께 충성을 다해야 한다.
송매설수 : 정말 좋은 글이군요. 해애우가 형님께 충성하는 마음을 갖도록 방에 걸어놓고 매일 보게 하지요. 고맙소, 공주.
호동 : ..
송옥구 : 왕자마마. 이제 이 외조부의 선물을 받으소소.
송옥구, 눈짓하면 시녀장, 오동나무상자를 가져온다. 송옥구, 상자를 열면 검이 나온다.
송매설수 : 오.. 훌륭합니다.
송옥구 : (검집에서 꺼내 보여준다)
대무신왕 : 명검이군.. 검날의 광채가 바위라도 자를듯 해.
송옥구 : 왕자마마. 이 검으로 동명성왕께오서 세우시고, 대무신 폐하께서 넓히신 위대한 고구려를 반석에 올리소소.
(검집에 넣어 두 손으로 바친다)
호동 : ...
내시장 : (검을 받아 송매설수의 다탁에 얹는다)
(내시의 소리) : 낙랑국 공주마마께오서 오셨습니다.
호동 : !!
대무신왕 : 낙랑공주가?
송매설수 : 신첩이 불렀사옵니다. 왕자비가 될 아이, 경사스러운 날 혼자 지내게 하기 뭐해서요.
씬12. 고구려, 국내성 연회실 앞 (밤)
아름답게 성장한 라희, 소소에게 비파를 들려 서있다. 문 열리고, 내시장과 시녀장 나와서 읍한다.
시녀장 : 어서오십시오, 마마.
내시장 : 어서 듭소소.
씬13. 고구려, 국내성 연회실 앞 복도 (밤)
라희, 들어와 읍한다. 비파는 시녀장이 들고 있다.
라희 : (대무신왕과 송매설수에게) 낙랑국 태녀, 해애우왕자의 백일을 축하드립니다.
(호동을 보며, 놀리듯) 부디 튼튼하고 강건히 자라, 고구려의 자랑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호동 : ..
대무신왕 : 고맙군.
송매설수 : 고맙소, 공주.
라희 : 제 처지가 처지인지라, 따로이 축하선물을 마련치 못해. 해애우왕자를 위해 비파를 한 곡 탈까 합니다.
씬14. 동, 연회실 (시간경과)
라희, 의자에 앉아 비파를 타고 있다. 모두가 홀린듯 라희를 본다.
우나루, 그야말로 입을 헤-벌리고. 여랑, 그런 우나루가 못마땅하다.
우나루 : 하아.. 달나라 항아님이 이 방에 강림을 하셨꾸만. 미모면 미모. 검이면 검. 비파에 음주가무~ 대체 못하는게 뭐람..
여랑 : (꼬집는다)
우나루 : 으.. (꾹 참고) 왜 이러오, 공주.
여랑 : 침 닦으라구요. 나두 왕년엔 낙랑공주보다 나았어! 당신한테 시집와 고생을 해 그렇지!! 흥!
우나루 : 질투하시는구만~ 어디보자 침이 한바가지 나왔나~ (입 닦는다)
호동, 대무신왕을 본다. 대무신왕, 해애우를 보며 미소 짓고 있다.
송매설수와 송옥구, 즐거워서 어쩔 줄을 모른다. 호동, 불편하다.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난다.
그 모습을 사람들, 신경 쓰지 않는데 라희, 비파를 연주하며 호동을 주의 깊게, 안타깝게 본다.
씬15. 고구려, 외곽 (밤)
자명, 말에게 생초(풀)를 먹이고 있다. “많이 먹어. 낙랑에 가면 계란이랑 맛있는 거 줄게.”
쓰다듬어 주고, 나무 아래 돌에 앉아 품에서 베보자기를 꺼낸다. 베보자기를 풀면 주먹밥 두 덩이가 싸여있다.
자명, 한 덩어리를 베어 문다.
씬16. 고구려, 주몽사당 (밤)
호동, 자리에 앉아 있다. 태추, 들어온다.
태추 : 여기 계셨습니까?
호동 : (본다)
태추 : 한참 찾아 다녔습니다. 연회장에도 안계신다 그러구, 수양전에두 안계시구.
호동 : 왕홀 일행은 낙랑으로 갔느냐? 확인했느냐?
태추 : 예. 패수까지 가는 걸 애들이 지켜보고 왔습니다.
호동 : 그래.
태추 : 서암문 들오다가요, 뿌쿠를 만났거든요.
호동 : 그래! 뿌쿠가 돌아왔느냐!!
태추 : 왕자님을 부탁해. 행카이랑 단장님을 부탁해. 헛소리 삑삑- 하더니 멀리 떠난다구 가버렸어요.
호동 : !! (놀라서 벌떡 일어난다)
씬17.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한 방 (밤)
미추와 소소, 차차숭까지 바느질을 하고 있다. 일품, 착잡해 있고.
차차숭 : 서두르자. 서둘러야 한다.
일품 : 뿌쿠는.. 낙랑으로 간 것 같아요.
차차숭 : 태추 군두 말대로라믄 낙랑으로 간 것 같다. 우리가 고구려장터에 갔을 땐, (찢어진 머리끈을 보며)
이것만 주위에 떨어져 있었는데.. 그 사이, 뭔 일이 있었던 게 틀림없어.
미추 : 이게.. 뿌쿠가 누군지 쓴게 틀림없을까?
