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넘게 가족세우기 축어록을 작성하면서 신경계에 얼어붙어 있던 트라우마와 상념체들이 녹아서 흘러내리는 체험을 하고 있다.
가족 세우기 녹화 영상을 보며 200여개가 훌쩍 넘는 축어록을 작성했는데, 세상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
우리는 모두 집단 무의식을 통해 하나의 커다란 영적 공동체로 연결돼 있는 존재이기에, 타인의 이슈가 곧 나의 이슈이다. 그래서 타인의 사례를 깊이 있게 관찰하면 거기서 삶의 자원을 발견할 수 있고, 내 삶에 그대로 써 먹을 수 있게 된다.
축어록을 작성하면서 몸속의 세포들이 전율하고 떨리는 경험을 반복하였다.
세션을 촉진하시는 유명화 선생님의 가이드는 일반적인 지식의 차원을 뛰어넘는다. 삶의 지혜의 정수, 즉 에센스가 담겨져 있다.
가족세우기를 통해 체험하신 통찰을 고스란이 일과 생활속에 녹여내며 사시기에 자연스럽게 흘러 나오는것 같다.
이번달 가족세우기 세미나에 가서 시험관10차를 하면서 난리 부르스를 떤 이야기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또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동안 시험관에 실패할 때마다 한 양동이 넘치는 눈물을 흘렸고 내면치유작업을 많이 해왔기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 놈의 눈물은 바닷물처럼 마르지도 않는지 과거로 기억이 소환되면 슬픔의 빗장이 활짝 열리는 것이다.
목소리도 떨리고 몸도 떨리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이야기를 하다 옆을 보니, 가만히 듣고 계시던 유명화 선생님도 함께 울고 계셨다. 왕구슬 만한 눈물을 또르륵 또르륵 흘리며 울고 계신 선생님의 얼굴을 보니 감사함과 감동이 밀려왔다.
나의 아픔에 아무런 판단 평가없이 함께 울어주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얼마나 큰 위로와 치유를 가져오던지, 상담사가 어떤 자세로 존재할 때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큰 배움의 순간이었다.
공감과 공명은 다르다.
공감은 그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려는 인지적인 과정을 수반한다면, 공명이란 상대방 에너지의 흐름과 함께 숨쉬는 것이다.
공명을 한다는 것은 인위적인 노력이 전혀 필요하지 않으며 마치 숨을 쉬는 것 처럼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세상에는 훨씬 비극적인 사건(예를 들면 사랑하는 자식, 배우자를 잃거나 사고로 중증 장애를 입게 되는)도 많은데,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자의 아픔은 경중도로 따졌을 때 전자와 비교가 안되는 가벼운 것이라고 얘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그에 버금가는 아픔이다. 그리고 그 중에 한 사람이 난임의 시간을 거쳐온 나였다.
반면, 우리가 습관적으로 하는 판단 평가가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지도 같은 날 체험했다.
당일 세션을 마치고 촉진자 과정 교육생들과 공부를 하는 시간에 어떤 분이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저 분은(=나) 임신에 너무 집착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기분이 순간 너무나 나빠졌다. 아기를 간절히 바라서 시험관을 10번이나 하고 울며불며 힘들었던 시간들을 단순히 '당신은 집착이 참 많군요'라는 문장 하나로 정리를 해버리는 것이다.
그 동안 나역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내 잣대로 판단 평가하며 살아왔던가?
나에게 집착 운운하시던 분도 나와 똑같이 판단 평가하는 습관이 너무나 강하기에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다.
나와 운명이 다르고 다른 환경에 처해 있어 고통속에 빠져 있는 존재를 머리로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며, 섣불리 내 기준으로 판단 평가한다면 영적 성장과 치유의 문이 닫혀 버린다.
단지 그 순간에 나의 고정관념은 잠시 내려놓고, 몸의 긴장을 풀고 호흡을 하며 상대방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자세가 된다면 공명은 저절로 일어날 것이다.
가족세우기 대역을 서면서 '형태장에 공명한다'는 것은 어떠한 인위적인 노력이나 의도가 필요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동안 늘 무언가를 애써서 노력해야 하고, 억지로 해야하고, 하기 싫어도 해내야만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부담감과 불안감 속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가족세우기 대역을 서면서 '저절로 되어짐'의 미학에 눈을 뜨고 있다.
