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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이 왜 민심 1위인가
1.
한국노총에서 정책연대를 할 대선후보에 관한 여론조사를 했다고 한다. 이맹박, 정동영, 이회창 순으로 나와 이맹박과 정책연대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까지 읽으면 여론조사가 맞는 것이 아니냐, 라고 여기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한국노총의 여론조사는 지난 시기 교수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처럼 민심과 여론조사가 다르다는 현실을 웅변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민주노총에 비해 지역적으로는 호남 정서에 친숙하다. 한국노총은 지금까지 친 민주당 성향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권 때까지 유지되던 이 관계가 노무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노무현 정권 노동 인맥이 민주노총 인맥으로 바뀌는 바람에 한국노총은 졸지에 주인 잃고 떠도는 정치 낭인 신세가 되어 지난 총선에서는 장기표가 밀었던 정치세력을 밀었다가 쪽박을 차기도 했다.
지금 논란이 되는 여론조사 데이터만 고려하면 된다. 지금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자면, 이맹박의 핵심 지지층은 수도권 386 좌파 성향의 고학력 고소득 남성이었다. 또한 이맹박은 박근혜와 대비해서 화이트칼라, 블루칼라 노동자 등이 높은 지지를 보냈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두 배 가량 격차를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이맹박은 지난 한나라당 경선에서 박근혜를 누른 것은 1인 6표인 여론조사가 결정적이었고, 실제 투표에서는 서울과 호남의 덕분에 박근혜에 아슬아슬하게 졌던 것이다.
한국노총 여론조사 결과를 액면 그대로 보면, 맹박 41, 동영 31, 회창 27이다. 지난 시기 맹박, 근혜를 고려하면, 맹박이 최소한 54 정도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더 나아가 지난 한나라당 경선에서 여권이 맹박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최근까지 노맹박 연대설이 나오고, 김대중 친위부대라는 연청이 맹박을 지지한 것으로만 보면, 더 나아가 BBK 검찰 발표와 재산 헌납까지 나왔다면, 최소한 근래 여론조사 비율인 4: 1.5:1.5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화이트, 블루 칼라 지지가 월등하다는 이맹박이라면 이 비율이 더욱 높아 6: 1 : 1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41밖에 되지 않는다? 무엇인가 이상하지 않은가?
이 데이터에서 중요한 것은 이맹박의 지지도도 아니고, 정동영의 지지도도 아닌, 이회창의 지지도다. 한국노총에서 27%나 지지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잘 모르는 사람들이 반문할 수 있다.
간단하게 답변한다. 지난 역대 선거에서 이회창은 호남에서 한 자리 수 지지율을 받았다. 그런 이회창이 27%씩이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회창이 호남인과 전국 호남인 사이에서 최소한 두 자리 이상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이 데이터에서 보자면, 이맹박과 정동영의 지지 비율이 4:3이다. 이 비율은 지난날 이맹박이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받았던 지지율이 분해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왜 정동영의 주장이 현재 먹혀 들어가서 문국현보다 우위에 서고 있는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BBK 검찰 발표는 영남노빠들에게는 정답이 이맹박임을 지시하였지만, 역설적으로 호남노빠들에게는 정답이 정동영임을 표현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나는 이전에 BBK사건으로 정동영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맹박의 고공 지지율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한국노총 여론조사 발표 정도의 지지율이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간 이맹박의 한나라당 지지율이 호남에서 두 자리 수를 돌파한 것이 젊은층, 화이트, 블루칼라의 위력인양 발표되어왔다면, 이맹박 호남 지지율이 높은 것 역시 이 때문이었다면, 고작 이 정도라면 현 여론조사의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뿐인 수치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여론조사와 부합하는 한국노총 여론조사 수치는 어떠해야 할까. 이맹박 60, 정동영 20, 이회창 15, 기타 5가 되어야 했다.
그런데 이회창에 대한 한국노총 집회에서의 예기치 않은 환영과 이회창의 광주 유세에서 느껴지는 저력이 만만치 않다. 그 아무리 김대중 친위부대 연청이 이맹박을 지지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인가.
2.
BBK 발표 이후 왜 김종필이 가장 먼저 이슈가 되었을까. 조순형처럼 김종필이 노회한 정치인이기에 주가가 뛰어오를 때 몸값 불리기에 나선 것이다. 그렇다면 다 죽었던 김종필이 왜 저리 주가 높은 줄 모르고 나설까. 이유는 간단하다. 충청 민심이 여론조사와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조중동 등은 충청에서조차 이맹박이 앞서 있다고 하지만, 한나라당 경선에서 충청은 이맹박을 최대 두 배 차이로 따돌린 고장이다. 더 노골적으로 말한다면, 인천에 호남세도 많이 있지만, 충청세도 많이 있다는 지역인데 이 지역에서 이맹박이 패배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내가 아는 한, 이맹박은 충청, 강원, 제주에서 민심을 잃었다. 이유는 정확히 무엇인지 모른지만.
