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보다는 훨씬 덜하지만 회색하늘과 간헐적인 빗줄기는 여전합니다. 비상하듯 자태 뽐내보려던 벚꽃잎들이 봄비내리듯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성산읍 내 거리는 온통 분홍빛! 벚꽃잎들로 도로와 인도에 소복히 쌓여있습니다.
봄의 기운을 한껏 드러내던 벚꽃이 꽃잎을 다 떨구어도 그 뒤를 이어 다른 꽃들의 만개잔치는 계속될텐데요, 그럼에도 화무십일홍의 전형을 보여주는 봄날 벚꽃의 피고 사라지는 과정은 왠지 마음을 아리게 합니다. 화려할수록 시듦의 과정은 더 혹독한 애닳음으로 보입니다.
오늘 우연히 난타 등 국악공연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태균이 난타를 한 적도 있어서 머리 속에는 기억이 남아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요, 개별레슨도 가능하다고 하니 다시한번 해볼까 시간을 잡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이번 토요일 4.3기념관에서 공연도 있다하니 아이들 데리고 다녀와야 되겠습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이란 작은 지역사회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공급해주는 가게나 업체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짜릿함. 태균이가 덩치가 워낙 크니 국내제품으로는 커버가 안되서 입을 옷은 미국에서 직배송받곤 했는데, 미국산 빅사이즈 옷가게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어 몇 개 사가지도 왔습니다. 가격도 착한지라 두 녀석 멋지게 만들어 줄 간절기용 옷도 해결!
오전에 주간보호센터 도착해서는 잠시 망설이는 태균이. 들어갈까 말까를 고민하는 표정이 역력합니다. 그래도 가자!쪽으로 마음을 굳히고는 준이따라 들어가기는 합니다. 어제 엄마랑 놀고 맛있는 것 먹고하며 즐거웠던 것이 머리를 스쳐갔겠지만 그래도 이성을 찾아 다행입니다. 벌써 여기는 철쭉도 한창입니다.
그렇게 잘 마치고 돌아와서는 운동해야 된다고 극구주장! 준이를 일으켜보려고 하지만 태균이조차 역부족, 준이녀석 집에 들어서면 더이상 움직이려 하지 않습니다. 잘 관찰해보니 이번에는 전체적인 신체마비와 큰 동작틱이 올라온 듯 엉거주춤 폼새가 눈에 뜁니다.
같은 사춘기 경기파장을 겪어도 태균이가 강박과 감정기복 등 정신적 문제 쪽에 비중이 컸다면 준이는 역시 동작 쪽 문제비중이 훨씬 크게 나옵니다. 두 녀석 경기파장을 겪으면서 각자 성장의 단계에 맞춰 요동치는 뇌신경망의 영역이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아직 어린 나이에 자주 멍때리는 것을 본다면 이건 주로 후두엽 소발작이라서 주의깊게 대비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준이녀석 옷입히려고 애쓰는 태균이를 보니 웃음이 납니다. 결국 실패하고는 체념한 듯 혼자 열심히 운동나서는 태균이, 준이가 숭덩숭덩 따라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도 준이를 열심히 챙겨주려는 형아 모습은 일상에서 계속 됩니다. 밥먹을 때, 보충제 먹일 때, 샤워할 때 등등 준이를 살뜰하게도 챙기곤 합니다.
고사리 채취하는 사람들이 수산한못 근처에 주차들를 하니 요즘 이 한적한 좁은 길이 시끌시끌합니다. 그들도 다 사라진 늦은 오후, 태균이와의 조용한 운동산책이 참으로 고마운 하루일과입니다. 요즘 유난히 사진찍기에 심취해서 휴대폰을 놓치는 못하지만, 자기 능력 안에서 뭐든 열심히 하면 좋죠.
엄마사진 얼마나 잘 찍었나 확인해 볼 일입니다. 머리가 댕강 잘려버린 사진도 재미있습니다. 저녁준비하려다가 끌려나간 꼴이고 내내 모자썼다가 벗은 상태라 머리가 엉망이니 사진에 나오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열심히 걸으라고 시범보인다고 계속 걷기만 했더니 먼거리 사진도 좋습니다. 태균이가 남겨주는 연습사진들, 그 어떤 거라도 미소짓게 해줍니다.
첫댓글 즐거운 소식들 틈에 준이의 상태가 옥에 티네요. 준이야말로 많이 걷는게 제일 좋을것 같은데, 정말 안타깝습니다.
난타 업체를 만나 반갑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