차차숭 : 내 짐작은 그래. 이걸 다 맞추믄 우리가 잘라서 한자,한자 따루 글 아는 사람한테 물어봐야 해.
미추 : 한번에 그냥 물어보믄 안돼? 태추 군두두 글 알자네?
차차숭 : 뿌쿠가 죽을뻔한게 한두번이냐. 조심해야지.. 뭔가 엄청난 일이 있는 거야. 만사 조심이 제일이자네..
소소 : 지깐게.. 뭐 대단한 신분일꺼라구. 별거 아닐꺼 같아요, 내 생각엔.
미추 : 소소야. 니 생각 안 물어봤거든. 입은 놀리지 말구, 손이나 놀려라아!
씬18. 고구려, 국내성 서암문 앞 (밤)
호동, 서암문을 빠져 나온다.
씬19. 고구려, 외곽 자명 있는 곳 (밤)
자명, 밥을 다 먹었다. 손을 옷에다 닦다가 문득 가슴에 매달고 있던 호동의 뿔피리를 본다.
자명, 호동의 뿔피리를 만진다.
(인서트) 25부,씬45
호동 : 앞날은 장담할 수 없다 했으니... 혹여 우리가 헤어져 있게 되더라도, 뿌쿠 네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리면...
그곳이 어디라도 가마.
자명 : ...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뿔피리를 불어 본다)
씬20. 고구려, 외곽 호동 있는 곳 (밤)
(소리) 뿔피리 소리.
호동 : !!! (말을 멈추고 뿔피리 소리가 나는 곳을 가늠해 본다)
씬21. 고구려, 외곽 자명 있던 곳 (밤)
호동, 달려와 본다. 이미, 자명은 떠난 뒤다.
호동 : ..
호동, 보면 바위 밑에 주먹밥을 쌌던 베보자기가 떨어져 있다.
호동 : .. (베보자기를 집어 본다)
(소리) 어디선가 다시 들리는 뿔피리 소리.
호동 : !!
씬22. 자명과 호동의 몽타주 (밤)
자명, 말을 달리면서 뿔피리를 입에 물고 계속 불고 있다. 호동, 자명이 달려간 길을 따라 간다.
자명, 개울가에 말을 멈추고 물을 마시고 있다. 말에게도 물을 먹게 한다.
자명, 뿔피리를 불어 본다. 호동, 뿔피리 소리를 들었다.
씬23. 고구려, 외곽 개울가 (밤)
자명, 뿔피리를 불다가 멈춘다.
자명 : (말에게) 이제 가자..
자명, 말에 타려고 하는데 호동이, 말을 타고 온다. 두 사람, 좀 멀리 떨어져 있다.
자명 : !!
호동 : .. (말에서 뛰어 내린다)
자명 : 어떻게....
호동 : ... 네가 날 부르니까..
자명 : ..
호동 : 어디든... 그게 어디든 달려가겠다 했는데..
자명 : 너무.. 멀리 있으니까... 수양전에서 들을 수 없을 테니까...
호동 : 귀로 들을 수 없는 소린, 마음으로 듣는 게다.
자명 : ...
호동 : 안믿는 게냐?
자명 : 믿어..요.
호동 : (두 팔을 벌린다)
자명, 호동에게 달려간다. 자명, “왕자님..” 부르며 호동에게 안긴다.
호동, 그런 자명을 꽉- 끌어 안아준다. (Dis)
씬24. 고구려, 국내성 저잣거리 여각 앞 (밤)
사람들, 흥청거리면서 놀고 있다. 자명과 호동, 말은 여각에 맡기고 걸어온다.
자명 : 다들 즐거워 보여요.
호동 : 궁이 어떤 곳인지, 왕자에 삶이 무엇인지, 생사를 놓고 다투는 권력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순진한 백성들이니까.
그저 해애우가 태어난 것이 좋고, 기쁜 거지.
자명 : 예쁜 사람들이네요..
호동 : 그래. 우리두 저들 속에 섞여. 아무 생각 말고, 걱정도 말고.. 동생이 태어난 걸 축하해볼까?
자명 : (고개를 끄덕인다)
호동, 자명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자명, 호동의 얼굴을 본다. 그 위로.
(자명의 소리) : 하루만요.. 이 밤만... 다시는 볼 수 없는 사람이잖아요... 지금은... 그냥 이 사람과 함께 할께요...
씬25. 고구려, 국내성 저잣거리 노점 (밤)
낮은 목욕탕용 의자와 탁자들이 놓여 있다.
호동과 자명, 앉아서 한 접시에 만두를 놓고 먹기 내기를 하고 있다.
호동과 자명, 서로의 젓가락을 막으며 서로 못먹게 하는.
자명 : 어딜~
호동 : 너야말로, 어딜 내꺼에 젓가락 대는 거냐~
자명 : 난 기통한 뿌쿠에요~ 상대 안되잖애~
호동 : 오락가락 기통이잖애~ 제대루 한거 아니잖애~
자명 : 왜 내 말 흉내내는 건데요~
호동 : 내 맘이잔애~
자명, 손으로 만두를 날름 집어서 먹는다.
호동 : 뭔 여자가 그리 먹는 걸 밝히나 몰라~
자명 : (꺼억- 트림을 하며, 배를 두드린다)
호동 : 하하- 하하하- (웃고)
씬26. 고구려, 국내성 저잣거리 공터 일각 (밤)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 있다. 남녀혼례복이 상으로 내걸려 있다.