이것은 일상생활이나 치유작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꽤 유명한 정신과 의사가 쓴 책에서 '공감이란 온 몸을 던지는 것이다'라는 글을 읽었는데 마치 쇳덩어리를 얹은 듯 부담감이 느껴졌다.
저렇게 '온 몸을 던져서 공감' 하다간 내가 먼저 훼손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존재 자체가 다르고 나와 전혀 다른 시각을 갖고 있는 내담자에게 '온 몸을 던져 공감'하다가 많은 상담사들이 번아웃이 되고 자신을 훼손시킨다.
상담사가 '아이구, 그래요. 얼마나 힘드셨어요?'라고 공감하는 차원에 머물러 버리면 내담자는 잠시 위안은 받을지 몰라도 '그래서 뭐 어쩌라고?'가 돼버린다.
상담사는 지혜와 영성의 창을 열어서 내담자의 의식의 차원을 확장시키도록 돕는 사람이다.
넓고 큰 관점을 키우는 훈련을 지속하고 더불어 사랑과 호의에 머물며 공명한다면 내담자에게 이보다 더 큰 선물은 없을 것이다.
사랑과 호의속에 머물면 저절로 상대방의 에너지장과 공명된다. 우리는 하나로 연결된 존재인 동시에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존재이기에 지구중심에 그라운딩을 하고 공명한다면 상대방에게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적절하고도 강력한 치유의 도움을 줄 수 있다.
'형태장에 공명한다'라는 것을 글로 풀어쓰자니 굉장히 추상적이고 어렵게 느껴진다. 이것은 체험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이번 세션에서는 그동안 시험관으로 만들어냈던 아기들(엄밀히 말하면 수정란) 대역을 10명 세웠다. 만들어낸 수정란 갯수야 그보다 더 많지만, 회차별 갯수로 세운 것이다.
내 옆에 남편 대역을 세우고 우리 부부 주위에 10명의 아기들을 삥 둘러 세웠다.
첫번째 아기부터 눈을 하나 하나 맞추며 애도작업을 했다. 유산으로 떠나보낸 첫 번째 아기 대역은 온 몸을 사시나무 떨듯 추워했다. 아기에게 사랑의 에너지를 보내며 둘째, 셋째를 거쳐 역시 유산이 된 네번째 아기와도 눈을 맞추었다. 그동안 워낙 홀로 애도작업을 많이 해서인지 마음은 담담했지만, 눈물은 쉴 새없이 흘러내렸다.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 여덟째, 아홉째를 거쳐 이번에 이식한 지 며칠 안 되는 열 번째 아기와 눈을 맞추었다.
지금 뱃속에서 열심히 크고 있는지, 아니면 벌써 자궁에 흡수되어 사라졌는지 알 수 없는 열번째 아기이다.
열 번째 아기는 주저하며 나에게 오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열 번째 아기 뒤에 삼신할매 대역을 세웠다.
삼신할매는 말 그대로 세명의 신(三神)을 의미한다. 한민족의 천지인 정신, 기독교의 삼위일체(성부,성자,성신)와도 상통하는 개념이다.
생명이란 하늘과 땅과 사람의 조화로운 합일 속에서 창조된다. 행성의 움직임과 상호 작용에 의해 지구환경이 달라지고 인간의 운명도 달라지기에 하늘이 허락해야 생명도 잉태된다.
여기에 어떤 인간적인 감정이나 작은 차원의 욕망들이 개입될 리 만무하다.
삼신할매 대역이 열 번째 아기 대역의 손을 잡고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촉진자가 아기에게 "엄마(=나)에게 다가갈 수 있나 보세요"라고 말했지만, 아기는 나에게 오지 못했다.
선생님이 "아직 아기가 오려면 멀었나봐요. 아직 우주에 머물고 있어요"라고 말씀하셨다.
어이구~ 내 나이가 지금 48세인데 그럼 언제 온다는겨? 50살 다 되거나 넘어서? ㅜㅜ.
이런 마음이 들면서도 나에게 아기를 보내주지 않는 삼신 앞에 자연스럽게 고개가 숙여지면서 마음은 편안해졌다.
가족세우기 장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나의 내면에 있는 상을 나타내는 것이지 현실을 똑같이 반영한다고 이해하면 안 된다.
