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을 좋아하기에 한때는 ##면옥에 즐겨 다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기간이 한 20년은 되니 나름 단골이었습니다. 시내 복판에 있어 접근성이 좋았고, 냉면을 먹기에 앞서 쫀득한 편육을 안주삼아 선주후면을 하기에도 좋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그 집의 육수 간이 점점 세지는 가 싶더니만 예전의 닝닝했던 육수로의 복원이 요원해 보였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1년의 기한을 정해 발길을 끊었다가 1년이 지난 후에 다시 방문하여 육수의 간을 보았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 임을 재확인했을 뿐이었습니다.
게다가 하필이면 그날 불운하게도 그 집에 드나든 이래로 가장 맛없는 냉면을 맛보게 되었습니다. 갑판장이 앉았던 자리가 주방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위치였는데 면틀에서 갓 뽑아낸 면을 냉수에 넣고 설렁설렁 치대더니만 바로 스뎅그릇에 담는 장면을 목격했었습니다. 그 정도로 면발을 빨아서는 미끈덕한 전분기가 제대로 빠지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완성된 냉면은 그 즉시로 손님에게 전달되지 못한 채 음식 배출구에서 한참을 더 방치 된 채로 있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일행曰 ‘저 냉면이 누구네 것인지 몰라도 되게 맛없겠다.’라고 했겠습니까. 그런데 아뿔싸! 그게 우리 것이었습니다.
내가 으뜸으로 꼽는 의정부 평양면옥은 가산동 주민으로서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냉면집이고, 비교적 접근성이 좋은 광명의 정인면옥은 너무 떠 버려서 대기줄을 서지 않고는 먹기 힘든 집이 되었으니 이제는 한여름의 평양냉면은 그림의 떡이려니 합니다.
함흥냉면하면 오장동 흥남집이나 신창면옥의 것도 좋아하지만 명동의 함흥면옥을 으뜸으로 꼽았었는데 수년 전 친구에게도 그 맛을 전수(?)해주고파서 데려 갔다가 그 친구에게 험한 꼴을 당한 후로 시나브로 발길을 끊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曰 '이딴 음식을 누가 먹겠는가.‘라며 폄하를 하였었는데 그 말을 인정할 수도, 계속 듣고 있기도 불편해서 먹는둥 마는둥 하고는 얼른 일어섰던 씁쓸한 기억이 있습니다. 식성이야 각자의 기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대놓고 폄하하는 것은 참기 힘들었습니다.
명동 함흥면옥에 안 다니게 된 이유는 딱히 친구 탓만은 아닙니다. 2007년도에 삼양사거리 인근 미아동에서 명동 함흥냉면에 필적할만한 냉면집을 찾아냈었습니다. 2005년 12월 9일부터 ‘배덕현의 함흥냉면’이란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하던 집인데 근본을 거슬러 보니 쥔장인 배덕현씨가 명동 함흥면옥의 주방 출신이랍니다. 우열을 가리기 쉽지 않은 맛에 (정릉동)집에서 가깝지, 양도 많지, 가격까지 저렴했으니 구태여 정릉동 거주민이 명동까지 진출해서 회냉면을 먹고 올 일이 없어진 겁니다.
갑판장은 평양냉면을, 아내는 함흥냉면을 훨씬 더 선호합니다. 때때로 아내가 함흥냉면이 먹고싶달 때가 있습니다. 그 때를 대비하는 것은 남편의 임무입니다. 그래서 가산동으로 이사를 온 이후에 애써 찾아낸 곳이 개봉동에 있는 ‘황가네 함흥냉면’입니다. 여러 집을 수소문한 끝에 어렵사리 찾아낸 집이지만 정작 갑판장네는 자주 다니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강구막회라는 공간에 매여 있다 보니 그렇습니다.
후덥지근하니 냉면 땡기는 밤입니다.
<갑판장>
첫댓글 덕분에 황가네 틈틈히 찾고있습니다.
부들부들한 만두피가 급땡기네요 ㅠㅠ
왕만두와 회냉면에 소주 한 병 마시기 좋은 집이죠. 캬~
오류동 평냉은 요즘 왜 그렇게 변한 건지 갸우뚱이고요,,,저렴한 함흥냉면집이 고척동에도 있어 비냉 땡기면 가곤 합니다,,,
그럼 오류동은 형제해장국 먹으러 가는 동네로 수정해얄듯요.
배덕현은 신사역 근처에도 하나 있어 요긴하게 사용중입니다. ^^
그간 격조했습니디. 잘 지내시죠?
너무 더워서 죽을똥 죽을똥 혀
시원한데로 찾아 다니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