자명과 호동, 걸어와서 기웃거린다. 남,녀들, 손에 공처럼 똘똘 뭉친 실타래를 하나씩 받아 든다.
주인 : 자- 오수전 한닙입니다~ 두 당 한닙~ 한닙에 님도 찾구, 혼례두 하구~ 마음 맞추구, 짝 맞추면 혼례복을 줍니다~
자명 : 뭐하는 거에요?
호동 : 옥저 풍속이 섞여든 거다. 저 실타래를 남자가 여자에게. 여자가 남자에게 서로 마음 가는 이에게 던져
같은 사람을 맞추면 혼례를 하는거지~
자명 : 재밌겠다!!
호동 : 왜 마음 가는 이가 있느냐?
자명 : 당연하죠!
호동 : 나?
자명 : 아뇨~
호동 : 하긴 나도 눈 가는 여인이 있구나.
자명 : 뿌쿠?
호동 : 아니~ 뿌쿠 보다 덜 먹고, 트림도 안할 것 같은 여인이 눈에 띄는구나~
호동과 자명, 장난스럽게 서로를 본다.
씬27. 동 공터 (시간경과)
청춘남녀,아저씨,아주머니들 할 것 없이 남자는 남자들끼리, 여자는 여자들끼리 손을 잡고 원을 그리며
북소리에 맞춰 강강술래 하듯 빙빙 돈다.
호동과 자명, 서로 다른 이들의 손을 잡고 눈을 맞추며 빙빙- 돌고 있다.
주인이 나발을 삑- 불면, 끝에 손을 잡은 남,녀 손을 놓고 남자는 남자대로 여자는 여자들대로 흩어져
일자 대형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선다.
주인 : 사내들부터 먼저 던집니다~~ 맘에 찍어 둔 여인을 향해 겨누기~~
주인, 나발을 삐익- 분다. 사내들 실타래를 들고 마음에 드는 여인을 향해 겨냥한다.
주인, 다시 한번 나발을 삐익- 불면.
사내들 여자들에게 공을 던지는데, 압도적으로 자명을 향해 공이 날아간다.
순간, 호동 날아올라 손과 발로 자명에게 가는 공을 쳐낸다. 사람들, 넋을 잃고 본다.
호동, 모든 실타래 공을 쳐내고 자명의 앞에 내려서면서, 가슴에 들고 있던 실타래공으로 자명의 이마를 콩- 찧는다.
자명 : .. (미소 짓는다)
씬28. 동 장소 (시간경과)
주인이 나발을 불면, 손잡고 돌던 남녀들 일시에 다시 일렬로 늘어선다.
여자들, 실타래 공을 들고 겨냥한다.
주인 : 여자분들 괜히 부끄럽다 엄한 사내한테 던지지 말고, 제대루 해요~ 제대루~ (나발을 분다)
여자들, 호동에게 실타래를 던진다. 자명, 날아올라 호동에게 던져지는 실타래들을 손,발로 쳐낸다.
사내들, “와아...” 입 벌리고 쳐다보고. 여자들, “뭐야 쟤? 재수없다 저 두 인간은 왜 낀 거니?” 질투하고.
자명, 호동 앞에 날아내려 공을 호동의 옷 속에 집어넣는다. 두 사람, 서로를 보며 미소 짓는다.
씬29. 고구려, 국내성 저잣거리 (밤)
북 치고, 징을 치는 소리 요란하다. 자명과 호동, 신랑신부 옷을 입고 말에 태워져 가두행렬을 하고 있다.
실타래 던지기를 주도 했던 주인, 말고삐를 잡고. 남,녀들 그 뒤를 따르며 희희덕거리고 꽃을 뿌리고..
호동 : 마눌님~
자명 : 왜 그러세요~
호동 : 가두행진은 이쯤하구, 둘만의 시간을 갖고 싶소.
자명 : 부끄럽사옵니다. (헤-웃는다)
씬30. 고구려, 여각 한 방 (밤)
호동, 자명을 양손으로 받쳐 안고 방으로 들어온다. 자명, 호동이 목을 안고 있다.
호동 : (침상에 내려놓고) 왕이 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
자명 : !!
호동 : 너와 함께.. 이대로 살아도 좋지 않을까.. 좋은 사내, 좋은 남편.. 좋은 아비로.. 살아도 좋지 않은가.
자명 : 왕자님...
호동 : 오늘은 검 대신.. 너를 안고 자고 싶다. 우린, 신랑,각시니까.
자명 : (고개를 끄덕인다)
호동 : (자명의 머리 장식을 벗겨준다) 이렇게 너를 취하지는 않으마.. 예를 갖춰서.. 너를 맞으마.
자명 : .. 예...
호동, 자명의 이마, 코끝, 손바닥에 차례로 입맞춘다. 자명, 눈물이 흐른다. (Dis)
씬31. 고구려, 외곽 고구려장터 (새벽)
왕홀, 초조하게 라희를 기다리고 있다.
씬32. 고구려, 국내성 전경 (새벽)
씬33. 고구려, 국내성 연회실 (새벽)
모두가 질탕하게 취했다. 라희, 연회석 한자리에 앉아 술을 마시는 척 한다.
대무신왕 : (호동의 빈자리를 본다) 호동은 수양전으로 간건가?