한나라당 경선에서 이맹박이 이기자 이맹박이 가장 먼저 찾아간 인물은 누구일까. 천주교 김수환 추기경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종교 문제는 복잡다단하기에 그만하기로 하자.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역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BBK 검찰 발표로 이맹박 측은 사태의 전환을 바랬던 정황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가령 지난 시기 서울시 의원, 엄홍길 산악인, 진대제에 이어 연예인 위장 지지까지 발표하였으니 말이다. 최근 박사모에 따르면, 박사모까지 이맹박을 지지한다는 쇼를 연출하려고 기획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왜 이맹박은 현재의 고공행진을 스스로 거부하는 듯한 행보를 펼치고 있는가 라는 점이다.
과연 이 지역은 이맹박에게 호의적으로 돌아섰을까?
3.
박사모나 명사랑이 이회창을 지지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간 팬클럽은 스타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만이 있다고 알려져서 비판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팬클럽이라는 데가 좋아하는 정치인이 잘못된 길을 가면 함께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그 길은 죽음의 길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팬클럽조차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만일 노사모에서 노무현의 각종 정책결정을 할 때 함께 가지 않겠다고 했다면, 서프라이즈 같은 곳에서 누구보다 나서서 노무현이 가는 길에 드러누워 우리를 밟고 가시라,라고 했다면 과연 오늘날 참담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 그 아무리 이맹박이 문제가 많더라도 노무현보다는 낫다는 정서가 형성될 수 있었을까.
4.
과거 박근혜를 지지했던 이가 이맹박 지지 선언을 했다. 이유는 이번에는 이맹박, 다음에는 박근혜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너무도 쉽게 반박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다. 정몽준이 입당했다며? 단 5분만에 혁파된다. 맹박 지지를 철회했다.
주부들에게는 에리카김이 쥐약이다. 남성들이 신나게 에리카김을 비난할수록 여성들은 이맹박에게서 더욱 멀리할 것이다. 물론 주부들은 에리카김을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보다 이맹박을 더욱 좋아하지 않게 된다. 예전 여성은 여성을 보다 비판하는 것이 이익이었지만, 근래는 남성을 더욱 비판하는 것이 이익임을 잘 알고 있다. 나는 여기서 윤리를 내세우지 않겠다.
5.
이제 영남에서 이맹박이 믿을 것은 사표론 외에는 없다. 왜 지금 이회창 사퇴론을 거듭 주장하고 나서는가. 그 진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론조사를 근거로 이회창을 사퇴시켜야만 현재의 여론조사가 현실로 굳어질 수 있다는 것외에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여권 인터넷 신문에서조차 인정하듯이 영남 대세는 이회창인 게다. 그러나 여권 신문이 어디 그러한가. 관점이 있는 게다. 해서, 이회창 대세를 편집하는 게다. 마음은 이회창이지만, 표는 이맹박이다. 왜냐?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차마 사표론을 말할 수 없음이다.
하지만 이맹박 측은 노골적으로 사표 운운을 한다. 아니, 이회창 표가 아니더라도 여론조사로만 보자면, 정동영 지지율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의 격차인데 무슨 사표론일까.
나는 계산한다. 지난 글에서 정동영-문국현이 단일화하면 문국현 일부 지지자가 이회창 지지로 돌아선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여기에 이 글을 읽는 각 대선주자 후보들 머리 아픈 경향을 내놓겠다.
정동영-문국현이 단일화하면 정동영 변수가 커지므로 상대 진영에게는 경계심리가 발동하여 사표론이 먹힌다. 해서, 여론조사에서만 힘을 발휘하는 이맹박에게 표가 좀 갈 수 있다는 게다. 이 성향은 단일화로 인해 회창이 얻게 되는 이익보다 조금은 더 손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막판 단일화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것은 영남 변수에서 우위인 이회창에게 유리하다.
6.
투표율이 5% 정도 상승했다. 이 투표율 대부분은 정동영에게 갈 것으로 보이며, 일부는 이회창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한다. BBK 검찰 발표가 이루어낸 유일한 긍정적인 업적이다. 투표일에 놀러갈 생각을 했던, 찍을 후보가 없다 여겼던, 3040세대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론조사로는 이맹박이 압도적으로 우위인 세대이다. 하지만, 그들 대다수가 교수신문 교수들처럼 기권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이 투표하겠다고 한다. 노무현도 못마땅하지만, 노무현이 예고편인지 모른다는 불안이 그들을 엄습한 것이다. 부동산 땅값에 취해 관조했던 그들이 이제 누가 정권을 잡든 부동산은 누구도 잡지 못할 것임을 깨달았다. 오히려 이맹박이 집권하면 그로 인해 이제 막 땅 부자에 접어든 이들을 옥죄게 할 수도 있음을 파악한 것이다. 종부세에 안절부절 하고, 금리인상에 노심초사하는 중산층 말이다. 상당수 중산층은 보다 하층으로 편입되지만, 이들 중 일부는 상류층으로 가는데 바로 그런 포지션이기에 이들 중산층이 타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바다이야기 끝물 탔다가 인생 조진 자영업자들처럼. 김유찬, 김경준이 이를 시사한다. 이맹박 옆에 있으면 피를 본다.
