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松 건강칼럼 (643)... 플라스틱프리(Plastic-Free)
박명윤(보건학박사, 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플라스틱 오염
“비닐봉지를 제조, 판매하거나 사용하는 사람은 징역(1년-4년) 또는 벌금(韓貨로 약 2100만원-4300만원)형에 처한다.” 세계에서 비닐봉지를 가장 강력하게 규제하는 아프리카 대륙 동부에 위치한 케냐공화국(Republic of Kenya)은 2017년 8월부터 산업용 목적을 제외하고 비닐봉지 제조, 판매, 사용 등을 전면 금지했다.
유엔환경계획(UN Environment Program)에 따르면 케냐의 슈퍼마켓에서만 매년 1억 개 이상의 비닐봉지를 사용하며, 사용하고 버린 비닐봉지가 야생(野生)지대까지 날아 들어가 야생동물들이 먹고 병에 걸리는 등 세계 야생동물의 천국인 케냐가 위기를 맞게 되어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모로코, 르완다, 탄자니아, 우간다, 소말리아 등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도 비닐봉지 규제에 적극적이다.
인류의 역사를 석기(石器)시대, 청동기(靑銅器)시대, 철기(鐵器)시대 등으로 구분한다면 현대는 플라스틱(plastic)시대라 할 수 있다. 플라스틱 없이는 현대 문명이 만들어낸 혁신적인 제품들을 제조할 수 없다. 플라스틱의 역사는 독일인 크리스티안 쇤바인(Christian Schonbein, 1799-1868)으로부터 출발한다. 스위스 바첼대학 교수로 재직하던 1846년 즈음 폭발성이 강하고 탄성이 큰 질산섬유소 합성에 성공한다. 한편 최초의 플라스틱은 미국의 존 하이엇(John W. Hyatt, 1837-1920)이 1869년 최초의 천연수지 플라스틱 셀룰로이드를 만들었다.
한편 합성수지를 원료로 한 최초의 플라스틱은 1907년 벨기에 태생의 미국인 리모 베이클랜드(Leo Baskeland, 1863-1944)가 발명한 베이클라이트(bakelite)다. 페놀과 포름알데히드를 이용한 베이클라이트는 단단하고 절연성이 있으며 부식되지 않는다. 1922년에는 플라스틱이 서로 연결된 수천 개의 분자사슬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독일의 화학자 헤르만 슈타우딩(Hermann Staudinger, 1881-1965, 1953년 노벨화학상 수상)이 밝혔다.
가장 광범위하게 소비되는 플라스틱 폴리에틸렌(PE)은 1933년 영국 에릭 포셋(Eric Fawcett, 1927-2000)이 실험실에서 실험을 하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 에틸렌을 중합하면 폴리에틸렌이 만들어지는데, 그 밀도에 따라 저밀도와 고밀도 폴리에틸렌으로 나쥔다. 고밀도 폴리에틸렌은 독일의 칼 치글러(Karl Ziegle, 1898-1973)가 1953년에 발견했으며, 단단하고 높은 온도에 강해 파이프, 연료탱크 등에 주로 사용한다.
20세기 후반으로 들어오면서 고기능성 플라스틱의 개발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일본의 히데키 시라가와(Hideki Shirakawa, 1936-)는 앨런 맥더미드, 앨런 히거와 함께 전기가 통하는 플라스틱을 개발해 2000년 노벨화학상을 받았다. 미래의 플라스틱 신소재 개발의 응용범위에는 한계가 없다.
그러나 사용하고 폐기되는 수많은 플라스틱으로 인하여 지구의 환경이 오염되기 때문에 환경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플라스틱의 원료로 사용되는 원유(原油)의 고갈도 플라스틱 산업이 직면한 위기 가운데 하나다. 이에 천연 소재 기반의 플라스틱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대국(大國)으로 국내에서 하루 5445톤 플라스틱 폐기물을 배출하고 있다. 한 해 일회용 컵을 257억개, 1인당 비닐봉지는 연간 420개 등 플라스틱 소비량은 100kg에 육박한다. 그리고 전국 가정집, 사업장 등에서 재활용(再活用) 목적으로 내놓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100% 재활용한다는 것은 거짓이며, 재활용은 절반도 안 된다.
지난 6월 5일은 UN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World Environment Day)이다. 유엔은 올해 환경의 날 주제로 ‘플라스틱 오염 퇴치(beat plastic pollution)’을 정했고, 우리나라 환경부도 ‘플라스틱 없는 하루’를 주제로 각종 행사를 가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환경의 날 메시지에서 “환경 보호는 나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며 “비닐봉지 사용만 줄여도 원유 사용이 줄고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도 줄여든다”고 말했다.
