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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바로 위에 늘어진 나뭇가지가 남편 나무 ock Tree이다. 그리고 그 앞 넓은 들에 지금 물이 고여있는 부근에 연못을 파서 갈대를 옮겨 심어 가을이면 노래하게 하고 오리와 거위들이 와서 살게 해 주어 남편이 심심하지 않게 해 주고 싶은 곳이다. 이곳으로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음에 다시금 감사하면서 이 글을 쓴다.
어제 정오를 지나고 부터 나 같이 둔한 사람에게도 심상치 않게 느껴지는 엄청난 위력의 바람과 폭우
단 한마디의 말도 못하고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던 남편때문에 지난 오년간 허리케인이나 폭설로 시달릴 때 마다 수 없이 911에 전화를 걸었던 둘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하나였던 그 때가 차라리 그리워졌던 지난 삼일간의 홀로 겪은 공포.
홀로된 나를 주변에서 염려해 주는 이웃들 한국에서 기도해 주는 친구들 카페의 고마운 회원님들이 계셨기에 별 탈 없이 고약한 sandy를 이겨냈나 보다.
앞의 글을 올릴 때만해도 허리케인은 내가 사는 조금 남쪽 아래에 있었는데 실체를 겪고나서 보니 그때가 차라리 별게 아니었다. 직접 영향권에 들어서자 마자 돌변한 사태의 심각성이 쫄다가 말겠지 하던 느긋한 태도를 완전 바꾸어 놓았다.
전화에 불이 나도록 어서 대피하라는 오빠와 조카들의 전화를 여러번 받고도 꿈쩍을 안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심상치 않았다. 허겁지겁 중요한 물품들을 챙겨 주택 단지에 있는 조카네 집으로 향하는데 7인용 큰 차가 이리 흔들 저리 흔들 핸들 잡은 손이 마구 떨릴 정도였다. 도로의 신호등은 이미 그 기능을 잃고 당장이라도 떨어질듯이 흔들리고 주변 상가는 물론 연중무휴 24시간 문을 열던 wawa 개스 스테이션 까지 깜깜 절벽.
쫄딱 비 맞고 들어서는 나를 보고 놀려대는 조카 손녀딸.
"이모 할머니는 완전 못말리는 여자야"
따뜻한 집안 공기와 훈훈한 사람 냄새 그리고 닦으라고 내놓은 보송보송한 마른 타올에서 나는 비누 냄새가 그렇게 향기로울 수가....
몇 번의 긴 정전이 있었음에도 수완 좋은 조카 사위는 자동차에 시동을 걸어 전기를 변환시켜 집안을 밝혀주었다. 또한 충전된 여러개의 노트북과 스마트 폰으로 시시각각 허리케인의 이동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자연의 위대한 힘에 무기력한 인간들이었음에도 현대 문명의 이기로 이렇게나마 대처할 수 있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며칠 전 핸드폰을 떨어뜨려 조카들에게 골동품이라 놀림 받던 망가진 핸드폰을 버리고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거금을 주고 사버리고 나서 며칠이나 후회했던 삼성 갤럭시S3가 나에게 이렇게 효자 노릇을 할 줄이야. 요런걸 선견지명?ㅎ
때려 부술 것 같이 부는 바람과 폭우로 한잠도 못자고 밤을 지새우고 날이 밝았다. 그렇게 버티면서 대서양을 맴돌던 허리케인도 대륙으로 접어들자 생각보다 빨리 이동하여 지금도 북상중이다.
Hurricane Sandy가 주고 간 상처. 수 많은 사상자. 처참하게 할퀴고 지나간 중남미 국가들. NJ. Atrantic City는 도시의 80%가 물에 잠기고 50여채의 집이 불타고 있으나 손도 댈 수 없는 NY. Queens 미국의 수도 Washington DC가 완전 암흑 상태 West Virginia에는 Winter Storm으로 눈이 2피트나 넘게 내리고 몇백만 사람들이 정전 상태에서 지내고 맨허턴의 증권가가 이틀 째 문을 닫고 있는 등 엄청난 피해액으로 치명적인 경제적 손실을 내고있다.
새벽에 바깥을 살피고 온 조카 사위의 말에 의하면 우리 동네도 물바다가 되었는데 아주 조금 높게 위치한 우리집은 넘어진 큰 나무도 없고 겉보기엔 멀쩡하다고 하였다. 가슴을 쓰러내리면서 아침을 잘 먹고 고맙다는 인삿말을 뒤로 하고 집으로 무사귀환.
