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씨가 조금 서늘해지는가 싶다가도 한낮에는 후텁지근합니다.
어제는 소나기가 몇 차례 지나가면서 무더위를 식혀주었는데
대통령의 광복절 특별사면령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시끌벅적해졌습니다.
요즘 특검 수사 상황이 화두에 올라서 ‘국정 농단’이란 말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농단’은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쓰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그 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많은 이들은 이 말을 ‘국정 희롱’쯤으로 이해하고 있나 봅니다.
어찌 보면 대통령 등 뒤에서 불쑥 나타난 여인네 하나가 나라의 정치를 희롱한 듯 비춰졌으니까요.
아직 예전 그 여인은 옥중에 있고 요즘 나타난 여인은 구속될 기로에 처해있습니다.
하지만 ‘농단’의 원뜻은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한다는 뜻을 지닌 말이거든요.
‘국정 농단’은 나라의 정치를 휘어잡고 온갖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해 왔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서 씁니다.
그저 ‘국정 독차지’라고 했으면 누구나 쉽게 알아들었을 것인데,
보도 내용을 뜯어보면 개인적인 사익 추구가 꼴불견, 무법천지였구나 정도잖아요.
국정을 독차지한 사람들과 그 경위를 밝혀내야 하는 검찰에게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이것을 언론에서는 굳이 “애로 사항이 있을 것이다.”라고 표현합니다.
‘애로’는 “좁고 험한 길”을 뜻하는 한자말인데, 주로 “어떤 일을 하는 데에 장애가 되는 것”이란 뜻으로 쓰입니다.
그렇다면 구태여 ‘사항’을 붙일 것 없이 “애로가 있을 것이다.”라 하면 됩니다.
이 말보다는 “고충이 있을 것이다.”가 훨씬 쉽고, 나아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로 바꿔 쓰면 더욱 좋겠지요.
쉬운 말이 있는데도 굳이 어려운 말로 표현하는 버릇은
정치인들이 하루 빨리 고쳐야 할 병입니다.
어떤 이익을 놓고 둘 이상이 겨루는 것을 두고, 공문서나 일부 언론에서는 ‘경합’이라고 표현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 말은 본디 우리말에는 쓰이지 않았던 용어로서, 일제 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외래어라 할 수 있어요.
이 말 대신에 우리에게는 ‘경쟁’이라는 한자말이 있습니다.
마땅히 ‘경합’은 ‘경쟁’으로 고쳐 써야 하며, 나아가 순 우리말인 ‘겨룸’으로 순화해야 할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단독 취재를 노리는 기자들의 관심을 받을까 궁리할 게 아니라
우리 말을 쉽게 다듬어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여 쓰는 것이 정치 언어의 진화라고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