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표 당선을 바라보는 각당의 입장

각 당 반응, '기대... 우려... 회의... 경계...'
민주당 '역사의 아이러니', 우리당 '탄핵 철회해야', 민노당 '아버지 유산 벗어나라'
기사전송  기사프린트	이성규(dangun76) 기자

박근혜 의원이 한나라당 신임 대표로 선출되자 각 당은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는 한편으로 한결같이 부패정당의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과감한 과거와의 단절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주문했다.

[민주당] 한·민 공조 부담-경계심 동시에 노출

민주당은 부패·비리 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조속히 쇄신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나 한·민 공조에 대한 부담과 경계심이 각 지도부들의 입을 통해 동시에 묻어 나오는 등 혼란스러운 당내 정서가 그대로 노출돼 주목을 끌기도 했다.

장전형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이 차떼기 정당, 냉전 수구세력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버리고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박 대표가 탄핵소추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원칙과 소신을 버리지 않길 바란다'며 흔들림 없는 탄핵공조를 강조했다.

하지만 김경재 상임중앙위원은 '박근혜-추미애 구도로 여성 두 명을 내세우면 (선거가) 재미있게 될 것 같다'며 '독재자의 딸이 민주정당의 대표가 된다는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이고 참으로 오묘한 일'이라고 논평했다.

김영환 상임중앙위원은 '나름대로 개혁적인 이미지에 새로운 세대를 대표로 뽑아서 한나라당으로서는 좋은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한나라당은 지난 대선에서의 부패와 비리 문제를 얼마나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열린우리당] 탄핵 철회하고 부패 이미지 쇄신해야

반면, 열린우리당은 비교적 깨끗한 이미지의 여성 의원이 한나라당 신임 대표로 선출된 데 대해 다소 긴장하는 눈치다. 탄핵안 가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영남우세 구도가 박 대표의 등장으로 변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심리가 반영된 듯 부정부패로 얼룩진 과거와의 단절과 탄핵안 철회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박근혜 의원의 대표 당선을 축하한다'며 '이제 새로운 정치의 파트너로서 우리당과의 정책 경쟁자로서 다시 태어나기를 바란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정 의장은 '동시에 탄핵안 강행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을 실천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근태 원내대표도 '한나라당이 제발 거듭 태어나 탄핵을 철회하고 정상적 정치를 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박근혜 대표가 이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영선 대변인은 '전당대회를 계기로 깨끗한 보수야당으로 거듭나기를 바라며 축하를 보낸다'면서도 '전당대회가 차떼기 정당, 탄핵정당으로서의 몸단장이나 화장 수준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이어 박 대변인은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탄핵에 대해 무조건 사과하고 이를 철회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탄핵이 가결되던 3·12 의회 쿠데타에서 박근혜 대표는 함박웃음을 흩날렸다. 모든 국민이 눈물을 흘리던 그 순간에 박근혜 의원의 웃음은 무엇을 의미했는가'라고 되물었다.

민병두 총선기획단장 내정자는 '역사 속의 오늘은 이탈리아 무솔리니가 파시스트 정당을 창당한 날이고 1938년 오늘은 독일 의회가 바이마르 헌법을 포기하고 히틀러에 전권을 부여했던 날'이라는 말을 통해 한나라당의 과거지향적 이미지를 부각시켜 눈길을 끌었다.

[민노당] '탄핵강경론자가 정치개혁 실천할지 의구심

한편, 김종철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박 대표의 당선에 먼저 축하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정략적 탄행을 감행하여 온 국민의 비난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강경한 탄핵고수입장을 보였던 박 대표가 향후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개혁을 실천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것'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김 대변인은 아울러 '박 대표는 고 박정희 대통령이 주도한 개발독재 시대에 남겨진 부정적 유산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꼬집은 뒤 '그 유산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다면 박 대표는 과거에 대한 향수로 현재의 지지를 얻어내려는 구시대 정치인에 불과함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4/03/23 오후 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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