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철도 999이야기
선재동자의 구도여행을 다룬
은하철도 999이야기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엔 햇빛이 쏟아지네
행복 찾는 나그네의
눈동자는 불타오르고
엄마 잃은 소년의 가슴엔
그리움이 솟아 오르네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힘차게 달려라 은하철도 999
은하철도 999는
일본의 유명한 만화가인
마즈모토 레이지의
대표작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미야자와 겐지가 쓴
동화 은하철도의 밤에서
영감을 얻었다.
은하철도 999는
1977년부터 79년까지
소년 킹에 연재되어
큰호응을 얻었다.
1978~1981년에는 일본 후지TV에
2년 6개월간 에니메이션으로
방영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TV에서의 엄청난 인기는
영화탄생의 배경이 되었다.
국내에서도 5공 초창기에 방영되어
소년.소녀들의 가슴에 커다란 재미와
감동을 안겨준 추억의 명작만화이다.
메텔과 철이가 은하열차를 타고
행성을 여행하는 이야기는
화엄사상을 배경으로 탄생한 것이다.
화엄경 입법계품은
선재동자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남쪽으로 53명의 스승을 찾아
구도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선재동자의 이야기는
수많은 불화로 그려지고
문학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고려불화중 수월관음도는
화엄경 입법계품에서
선재동자가 관세음보살을 만나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선재동자의 구도이야기가
문학작품으로 태어나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이
은하철도 999와
쎙 떽쥐 베리의 어린왕자이다.
국내에서는 고은 시인의 화엄경과
이재운 작가의 아드반,
사막을 건너는 이들은
별을 사랑해야 한다.가
선재동자 이야기를
소설화 시킨 작품이다.
화엄경 입법계품은
지혜의 화신 문수보살이
어린 선재동자를 데리고
스승을 찾아 가르침을 듣게 하고
진리의 세계로 들어가는 이야기이다.
선재가 만난 스승들은
행자뿐 아니라 뱃사공과 의사.왕.
도둑과 창녀등 각분야의
멘토를 만나면서 지혜를 이루고
마지막으로 실천의 스승인
보현보살을 만난다.
10가지 덕행을 닦아
모든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자기를 봉헌한다.
그 공덕으로 그는 법장비구의 서원과
행복의 에너지로 이루어진 별
수카바티 극락에 태어난다.
은하철도 999에서는
문수보살은 메텔이 되고
선재는 철이가 된다.
문수는 메텔이 되어 철이를
엄마처럼 보살펴 준다.
철이 역시 여러가지 사건과 고난을
이겨내며 점점 지혜가 생겨난다.
영화속 한장면으로 들어가 보자.
철이가 답답하다며
기차의 창문을 열자 목화솜같은
작은 것이 둥둥 떠오르며
기차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철이는 신기해서 그것을
손에 올려놓고 보다가
손바닥으로 누르려고 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메텔이 소리친다.
"철아 그러면 안돼".‥
"메텔, 왜 그래?"
그 안을 잘 들여다 보렴,
철이는 솜사탕 같은 것을
물끄러미 들여다 본다.그안에는
놀랍게도 수많은 은하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작은 우주야,그안에는
철이 너와 같은 소년도 살고 있단다.
철이 손에 있는 것은
솜사탕이 아니라
모든것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우주 그 자체였던 것이다.
화엄경에 나오는 부처님은
비로자나불이다.
비로는 쪼갠다는 뜻으로
모든 물질을 쪼개 들어가면
궁극적으로는
빛과 파동으로 이루어진
실상세계를 본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화엄학의 대가들이
출현하여 화엄사상이
민족사와 불교사상의
큰흐름을 형성하였다.
원효는 화엄경을 주석하고
스스로 보살의 삶을 살았다.
가장 높은 깨달음을 이루었지만
가장 낮은 자들에게 내려와서
그들을 가장 귀한 부처로 받든
동사섭의 삶을 산것이다.
의상대사는
중국 화엄종의 법맥을 이어
해동 화엄종의 시조가 되고
화엄십찰을 건립하여
화엄사상을 널리폈다.
해인사.범어사.화엄사.부석사등이
화엄종의 사찰이며
불국사의 본이름도 화엄불국사이다.
금강산.오대산.속리산.무등산은
한국의 명산이다.그 산들의 공통점은
상봉이 비로봉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삼각산도 형제봉.문수봉.
보현봉.석가봉.원효봉.의상봉의
이름을 볼수 있다.
옛 사람들은 산에 부처님이
계신다 생각하지 않고 산 전체를
부처님의 법신으로
신성시 여겼던 것이다.
산봉우리 마다 적힌 이름을 보면
선재동자가 스승을 찾아
구도여행을 떠나듯 한봉우리
오를때 마다 나를 내려놓고
스승의 지혜를 떠올리게 한
선인들의 철학이 깃들어 있다.
은하철도 999는 영원한 생명을.
갈구하는 인간들에게 던지는
하나의 질문이다.
만약 당신이 기계가 되어
죽지 않을수 있다면
기꺼이 기계가 되겠는가,
만약 그렇다면 인간이란 존재는
무엇인가 하고 묻는다.
인간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죽음이다.
만약 인간이 기계와 결합해서
영생을 얻는다면
종교는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
그러면 기계와 결합한 인간에게
존재의미는 있는가?
안드로메다에 도착한 철이는
기계에 의지한 영생을 거부한다.
무의미한 영생과 인간다운 죽음
가운데 후자를 택한 것이다.
철이는 영원한 생명이라는
헛된 욕망을 품고 여행했다.
헛된 망상의 구름이 철이를 가려
인간의 본분을 망각했다.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은
자연의 순리임을 깨닫게 된다.
자신의 성품을 본다는 것은
무상성과 무아성을 깨닫는 것이다.
사찰이 배경이 되고
승려들이 나온다고 해서
불교영화는 아니다.불교영화는
불교라는 표현 한마디 없이
불교사상과 지혜가
녹아 있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역사드라마는
불교를 폄하하고 왜곡시키기 위해서
사찰과 승려들을 등장시킨다.
방송작가들의 의도가
대단히 의심스럽다.
금강경은 공이라는 말없이
공의 세계를 설파한다.
어린왕자는 선이라는 표현없이
선의 세계를 문학적으로 표현한다.
은하철도 999는 선재동자 없이
선재의 구도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 현장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