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엔 확실 한디
여러가지 구도를 눈 여겨 봐도 소쇄원같은디.
소쇄원은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 위치 하고 있으며,
양산보(1503- 1557)라는 사람이 만든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정원 입니다.
광주에 사시는분들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하고 싶네요.
무등산 뒷길로 돌아 소쇄원을 그쳐 가사문학관 까지 가시면 좋을듯 하네요.[순두부가 유명하죠 드시고요^^]
소쇄원
(瀟灑園;맑고 깨끗한 정원, 瀟灑;어떠한 지경에 도는 기운이 맑고 깨끗하다.)
소/쇄/처/사/양/공/지/려(瀟灑處士梁公之慮;오두막집려)라고 쓰인 명판에서
맑고 깨끗한 생활을 하는 선비의 오두막집이라는 글을 읽는 것으로 정원여행을 시작해 보자.
이 도판은 외나무다리를 건너 화계(梅臺) 위의 담장에 새겨져 있다.
이처럼 뜻 깊은 문패를 읽는 것만으로 정원여행은 행복하다.
(소쇄원을 방문하시면 위 명판을 꼭 찾아 보시고 큰소리로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그밖에 애양단, 오곡문이라는 명판도 담장에 붙어 있습니다.)
소쇄원을 제대로 보는 정원여행이 되기 위해서는
소쇄원도와 48영을 먼저 보고 읽은 후에 그 장소에 가서
그 장소를 지지하는 소리와 바람과 냄새와 흙을 밟는 것이 필요합니다.
즉 시와 그림과 오감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냥 보는 것으로는 그곳을 이해하기엔 정말 부족하다는 것을 항상 절감하게 됩니다.
소쇄원도는 정원여행을 위한 일종의 안내지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소쇄원48영은 하서 김인후(1510-1560)가 읊은 것이고
소쇄원도는 그 이후인 1755년도에 판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소쇄원도 목각본의 위쪽에 48영시 구절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림과 시가 함께 나타나는 것은 조선시대 문인 회화의 전통입니다.
경관을 감상하는데 그림과 시를 함께 한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입니다.)
소쇄원도를 보게 되면 절로 하서김인후가 남긴 선 48영시를 따라가 보게 됩니다.
그이유는 그림에서 보이는 요소 요소 하나마다 48영시의 시구와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그림은 양각부분과 음각부분으로 구분됩니다.
가운데를 가로 지르는 검정 부분은 계류이고
ㄷ 자를 돌려 놓은 형태의 담장부분이 검게 되어 있고 오른쪽 위쪽의 오암이 검정부분입니다.
나머지는 음각으로 처리되어 여백이 많이 보입니다.
소쇄원도는 일종의 배치도 역할을 합니다.
건물의 위치와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위의 환경과의 상호관계를 알아 볼 수 있도록 설명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의 배치도가 거물의 평명을 표시하는 것과는 달리 소쇄원도에서 건물은 입면으로 표현됩니다.
따라서 입면을 어느 방향으로 그려 놓았는지 관심있게 보면
입면이 사방으로 돌려서 감상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것을 아시게 됩니다.
즉 계류를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주위의 경관을 감상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림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동하는 시점과 관련되어 만들어진 것입니다.
먼저 그림을 바로 놓고 보는 것은 소쇄원에 처음 도달해서 만나게 되는 광풍각을 비롯한 계류 건너의 경관입니다.
그 다음 그림을 왼쪽으로 돌려 보면 오곡문과 원규투류를 읽을 수 있습니다.
다시 그림을 돌리면 계류 반대편의 경관과 만나게 됩니다.
소쇄원48영을 지은 김공과 양공은 사돈관계였다고 합니다.
그런 관계로 소쇄원을 자주 방문해서 속속들이 경험한 후에 48영을 남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소쇄원도의 새겨진 글과 관련된 48영시를 찾아 봅니다.
