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비어
박경석
몇 해 전
무작정 집을 나와
우연히 흘러든 찻집에서
언제나처럼 껌을 씹고 있던
순옥이가
길가 좌판에 널려 있는
붉은 루즈를 하나 골라
지금 막 칠하고 있다
해설 * 위 시 '샐비어' 는 신작시가 아니다. 아마도 현역 장교 시절 DMZ 근무시 휴전선 적막한 오지에 피어 있는 샐비어를 바라보며 당시 말썽 많던 가출 소녀를 연상하면서 썼던 것 같다. 이 시는 이외로 메스컴을 타면서 여러 신문에 소개 되었다. 특히 1993년에 '한누리 미디어' 에서 출간한 '신시 100주년기념 한국의 명시 감상' 에 한국의 명시로 선정되어 많은 대학교 국문학 교재에 인용되었다. 이 시를 지을 당시에는 장난 삼아 펜을 날렸지만 반응은 예상 밖으로 좋았던 작품이다. 나는 지금도 이 시가 그렇게 썩 잘 된 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이 시에 대한 해설은 홍윤기 박사가 썼다. 길게 썼지만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오늘의 사회상을 날카롭게 투시하며 감각적인 상징 수법으로 이농이며 가출 등 반윤리적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특히 꽃과 여인의 루즈를 대비한 은유의 기교가 돋보인다. 간결한 시구로 이렇게 많은 의미를 함축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시의 탁월한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