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당연필
최춘희
아버지 살아생전
‘필통 가지고 오너라’
저녁 등잔불 아래서
사각사각
몽당연필 깍아 주셨지
귀뜨라미
밤 깊어가는 줄 모르고 울었던 날
논일 밭일에 햇볕과 싸우시며
팔다리 익어가도록 일하고
밤이면 눈꺼플과 싸우실 때
필통 흔들던 나
지금은 아버지 보다 더 많은 나이
지나간 세상 삶이 쓸쓸 해지는 가을
뒤 베란다 귀뜨라미 울음에서
아버지 소리를 다시 들었네
연필 짧아진 걸 보시고
‘공부 열심히 했네 우리 딸’
하시며 웃으시던 아버지
귀뜨라미 노래에 실어 봅니다
‘아버지’
그때는 몰랐지요
아버지가 얼마나 힘들게 사셨는지를
그저 아버지만 보면
필통 흔들고 웃기만 했던 나
아버지는 나의 세상이었고
쓰디쓴 맛을 삼키며 인내 하며 산 세월
귀뜨라미 울음처럼 가슴에 새겨진
검게 탄 손
추억은 깊은 뿌리로 남아
가을을 부르는 귀뜨나미 소리에 깨어나
몽당연필이 아닌 컴퓨터 자판에
아버지 삶에 나를 비춰 보지만
몽당연필처럼 늘 부족한 딸
아버지의 사랑은
먹구름 속의 태양이었다고
담배
김철한
같이 가면 멀리 못 간다고 해서
수십년 동행하던 그와 인연을 끊었습니다.
자고 일어나면 그 친구 생각이 납니다.
일터에 나갈때면 꼭 챙기던 벗이었는데
너무 그립습니다.
그래도 잊어야지요.
쉬는 참이면 손 끝에서 항상 마주하던 친구였는데.
담배연기와 아내
신현대
1977년 아내를 처음 만났다. 아내는 내가 담배를 피우면 멋있어 보인다고 했다.
차멀미가 심한 아내였다. 교회에서 수련회 갈 때면 버스에서 울렁거린다며
의자에 기대어 잠을 자던 그녀였다. 담배 연기만 맡으면 신기하게도 멀미가 나지 않는다는 아내. 그래서 큰 형님 담배피울 때 그 옆에 가서 담배 연기를 들이 마시며 속을 달래곤 하던 기억이 난다. 나이가 들면서 아내는 차 멀미를 안하게 되었다. 담배 냄새도 싫어한다, 나도 담배를 끊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