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란 시인의 [휴휴암 가는 길]
글 : 박 제 천
5월 15일 열리는 동국문학상 시상식의 주인공은 지난번에 소개한 정희성 시인과 서정란 시인이다. 두분의 수상을 축히하며 이번엔 서정란 시인의 수상작을 소개한다.
휴휴암은 강원도 양양군 현암면 광진리 1번지에 소재한다. 절에 내려오는 전설로는... 1999년 10월 보름날 홍법스님이 무지개가 뜬 자리를 살펴보다가 관세음보살 형상의 바위가 바닷가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곳에 암자(묘적전)를 마련하며 세상에 알렸다 한다.
하지만 서정란 시인의 작품은 휴휴암을 다루지 않는다. 그보다는 그곳으로 가는 길, 멀고 먼 여정에 초첨을 맞춘다. “굽이돌아 산/ 굽이돌아 바다”를 걷는 길은 고행이지만 시인은 “이 길 한 굽이 돌 때마다/ 굴곡진 생애 한 자락 내려놓고” 가벼워진다. “바다 한 폭 넘길 때마다/ 응어리졌던 마음 하나씩 방생하면”서 삶의 서사에서 벗어난다. 휴휴암은 실제의 장소가 아니라 상징적인 제의의 장소로 바뀐다. ‘휴휴’는 중국어에서는 바람소리나 새소리의 의성어와 의태어로도 쓰인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으면 바람이나 새가 될지도 모른다. 시인은 그렇게 “염화미소 피어나는 그 마을에/ 다다를 수 있을까”. 시인도 누구도 모른다. “거기” 가 어디냐에 따라 다르다. 아마도 시인에게는 “거기”가 시일지도 모른다. 간결하면서도 담담한 시어로 빚어낸 시인의 화두, 곰곰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멀기도 하다
굽이돌아 산
굽이돌아 바다
이 길 한 굽이 돌 때마다
굴곡진 생애 한 자락 내려놓고
바다 한 폭 넘길 때마다
응어리졌던 마음 하나씩 방생하면
염화미소 피어나는 그 마을에
다다를 수 있을까…
가도 가도 멀다
거기
--서정란 시인의 [휴휴암 가는 길]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