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쁜일 개인사정으로 한동안 뜸했어요.
님들 발걸음 그리워, 그저 들어왔어요.
그동안도 꾸준함, 놀라움들이 그득하네요.
제목만 보고 대충 스쳐 지나가며
댓글 드리지 못해 죄송한 마음입니다.
......
❤ 은이, 미리내성지 순례길에서
오월은 내가 하얗게 피어나는 달이다.
아카시, 산딸나무, 이팝나무 하얀 꽃들이
그시절처럼 바람 타고 머리 위에 앉는다.
5월의 신부는 아련한 추억에 젖는다.
새로 맞춘 초록 원피스를 새순처럼 입고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꽃 피어나던 새신부.
5월이 되면 가끔 신혼여행 가는 꿈을 꾼다.
45년이 흘렀어도 초록은 변함이 없다.
어울렸던 내 살빛만 어느새 퇴한 빛이다.
그나마 아직은 지지 않았음을 위로해본다.
꿈꾸며 떠나고 싶은 5월 한가운데에 섰다.
예쁜 후배 대녀(신앙의 딸)와 나란히
배낭을 메고 발걸음도 가볍게 출발했다.
지난 4월 남한산성 첫 순례길을 걸은 후
대녀는 지방의 성지순례 동행을 원했다.
지난해 순례길로 다녀온 수원교구 산하
은이성지, 골배마실성지, 미리내성지 등을
마스크, 소독제, 닫힌 문, 바쁘게 다니느라
충분히 순례의 맛을 느껴볼 수 없었다.
아쉬움을 눈치챈 대녀는 그곳엘 가자한다.
일박이일 일정으로 내차에 먹을것도 싣고
순례책자와 미사포, 기도 묵주도 챙겼다.
5월 17일 11시, 경기도 용인의 은이성지
순례자 미사엔 참례자들로 성황을 이뤘다.
코로나 벗어나고 있음에, 신록향기 젖음에
순례자들의 표정이 한층 싱그러워 보였다.
우린 미사 후 은이성지 곳곳을 돌아보고,
바로 '청년 김대건 길' 도보순례를 떠났다.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은 우리나라
최초로 사제 서품 받은 1호 신부님이다.
중국 상해 김가항의 성당에서 사제서품을
받으신 것을 기념해서, 그 김가항 성당이
폐쇄되자, 주춧돌 등을 가져와 은이성지에
김가항 성당 모습을 재현해 건축하였다.
아담하고 소박한 우리 기와와 중국 풍의
김가항성당에서 드리는 미사는 감격이다.
성당 밖 잔디를 걸어 김대건 기념관으로
향하시는 수녀님들 풍경은 곧 천국이다.
천주교 사목활동을 하신 은이성지를 출발
3덕 고개(신덕 믿음, 망덕 소망, 애덕 사랑)
넘어 미리내성지로 도착하는 약 13km의
'청년 김대건길'에서 청년시절을 돌아본다.
김대건 신부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천주교 신자는 물론, 많은 걷는 이들도
이 길에서 자신의 젊은 날들을 회상한다.
소년시절부터 천주교를 알고 전파하며,
26세에 순교로 주님 품에 들 때까지
오직 신앙을 위해 삶 전부를 다 바치셨다.
김대건 신부님과 우리나라, 우리들의
굳건한 믿음을 위해 아끼는 대녀와 함께
낭송으로 묵주기도를 드리며 걸었다.
푸르른 나무들의 메아리가 울려 퍼지고
햇살은 우리 걷는길을 잠시 슬쩍 피해준다.
찔레꽃 아카시꽃들이 온몸으로 환영하는
5월 아름다운 길에서 기지개 한껏 켠다.
3덕 고개인 신덕, 망덕, 애덕 고개길 중
현재 망덕고개는 공사중이니 우회하라는
게시글을 보고, 산을 좋아하는 우리는
문수봉 정상을 통과하는 산길을 택했다.
완전히 치고 올라가는 문수산 가는 길은
예상보다 가플막진 고바우길 흙알갱이들
바싹마른 낙엽들이 미끄럼을 안기곤했다.
신앙 5년 차인 대녀는 궁금해 묻는다.
어리고 젊은시절 나는 성당에서 살았다.
6살 때 유아영세를 받은 후 주일학교로,
대학생부터는 주일학교 교사와 성가대,
27세에 결혼하기까지 성가대지휘도 했다.
