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오늘은 <너의 이름은>이라는 영화를 봤다. 워낙 명작이고 또 워낙 나온지 오래됐기도 해서(이제 거의 10년) 내용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겠지만 내용을 간략하게만 설명을 해 보자면 일단 2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한명은 남자, 다른 한명은 여자인데 남자의 이름은 타키, 여자의 이름은 미츠하 이다. 이 둘의 몸이 어느날 갑자기 바뀌게 되고 여기서부터 영화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둘의 몸이 바뀌어서 서로 이름을 알기 위해, 만나기 위해 이런저런 일들을 벌이다가 이 둘은 왜 자신들의 몸이 바뀌게 되었는지를 깨닫는다. 바로 미츠하가 살고 있는 이토모리 라는 마을에 혜성이 떨어져 생기는 재난을 막는것! 그것 때문에 이 둘의 몸이 서로 바뀌었던 것이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이 둘은 그 재난을 막는 것을 성공하지만 몸이 바뀌고 다시 자신의 몸으로 돌아왔을때는 우리가 그 꿈이 무슨 꿈이었는지 기억이 안나는 것처럼 무슨일이 있었는지도, 서로의 이름도 까먹게 된다. 그렇게 재난을 막고 서로 잊으며 살아가던 도중 각자의 일상속에서 살아가다가 우연히 이 둘이 만난다. 그 둘은 마치 우리가 무슨 꿈을 꿨는데 그 꿈의 내용이 무엇인지 잊어버려서 열심히 떠올리려는 것처럼 서로를 떠올린다. 그리고 거기서 너의 이름은..? 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내 설명이 잘 이해가 안가더라도 그냥 알아들으면 된다. 아무튼! 나는 요즘에 일본 애니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 최애 애니는 진격의 거인, 지금 즐겨보고있는 것은 주술회전이다. 맨날 좀 잔인하고 액션씬이 그득한것만 보는 내게는 뭔가 뇌를 따뜻한 물로 씻어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씹덕이냐고? 솔직히 잘은 모르겠다. 그럴수도..? 내 생각이긴 하지만 덕후의 레벨은 그 작품에 얼마나 과몰입을 하느냐, 얼마나 즐기고 있느냐, 얼마나 내 삶에 영향은 미치느냐..? 가 기준인 것 같다. 만약 우리가 옛날에 봤던 만화들(뽀로로, 괴도조커, 터닝메카트, 아이엠스타 등등)에도 과몰입을 하고 그 만화가 내 일상에도 많은 영향은 미치고 있다면, 그것또한 난 씹덕이라고 생각한다. 약간의 tmi를 말하자면 내 친구는 드라마를 아주 좋아하고 또 한명은 그렇게 무언가를 보는것에 빠진 나와 내 친구를 이해할수 없어한다. 내 생각엔 나만 씹덕이 아니고 드라마에 푹 빠져있는 내 친구도 분명히 씹덕인데 걔는 그것을 부정한다. 씹덕이란게 미쿠같은 애니에 빠져있는 오타쿠를 연상케하나..? 나도 애니에 빠지기 전엔 그런생각을 줄곳 해왔지만 지금의 나는 아주 대중화되어있는 아이돌 그룹을 미치도록 좋아하고 있는 사람도 씹덕이라고 생각한다. 깊이의 차이인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또 깨달은것들도 오랜만에 좀 더 말해보도록 하겠다.
<너의 이름은>이라는 영화는 일본영화이다. 일본은 애니를 참 잘만든다. 캐릭터도 다 귀엽고, 멋지고.. 요즘에 아주 인기있는 산리오(헬로키티,포차코,마이멜로디 등)도 일본꺼고 그 외에도 짱구, 치이카와등등 정말 귀엽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정말 많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가 즐겨보는 애니들도 다 일본꺼고 덕분에 일본에서는 팝업도 자주 열린다. 그리고 디즈니랜드, 유니버셜 스튜디오, 아 그러고보니 닌텐도도 일본꺼였네.. 그리고 내가 현재 제일 좋아하는 일본 가수 츠키, 요네즈 켄시도 모두 일본인, 일본곡들이다. 요즘 나는 왜이렇게 일본에 엮여있고 그걸 왜 즐기는건지 잘 모르겠다. 항상 이런것들을 즐기다보면 드는 딱 한가지 생각이 있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우리에게 적인데 과연 내가 이렇게 일본을 좋아해도 될까? 하지만 팩트는 내가 즐기고 좋아하는것들은 모두 일본의 것이긴 하지만, 일제강점기때 있었던 우리에게는 나쁜 정치인들(이토히로부미 등)이 만든것도, 그런 의도도 아니다. 만약 그 나라것만 아니었어도 엮이는건 아마 하나도 없을것이고 또 내가 이렇게 찔리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일제강점기, 6.25전쟁때 독립운동을 해주시고 전쟁의 참전해주신 분들 덕분에 지금 이렇게 멀쩡히 잘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에 감사하고있고 항상 감사하고 기억하기 위해서 매년 기념일을 정해서 그날을 기억한다. 그리고 감사한다. 