송매설수 : 자리가 편치 않았나봅니다.
송옥구, 잔을 들고 일어난다.
송옥구 : 자자- 우리 해애우 왕자마마의 앞날을 축복합시다.
대무신왕과 송매설수만 빼고는 모두가 일어나 잔을 든다.
다들 “왕자마마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단숨에 비우고 잔을 바닥에 던진다.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다.
시녀장, 라희에게 눈짓을 한다. 라희, 자리를 뜬다. 시녀장, 먼저 나간다.
여랑 : 어디가요?
라희 : 간시 타경이 지났으니.. 이만 침소로 갈까합니다.
여랑 : 이런 날은 하얗게 날 밝을 때까지 놀고, 마시고 하는 건데.
우나루 : 호동왕자가 없으니 흥이 안나시나보구려~
라희 : .. (미소 짓고, 자리를 비운다)
씬34. 동, 연회실 근처 복도 (새벽)
라희, 복도 모퉁이를 돈다. 손 하나가 쑥- 나와 라희를 잡는다.
라희 : !! (놀라서 보면 시녀장이다)
시녀장 : (입에 손가락 대고, 주위를 둘러보고 보퉁이를 하나 준다)
씬35. 고구려, 고구려궁 어느 한 방 (밤)
라희, 시녀장이 준 보퉁이를 푼다. 시녀들이 입는 옷 한 벌과 검이 한 자루 들어있다.
라희 : .. (검을 들고 빼본다)
라희, 허벅지에 검을 끈으로 해서 단단히 묶는다. (Dis)
씬36. 고구려, 국내성 고구려궁 일각 (새벽)
라희, 물 길러 가는 궁녀들 틈에 섞여 궁문을 넘는다.
씬37. 고구려, 여각 한 방 (새벽)
자명, 호동의 품에서 일어난다. 호동, 편안하고 행복한 미소를 짓고 푸욱 잠들어 있다.
자명 : (머리를 매만지고, 떠날 준비를 한다)
호동 : .. (자는)
자명 : 전에 물어보셨죠, 당신. 뿌쿠야 사랑이 뭐냐.
호동 : ..
자명 : 그땐 잘 몰랐는데.. 기다림을.. 모르는 사람은 사랑이 뭔지 알 수 없을 꺼 같아.
호동 : ..
자명 : 함께 있을 때보다.. 혼자 남겨져 있을 때. 더 깊어지는 그 마음이 사랑이 아닐까..
호동 : ..
씬38. 고구려, 외곽/여각 한 방
자명, 말을 달려 떠나고 있다. 호동의 편히 잠든 얼굴 위로 자명의 소리가 들린다.
(자명의 소리) : 전 이제 자명이로 떠나지만... 당신의 뿌쿠로... 평생 왕자님을... 그리며, 깊어지며.. 살아갈께요...
호동, 몸을 뒤척이다가 허전하다. 호동, 잠결에 손으로 옆을 더듬어 본다. 자명이 없다.
호동 : .. (몸을 일으킨다)
호동, 의아한 얼굴로 본다. 자명이 없지만, 아직 호동은 자명이 자신을 떠났다는 인지를 하지 못한다.
호동 : ...
씬39. 고구려, 국내성 편수전 대무신왕 집무실
대무신왕, 머리가 아프다. 내시장, 대무신왕의 머리를 지압하고 있다.
내시장 : 침상에 좀 누우시지요.
대무신왕 : 해가 떴는데 자리에 눕는 왕은 없다.
추발소, 황급히 들어온다.
추발소 : 폐하!!
대무신왕 : 퇴궐해 좀 쉬라니.
추발소 : 낙랑공주가 사라졌습니다.
대무신왕 : (내시장의 팔을 손으로 밀쳐 물리고) 그게 무슨 소리냐?
추발소 : 도망친 것 같사옵니다!!
대무신왕 : !!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씬40. 고구려, 국내성 강국전 마당
신하들을 불러 모으는 북소리가 들린다.
씬41. 고구려, 여각 한 방
호동, 멀리서 들려오는 북소리를 듣는다.
호동 : !! (벌떡 일어난다)
씬42. 고구려, 국내성 편수전 대무신왕 집무실
격노한 대무신왕, 우나루와 을두지, 추발소에게 명을 내리고 있다. 송옥구도 함께 있는.
대무신왕 : 감히 그 어린 계집아이가 궁을 빠져 나가다니!! 동조하는 놈이 없고서야, 가능한 일이냐!!
(송옥구를 의심스럽게 본다)
송옥구 : 해애우 왕자마마의 잔칫날이라, 소란을 틈 타 나간 것이겠지요.
대무신왕 : 우나루 대장군은 들으라!!
우나루 : 예, 폐하!!
대무신왕 : 오방위군을 풀어, 최리의 딸을 찾아내라!!
우나루 : 삼가 지의를 받드나이다!! 반드시 낙랑공주를 사로잡아 오겠나이다!
대무신왕 : 그럴 거 없다.
을두지 : 폐하... 하오시면..
대무신왕 : 목을 베라!!
을두지 : 폐하!!! 그 무슨 하명이시옵니까!! 자칫 외교분쟁이 발생하옵니다!!
대무신왕 : 포로가 도망쳤으면 이는 사살해도 좋은 것이야!!
비파를 탄다 어쩐다 요란을 떨고, 짐을 능멸한 낙랑의 계집을 죽여 최리에게 보내리!!
