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의 징검다리 '북설악 마산봉(1,052m) 심설산행 (2)
마산봉 정상에 서면 무의식적으로 북쪽으로 난 능선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게 되는데
백두대간은 정상에서 남쪽 사면을 따라 내려오는 길로 나 있다.
정상에서 20여분 동안 주변 경관을 조망하고 병풍바위봉(1,058m)을 향하여 남쪽으로 걷기 시작한다.
그러나 남쪽사면의 많은 눈으로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병풍바위 오르기전 바라 본 마산봉 정상
좌측편으로 죽변봉(680m)과 그너머로 동해바다를 조망해 본다.
겨울산행의 백미는 역시 눈꽃이다.
그것마져 없다면 과연 겨울산행을 떠날수 있을까?
이 아름다운 설경은 산에 오른자만이 가질수 있는 있는 것이다.
병풍바위봉까지 올라가는 길은 쉽지가 않았다.
올라가다가 쉬면서 올라가고 하였다.
평소 20여분간 소요되었는데 러셀을 하면서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가면서
50여분이 걸린 12:30 멀리서 볼 때 병풍처럼 펼쳐져 있던 병풍바위에 도착한다.
병풍바위 정상에 올라서 아래쪽을 보면 바위벽(병풍처럼)이 왼쪽의 능선을 따라 길게 뻗혀있다.
또 북쪽방향에 마산봉의 능선이 좌우로 수평처럼 조망이 된다.
마산봉은 능선부에 있는 하나의 작은 바위봉이다.
칼바람을 맞으면서 병풍바위봉에서 잠시 대기중인 팀원들의 모습이다.
앞으로 이 어려운 눈길을 어떻게 나아갈지 하는 심각한 표정들이다.
병풍바위봉에서 잠시 머무르다가 계속 나아갈지 아니면 되돌아갈지 의논끝에
러셀을 계속해 내가면서 예정된 코스로 진행하기로 하였다.
병풍바위봉에서 전망바위봉까지는 러셀이 되지 않아 길 찾기가 여의치 않았다.
급선무는 눈속에 파묻히거나 보이지 않는 백두대간 리본을 찾아 길을 확인하는 것이다.
선두에서 약 1시간동안 길을 찾으면서 러셀을 하였다.
몸은 치지기 시작한다. 숨은 고르지 못하여 턱밑에 차오른다.
그래도 오르막 구간이 아닌 내리막 구간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13:30 중간, 후미팀은 능선상에서 점심을 하기로 한다.
그러나 선두 4명은 빵 한개만으로 보충하고 계속 러셀을 해 나가면서 전망바위봉으로 향하였다.
14:10 대간령 가는 길목인 전망바위지대에 도착하지만 바람은 거칠고 앉을곳 조차 없다.
병풍바위봉에서 전망바위봉까지 1시간 40분이 소요되었으나
앞쪽으로 신선봉 지나온 병풍바위봉 그리고 동해바다 등 조망은 환상적이었다.
전망바위봉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890봉
전망바위봉의 작은 만물상(?)
속초시내와 영랑호 그리고 동해바다가 조망된다.
거센 바람에 몸도 가누지 못하고 한곳으로 치우쳐 있는 나무가 이채롭기만 하다.
전망바위지대에서 뒤돌아 본 병풍바위봉(1,058m) 전경
저 길을 따라 이곳까지 힘들게 왔나 보다.
전망바위지대에서 하산 길은 바로 아래에 너덜지대로 이어진다.
경관이 아름다운 '마산봉의 만물상'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간령으로 내려서기전 바라 보이는 죽변봉과 구름에 덮힌 푸른 동해바다
890봉에서 바라 본 신선봉(1,204m)과 상봉(1,239m)
능선사이 가운데로 가야 할 대간령과 물굽이계곡이 내려다 보인다.
30여분 거리인 전망바위봉에서 대간령 가는 길도 왜 이리 먼지----
전망바위지대에서 너덜지대의 눈길을 헤쳐가면서 예의 사방이 트인 능선을 따르자
15:09 대간령(大間領, 641m)에 도착한다.
그리고 대간령 표시목 사이로 東(도원유원지)西(소간령)방향에 넘나드는 길이 보인다.
지형도에 대간령이라고 나와 있는 이곳의 옛 이름은 큰새이령이며,
아직도 인근 사람들은 샛령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곳은 예부터 영동과 영서를 잇는 주요 고개 중 하나로, 인근 진부령이나 미시령보다 길이가 짧아
두 길이 포장되기 이전인 70년대 초반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넘나들었다고 전해진다.
