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 16:17]
형제들아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 너희 교훈을 거스려 분쟁을 일으키고 거치게 하는 자들을 살피고 저희에게서 떠나라...."
권하노니 - 이에 해당하는 헬라어 '파라칼로'는 전치사 '파라' 곁에서'와 동사 '칼레오'('부르다')의 합성동사로 '곁에서 말을 걸다', '이야기하다'의 뜻을 가지고 있으나 여기서는 '주의시키다', '경고하다'의 의미를 갖는다. 너희 교훈을 거스려 분쟁을 일으키고 - 사도는 밖으로부터 들어온 거짓 교사들로 인해 위험에 직면해 있는 로마 교회를 위해서,
본 서신을 끝마치기 전에 분명하고도 직접적인 경고를 하고 있다. 여기서 '너희 교훈을 거스려'란 말은 헬라어 성경에 '파라 텐 디다켄 헨 휘메이스 에마데테 포이운타스'로 되어 있어 '너희가 배운 바 그 교훈을 거스려'란 말로 번역된다. 이 말은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지금까지 배운 복음의 진리를 상기시킴과 동시에 거짓 선지자들이 진리를 대적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렇듯 그들이 로마 교회 성도들로 하여금 지금까지 배운 바 그 교훈을 거스려 행동하게 하는 목적이 있다면 그것은 로마 교회 안에 분쟁을 일으키려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본절에서는 그들의 성격을 분쟁을 일으키는 자들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분쟁'에 해당하는 헬라어는 '디코스타시아스'로 '떨어져서 있는 것', '쪼개진 틈', '분열' 등을 의미한다.
거짓 선생들은 거짓 진리로 성도들을 현혹하여 배운 바 진리에서 이탈하게 하여 교회의 분열을 조장하고 획책하였음이 분명하다. 거치게 하는 자들 - 거짓 선지자들의 성격을 묘사해 주는 또다른 표현이다. 이에 해당하는 헬라어 '스칸달라'는 '덫', '함정', '길에 놓아 넘어지게 하는 장애물'이란 뜻이다. 여기서는 '사람을 잘못가게 해서 죄에 빠져들게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거짓 선생들은 성도들의 분열을 조장하여 교회의 연합을 깨뜨릴 뿐만 아니라 결국은 저희가 가르치는 교훈을 따르게 하여 성도들의 영혼을 치명적인 죽음의 함정으로 빠지게 한다. 이들의 배후에는 하나님 나라를 대적하는 공중의 권세잡은 자, 즉 사단의 세력이 숨어 있다. 그렇다면 본절에 나타난 거짓 선생들은 구체적으로 어떠한 자들을 가리키는가 ?
이에 대한 견해는 다음과 같다. (1) 골로새서에 나타나는 영지주의자. (2) 도덕 폐기론적 자유인. (3) 유대교적 열심분자들. 여기서 (3)번의 견해가 지배적이다. 왜냐하면 유대교적 열심분자들은 항상 율법과 복음을 혼합하여 사도들을 대적하고 교회를 어지럽히는 세력으로서 복음 진리를 곡해한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초대 교회 안에는 이런 율법주의자들이 늘 문제가 되었다.
살피고 저희에게서 떠나라 - 이 말은 바울의 지혜로운 훈계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거짓 선생들에 대한 성도의 올바른 태도는 '살피고 떠나는'것이다. '살피고'의 헬라어 '스코페인'은 목표를 계속 응시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로서 '피하기 위하여 네 눈을 항상 뜨고 있으라'는 뜻이다.
즉 유혹받을 때 요구되는 경계의 태도로서 거짓 선생들에 대한 본질과 본성을 확실히 깨닫고 주의하라는 것이다. '떠나고'로 번역된 헬라어 '여클리네테'로 '단번에 저희에게서 돌아서라'는 뜻이다. 이 말은 성도들이 거짓 선생들의 본질과 본성을 알았으면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본질적으로 불가능한 것임을 알고 즉각 돌아서라는 의미이다.
[롬 16:18]
이같은 자들은 우리 주 그리스도를 섬기지 아니하고 다만 자기의 배만 섬기나니 공교하고 아첨하는 말로 순진한 자들의 마음을 미혹하느니라..."