송옥구 : ..
대무신왕 : 추발소는 궁에 내통한 자가 있는지, 찾아내. 만일 내통한 놈이 있다면 끌고 오라!! 내 그자도 함께 벌하겠노라!!!
추발소 : 삼가.. 명을 받드나이다.
씬43. 고구려, 국내성 고구려궁 문
우나루의 지휘 아래 라희를 쫓는 군사들, 우르르- 쏟아져 나간다.
씬44. 고구려, 일각
산을 내려온 왕홀, 고구려 군사들이 황급히 말을 몰고 가는 모습을 본다.
씬45. 고구려, 국내성 외곽
라희, 고구려 궁은 빠져 나갔지만 국내성 문을 빠져나가지는 못했다.
라희, 멀리 숨어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신의 옷을 본다. 궁녀복이다. 멀리가지 못한다.
씬46. 고구려, 국내성 외딴 곳 움막 안
한 소년이 기절해 묶여 있다. 라희, 그 옷을 벗겨 갈아입는다.
라희 : ..
씬47. 고구려, 국내성 저잣거리
호동, 말을 타고 온다. 태추와 일품, 달려온다.
태추 : 왕자마마!!!
호동 : 어째서 전고가 울렸느냐!!
태추 : 낙랑공주가 달아났습니다.
호동 : 그래... (예상 못한 것은 아니다) 그 일로 전고까지 울렸느냐?
태추 : 폐하께오서 낙랑공주마마의 척살을 명하셨습니다!!
호동 : !! 낙랑국과 전쟁이라도 하실 생각이란 말이냐!!
태추 : 진노가 대단하시어, 어느 누구도 감히 막을 수가 없었다 합니다!
호동 : !! .. (일품에게) 뿌쿠가 수양전으로 갔느냐?
일품 : 오지 않았습니다. 소인 또한 그것이 궁금해.. 군두를 따라나섰습니다.
호동 : ..
씬48. 낙랑국, 진양궁 대위전 앞
도수기, 달려온다.
씬49. 낙랑국, 진양궁 성겸전 최리의 집무실
최리, 도수기의 보고를 받고 있다. 류지, 모하소, 왕자실 등이 모여 있다.
도수기 : 고구려궁을 나온지 이틀째, 진시가 되어도 대장군이 태녀마말 모시고 패수로 오지 못하면,
폐하께 군사를 청하라 했고! 삼일째 진시가 되어도 오지 못하면, 군사가 강을 넘게 주청드린다 했습니다!
최리 : 흠...
황급히 부달, 뛰어 들어온다.
부달 : 폐하!! 폐하, 폐하!!
류지 : 무슨 일인데 그리 요란스러운가!
부달 : 고구려 세작이 매를 보냈습니다!! 태녀마마 고구려 궁에서 도망치셨다하옵니다!!
모하소 : 아... 단군왕검님...
왕자실 : ..
부달 : 헌데 무휼이 놈이...
왕자실 : 고구려 왕이 어쨌단 말인가?
부달 : 도망친 포로는 살려둘 필요가 없다고, 태녀마말.. 죽이라 척살명령을 내렸다 하옵니다!!!
최리 : !!!
모하소 : 폐하!!!
왕자실 : !!! (놀라서 부복한다) 폐하... 태녀를.... 태녀를... 살려주소소...
최리 : 감히 무휼이 어찌 내 딸을 죽이려 한단 말이냐. 낙랑국 태녀의 죽고 삶은, 오직 나만이 결정할 수 있는 일!!
혼미·남한·누방현 군사를 묵방으로 집결시키라!! 내 직접 묵방에 진을 치고, 태녀를 데려오겠다!!
씬50. 낙랑국, 외곽
무장을 한 최리, 류지와 군사들을 이끌고 묵방으로 향하고 있다. (부달은 궁을 지키기 위해 남아 있다)
씬51. 낙랑국, 단군사당
모하소,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씬52. 낙랑국, 진양궁 반수전 왕자실의 침소
왕자실, 초조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치소, 시립해 있고.
씬53. 낙랑국, 진양궁 호곡의 감옥
부달의 감시 아래, 영호장원의 노인, 가져온 식사를 호곡에게 전한다.
호곡 : 오늘은 어째 고문을 안하나?
부달 : 니 놈이 알아 뭘해!!
호곡 : 왕자실의 딸이 죽을 지경에 놓였다지? 그래선가?
부달 : 이 싹바가지 없는 놈이!! 주둥일 문데 주랴!! 어서, 그따위 말을 쳐듣고 태녀마말 입에 올리는 거냐!!
호곡 : 주둥일 문데면, 자명공주 행방은 누구한테 물을 것이냐? 하하- 하하하-
씬54. 낙랑국, 율구헌 모양혜의 침소/침소 앞 복도
부달, 모양혜에게 소식을 전하고 있다. 도수기, 모양혜에게 왕홀의 소식을 전하려고 걸어온다.
부달 : 콱! 호곡이 놈을 죽여버리면 어떻겠습니까? 어차피 자명공주님 행방이야 우리 영호장원서 알려드리면 되는 것.
모양혜 : 아니지. 그건 호곡에게 맡기고 우리는 폐하께 다른 패를 내보여야지.
도수기, “도수기옵니다..” 하려는데 안에서 모양혜의 소리가 들려온다.