해서, 이데올로기가 정립되고 있다. 노무현도 너무하지만, 이맹박은 더 하지 않느냐 하는... 이맹박은 노무현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이념. 그것만큼은 막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대정신이 정립되고 있다.
지금이 이맹박 정권인지, 한나라당 정권인지 아리송할 지경이다. 노무현 이야기는 없다. 대선 때만 되면 당연히 나와야 하는 정권교체 이야기가 전혀 없다.
어차피 이슈가 없는 대선이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다.
7.
여론조사 발표의 이맹박 지지율을 합리적으로 보이게 하는 각종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그러한 시도들에는 의도가 있고, 그 의도는 이회창을 제 3위로 끌어내리려는 합작 형식으로 현재 이루어지고 있다.
정동영은 2위로 올라서면 된다. 총선까지 가는 시스템에 문제가 없다. 이맹박은 사표론을 주장할 수 있다.
국민은 노무현에 분노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노무현보다 더욱 경박하여 왼쪽 깜박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턴하듯 오른쪽 깜박이를 켜고 왼쪽으로 턴하는 이맹박을 원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서울에서 회사택시 운전하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는다. 한때 한 달 팔십으로 버터야 할 만큼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가 전하는 서울 민심은 허경영이라는 게다. 미친놈의 세상이니 가장 미친놈을 택하자는 냉소적 이야기다. 본심은 따로 있다는 게다. 허경영에 관해서는 자신이 밝힌 이력을 보자면, 무속인이었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무엇보다 그의 청계천 비판론을 보자면 그렇다.
20대 고아 친구가 말하기도 한다. 자기 친구 중에 허경영을 찍겠다는 이가 나타났다는 게다. 이유는 자유로운 영혼을 좋아한다나. 해서, 이 고아 친구가 허경영이 왜 미친놈인가를 역설했다는 게다. 그러나 그 젊은 친구 왈, 이맹박 비리 의혹을 모르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 비리 의혹을 덮는 미친 세상이라면, 화끈하게 미쳐야 하지 않느냐는 논리가 허경영 지지론이다.
인터넷에서 보면, 현재 여론조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맹박 비리 의혹에 대해 국민이 잘 몰라서라고 하는 이유들이 많이 등장한다. 아니다. 아니다. 이맹박 비리 의혹을 너도 알고 나도 안다. 하지만 세상을 사는 이치를 성인이라면 다들 알다시피 알고도 모르는 척하고 있는 것이 현재 이익이기 때문에 모르는 척할 따름인 게다. 대표적인 집단을 말해볼까. 과거 대선에서 그토록 이회창 본인도 아닌, 그 아들 문제에 관해 시시콜콜한 과거를 캐묻던 소위 진보좌파 인사들이 왜 그리도 침묵할까. 대신 그들은 왜 이맹박 대신 이맹박을 지지한다는 국민에 대해서만 비난할까. 왜 그들은 여론조사의 의혹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비판하지 못할까.
허경영 인기가 이맹박 여론조사 압도적 1위에 대한 패러디라고 읽는 이들이 있다면 정치 초보를 넘어선다 하겠다.
8.
기름 누출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이 시사를 하는 바가 크다. 과거 사건들처럼 음모론적으로 파악하자면, 이 사건은 이맹박에게 극히 불리한 뉴스이기 때문이다.
요즘 연말이다. 각종 망년회가 이어지고 있다. 어떤 망년회를 지켜본 적이 있다. 아줌마 모임이다. 아이들, 남편 자랑에 열중일 듯싶은 이 아줌마 모임에서조차 대선 시즌이라고 잠시 정치 이야기가 나왔다.
화제는 뜻밖에도 외모다. 우거지상, 우거지상... 누구를 말하는 지 처음에 몰랐는데,,, 아, 오사카 출신 이야기로구나, 하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9.
현 대선은 10%대 싸움이며, 투표율이 내가 예상했던 50~60보다 5% 정도 상회하는 55~65를 예상할 수 있다.
BBK 사건에 대해 검찰이 무죄를 내리면서 BBK 국면은 변화하였다. 이전까지는 이맹박 개인적 문제일 따름이었다.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가 간고등어를 주민에게 나눠주면서 지지를 부탁했다는 것이 문제가 되어 당선 무효가 되었다. 이렇다면 강서구청장 개인 문제일 따름이며,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BBK 검찰 발표로 인하여, 이 사건은 사회적, 정치적 문제가 되었다. 국민 다수는 검찰 발표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근래에는 국가 혹은 유력 재벌이 비호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리가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은 과거에 매몰되기 위함이 아니라 역사로부터 새로운 미래를 만나기 위함일 것이다. 다른 말로 오래된 미래로부터 오늘로 나아가기 위함이겠다.
*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다. 물리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글이 아닌 인간의 주관적 활동을 포함한 사태를 논하는 글쓰기라면 인간 사회 심리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 사회 심리 가운데 위력적인 심리는 작용 반작용 심리일 것이다. 다른 말로 전선의 형성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