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 '변화'라는 단어에서 따온 이름… 치명적인 '살인 아메바'도 있어요
아메바
얼마 전 영국 글래스고대의 로버트 인살 교수 연구진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아메바가 사람의 혈관처럼 아주 작은 미로를 빠져나가는 비결을 알아냈다"고 밝혀 화제가 됐어요. 단 한 개의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체를 뜻하는 단세포 생물이지만, 눈으로 보지 않고도 눈앞의 화학물질 농도를 분석해서 막다른 길과 출구를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는 거죠.
▲ /위키피디아
몸의 형태가 일정하지 않은 아메바<사진>의 이름은 역시 그리스어로 '변화'를 의미하는 단어에서 유래했습니다. 아메바의 크기는 1㎜를 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0.01~0.1㎜예요. 겉모습이 계속 변하기 때문에 평생 똑같은 모양이 없을 것 같지만 대략적인 형태는 종류에 따라 정해져 있답니다. 기본적으로 편모와 섬모 같은 돌출된 운동기관을 갖지 않지만, 종류에 따라서는 일정 기간 편모를 갖고 있는 것도 있어요.
아메바는 세포(몸)의 일부에 위족(僞足·가짜 다리)이란 돌기를 만들고 이를 늘였다가 줄였다가 하면서 움직입니다. 이를 아메바 운동이라고 하죠. 이동할 때는 핵 등 세포 내 물질도 같이 움직입니다.
아메바가 먹이를 잡을 때는 위족을 바깥으로 내어서 박테리아나 유기물 등을 감싸서 세포 내로 잡아넣고, 세포 내에서 소화시켜 영양분을 섭취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인체의 백혈구나 암세포에서도 볼 수 있어요. 보통 암수 결합 없이 스스로 번식하는 '무성 생식'으로 증식하지만, 역시 종에 따라서는 유성 생식으로 번식하기도 합니다.
이런 단순한 아메바 중에서는 '뇌를 먹는 아메바' 또는 '살인 아메바'로 불리는 것도 있는데요. 최근 미국과 인도 등에선 호수와 수영장에서 수영하던 사람들이 '파울러자유아메바'에 감염돼 사망한 일이 있었어요. 이 아메바가 인체에 침입하면 평균 5일 이내에 사망하는데, 파울러자유아메바가 서식하는 담수 등에서 수영하다가 코로 물이 들어가거나 파울러자유아메바에 오염된 코 세척기를 사용하다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이 아메바는 사람의 콧구멍에 들어가 후각 신경 조직을 거쳐 뇌에 도달하고 이로 인해 아메바뇌척수막염이라는 뇌질환을 일으킵니다. 이 뇌질환은 사람뿐 아니라 생쥐나 양, 소 등 동물에게도 발생하지만 사람 간 전염되지는 않는다고 해요.
이 밖에도 사람의 장 내에서 기생하며 아메바 이질을 일으키는 이질아메바, 콘택트렌즈 보존액을 오염시켜 각막염을 일으키는 가시아메바, 육아종아메바뇌염을 일으키는 아칸아메바 등도 있답니다.
김창회 박사·전 국립생태원 생태조사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