고갯마루에 있는 너른 공터는 이 길을 넘던 사람들이 쉬어가던 주막터라고도 하는데,
백두대간 종주자들이나 마산봉을 찾던 사람들의 야영터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오른쪽은 보다 완만한 길인데, 마장터와 소간령을 지나 용대리로 내려서게 된다.
마장터로 이어지는 오른쪽 등로르로 들어선다.
하지만 대간령에서 신선봉, 삼봉에 이르는 백두대간은 설악산국립공원에 포함돼
출입을 막는 이정표가 커다랗게 서 있었다. 위반시 50만원 과태료 부과이다.
대간령에서 왼쪽으로 내려서면 문암천을 따라 도원저수지가 있는 도원리로 가는 길이다.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이 고개는 때로 서쪽은 눈보라가 치더라도
동쪽은 온화한 봄바람이 불 정도로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대간령에서 계곡으로 내려서자 등로는 깊이 쌓인 눈이 계곡눈터널을 만들고 있었다.
깊은 눈터널 마져 없었다면 겨울산행의 묘미가 있을까? 이 계곡을 물굽이계곡이라고 한다.
어느 곳이라도 그저 텐트 한동 쳐 놓고 눈위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을 만한 전경이었다.
계곡을 건너고 또 몇번 건너고 쭉쭉 뻗은 낙엽송 숲을 지나간다.
어느 수목원에 온 듯한 낙엽송의 풍경은 발 아래 쌓인 눈이 한껏 운치를 더했다.
16:30 영동과 영서가 만나던 옛 마을 마장터에 도착한다.
마장터에서 대간령까지는 3km의 거리이다.
이런 산중에 집이 있는 게 신기하기만 하고 때마침 대구에서 올라온 팀이 이곳에서 야영을 하고 있었다.
마장터는 샛령을 넘던 말이 쉬어가던 ‘마방’과 마꾼들이 쉬어가던 주막이 많이 있던 곳이라고 한다.
고성이나 속초에서 잡은 각종 생선들이나 소금 등을 마차에 싣고 고개를 넘어오고,
인제에서 생산한 감자나 옥수수 등을 싣고 또 넘어가던 사람들이 마장터에서 만나다 보니
자연스레 장이 서게 되고, 동네가 생긴 것이다.
한때 50여 가구가 모여 살았다고 하니,
적어도 이런 첩첩산중 산골 치고는 꽤 규모가 컷던 마을이 아닐까 싶다.
대구야영팀이 피워 놓은 따뜻한 장작불에 몸과 발을 녹이면서 배고픔을 라면 한개로 때운다.
먼저 2팀을 하산시키고 후미에서 쳐진 3명을 기다리기로 한다.
17:00경 후미 3명과 합류하여 소간령으로 향한다.
18:30 소간령을 넘어서 계곡을 따라 창암으로 내려오는 길이 멀고 길어지기만 하다.
오후 5시가 지나면서 주위는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1명의 낙오자는 어렵게 길을 걷고 있다.
정말 사투(死鬪)라고 할것이다!!! 걷는것 조차 애처로워 보일뿐이다.
여기서 주저 앉으면 조난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어둠속에서 뒤의 모습을 촬영해 본다.
소간령에서 창암리까지 1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멀기만 한 야간산행이었다.
창암계곡에 도착했을때 하늘의 북두칠성을 향해 한장을 찍어 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미시령 도로와 만나는 산행 날머리지점인 창암계곡의 끝에 다다랐을 때
계곡을 건너는 길은 매우 미끄러웠다.
조심스럽게 건너왔지만 뒤에서 오던 다리가 풀린 낙오자는 물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지친 몸에 얼마나 추울까???
19:30 창암계곡을 건너 창암리 슈퍼에 도착하여 산행을 종료한다.
먼저 도착한 팀원들이 살아서 돌아온 우리를 향해 박수로 손을 붙잡고 반갑게 맞이해 준다.
왠지 살았다는 느낌속에 눈물이 쏟아지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다.
이런 산행도 있을까 하는 걱정과 불안 그리고 안도속에 내 자신이 약해졌을까 하는 것이다.
계획된 5시간의 산행이 4시간 이상 더 걸린 9시간 30분이 소요되었다.
24명의 산꾼중에 1명이라는 변수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아무런 사고없이 산행을 끝내준 팀원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그 감사하는 마음은 속초 초원순두부와 소주로 서로를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