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발표작
호박꽃 순정
전보규
꽃 같잖은 꽃이라고 비웃음에 기 못 펴고
잎사귀가 너무 넓어 조롱에 핀잔까지
향기도 뿜지 못한 죄 꽃이기를 사양하리.
박색薄色이라 타박한들 생기길 그러한걸
수꽃에 넋 뺏기고 첫정에 순정 바쳐
애호박 등에 업고도 생색 따윈 꿈도 못 꿔.
참사랑 넝쿨손을 살그미 뻗어 올려
고운 임 마중 나와 밭둑을 타고 앉아
보는 이 부러움 사게 뚱그렇게 살찌우리.
신작
망향
소싯적 어렴풋이 싹 키워 매단 추억
한평생 거친 세파 꿈꾸듯 지난 세월
지금쯤 고향 뒤뜰엔 살구꽃이 피었겠지.
시간을 걷어내고 어둠에 불 밝히며
수십 년 빗장 걸고 변방을 맴돌지만
언제쯤 뒷담 너머로 익은 살구 맛볼는지.
추위 탄 타관 객지 설움에 허기져서
여명에 물든 계곡 헹구는 탄식 소리
돌부리 부딪치다가 여울목에 잠길는지
월류봉月留峰*
겹겹이 에워싸서 안개가 품은 봉峰이
살아온 세월만큼 구겨진 나이테를
물결이 휘몰아쳐도 늙은 자태 뽐낸다.
두견이 우는 소리 설렘을 부채질해
몰아친 물굽이는 목 놓아 울어대니
가파른 절벽산정에 누운 노송 더 외롭다.
잠겨진 빗장 푸니 막힌 정 넘쳐나서
풍성한 잔치 벌여 청해 놓은 한천팔경寒泉八景**
모두 다 옷고름 풀고 몸 가누지 못한다.
*충북 영동군 황간면 원촌리에 있는 봉우리로 한천팔경의 제1경
**충북 영동 황간에 있는 월류봉 밑 일대의 빼어난 여덟 곳의 산수
<대구시조> 2023. 제27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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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순정 외 2편 / 전보규
김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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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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