소정(小亭) 48영시 1영 小亭憑欄
- 소정의 난간에 기대어 소쇄원의 뛰어난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
광풍각(光風閣) 48영시 2영 枕溪文房
- 계곡을 베고 누운 글방
폭(瀑) 48영시 3영 危巖前流
- 가파른 바위에 흘러 폭포가 중간에 펼쳐짐
오암(鼇巖;자라 또는 큰 바다거북오,바위암) 48영시 4영 負山鼇巖
- 오곡문 위쪽 언덕에 있는 자라바위는 청산을 짊어지고 계류를 바라봄
소당(小塘;작은못) 48영시 6영 小塘魚泳
- 물고기가 헤엄치는 작은 연못으로 낚시도 즐기던 곳
수대(水;방아대) 48영시 8영 春雲水 (안계복님께서'수확'이 아니라 '수대'임을 확인하여 주셨습니다.)
- 확은 방아나 절구에서, 곡식을 담아 놓고 찧을 수 있게 움푹 들어가게 판 부분을 말하는 것으로
물확 또는 돌확과 유사, 나무홈대로 물을 끌어 물방아를 설치
투죽위교(透竹危橋;대나무사이로 뚫린 위태로운 다리) 48영시 9영 透竹危橋
천간(千竿;많은 대나무) 48영시 10영 千竿風響
- 제월당 옆에 위치
매대(梅臺;매화를 심은 높고 편평한 곳) 48영시 12영 梅臺邀月
- 매화나무를 심은 화계에 올라 달을 맞음
광석(廣石;넓은 바위) 48영시 13영 廣石臥月
- 넓은 바위에 누워 달을 봄
원규투류(垣竅透流;담원,구멍규,통할투,흐를류) 48영시 14영
- 오곡문 옆 담장 밑의 구멍을 통하여 흐르는 계류
행음(杏陰) 48영시 15영 杏陰曲流
- 살구나무 그늘아래 굽이치는 물. 위쪽 외나무다리 옆에 위치
석가산(石假山;돌을 모아 쌓아 만든 산) 48영시 16영 假山草樹
와송(臥松;누운 소나무) 48영시 17영 松石天成
- 조담 위로 가로질러 있는 소나무
탑암(榻岩;좁게 만든 평상 바위) 48영시 19영 榻岩靜坐
옥추횡금(玉湫橫金;맑은 물가에 거문고를 타다) 48영시 20영
상암(床巖;평상바위) 48영시 22영 床巖對碁
- 평상바위 위에서 바둑을 둠
수계산보(脩階散步;닦을수,섬돌계,흩을산,걸음보) 48영시 23영
- 애양단 밑에서의 산책
괴석(槐石;홰나무(회화나무)괴,돌석) 48영시 24영 倚睡槐石
- 자라바위 뒤쪽에 위치하며 나무 옆 바위에 기대에 졸음
조담(槽潭;나무통조,못담) 48영시 25영 槽潭放浴
- 맑은 조담에서 미역을 감고 티끌같은 욕심을 털어 버림
협로수황(夾路脩篁;낄협,길로,닦을수,대숲황) 48영시 29영
- 오솔길의 높은 대나무 숲으로 아래 쪽 연못 주변에 위치
총균(叢筠;모일총/풀이나 나무등의 무더기,대나무균) 48영시 32영 叢筠暮鳥
- 애양단의 아랫단에 위치, 초정의 옆이며 현재는 조릿대가 있음
모조(暮鳥;저물모,새조) 48영시 32영 叢筠暮鳥
- 해저문 대밭에 날아든 저녁새
도오(挑塢;북숭아나무도,둑오) 48영시 36영 挑塢春曉(새벽효)
- 복사꽃 핀 둑의 봄날 새벽
동(桐;오동나무동) 48영시 37영 棟臺夏陰
- 오동나무가 있는 대봉대에 드리운 여름 그늘
유정(柳汀;버들유,물가정) 48영시 39영 柳汀迎客
- 버드나무 개울가에서 손님을 맞음. 입구의 대나무숲과 다리를 건너 오른편에 있음
산지순아(散池蓴芽) 48영시 41영
- 못에 흩어진 순채 싹. 아래쪽 연못(蓮池)
자미(紫薇) 48영시 42영 澗紫薇
- 소당과 수확 사이에 위치
파초(芭蕉) 48영시 43영 滴雨芭蕉
- 빗방울이 파초잎을 두드림. 제월당 앞쪽에 위치
애양단(愛陽壇) 48영시 47영 梁壇冬午
- 겨울철에도 따스한 햇볕을 받을 수 있는 장소
김하서장원 48영수제(金河西長垣 48泳手題) 48영시 48영 長垣題詠
- 긴(백척, 약30m) 담의 시를 읊다.