‘세계 환경의 날’은 1972년 6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유엔인간환경회의’에서 제정되어 그해 UN총회에서 채택되었다. 이 회의는 국제사회가 지구환경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기울일 것을 다짐한 첫 번째 국제회의였으며, 인간환경선언이 발표되고 UN산하에 환경전문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을 설치하기로 결의하였다. 우리나라도 1996년부터 6월 5일을 법정기념일인 ‘환경의 날’로 제정했으며, 1997년엔 서울에서 UNEP 주최의 ‘세계 환경의 날’ 행사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세계 환경의 날’에는 매년 한 국가가 선정되어 주요 기념행사를 주최한다. 금년에는 인도(India)가 주최국으로 선정되었다. 주최국 외에도 전 세계 곳곳에서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열린다. 특히 금년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5개 주요 도시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활용한 아트 프로젝트(art project)가 진행되었다. 서울에서는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버려진 플라스틱 물병을 활용하여 물고기 조형물을 만들어 전시했다.
플라스틱은 약 500년의 시간에 걸쳐 분해는 완성되나 플라스틱 성분은 반영구적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라스틱은 얼마나 될까? 매년 전 세계에서 5천억개의 비닐봉투가 사용되고 있으며, 매년 1300만톤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유출돼 해양생물들을 위협하고 있다. 해양 생물들이 바다로 유출된 플라스틱 쓰레기를 섭취하면서 ‘먹이사슬’을 통해 플라스틱이 결국 우리 몸에 들어오게 된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Greenpeace)가 발표한 ‘남극(南極)지역 탐사 보고서’에 의하면 남극 지역에서 채취한 눈(雪)과 물(水) 등 대부분 시료(試料)에서 미세 플라스틱과 유해화학물질이 발견됐다. 즉 남극에서 채취한 8개의 해수 표층수 시료 중 7개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검출됐으며, 9개의 눈(snow) 시료에서도 농도 측정이 가능한 수준의 과불화화합물(PFC)이 검출됐다. 과불화화합물에 장기간 노출되면 내분비계 교란이나 발암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사용하는 플라스틱 양이 98.2kg으로 일본 66.9kg, 영국 56.3kg 등에 비해 상당히 많다. 비닐봉지 사용량은 420개(2015년 기준)로 독일 70개, 아일랜드 20개 등 유럽연합(EU)의 사용량을 크게 웃돌고 있다.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덴마크는 1994년부터 ‘포장세’를 도입하여 일회용 포장재의 사용을 줄였다. 지난 6월 12일 미ㆍ북 정상회담(US-North Korea Summit)이 열린 싱가포르(Singapore)는 정부와 기업이 함께 협약을 통해 포장폐기물을 3만 9000톤 정도를 줄였다.
최근 지구촌에서 ‘플라스틱 빨대 퇴출!’에 대하여 공동 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빨대 퇴출’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이유는 플라스틱 용기가 환경을 파괴한다는 지적이 거세지면서 가장 흔한 빨대 사용부터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기 때문이다. 영국 런던과 맨체스터의 54개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5월 초부터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비치하고 있다. 캐나다 밴쿠버市는 2019년 6월부터 식당과 술집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영국은 요즘 친환경 운동이 활발하다. 환경부 마이클 고브 장관은 빨대와 음료를 젓는 막대에 플라스틱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식당에서 재활용이 가능한 컵만 쓰자는 ‘컵 낭비를 줄입시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미국 뉴욕시의원 라파엘 에스피날(민주당)은 “미국에서 매일 5억개의 빨대가 버려진다”며 플라스틱 빨대 금지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나 금속 재질로 대체해야 한다는 것이며, 만약 플라스틱 빨대를 제공하면 100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조항이 들어 있다.
나의 편리함이 지구를 멍들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면서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플라스틱 줄이기’를 실천하여야 한다. 즉, 마트에 갈 때 장바구니(쇼핑백)를 챙기고, 음료 구매 시 머그컵이나 텀블러를 사용한다. 플라스틱 식기류 사용을 자제하며, 플라스틱 쓰레기는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지난 4월 중국이 플라스틱 폐기물 수입을 전면 중단하자 우리나라는 커다란 혼란에 빠져 수도권 ‘폐비닐 쓰레기 대란’을 겪었다. 우리는 교육과 홍보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글/ 靑松 朴明潤(서울대학교 保健學博士會 고문,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 아시아記者協會 The AsiaN 논설위원) <청송건강칼럼(643). 2018.6.16(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