제일 먼저 남편이 있는 ock tree아래로. 씩씩하게 우뚝 서 있는 나무와 그 앞에 흙강아지가 된 십자가. 연못을 만들어 주려고 정해둔 나무 앞 넓은 빈 들판에는 며칠간 온 비로 자연 연못이 만들어져 있었다.
"글라라, 무사 귀환을 축하해~"
아직도 잦아들지 않은 거센 바람 소리 속에서 남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리는듯 했다.
"고마워요 혼자 집을 잘 지켜주어서..."
남편과 간단히 인사 나누고 이어서 밖에서 부터 안까지 온 집안의 인스펙션을 시작. 걱정했던 차고를 여니 예상대로 한강. 또 한 곳 전 주인이 집 앞으로 조그맣게 확장했던 방. 지붕을 손봐야 할 것 같다고 늘 생각하면서도 게으름을 부리던 댓가를 톡톡히 치뤄 천장이 새어 밤새 물바다가 되어있었다. 도네이션 하려고 정리해 둔 남편의 비씬 의료 기구들과 런닝 머신 그리고 남편이 사준 내 사랑 재봉틀이 홀딱 젖었으나 더 큰 피해를 본 지역과 비교를 해보면 이건 鳥足之血.
대충 닦고 치우고 정리하고 나서 히터를 틀어 집안을 말리니 곧 훈훈해 지는 집안. 따뜻해진 집안 공기에 행복해 커피 한잔 내려 마시면서 컴 앞에 앉아 이 글을 쓴다.
아직도 아수라장이 된 피해 지역에서 망연자실해 있을 사람들을 생각하니 이렇게 무사귀환 하여 안도의 숨을 쉬고있는 자신이 웬지 죄스럽게 느껴짐은 人之常情이겠지.
"허리케인으로 피해 입으신 많은 분들. 힘 내세요. 빠른 복구를 위해 열심히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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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영자야 나도 심히 염려를 했는데하게, 집으로 보내주셨구나
이렇게 무사귀환해서 다행이다
하늘이 도우사 너를 이렇게 빨
피신가면서 얼마나 마음을 조렸겠니,,,
너가 나타나기만 눈빠지게 기다렸다,,,,,
나 무지 쫄았었어.ㅎㅎ
지름 1000마일의 위력을 가졌던 허리케인 덕분에
그동안 말로만 했던 자연의 무한한 힘과 인간의 무기력에 대해
절감 또 절감했던 날들이었다.
고맙다 영자야 무사귀환
걱정끼쳐 황공하옵니다.
이제는 미리미리 대피 잘 할께.
그러게 나이 들수록 고집 부리지 말고 주위 사람들 말 들으라는 말이 딱맞다
다시한번 감사하며 겸손을 배우자!!
우리 딸이 걱정이다 임신 9개월, 30층에서 살고 있으니 ~~~
참 맨하턴이라고 했지.
전력 복구가 언제 될지는 보장을 할 수 없지만
미국의 심장부라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너무 염려마라.
딸 전화 번호가 어찌되누? 주소도 알려줄 수 있으면 알려다오.
영자야~ 고생많았다.
몸고생,마음고생...
이번기회에 묵은짐 빨리빨리 정리하고 새출발하거라.
산뜻한 집을 만들어 기분좋은 나날을 맞도록...
하루하루를 소중하고 행복하게 살기위하여~~~
나도 거실 소파배치를 다시하고 밖을 더 많이 내다볼수 있게 해 놓으니
앞산의 단풍이 온통 내것이 되었노라~~~
앞 산 아름다운 단풍이 온통 네것이라니
얼마나 큰 은총인가~~
그 풍경을 가만히 눈을 감고 상상하노라니
허리케인으로 채 물들기도 전에 앙상한 가지들만 남은
가엾은 나무들의 아픔이 전해오는구나.
내일 부터 조금씩 물바다가 된 차고의 중요한 물건들을
큰 창고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할꺼다.
천천히, 조금씩, 서두르지 않고 내 힘이 닿는데 까지만....
영자의 글 소식이 어느 때보다도 반갑구나.
얼마나 놀랐을까!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서 차근차근 정리하렴.
남편께서도 널 지켜주신다는 마음이 드는구나.
무시무시라는 말은 이럴 때.ㅎㅎ
지나고 나니 이렇게 말하면서 웃을 수도 있구나.
걱정과 기도 고맙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