오곡문(五曲門) - 계류가 흘러들어 오는 위쪽의 담
행정(杏亭) - 소쇄원 입구에서 보이는 글자
황금정(黃金亭) - 서쇄원도 왼쪽아래에 보이는 글자
고암정사(鼓巖精舍) - 양산보의 둘째 아들이 학업을 연마한 집
부훤당(負暄堂) - 소쇄원의 생활공간
약작(略灼;다스릴약,사를작)
- 오곡문 아래 위치한 외나무 다리
죽림제(竹林齊) - 소쇄원도의 오른쪽 아래에 보이는 집
소쇄원입구의 무지개형 목교가 보임
소쇄원도에는 나타나지 않는 48영시의 내용
제5영 石逕攀危(벼랑을 오르는 위태로운 돌길),
제18영 遍石蒼蘇(돌에 덮힌 푸른 이끼),
제24영 激湍(여울단)菖蒲(세찬 여울가에 핀 창포),
제27영 散崖松菊(비탈에 흩어진 솔과 국화),
제31영 絶崖巢禽(벼랑에 깃들인 새),
제33영 壑渚(물가저)眠鴨(산골 물가에서 졸고 있는 오리),
제40영 隔澗芙 (개울 건너 핀 연꽃), 제44영 暎壑(골학)丹楓(골짜기에 비치는 단풍),
제47영 平園鋪雪(넓은 동산에 깔린 눈),
제46영 帶雪紅梔(흰눈을 인 붉은 치자)
양산보
양산보(梁山甫:1503-1557)의 본관은 제주, 자는 언진(彦眞)이라 했으며
연산군 9년에 양사원(梁泗元)의 세 아들 중 장남으로 담양군 남면 지곡리 창암촌에서 태어났다.
부친의 행적은 확실히 알려진 바는 없는데 그의 호가 창암(蒼巖)이라 하여 그 동네를 창암촌이라 부른다.
양산보(1503∼1557)는 창암 양사원의 세아들 중 장남으로 담양군 남면 지곡리 창암촌에서 태어났는데
14세때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 올라와 조광조의 문하에서 학문을 닦다가 중종 14년 4월(1519) 17세때에
조광조가 신진사류를 등용하고자 특별실시 한 현량과(근정전 친시)에 응시하여 처음에는 급제했으나
지나치게 합격자를 많이 뽑았다 하여 최종적으로 낙방시킨 두 사람 가운데 들어 벼슬을 받지는 못했다.
바로 그 해에 기묘사화(1519)가 일어나 조광조는 화순땅 능주로 유배되었다가 결국 사약을 받고 죽자
스승을 따라 능주로 갔던 양산보는 고향으로 돌아와 이후 55세로 1557년에 죽을 때까지
고향의 자연에 묻혀 은둔생활하며 處士로 지냈다.
(처사란, 벼슬살이를 하지않은 채 세상살이의 표면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초야에 사는 선비를 말한다.
즉, 학식과 덕망이 높아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며 벼슬할 것을 권하지만 이에 응하지 않고
깨끗한 생활을 하는 선비를 말하는 아무나 붙일 수 없는 호이다.)
http://www.hiskorea.org/tamgu/tamgu01_06.htm에서 인용
소쇄원을 찾아 시를 남긴 인사들로는 그의 외종이 되는 기촌 송순(記村 宋純, 또는 면앙정),
석천 임억령, 사촌 김윤제, 하서 김인후, 서하당 김성원, 고봉 기대승, 제봉 고경명, 송강 정철 등이 있다.
http://myhome.netsgo.com/kimnote/Cate/CmN109.htm참조
- 양산보는 소년시절에 마을 뒤의 계곡에서 놀다가 물오리를 따라서 지금 소쇄원이 있는 곳까지 올라온 적이 있었는데
그때 언젠가는 이곳에 집을 짓고 살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편, 창암촌에 양산보는 30대에 짓기 시작하여 40대에 소쇄원을 조성했는데,
김인후(1510∼1560)의 평천장 정원의 경험과 송순(1493∼1592)의 면앙정을 경영한 경험이 소쇄원 조영에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 도연명(陶淵明) 「귀거래사(歸去來辭)」와 주무숙(周茂叔) 「애련설(愛蓮設)」을 흠모했는데,
도연명을 좋아한 것은 그가 은일처사의 모범이고,
주무숙을 좋아한 것은 스승인 조광조가 흠모했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소쇄원의 뿌리를 주자의 '무위구곡'을 그린 구곡도의 개념에 따라
공간을 여러 마디로 나누고 그 절점마다 의미를 부여하며 계획적으로 조성하였다.
