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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마교출현(魔敎出現)
- 아버지의 품 안에서-2
요인대사는 북청사의 주지가 된 직후 설산에 갔다가 우연히 좋은 차를
마신 적이 있었다.
이 차는 설산의 고산족 중에 한 종족이 즐겨 마시는 것으로 그들은
이것을 뽀야띠(雪)라고 불렀다.
우연히 마셔본 이 뽀야띠의 향에 반한 요인대사는,
그 차나무 하나를 어렵게 중원까지 가져오는 데 성공했다.
그 후 요인대사는 그 차나무를 북청사 뒤뜰에 심어놓고 애지중지 키웠는데
설산과 기온이 다르고 낯선 환경이라 제대로 크질 못했다.
그것을 무려 오 년간 모든 정성을 다 쏟아 관리하여 쓸 만한 찻잎을 얻는
데 성공했다.
한데 설산에서 자란 차나무가 중원에서 자라고 보니 그 맛이 오히려 더욱
독특하고 향이 뛰어난 게 아닌가.
요인대사는 이 차를 작설(炸雪)이라고 이름 짓고 귀한 손님이 왔을 때만
접대용으로 내놓곤 했다.
용설아 역시 차를 음미하면서 작설의 깨끗하고 단아한 향에 감탄했다.
차를 마시는 동안 사람들은 차향을 음미하느라 모두들 조용했다.
차를 거의 다 마신 후 가벼운 담소를 나누었고,
시간이 흐르고 나자 용설아는 몹시 피곤함을 느꼈다.
그것을 눈치 챘는지 북궁청인이 그녀를 돌아보며 말했다.
용 소저, 몹시 피곤해 보이십니다. 얼른 들어가서 좀 쉬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자리가 불편하던 용설아인지라 얼른 인사를 하고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밥 한 끼 먹을 정도의 시간 동안 담소를 나눈 후,
요인대사와 빙한권이 일어섰다.
아미타불, 소승은 이만 일어서야 할 것 같습니다.
궁주, 나는 먼저 들어가서 준비를 해야겠소.
요인대사와 빙한권이 인사를 하고 자리를 뜨자 북궁청인은 그들을 보면서
가볍게 웃었다.
대사님, 작설차는 정말 잘 마셨습니다. 그리고 빙 장로님, 차질 없이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이 나가고 나자 이제 그 자리에 북궁청인과 궁로,
그리고 빙운파파만 남게 되었다.
빙운파파는 나가는 빙한권을 쳐다보다가 북궁청인을 보고 물었다.
설마 저 주먹쟁이가 준비해야 할 것이 빙한몽혼음양술은 아니겠지요?
아쉽게도 맞습니다, 파파.
빙운파파가 입술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노기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북궁청인은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꽉 차 있었다.
빙운파파는 자신이 어떤 말을 해도 북궁청인의 고집을 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그냥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궁주, 그래서는 안 됩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사공운은 빙궁의 은인
입니다. 그리고 여자의 마음이란 그렇게 한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녀가 나에게 마음을 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빙운파파는 아득해지는 기분이었다.
지금 북궁청인이 한 말은 그녀가 들은 최악의 말이었다.
이미 궁주의 마음은 심마에 물들었구나. 이건 결코 사랑이 아니다. 단지
욕망일 뿐이다.
빙운파파는 어떻게든 막고 싶었다.
자칫하면 궁주 뿐만이 아니라 빙궁 전체에 큰 불행이 올지도 몰랐다.
빙운파파가 다시 무엇인가 말을 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북궁청인과 궁로의 모습이 빙글빙글 돌면서 흐릿해지는 것이
아닌가?
이… 이…
정신을 잃어가는 빙운파파의 귓전으로 북궁청인의 목소리가 아련하게
들려왔다.
조금 전 마신 차에 약을 넣었습니다. 이 일은 내가 하는 일이지, 파파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책임을 져도 혼자 질 것입니다.
빙운파파는 눈이 풀리며 쓰러졌다.
빙한권이 일어선 것은 그녀의 몸에 약 기운이 돌 시간이 되었기 때문
이었다.
북궁청인은 궁로를 돌아보며 말했다.
빙운파파를 모시고 가십시오. 이 일은 철저하게 나 혼자 한 일입니다.
이 일의 책임은 혼자서 지겠습니다.
궁로는 빙운파파를 지켜보고 있다가 북궁청인을 보았다.
꼭 이렇게까지 하셔야겠습니까?
나는 그녀를 가지고 싶습니다. 지금 내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궁로가 가볍게 한숨을 쉬자 북궁청인은 결연하게 말했다.
걱정 마십시오. 책임은 저 혼자 지겠습니다.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북궁청인이란 사람이
빙궁의 궁주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습니다. 그리고 싫든 좋든 궁주님의
일은 빙궁의 일이기도 합니다. 그 누구도 빙궁과 궁주님을 따로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리 궁주님이나 내가 아니라고 말해도 말입니다.
말을 마친 궁로는 북궁청인의 얼굴을 보다가 그냥 가볍게 한숨을 쉬고
말았다.
젊은 궁주는 지금 자신의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이미 용설아의 거처가 있는 북쪽을 향해 있었고,
그의 정신은 이미 그곳으로 몰입해 있었다.
다른 누군가의 말이 들어설 여지가 없었다.
아마도 지금쯤 용설아는 세상 모르고 자고 있을 것이었다.