(모양혜의 소리) : 라희가 죽어주면 좋은데.
도수기 : !!
부달 : 태녀마말 잃고, 홀로 살아오실 우리 주군이 아니십니다!
모양혜 : 하긴.. 홀이는 그럴 사내가 아니지.
부달 : 달리 무슨 패를 보이시렵니까?
모양혜 : 폐하가 돌아오시면, 자명공주를 찾아 태녀의 위에 올리시라는 주청을 드려야겠다!
도수기 : !!
부달 : 반대가 만만찮을 텐데요..
모양혜 : 남부칠현이 영호장원의 것이다!! 남부칠현의 이름으로 주청을 드리면 폐하는 심사숙고하실 것이고.
왕자실 또한 어쩌지 못하리. (하다가 문쪽을 본다)
부달 : !! (단도를 빼서 날린다) 웬 놈이냐!!
부달, 나가서 문을 벌컥 연다. 모양혜, 따라 나온다.
씬55. 동, 모양혜의 침소 앞
도수기, 부달의 단도를 기둥에서 뽑아 두 손으로 부달에게. 모양혜와 부달, 도수기를 노려본다.
부달 : (받고) 문 밖에서 왜 어정거린 거냐?
도수기 : 대장군께서.. 태대부인 마님께, 태녀마말 모시고 무사히 올 터이니
심려치 마시라는 말씀을 전하라는 분부가 있으셨습니다.
부달 : 허면, 왜 빨리 안들어오고!!
도수기 : 막 고하고 들어가려 했습니다.
모양혜 : 무얼 들었느냐?
도수기 : 소인, 아무 것도 듣지 못했나이다.
모양혜 : 네 아비, 도찰이 왜 죽었는지 아느냐?
도수기 : 노비가 주인의 명을 따르지 않으면 의당 죽는 것. 죽은 이유를 알 까닭이 없습니다..
모양혜 : (빙그레) 그래야지. 과연 내 가신이다. 너는 아무것도 듣지 않았고, 아무것도 마음에 담으면 안되느니.
도수기 : (모양혜를 본다)
씬56. 고구려, 외곽 국내성 입구
호동, 태추와 일품, 차차숭 등의 호위무사들에게 명령한다. 성문이 굳게 닫혀 있다.
호동 : 우나루 대장군은 외곽을 찾고 있다만, 낙랑공주 아직 국내성을 빠져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태추는 청화북문. 행카이는 홍의동문. 차차숭은 백승남문을 군사들을 데리고 가 지키라.
차차숭 : 낙랑공주를 찾으면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폐하께오서 척살하라 하셨다는데..
호동 : 생포하라.
태추 : 안됩니다!! 마마!! 지난번 낙양에서의 일로 폐하 몹시 진노하셨는데. 또다시 지의를 어기시고 어찌하시렵니까!!
호동 : 지금 낙랑과 전쟁을 벌이면 누가 제일 좋아하겠느냐!! 요동·현도가 내려올 틈만 보고 있는 것을 모르느냐!
나는 이, 흑위서문을 지킬 터이니 어서가라!!!
차차숭과 일품, 태추 “명을 받드나이다!!” 인사하고 군사들을 끌고 간다.
씬57. 국내성, 흑위서문/국내성 외딴 곳 (밤)
호동, 한쪽에 서서 호위무사들과 함께 감시한다. 라희, 밖을 열어본다. 해가 졌다.
라희, 사내의 옷을 벗겨 입은 미소년의 모습으로 나온다. 라희, 밖으로 나와 지게를 맨다.
호동, 다른 문에 순시를 갔다가 달려온다. 성문을 빠져 나가기 위해 줄 서 있는 사람들 틈에 라희가 있다.
라희, 소년에게 뺏은 나무 호구패를 보여주며 성문을 통과한다.
호동 : .. (라희를 얼핏 본다)
라희 : .. (호동과는 눈도 안 마주치고 빠져 나간다)
호동 : !!
씬58. 국내성, 외곽 다른 곳
지게를 버린 라희, 왕홀과 만나기로 한 고구려장터를 향해 서둘고 있는.
호동 : 왕홀과 예서 만나기로 했나?
라희 : !!
호동 : (말에서 뛰어 내린다) 돌아가자.
라희 : (검을 뽑는다)
호동 : 넌.. 검으로 나를 이길 수 없다.
라희 : 알고 있어.
호동 : 검으로도. 절박함으로도. 날 이길 수 없다. 이길 수 없으니.. 고구려를 빠져 나가지 못한다.
라희 : 나라고 죽고 싶겠니!
호동 : 그래. 누군들 죽고 싶을까. 살고 싶으면 어리석은 짓 하자 말고, 가자.
라희 : 호동왕자, 날 사랑하나요?
호동 : 그걸 그리 끝없이 확인해야 할까?
라희 : 내가.. 그대를 따라가면 내 아버지가.. 나를 버리겠지. 나는... 두 번 다시 사랑받는 딸이 되지 못하겠지.
호동 : (본다)
라희 : 내 백성들이 모두 나를 비루하다.. 욕하겠지. 더는 나를 사랑하지 않겠지..
호동 : (본다)
라희 : 그래..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 치자. 헌데... 난 그걸로 부족한가봐. 호동왕자의 마음이 날 다 채우지 못하네요...
내 아버지. 내 백성들의 사랑이 더 절실하네...
호동 : ...