- 당나라 이덕유(787∼849)의 평천장 고사에 따라 양산보도 후손들에게
"소쇄원은 어느 언덕이나 골짜기를 막론하고 내 발자국이 남겨지지 않는 곳이 없으니
이 동산을 남에게 팔거나 하나라도 상함이 없게 할 것이며,
후손 어느 한 사람의 소유가 되지 않도록 경고하고,
어리석은 후손에게는 물려주지 말라"고 유언했다고 하는데
현재 관리를 15대 종손인 양재영씨가 맡고 있다.
http://nongae.gsnu.ac.kr/~mirkoh/course/hnc/lecture/lect22.htm참조
소쇄원 48영 천득염저, '한국의 명원 소쇄원
제1영:소정빙란
소쇄원의 경치가 소쇄정을 이루었구나.
눈 들어보니 바람 상쾌하고 귀 기울이니 영롱하구나.
제2영:침계문방
창이 밝아 책을 비추니 물 속 바위에 책이 미치네.
세상사를 생각하니 사념이 솔개와 물고기처럼 떠돈다.
제3영:위암전류
흐르는 물은 바위를 씻어 내리고 하나의 돌이 개울에 가득하네.
가운데는 잘 다듬어졌으니 경사진 절벽은 하늘의 작품이로다.
제4영:산을 등진 자라바위
무거운 청산을 등지고 벽옥같은 시내을 돌아보니,
긴긴 세월, 탈이 없는게 대각이 영주보다 낫구나.
제5영:돌길을 위태로이 오르다
하나의 길이 삼익을 연결시키니 한가롭게 길을 나서는 것이 위험치 않구나.
속세의 자취가 길지 못하니 이끼의 색깔이 여전하구나.
재6영:작은 연못에 물고기 춤추고
네모진 연못은 한 이랑도 되지 못하나 겨우 맑은 물이 모일만 하네.
물고기가 주인의 그림자를 놀려 내니 낚싯대를 드리울 마음이 없구나.
제7영:나무홈통 사이로 흐르는 물
시내는 천천히 흘러 높고 낮은 대나무 아래 못에 이르네.
하늘을 나는 듯 떨어진 물줄기는 물방아를 돌리고 온갖 물고기는 흩어져 노네.
제8영:구름 위로 절구질하는 물방아
쉬지 않고 온종일 흐르는 잔잔한 물의 힘으로
절구가 오를 때마다 공이 저절로 생기네
천손의 베틀 위 비단이 조용히 방아소리를 따르네.
제9영:왕대로 걸쳐 놓은 위험한 다리
골짜기에 걸쳐 대나무 숲이 이었으니
마치 하늘에 떠있는 것처럼 위험천만하구나.
못은 본래 아름다운데 다리로 인해 더욱 맑고 그윽하네.
제10영:대나무 숲의 바람소리
이미 하늘로 사라졌건만 다시 조용한 곳에서 부르는구나.
무정한 바람과 대나무는 매일 저녁 피리를 연주하네.
제11영:연못가에서 더위를 식히니
이곳은 시원한 가을이구나. 바람은 대나무 주위를 맴돌고
연못의 물은 돌 위를 나뉘어 흐른다.
제12영:매대의 달맞이
숲이 끊기니 대는 그대로 넓어 기울어진 달이 떠오를 때 더욱 좋아라.
엷은 구름도 흩어지고 차가운 밤만이 얼음에 비친다.
제13영:큰 바위에 누워 달을 보니
푸른 하늘의 달을 보며 누우니 돌이 대자리가 되는구나.
길다란 숲에 흩어지는 맑은 그림자 깊은 밤 잠못 이루네.
제14영:담장 아래로 흐르는 물
한걸음 한걸음 물을 보며 걷자니 한걸음에 시 한수 생각이 깊어지고.