마치 크리스마스처럼 말이다. 물론 일본이, 북한이 나처럼 대한민국에 사는 한 국민의 입장에서 바라봤을때는 적이고, 또 나쁘다고 생각된다. 얼마나 잔혹하게 고문을 하고 때려죽였는가? 하지만 관점을 우리나라 국민이 아닌 전세계적으로 한번 바라보자. 이보다 더 심한게 얼마나 더 많이 있는가? 나는 지금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고 있는데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생겨난 식민지들의 피해와 아편 전쟁에서 생긴 청의 피해 등등 정말 우리 나라 역사보다 더 심한 피해들이 많다. 그런데 지금 내가 배우고있는 세계사라는 것은 너무나도 공평하고 공평한 시선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지금 역사책에 나와있는 아편전쟁에 대한 설명은 ‘영국이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청에 교역확대를 요구했는데 청이 이를 거절하자 아편을 몰수해 청에는 아편 몰수자가 늘어나고, 자국의 상인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전쟁을 일으켰다.’ 이다. 그리고 이 후에 맺어진 부당한 조약들도 있다. 수업시간에 벌거벗은 세계사 라는 방송에서 이 아편전쟁에 대한 것들을 아주 구체적이게 알려줬는데 생각보다 너무 잔인하고 피해가 심해서 놀랐다. 그런데 교과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죽고 울부짖는데도 그냥 ‘영국이 전쟁을 일으켰다.’ 라는 문장으로 이 상황을 표현한다. 절대 이런게 잘못된건 아니다. 교과서고 다른 나라것들을 배우고 그 양이 너무 많다보니 당연히 요약해서 핵심적인 내용들만 넣은것이란거. 물론 이해한다. 그냥 내가 이런 참혹한 이야기가 있는 역사도 이렇게 사실만 요약해 적는 역사책이 좀 야속하다고 느낄 뿐이다.
여기서 배우는 여러 혁명, 대표적으로 프랑스 혁명들도 그렇다. 그리고 세계사는 강한 나라들 위주로만 배우다 보니 우리나라도 일본에 엮여 일본이 나라들을 침략할 때 잠시 등장한다. 우리가 초등학교때부터 배워왔던 한국사가, 독립운동가들의 노력, 우리가 했던 촛불집회같은 것들 없이 정말 그냥 일어난 일들로만 이루어진 몇문장으로만 요약돼있어서 더 그런 것을 느꼈다. 이건 좀 허무하다고 해야하나? 어딘가에 속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아무튼 결말을 이렇게만 맺을순 없으니 몇마디만 더 해야겠다. 우리는 세계사와는 별개로 한국사 라는 것을 배운다. 그러면 물론 일본이나 다른 나라들도 일본사 같은것처럼 자기 나라만이 중심이 되는 자기 나라의 역사를 배우겠지. 우리나라 보다 더 작은 나라들은 세계사에 정말 한문장, 또는 한 단어. 아니? 아예 실려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일본이나 중국, 미국, 러시아 같은 애들은 와! 우리나라 얘기가 세계사에 잔뜩 실려있어! 라며 자부심을 느끼려나? 각자의 나라에서 각자의 나라가 중심인 역사를 배우고 우리나라는 일본이 적으로, 일본은 또 다른 나라를 적으로, 이토히로부미를 죽인 안중근 의사를 적으로 배운다. 그러니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욕하거나 우리 나라의 위인을 욕하더라도 신경쓰지 말자. 우리도 일본의 위인인 이토히로부미를 마음껏 욕하고 있지 않나? 그리고 정작 역사책에서 서로 완전 큰 전쟁을 벌여 우리와 일본, 우리와 북한보다도 더 사이가 안좋은 나라들을 보더라도 우리는 그들을 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아무생각도 하지 않는다. 우리와 관련이 없으니까. 만약 내가 일본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이토를 죽인 안중근 의사를 싫어하고 또 내가 몽골인이었다면 칭기즈칸을 엄청 좋아했겠지? 그러니 세계에 정해진 적은 없다. 오히려 세계의 적은 환경파괴를 하고 틈만나면 전쟁을 벌이는 우리 아닐까? 세계의 적은 우리고, 또 우리의 적은 우리인 것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와 싸워야하는 것이다.
그냥 평소 내가 고민하던것들을 마음껏 글로 휘갈겨보니 벌써 새벽이고 글 내용이 통일성도 없고 내일 아침에 다시 수정할것이지만, 그래도 평소 미뤄두던 일기를 쓴것처럼 좀 후련한 것 같다. 어쩌다 보니 <너의 이름은>이라는 영화와 관련이 없는 글이 되긴 했지만 뭐 로고스 서원의 글 양식은 없으니 괜찮다. 너의 이름은 영화에서의 적은 누구일까? 갑자기 찾아온 재난일까? 그럼 그 재난의 적은 그 재난을 막으려 드는 타키와 미츠하일까? 그런건 알수 없다. 그럼에도 이것만큼은 다시 생각해보자. 모두의 적이 다 다르다면 세계의 적인 우리가 우리의 적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