우리 주 그리스도를 섬기지 아니하고 다만 자기의 배만 섬기나니 - 바울은 개역성경에는 생략되어 있는 '왜냐하면이란 말로 시작해서 거짓 선생들을 경계하고 떠나야 할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거짓 선생들은 그리스도 예수를 자기의 주로 섬기지 아니하고 다만 자기 자신을 섬긴다. 이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교회와 성도들을 넘어뜨리려는 자들로서 순전히 동물적인 욕구에 지배를 받던 자들이었다.
여기서 '자기의 배만 섬기나니'의 헬라어는 '둘류우신 알라 테 헤아우톤 코일리아'로 직역하면 '자기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며'라고 할 수 있다. 거짓 선생들은 자기 욕망에 가득차서 복음을 구실삼아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섬기나니'에 해당하는 헬라어 '둘류우신'은 '종노릇하다'의 의미로 쓰이지만, 크게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의 두 가지로 구분하여 쓰인다.
여기서는 나쁜 의미로서 '자기의 욕망이나 본능을 절대화하여 그 노예가 되어 섬긴다'는 뜻이다. 거짓 선생들의 이러한 삶의 양태는 세상적이요 정욕적이요 마귀적인 것으로 특징지워진다. 이처럼 로마 교회의 성도들은 거짓 선생들의 심각한 위협 아래 있었다. 공교하고 아첨하는 말 - 이에 해당하는 헬라어 본문 '디아 테스 크레스톨로기아스 카이 율로기아스'는 두 단어의 합성이다.
첫번째 단어 '공교하고'로 번역된 헬라어 '크레스톨로기아스'는 신약성경 중 본절에서만 나오는 단어로서 '유용한', '가치있는'이라는 뜻을 가진 '크레스토스'와 '로고스'('말씀')의 합성어이다. 이 말의 의미는 '유창한 말', '분명하고도 수긍이 갈 만한 말', '멋있고 그럴듯한 말'이다. 두번째 단어 '아첨하는 말'로 번역된 헬라어 '율로기아스'는 '좋게', '행복하게'의 뜻을 가진 부사 '유'와 '로고스'의 합성어로서 '축복', '아름다운 말', '칭찬'의 의미로 쓰이나
여기서는 '그 자체는 매혹적이지만 진실하지 않은 능변', 또한 '속일 목적으로 듣기에 좋은 말'로 쓰였다. 따라서 '공교하고 아첨하는 말'은 진실이 없는 거짓말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 이처럼 거짓 선생들은 감언 이설로써 성도들을 유혹하여 속이는 데에 아주 능수 능란한 자들이다. 순진한 자들 - 이에 해당하는 헬라어 '톤 아카콘'은 '악의와 교활함이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들은 남을 속이고 기교를 부리지 않으므로 타인에게서도 그런 것을 의심하지 아니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 같은 속기 쉬운 약점으로 말미암아 쉽게 기만당할 수 있고 멸망에 이를 수도 있는 사람들이다. 미혹하느니라(에크사파토신) - 이는 전치가 '에크'(밖으로')와 '아파타오'('속이다', '유혹하다')의 합성 동사로서 '완전히 속이다', '사기하다'의 의미를 지닌다.
거짓 교사들은 순진한 자들을 명망케 하는 악한 계교를 꾸미며 기만한다. 그러므로 사도는 이런 자들에게서 즉시 떠나라고 경고한 것이다.
[롬 16:19]
너희 순종함이 모든 사람에게 들리는지라 그러므로 내가 너희를 인하여 기뻐하노니 너희가 선한데 지혜롭고 악한데 미련하기를 원하노라...."
너희 순종함이 모든 사람에게 들리는지라 - 바울은 엄중한 경고를 한 후에 이제 로마 성도들의 헌신과 신앙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비록 앞 구절에서 성도들에게 경고를 했지만, 바로 이어서 로마 교회의 성도들이 이런 사태에 잘 대처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로마 성도들의 진리에 순종하는 믿음에 근거하여 밝히고 있는 것이다.