라희 : 검을 들어!! 여기서 도망치던가!! 여기서 죽던가!! 둘 중 하날 할꺼야.
호동 : ..
라희 : 해호동!!
라희, 공격한다. 호동, 어쩔 수 없이 검을 들어 막는다. 호동, 생각한다.
(인서트) 25부,씬20
최리 : 남의 나라 태녀를 강탈하는 파렴치한 짓으로, 고구려의 왕자리를 얻으려 하는가?
호동과 라희, 검을 맞대고.. 라희, 그야말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호동, 라희를 본다.
(플래시) 23부,씬7
라희 : 나, 당신을 믿어두 되는걸...까?
호동 : ... (라희의 검을 날려 버린다)
라희 : !! 죽여. 네 아버지가, 날 척살하라는 명을 내린 건 알고 있으니.
호동 : ..
라희 : 어서!! 날 죽여야 왕이 될 수 있잖아!! 비류나불 꺾고, 그대의 계모 송매설수를 꺾고, 해애우를 잠재우고 왕이 돼야잖아!!
호동 : .. 따라와.
라희 : (본다)
호동 : 우나루 대장군이.. 외곽을 포위했다. 왕홀도, 너도.. 고구려를 모르니 빠져 나가지 못한다.
라희 : ...
씬59. 고구려, 외곽 어느 길 (밤)
호동, 라희를 말에 태우고 달리고 있다.
씬60. 고구려, 외곽 개울가 (밤)
호동, 두 손에 물을 담아 라희에게 먹인다.. 라희, 마시고.
호동 : 내가 데려다 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라희 : 왜 날 보내주는 건가요?
호동 : 글쎄. 전쟁이 고구려에 도움 되지 않아서?
라희 : (본다)
호동 : 낙랑국 최리 대왕에 대한 존경이라고 할까?
라희 : (본다)
호동 : 라희야.. 고구려에서.. 우는 널 더는 보고 싶지 않다. 불행한 널 보고 싶지 않아.
라희 : 나하고... 같이 가요, 낙랑으로.
호동 : (본다)
라희 : 당신이 얼마나 불행한 사람인지 고구려궁에서 보니 더 잘 보여요.
호동 : ..
라희 : 아등바등·아등바등... 이리 힘들게 살지 말고, 나랑 낙랑으로 가요. 내가,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께요...
호동 : 고마운 말이다만, 내 자리는 여기야. 사람은 자신의 자리를 떠나서는 진실로 행복해질 수 없는 법이야.
라희 : 뿌쿠.. 때문인가요?
호동 : 그 아인 날 떠났다.
라희 : 사랑했나요?
호동 : ... (아프지만) 아..니...
라희 :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호동 : 라희 네가 무사히 낙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반드시...
라희 : ..
호동, 라희를 말에 태워준다.
라희 : ..
호동 : ..
라희 : 나를 만나러 낙랑으로 와줘요.
호동 : (고개를 끄덕인다)
라희, 호동을 보다 말에 박차를 가하고 달려간다. 호동, 달려가는 라희의 뒷모습을 본다. (Dis)
씬61. 고구려, 국내성 오선전 송매설수의 침소 (낮)
송매설수와 송옥구, 앉아 차를 마시고 있다. 시녀장, 보고하고 있다.
송매설수 : 사실이냐!!
시녀장 : 외문을 지키던 병사가 분명히 봤답니다. 그 아이의 에미가 우리 비류나부의 여인입니다.
송매설수 : 호동이 라희를 도망시켰다.. 흐흠..
송옥구 : 하늘이 이 송옥구를 돕고, 마마를 돕고, 해애우 왕자마마를 돕는 것입니다!!
송매설수 : 호호~~ 호호호~~
송옥구 : 이럴 때가 아니옵니다. 어서 무휼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지요.
송매설수 : 그래야지요. (일어나는)
송옥구 : 원비마마!
송매설수 : 예에?
송옥구 : 원비마마가 나서서는 안됩니다! (시녀장에게) 그 병사더러 추발소에게 본데로 전하게 하라.
시녀장 : 예, 고추가 어른. (읍한다)
씬62. 낙랑국, 율구헌 한 방
도수기, 고민에 쌓여 있다.
(인서트) 24부,씬43/씬48
도찰, 모양혜의 화살에 맞아 말에서 떨어지는. 도찰, 자결하던.
도수기 : .. (자리에서 일어난다)
씬63. 낙랑국, 진양궁 반수전 왕자실의 침소
왕자실, 도수기에게 이야기를 다 들었다. 그 옆에 치소, 서 있고.
왕자실 : 뭐라!! 태대부인이 우리 태녀를 폐하고, 자명공주가 살아 있으니, 태녀자리를 줘야한다 청원을 하겠다?
도수기 : 소인의 두 귀로 똑똑히 들었나이다.
왕자실 : !!
도수기 : 비직 도수기, 결코 제 아버지의 원한을 갚으려는 것이 아니라,
태녀마마의 신하로, 마마를 보호하고, 낙랑국을 지키려는 것이옵니다!
왕자실 : 그래. 네 아비의 유지를 이으려는 도수기 네 뜻을 잘 안다.
도수기 : .. 황공하옵니다.
왕자실 : 낙랑국을 위해서, 태녀를 위해서 죽을 마음이 되었느냐?
도수기 : 예, 차후마마!!