결혼 후 신앙생활은 일상처럼 이어졌지만,
육아와 집안일, 교사로서의 1인 몇 역은
성당에서의 활동에 제한이 따를 수 밖에.
오랜만에 대녀와 기도하고 이야기하며
신덕고개, 문수산 정상, 애덕고개를 넘어
안성 미리내성지 도착, 스탬프도 찍었다.
바위에 앉아 우릴 위해 기도하시는 주님,
우리도 주님께 감사기도 드리며 쉬었다.
대모님과 함께 고개를 넘고 산을 오르는
'청년 김대건 길' 을 잊을 수 없겠다며
저녁은 자신이 대접하게 해달라 조른다.
김대건 신부님이 부모님 밑에서 성장하신
골배마실성지부터 이튿날 순례 예정이라
근처 모텔을 잡고 콩두부 식사를 했다.
모텔의 밤은 혼자가 아니고 기도가 있어,
시설 좋은 침대에 누우니, 집인양 포근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 11시 미사, 은이성지,
문수산 산길, 3덕 고개, 미리내성지 까지
대녀는 몹시 곤한 모양으로 코를 곤다.
영성적인 딸이건만, 6살 아래인 대녀가
나를 따르는 모습이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다음 날 아침, 날씨는 화창하고 청명하다.
골배마실성지는 양지골프장에 둘러있어
성지 훼손 등의 우려로 상시 잠궈 둔단다.
은이성지에 신고하면 문을 열어준다는데
미리 알지 못해, 성지 바깥에서 볼 수밖에.
이어 고초골 공소로 순례길 이동을 했다.
두팔벌려 안아주시는 흰옷의 주님을 뵙고
장미꽃을 머리에 꽃으신 성모님도 뵈었다.
열심히 살수 있는 이유가 새삼 분명해졌다.
극도의 힘듬과 위험에서 꼭 지켜주시고
저토록 삶을 사랑하도록 힘을 실어주신다.
십자가의 길을 걸으며 기도 드리는 시간이
눈부신 햇살 속에 성숙으로 영글어간다.
❤ 산딸나무의 신비스러움
❤ 아카시 향기 추억에 젖으며
❤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꽃은 맛도 좋지.
배 고픈 날 가만히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장사익 버전)
하얀 꽃 찔레꽃, 순박한 꽃 찔레꽃
별처럼 어여쁜 찔레꽃
달처럼 서러운 찔레꽃.
찔레꽃 향기는 너무 슬퍼요.
그래서 울었지, 밤 새워 울었지.
.....
❤ 은이성지 김가항성당에서 순례자미사를
❤ 은이성지 성당과 김대건 기념관
❤ 경기옛길 영남길 은이성지 안내판이
❤ 아, 어쩌란 말인가, 김대건길, 영남길!
같이 못하고 가다가 갈라지고 마는 길이여!
❤ 어서 오라 반겨주시는 김대건 신부님
❤ 3덕고개 첫 번째로 만난 신덕고개에서
❤ 마른 낙엽 수북한 길엔 생각이 많아진다
❤ 곱든고개를 바라보며 문수봉 정상 향해
❤ 드디어 문부봉 정상에 서서
❤ 망덕고개 대신 문수봉 거쳐 애덕고개로
❤ 청년 김대건길 종료 미리내성지에서
❤ 주님은 나를 우리를 위해 기도하시고
❤ 골배마실성지 스탬프가 외로워보이고
❤ 양지골프클럽, 파인 리조트는 호화롭고
❤ 성지 문밖에서 바라본 골배마실성지
❤ 용인의 고초골 성지에 들어서며
❤ 십자가의 길을 오르며 기도 드리고
❤ 주님은 두 팔 벌려 안아주시고
❤ 화한 쓰신 성모님은 잘 왔다 하시고
첫댓글 아~ 온화한여자님, 살아 계셨군요!
지난 5월 5일 이후 거진 20일 동안 경기도 평화누리길 카페에 빛나는 글이 보이지 않기에 답답한 마음에 온화한여자님의 글과 제 포스팅 댓글에 '무소식이 희소식'이기를 기원한다는 답글을 남기긴 했어도 못내 걱정이 되었었는데요. 카톨리션답게 경기옛길 嶺南길 제6길 은이성지·마애佛길 순례하는 모습으로 짜잔~! 하고 나타나셨으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아. 기다려주셨군요.
반가워해 주시구요.
앵베실님. 고맙습니다.