물의 참 근원이 어디인지 모르고 담장 통해 아래로 흐르는 물만 바라보네
제15영:살구나무 아래 물은 굽이치고
조금만 흘러가면 지척엔 연못인데 분명히 오곡으로 흐르네.
그 옛날 본 천상의 뜻을 오늘날 살구나무 주위에서 찾아보세.
재16영:가산의 풀과 나무
산을 위한 경비와 인력이 필요 없으니 만들어진 산의 모습은 거짓이로다.
형세에 따라 숲을 이루니 역시 산야 그대로 이네.
제17영:하늘이 만든 소나무와 돌
조각난 돌이 굴러와 언덕을 이루니 결국 뿌리를 내려 작은 소나무가 되었네.
온갖 꽃이 널려 비록 작지만 파란 하늘을 이루었네.
제18영:돌에 두루 낀 푸른 이끼
돌은 오래되어 안개구름이 촉촉하니 푸른 이끼가 꽃이 되었네.
자연히 언덕과 골짜기가 바탕을 이루니 번화를 향한 뜻이 없구나.
제19영:좁고 기다란 바위에 조용히 않아
벼랑에 오래 앉아 있으니 계곡의 바람에 깨끗하게 씻기운다.
무릎이 상하는 것은 두렵지 않으니 세상구경하는 늙은이에겐 더없이 좋구나.
제20영:맑은 물가에서 거문고를 안고
거문고 튕기기가 쉽지는 않아 세상천지에 알아 듣는 이 없네.
한곡조가 깊고 맑은 물에 메아리치니 마음도 즐겁고 듣기도 좋네.
제21영:흐르는 물에 잔을 돌리며
돌 위에 나란히 둘러 앉으니 푸성귀 나물만으로 충분하네
돌고 도는 물이 절로 오가는데 띄운 술잔만 한가롭게 주고 받네.
제22영:바다에서 바둑을 두며
바위는 넓고 평평하고 대나무 숲이 절반이네.
손님이 찾아와 바둑을 한판 두니 우박이 공중에서 흩어지네.
제23영:계단을 산보하며
티끌 많은 속세를 벗어나 잡념을 버리고 계단를 산보하며
한가로이 시 한수를 읊으니 걷고 읊을수록 세상 정을 잊어가네.
제24영:홰나무 옆 바위에서 졸다가
스스로 홰나무 옆의 돌을 쓸어내고 아무도 없을 때 홀로 앉아
졸다 깨어 일어서니, 개미에게 물릴까봐 두렵다.
제25영:못이 맑아 깊은 곳까지 보이는데 미역감고 나도 여전히 파랗구나.
인간세상은 믿지 못하네 뜨거운 바위를 맨발로 걸어가도 먼지가 묻지 않네.
제26영:끊어진 다리의 소나무 한쌍
콸콸 흐르는 물, 다리 주위 두그루 소나무
남전에도 일이 있으니, 이곳처럼 조용한 곳은 없구나.
제27영:절벽에 흐트러진 소나무와 국화
북쪽의 고개는 층층이 푸르고 동쪽의 울타리는 점점이 노랗네.
녹색의 벼랑에는 갖가지 나무가 있으니 늦가을의 풍상에도 여전하구나.
제28영:돌받침 위의 고독한 매화
기절을 논하고 싶거든 돌뿌리에 낀 매화를 보아야 하는니
맑고 잔잔한 물까지 함께 했으니 성긴 그림자가 황혼에 지는구나.
제29영:좁은 길의 높은 대나무숲
눈 속의 줄기는 찌를 듯이 곧고 구름 속의 마들가리는 바람에 휘늘어지는구나,
속대 솟고 껍질 벗으니 새줄기가 푸른 띠를 풀고 나온다.
제30영:돌틈에 뻗은 대뿌리
서리맞은 뿌리는 속세를 싫어 하나 돌 위로 수시로 들어내는구나,
몇해가 지나면 아이가 자라듯 곧은 마음 늙을수록 꿋꿋하구나.
제31영:벼랑에 깃들인 새
펄럭펄럭 벼랑을 나는 새 때로는 물에서도 노는구나,
마음이 내키는 대로 마시고 쪼으면서 어느덧 백구는 서로 잊었어라.
제32영:황혼이 깃든 대밭에 새는 모이고
돌 위의 몇 그루 대나무 상비의 눈물자국 여전한데,
산새는 한을 모르는 듯 황혼녁이면 돌아오는구나.
