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불교사학자 김상현 교수 별세
40여년 세월을 한국불교사연구에 매진해온 불교사학계의 원로 김상현 동국대 명예교수가
7월21일 오전 8시30분 별세했다.
향년 67세.
김 교수는 올해 초 정년퇴임과 함께 대학 강단을 떠난 후 한국불교사와 관련된 집필활동을
해왔으며, 논문 발표를 비롯해 학술세미나에도 적극 참여해왔다. 특히 최근에는 ‘교감 화엄
경문답’을 펴내 학계의 큰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오랜 세월 일본에 전해지는 ‘화엄경문답’이
당나라 법장 스님의 저술이 아니라 신라 의상 스님이 강의하고 제자 지통 스님이 정리했던
‘추동기’라는 사실을 밝혔던 김 교수는 이번에 다시 원문의 잘못된 부분을 꼼꼼히 바로 잡고
우리말로 옮김으로써 의상 연구의 지평을 크게 넓혔기 때문이다.
지난 7월초 불이상 심사위원장을 맡는 등 왕성한 활동을 계속해왔던 김 교수는 지난 7월17일
건강검진을 위해 동국대 일산병원을 찾았다.
유족들에 따르면 근래 가슴이 답답했다던 김 교수는 오전에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고, 오후 검
사를 위해 병원에 머물던 중 화장실에서 의식불명인 채로 발견됐다. 화장실 문이 안쪽에서 잠
겨 있어 응급치료가 늦어진 점이 치명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환자실로 옮겨진 김 교수는 의료진에 의해 심장수술이 이뤄져 잠시 호전되는 듯하다가 끝내
세연을 마쳤다.
“역사란 숱한 사연이 얽힌 연기(緣起)이며, 발전과 퇴보는 인간의 의지에서 비롯된다”고 강조
했던 김상현 교수는 그동안 수많은 사료를 발굴하고 집성함으로써 불교사 연구의 토대를 튼튼
히 다져왔다. 1965년 효당 스님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불교학에 첫 발을 내디딘 김 교수는 신라
불교사, 삼국유사, 조선불교사, 사찰연구, 한국 차문화사, 근현대 인물연구 등 고대와 근대를
넘나들며 120여편의 논문과 20여권의 책을 집필했다.
또 “학문이 상아탑에만 갇혀서는 안 되며 반드시 대중에게 회향된다”는 소신을 지녔던 김 교수는
학술서 이외에도 ‘역사로 읽는 원효’ ‘한국불교사 산책’ ‘조선청년에게 고함’ ‘생활다예’ 등 일반인
들을 위한 책들도 다수 남겼다.
특히 법보신문과의 인연도 남달라 ‘7세기 한반도’ ‘삼국유사 이야기’ 등을 오랫동안 연재했으며,
내년에는 조선불교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위한 ‘일화로 본 조선불교’를 연재할 예정이었다.
정승석 동국대 불교대학장은 “김 교수님은 정년퇴임 때까지도 늘 열심히 연구하는 전형적인
학자의 모습을 보여주셨다”며 “한국불교사 정립을 위해 노력하시던 김 교수의 별세는 개인적
인 슬픔을 넘어 우리 불교학계의 크나큰 손실”이라고 애도했다.
김천학 금강대 불교문화연구소장도 “선생님을 직접 뵙고 말씀을 나눴던 게 불과 며칠 전인데
이렇게 세상을 떠났다니 믿을 수 없다”며 “우리는 학문의 큰 스승을 잃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의 처남이자 같은 불교학자의 길을 걷던 박태원 울산대 철학과 교수는 “학자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늘 따뜻함을 잃지 않았던 분”이라며 “고인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법보신문에서 인용했습니다>
야습
-김상현 선생님의 급서(急逝) 소식에
우린 언제까지 당하기만
당하고 있어야만
하는가
하필 밝아오는 햇빛 찬란한 아침에
싸늘하게 식어버린
주검
부여안고, 울어야 하는가
목놓아 울어야 하는가
다 어디로 갔던가
우리의 불침번들은, 뜬금없이 찾아와
울어대던
검은 까마귀들은 다 어디로
갔더란 말인가
아무런 통보도, 아무런 예고도
없이
언제까지나 사라진 적들의 발자욱만
헤아리면서
우리는, 우리는
아직도 시위를 당길 수 있는
전우를
목놓아 부르면서
울어야 하는가
다음에는 또 우리 중에 누가
희생이 되려나, 불안에
떨어야 하는가
우린 언제까지 이렇게, 당하기만 하고
울기만 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아무런 대책도 없이
(2013. 7. 22. 高知에서)
김상현 동국대 명예교수의 7월21일 별세한 가운데 김호성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가
7월23일 일본 시코쿠 고치 현에서 ‘야습’이란 제목의 조시(弔詩)를 보내왔다.
동파도 법보신문을 읽는 중에
교수님의 부음을 듣고 너무나 가슴이 아파
글을 올렸습니다.
동산불교대학에서 한국불교사를 배우면서
특히 원효와 만해스님에 대한 강의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故 김상현 교수님!
왕생극락하시여 대한민국에서
다시 한국불교에대한 열변을 강의하여 주옵소서...
2013년8월2일
동파 곡배(哭拜)
동파
1967년 청담 스님으로 부터 수계 받은 법명.
http://cafe.daum.net/dongsanbuddha/GG1M/2?docid=4288023383&q=%BA%D2%B1%B3%BB%E7%C7%D0%C0%DA%20%B1%E8%BB%F3%C7%F6%20%B1%B3%BC%F6%20%BA%B0%BC%BC&r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