바쁜 일, 집안 복잡한 일 등
정신 못 차리는 동안
이곳에 한 번 들어오지도
못한 채 시간이 흘렀네요.
걱정까지 하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영남길을 들어서려는 게
아니었어요.
은이성지에서부터
순례를 목적으로 갔어요.
그런데 은이성지부터
김대건길과 영남길이
같이 가길래 반가웠었죠.
곱든고개에서 김대건순례길과
영남길이 갈라지니
저는 순례길을 택했죠.
이젠 좀 더 자주
예전처럼 길을 나서고
이곳에도 들어와야겠어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05.23 15:1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05.24 00:36
평화를 빕니다
좋은길에서 만나요^
아. 형제님이신가요?
길 걷다 보면 만나겠지요.
평화를 빕니다.
@온화한여자 자매예요~~ㅋ
반갑습니다^^
@작은유리창 어머나.
어쩌나요.
미안해요.
루시아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2.05.24 14:30
은이성지를 비롯하여 김대건 순례길 등등 성지순례를 다녀오셨군요.
영남길과도 겹치는 구간이라 더 친근감이 있으셨겠습니다.
두분의 발걸음 따라 자세한 포스팅에 좋은 시간 보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네.
가곡님.
친절하게 댓글 주셔서
힘이 납니다.
날이 몹시 더워서
긴 시간 걸음에
지치고 힘들었지만
청년 김대건 신부님의
젊은 시절 사목활동과
제 결혼 전 소녀시절 등을
추억하면서 실로 의미있게
다녀온 길입니다.
김대건 신부는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평등 외치는 신부님
덕분에 우리는 대학 붙으면 용돈 감자 떡을 선물하지요
인도는 어떻게 너가 의대 다닐수 있냐고 돌을 던지더군요
도장도 마음대로 찍을수 있고 조용히 기도 할수
있고 문수봉도 편안하게 오를수 있는 천주교가
승리했어요 신부님 저도 도장 찍고 기도하러가야하네요 용기와 솔로몬의 지혜를 허락해주세요
라고 간절히 기도해요
청년 김대건 신부님이
다니시면서 사목활동하셨던
3덕 고개와 문수봉 산길을
조심해서 잘 걸어가시길
그래서
더 큰 기쁨이 샘 솟기를
기원합니다.
@온화한여자 김대건의 마음으로 산다면 어떤 역경도 극복할수 있을것 같네요
@메론 아. 메론님
그 마음
김대건 신부님 마음
동감 백배 공감합니다.
은이성지, 미리내성지, 고초골공소, 골배마실성지를 한방에 걸은 적이 있습니다.
저기는 용인시에서 계속 홍보하는 곳인데 처음부터 홍보가 이상하게 시작되서 효과가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용인시가 반성해야합니다.
사진은 청년김대건길을 1착으로 걸었는데 승용차로 돈 사람들한테 밀려서 1년 후에 받은 성지 마그넷입니다.
아. 그러셨군요.
제가 이틀에 나누어
걸은 길을 한번에 걸으셨으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차로 와서
인증 도장만 찍고 가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네요.
하긴 걷기의 묘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요.
마그넷 기념품이
상당히 예쁘네요.
어디서 완주 인증을
받으셨나요?
용인중앙시장 머뭄카페는
내부공사중으로
아무도 없고
내용을 아는 이도 없어
순례인증 5개는
걸어서 다 찍었지만
완주 인증은 못받고 있어요.
@온화한여자 일부만 승용차로 도는게 아니고 거의 모든 사람이 승용차로 돌았습니다.
걸어보셔서 아시다시피 쉬운 코스가 아닌데 첫주에 선착순 100명이 마감되었습니다.
용인시에서 원고료 받고 쓴 글이라고 밝힌 블로그들 거의 다 승용차로 도는 방법만 나오더군요.
그래서 저는 2년차 행사때 받으러간김에 항의 좀 하긴했습니다.
저는 용인시청 정문 문화해설사의집에서 기념품 받았습니다.
대중교통 안내가 없어요 미리내성지 안성이고
하루에 몇번 없어서 고민되네요
자동차로 다니니 당근 정보 없지요
은이성지가 가장 대중교통이 좋은것 같네요
@메론 은이성지에서 미리내성지 넘어가셔서 고초골공소 넘어가서 다시 문수산 넘어오셔서 골배마실성지로 가시면 됩니다.
어머나.
그러셨구나.
용인시청 문화해설사의
집으로 기회되면 가서
인증을 받아와야겠네요.
정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