10번째 아기가 나에게 오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이번 임신도 실패라는 뜻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나의 마음을 대역을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형태장을 보며 '내가 있는 그대로에 동의할 수 있는가? 이것에서 통찰을 얻어 삶의 자원으로 쓸 수 있는가?' 이다.
설혹 이번 시험관 10차도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생명이란 큰 우주의 질서에 따라 허락될 때 온다'는 것을 마음으로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원시인들이 재단앞에 산 재물을 갖다 바치고, 중생들이 내 욕심대로 해 달라며 구걸하듯 기도하는 것은 이 우주가 인격화된 인물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이라고 착각해서이다.
하나님은 흰 옷을 입고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가 아니라, 우주 조화의 질서, 행성의 움직임에 따라 변하는 천지만물의 법칙이다.
내일 태양이 뜨지 않길 바란다고 태양이 뜨지 않는 것이 아니며, 비가 오지 않길 바란다고 올 비가 오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인간의 지혜를 발휘하여 미리 대비하고 어느정도 예측하는 것은 가능할 것이다.
수만년동안 모든 문명에서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하여 미리 가뭄이나 수해에 대처해왔듯 말이다.
지나가버린 아기들과의 애도작업 후 몸과 영혼이 샤워를 한 것 처럼 맑고 가벼워졌다.
의식의 창이 이 우주만큼 넓어져서 새털처럼 가볍게 살다 가고싶다.
세상과 조화롭게 살며 많은 생명들에게 봉사하며 이 생을 행복하게 살다 가고 싶다.
https://blog.naver.com/starhealer1004/222417239751
출처 네이버 블로그 <창조와 치유의 숲>
첫댓글 저는 7기 교육생이예요. 유명화쌤에게 전화받았습니다. 10기 축어록 봉사하신다구요. 10기가 시작한지 얼마 안된걸로 알고 있는데, 동영상이 200개라니, 좀 놀라서 글을 계속 올렸네요. 하지만, 말씀도 하지 않고, 글을 계속 삭제하는 건 유쾌한 일은 아니네요.
계속 오해를 하시는 것 같아 몇자 적습니다.
(사실을 알아보지 않고 거듭해서 오해하시는 현상이 인상적입니다. 현상을 왜곡하는 내면의 상은 무엇일까요?)
선생님 글은 선생님과 통화 후에 '이해했다'고 했고
선생님의 게시글이 후기 게시판의 목적과 관계가 없는 내용이고
다른 분들에게 불필요한 오해나 이슈를 불러 올 것 같아서
제가 삭제했습니다.
김서은 선생님은 글이 삭제됐는지도 모를거에요.
또한, 게시판을 삭제할 수 있는 권한도 없습니다.(게시판 글은 글쓴이와 운영자 등급 이상만 삭제가능합니다.)
축어록이 200개인지는 제가 세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10기와 11기를 모두 작업중입니다.
축어록 작업 이유는 집합교육때 '자신의 운명에서 대물림되어 운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이슈'를 작업을 할 때
축어록을 쓰지 않은 분들이 작업을 못하는 경우가 있어서 작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제가 부탁했습니다.
앞으로 궁금한 내용 있으면 제게 직접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
@유명화
한가지 더,
코스 후기 방으로 게시글을 이동한 것은
김서은 선생님이 모르고 '상담 전문가'방에 올렸기 때문입니다.
'상담 전문가' 방은 상담사 세미나에 참여한 분들의 소통 방입니다.
제가 게시판 목적에 맞지 않으니 후기 방으로 이동하고
텍스트도 함께 올리도록 안내했기 때문에 김서은 선생님의 글이 후기 방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선생님의 댓글과 무관한 것이니 이점에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세션때마다 머리를 망치로 맞은듯한 느낌의 인식의 확장과 (사실 무의식에선 알고 있었기에) 받아들임이 자연스럽게 일어나곤 했었습니다. 풀림이 일어나는 지점을 포착하는것도 공부가되었고요.
축어록 작업을 하면 책으로 만나볼수 있을까 기대해봅니다.
네. 저도 가족세우기 하면서 뼛속 깊이 박힌 업장소멸이 녹아서 흘러가는 경험을 계속 하고 있어요.^^ . 축어록 모음은 향후 유명화샘이 책으로 내시든, 교육자료로 쓰시든 활용하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