제33영:골짜기 물가에서 졸고 있는 오리
하늘이 유인에게 그윽하게 준 것은 맑고 서늘한 한줄기 샘물인데,
아래로 흐를 수록 넓어지는데 오리가 한가로이 졸고 있네.
제34영:세찬 여울가에 핀 창포
듣자하니 여울가의 풀은 아홉 가지 향을 가질 수 있다 하니,
나는 물줄기 햇빛을 뿜으니 한 색이 더위와 시원함을 꿰는구나.
제35영:기운 처마에 핀 사계화
정녕 꽃 중에서 성스러운 것은 언제나 맑고 화창한데,
기운 처마는 더욱 좋으니 매화와 대나무는 또 이를 서로 알더라.
제36영:복숭아 언덕에 봄이 찾아드니
복숭아 언덕에 봄이 오니 안개로부터 붉은색이 퍼지는구나.
마치 작은 동굴안에 들어온 듯 이는 정녕 무릉계곡인 것 같구나.
제37영:오동나무의 여름그늘
벼랑에 늙은 나뭇가지가 드리워지니 비와 이슬을 맞으며 맑은
그늘에서 자랐네.
태평성세를 오래 누리니 남쪽바람이 지금도 불어오네.
제38영:오동나무 그늘 아래 쏟아지는 폭포
나무를 보호하는 푸른잎 그늘에도 어제 저녁 내린 비로 풍성한 시냇물이
오동나무 가지 사이로 폭호가 되어 쏟아지니
하얀 봉황이 춤을 추는 것 같구나.
제39영:버드나무 물가에서 손님을 맞다
손님이 찾아와 대나무를 두드려서 여러 번 소리에 낮잠에서 깨어나
관을 쓰고 맞으려 가니, 벌써 말을 메고 물가에 서 있네.
제40영:개울 건너 핀 연꽃
깨끗하게 심어진 비범한 꽃 한가로운 자테가 멀리서도 보이는구나.
향긋한 바람이 골짜기에 이르러 방안에 스며드니 난향보다 짙구나.
제41영:연못에 흩어진 순채 싹
장한이 강동으로 간 후에 풍류를 아는 자 누구인가.
모름지기 농어 회는 아니라 해도 어름 실날같아 맛볼만한 것을.
제42영:가까운 계곡에 핀 백일홍
세상의 태평스러운 꽃들이 열흘가는 향이 없는데
어찌 개울가의 저 꽃은 백일 동안이나 붉게 아름다운가.
제43영:비는 파초를 적시고
은빛화살처럼 떨어지는 비에 파초잎이 출렁출렁 춤추네
고향에서 듣던 것과 비할까 안타까와 오히려 고요를 깨뜨리는구나.
제44영:골짜기에 비치는 단풍
가을이 찾아와 바위골짜깆는 차가운데 단풍잎은 이른 서리에 놀랐네.
고요하게 노을빛이 흔들리는 속에 초목의 떨어진 잎사귀가 거울에 비친 듯.
제45영:평원에 깔린 눈
어느새 산구름이 어두워지고 창문을 여니 눈이 만발하구나.
온누리에 깔린 눈이 멀리까지도 희니 부귀가 한가로운 내집까지 다가왔구나.
제46영:눈 위의 붉은 치자나무
육각 모양의 꽃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사람들이 숲에 향이 꽉 찼다고 하는구나.
붉은 열매가 푸른잎을 사귀니 눈서리에서도 맑고 곱구나.
제47영:양지 바른 단의 겨울 낮
단 앞의 계곡은 아직 얼어 있는데 단 위의 눈은 모두 녹았구나.
팔 베개를 하고 따뜻한 풍경을 맞으니 닭소리가 한낮임을 알리는구나.
제48영:긴 담에 비친 노래
긴 담이 가로질러 백척이니 거기엔 하나하나 새로운 시,
마치 병풍을 둘러 막은 듯한데 비바람이 물아쳐도 든든할지어다.
-이상 공부끝.-
참고문헌 :
박종화, 황기원, 유병림 공저 '朝鮮朝 庭園의 原型' / 천득염 저,
'한국의 명원 소쇄원' / 박정욱저, '풍경을 담은 그릇 정원'
MUSIC: 김영동 ... '바람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