왕자실 : 해가 기울기를 기다려 미앙전 호위군사들을 데리고 가,
태녀를 음해하고 낙랑국을 도탄에 빠트리려한 반역죄인 모양혜를 쳐라!!
도수기 : 신 도수기 삼가 차후마마의 명을 받드나이다!!
도수기, 군례를 올린다.
씬64. 낙랑국, 율구헌 모양혜의 침소 (밤)
모양혜, 부달과 술을 한잔 나누고 있다.
모양혜 : 폐하가 돌아오실 때를 기다려, 연대 청원을 올리도록 남부칠현에 통문하라.
부달 : 예, 마님.
밖에서 “이게 무슨 짓이오!! 검을 들고 들어오다니!!” 소란스러운 소리가 난다.
모양혜 : ?
부달 : 무슨 일이냐!!!
모양혜, 왕굉의 갑옷에 걸쳐져 있는 검을 집어 든다.
씬65. 동, 율구헌 마당 (밤)
모양헤와 부달, 검을 들고 뛰쳐나온다.
이미 율구헌의 아랫것들 도수기와 호위무사들의 손에 많이 죽었고. 영호장원의 사병들과 싸우고 있다.
부달 : 도수기 이놈! 어찌 된 일이냐!!
도수기 : 비직, 도수기. 대의를 위해 소의를 버리나이다!! 낙랑국을 위해, 율구헌을 버리고 차후마마의 뜻을 받들어
태대부인을 반역죄로 처단코자 합니다!!
모양혜 : 네 이 놈!!!
모양혜와 부달, 검을 빼들고 도수기 옆이 호위군사1·2를 베어 버린다.
씬66. 낙랑국, 진양궁 반수전 왕자실의 침소 (밤)
왕자실, 치소에게 술을 따르라 명한다.
왕자실 : 따르라.
치소 : 태녀마마, 아직 무사히 돌아오시지 못했습니다. 축하주는 그때..
왕자실 : 우리 라희, 여왕의 운명을 타고 태어났다.
척박한 고구려 땅, 한 구석에서 죽을 운명이라면. 이 왕자실의 태를 빌리지도 않느니.
치소 : (따른다)
왕자실 : (단숨에 마신다) 오년을 끓던 홧증이 이제야 가라앉는구나.
폐하와 홀이가 궁을 비운 지금, 모양혜가 일을 쳐주니 얼마나 고마우냐. 하하하- 하하하- (표독하게 웃는다)
씬67.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한 방 (밤)
미추와 차차숭, 일품, 소소. 미추가 꿰맨 글자를 서너자씩 잘라 물어보고 왔다.
네 사람, 자신들의 가져온 글을 다시 맞춰보고 있다.
차차숭 : 낙랑국 원후마마라네. 이 글자가. (글자를 내 놓는다)
일품 : 자명공주. (글자를 내 놓는다)
미추 : 소생. (글자를 내 놓는다)
소소 : .. (호기심에 본다)
미추 : .. (소소를 보다가) 소소야, 너 가서 마실 것 좀 가져와.
소소 : 나만 빼놓고 또 뭔 꿍꿍일 할라구요.
미추 : 가져오라면 가져오지, 넌 어려서부터 왜 이리 징글징글 말을 안들어!
소소 : 가요, 간다구요!! (문으로)
세 사람, 소소가 나가기를 기다려 다시 맞춘다.
차차숭 : 뿌쿠는... 낙랑국 원후마마 소생... 자명공주다...
일품 : !!!
차차숭 : !!!
미추 : 에그머니나!!! 뿌쿠가!! 우리 뿌쿠가!! 에그·에그.. 무서워!!!
씬68. 고구려, 어느 야산 (밤)
자명, 멀리서 고구려 군사들의 움직임을 본다.
우나루, “멀리가지 못했다!! 반드시 낙랑공주를 잡아 목을 베야 한다!!”
자명 : !! ... (생각하는)
씬69. 고구려, 일각 (밤)
눈에 띌까봐 말에서 내린 라희, 고생고생 가고 있다. 라희를 붙잡는 손.
라희 : (보면 왕홀이다) 대장군!!
왕홀 : 큰소리 내지 마십시오.
라희 : 어찌 찾았어요?
왕홀 : 고구려 무덤터에서 호동과 태녀마마가 겨루시는 것을 지켜봤습니다. 마마 뒤를 더터오고 있었습니다.
라희 : (고개를 끄덕인다)
씬70. 고구려, 국내성 수양전 호동의 침소 (밤)
호동, 태추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입고 있다. 내시장, 들어온다.
내시장 : 왕자마마.
호동 : (본다) 무슨 일이오?
내시장 : 폐하께오서 편수전으로 듭시라 하셨습니다.
씬71. 고구려, 국내성 편수전 대무신왕의 집무실 (밤)
대무신왕과 송옥구, 을두지, 추발소가 있다. 호동, 내시장을 따라 들어온다.
호동 : 찾으셨습니까?
대무신왕 : (분노를 누르며) 네가.. 최리의 딸을 놓아 주었느냐?
호동 : ..
대무신왕 : 호동, 네가 그 계집을 척살하라는 내 명을 어기고, 도망치게 하였느냐!!
호동 : 예. 폐하.
대무신왕 : !!
대무신왕, 옆에 있는 칠지등을 집어 호동에게 던진다. 호동, 이마를 맞고 피가 주르륵- 흐른다.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