조금 전 그녀가 마신 작설차에는 몽혼약이 섞여 있었고,
그녀는 너무도 맛있게 그것을 마신 다음이었다.
가벼운 흥분과 설레임이 가득한 북궁청인의 얼굴을 보면서 궁로는
빙운파파에게 다가섰다.
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대웅전에서 약 이십여 장 떨어진 곳에 하나의 작은 별채가 있었다.
북청사에 귀인이 왔을 때만 사용하는 곳으로 오래 전엔 북궁청인이
그곳에서 머물렀다.
지금 그곳으로 북궁청인이 다가서고 있었는데,
그의 손에는 빙한몽혼음양술에 사용하는 몇 가지의 재료가 들려 있었다.
그의 얼굴은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지만,
묘한 기대감으로 두 눈은 반짝거렸다.
누각 안은 아직 불이 켜져 있었다.
몽혼약 때문에 들어오자마자 바로 잠이 든 것 같았다.
북궁청인은 누각의 문 앞에 서서 잠시 서성거리다가 이윽고 용기를 낸 듯
가만히 문을 열었다.
겹으로 된 문을 밀자 문은 소리 없이 열렸다.
북궁청인은 마른침을 삼키고 안으로 들어섰다.
***
사공운의 내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담소봉과 담숙우 일행이 돌아간 후 자신의 몸을 살펴본 사공운은 하루
이틀 이내로 아물 상처가 아니란 것을 알았다.
일단 유령문 비전의 환단을 먹고 한동안 운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사공운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의 앞에는 용취아가 굳은 얼굴로 사공운을 보고 있었다.
비록 걱정스런 표정이었지만, 의연하고 꿋꿋하게 사공운을 지켜보았다.
사공운을 살펴본 유수아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사형, 생각보다 상처가 심하신 듯 합니다.
사공운이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 내 상처가 문제는 아니다.
유수아는 사공운을 보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닥칠 일은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은 상처를 치료해야 합니다.
어차피 지금 사형의 몸 상태로 당장 무공을 사용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남은 사람도 약하지 않으니, 사형이 어느 정도 회복할 때까지 버틸 순
있을 겁니다.
사공운도 유수아의 말을 수긍하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래야 할 것 같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풍백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군. 지금 두 사람 말을 들으면 다시
누군가가 우리를 습격이라도 해올 것 같은데.
풍백의 말에 관패와 진충도 사공운과 유수아를 보면서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히 그럴 것입니다.
유수아가 대답을 했다.
그녀는 담담한 표정이었고, 말하는 투조차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누군가가 다시 습격해 온다고 하는데도 긴장감을
가질 수 없었다.
그녀는 사람들을 동요시키지 않기 위해 그런 식으로 말을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용취아의 안색은 그렇지 못했다.
그녀는 더욱 걱정스런 시선으로 사공운을 보았다.
자신의 안전보다는 부상당한 아버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다.
이제 다시 강적이 나타난다면 움직이지 못할 만큼 큰 부상을 당한
아버지는 어쩌면 자신보다 더 위험할지도 몰랐다.
자신이야 죽이기보다 납치하여 이용하려 들 것이지만,
누구에게나 부담스런 강적인 사공운은 달랐다.
적이 누구든 우선은 사공운부터 죽이려고 들 것이 뻔했다.
그 정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직 어리다고 말할 수 있는 십오 세의 소녀는 정신적으로 너무도 성숙해
있었다.
용취아는 심호흡을 했다.
지금 내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아버지가 더 힘들어진다.
용취아의 표정은 다시 의연해졌다.
하지만 관패는 미미하게 변하는 그녀의 표정을 놓치지 않고 보았다.
무심한 것 같은 사공운 역시 용취아의 그런 감정을 읽고 있었다.
의연하게 컸구나. 정말 장하다, 취아야.
사고운이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속으로 삼키고 있을 때
풍백이 유수아를 보면서 물었다.
유 소저, 대체 누구란 말이오? 누가 다시 우리를 습격한단 말이오?
그리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요? 나는 아무리 귀를 살펴봐도 누군가
숨어 있다는 기척이 안 느껴지는데…
지금 누군가가 숨어 있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정황을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정황…
봉성이 우리를 찾았다면 신룡각이 우리를 못 찾았을 리가 없을 테고,
신룡각이나 마교가 바보가 아니라면 최고 강적이라 할 수 있는 우리가
용부에 입성하는 것을 두고 보진 않겠죠. 또한 봉성의 잔여세력을 그냥
놔둘 리 없습니다. 분명히 누군가를 통해 담숙우나 담천을 감시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들은 분명히 그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담숙우가 복마금강동인들을 데리고 우리를 추적하는 것을
알았을 테고, 둘이 동귀어진하기를 바라고 있었을 겁니다. 어느 쪽이
이기더라도 양쪽은 치명적인 전력 손실을 입을 테고, 그 순간 그들이
나타나겠죠. 더 생각해 보면 이미 몰락한 봉성이 우리가 가는 길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나타난다는 것 자체가 무리입니다. 신룡각과 마교가
그들에게 우리의 위치를 가르쳐주었을 거라 생각하면 이상하지 않지요.
그제야 풍백이나 진충, 그리고 호위무사들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첫댓글 즐독합니다
감사합니다
잘~~~읽었습니다
즐독~~~~~~~~~~~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감하고 갑니다.
즐독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
감사...
즐독
즐독! 감사 합니다^^.
즐독
잘 보고 갑니다. 그리고 감사 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