또한 로마 교회가 높은 평판에 걸맞게 거짓 선생들의 거짓된 궤휼을 올바로 분별하고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다고 바울은 확신하고 있다. .'순종함'이라는 말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로마 교회 성도들이 그 받은 교훈에 서서 행하는 믿음을 가졌음을 의미한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참된 종이 아닌 고로 순종치 않는 거짓 선생과 엄격히 구별되는 모습이다. 따라서 로마 교회가 거짓 선생들에 대한 사도 바울의 권고를 그대로 순종하여 모든 유혹과 간계를 이기고
다시 한번 믿음에 굳게 선다면 이미 모든 지역에 잘 알려져 있는 로마 교회의 복음에 대한 순종이 거짓이 아니라 사실임을 모든 교회에 확증하는 것이다.. 한편 '들리는지라'로 번역된 헬라어는 '아피케토'로 전치사 '아포'('~으로부터')와 동사 '히크네오마이'(도착하다')가 합성된 동사로서 신약성경 중 본절에만 나온다. 너희가 선한 데 지혜롭고 악한 데 미련하기를 원하노라 -
두 단어 '지혜롭고'와 '미련하다'는 거짓 교사들의 계교에 대해서 민감하고 식별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즉 로마의 성도들이 선한 것을 따르는 데에는 '지혜롭고' 악에 이끌리는 데에는 '우둔함'으로써 거짓 선생들의 미혹(迷惑)에 넘어가지 않기를 강력하게 주의시키고 있다.
여기서 '미련하다'로 번역된 헬라어 '아케라이우스'는 고대 형용사로 '악과 섞이지 않은', '순수한'이란 뜻이다. 이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하다'에서 '순결하다'와 같은 단어로서 원래 순수하여 죄가 없음을 의미한다. 바울은 이와 유사한 의미로서 '악에는 어린아이가 되나 지혜에 장성한 사람이 되라'고 권면한 바 있다.
[롬 16:20]
평강의 하나님께서 속히 사단을 너희 발 아래서 상하게 하시리라 우리 주 예수의 은혜가 너희에게 있을찌어다..."
평강의 하나님께서 속히 사단을 너희 발 아래서 상하게 하시리라 - 이 표현은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용기를 복돋아 주는 하나의 약속이다. 바울은 로마 성도들에게 아무 두려움 없이 사단과 싸울 것을 권면하면서 확실하고 신속한 승리가 그들에게 주어질 것임을 약속하고 있다. 한편 '평강의 하나님'이라는 말 속에는 자기 백성들을 분열시켜 불안을 조성시키는 악한 세력들로부터 보호 하시는 하나님의 권세와 능력이 마침내 승리를 주신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그리고 '사단을 너희 발 아래서 상하게 하시리라'는 말은 여자의 후손 곧 그리스도가 뱀의 머리를 상하게 하실 것이라는 말씀을 비유하여 사용한 것으로서 사단이 성도들에게 거짓된 교훈을 가지고 올 때 하나님이 성도들의 발 아래서 사단을 상하게 할 것이라는 말이다. '상하게 하시리라'로 번역된 헬라어 '쉰트마세이'는 미래 능동태형으로 '함께 으스러뜨리다', '눌러 으스러뜨리다', '짓밟다'는 의미를 가지며 이는 평강의 하나님께서 사단에 대하여 궁극적인 승리를 거두실 것이라는 축복된 약속을 강하게 시사한다.
즉 종말에 믿는 자가 얻는 궁극적인 승리는 믿는 두 가지 요인, 곧 하나님의 요인)과 사람의 요인'너희 발 아래서'에서 비롯된다. 하나님께서는 사단을 이길 수 있는 충분한 힘을 내려 주시지만 그 힘은 그것을 받아 들이고 사용하는 사람을 통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상과 같은 말씀은 17-19절에 기술된 거짓 교사들과 관련하여 이해해야 한다. 바울 당시 거짓 교사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복음의 진리를 거스려 어리석고 허탄한 교훈을 퍼뜨림으로 교회를 어지럽혔다.
그리하여 성도들과 사도들은 복음의 진리를 지키고자 거짓 선생들과 영적 싸움을 하였는데, 바울은 본절을 통해 그와 같은 싸움에서 하나님이 당신의 자녀들로 하여금 결국 승리하게 하신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요일 3:8;계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