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멎자 매미 소리
젖은 뜰을 다시 적신다.
비 오다 멎고
매미 소리 그치다 다시 일고
또 한 여름 이렇게 지나가는가.
소나기 소리 매미 소리에
아직은 성한 귀 기울이며
또 한 여름 이렇게 지나는가 보다.
-김종길. <또 한 여름>
지금 이 순간에도 매미 소리가 곳곳에 울려 퍼집니다.
더위를 견디게 하는 청량한 자연의 음악인 것 같습니다.
매미 소리가 유난스레 들리는 걸 보니 여름의 한 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것이지요.
암수가 나무껍질 사이에 낳은 알이 겨우 2mm. 그런 것이 애벌레로 부화해
식물 뿌리 수액을 빨아 먹으며 땅속에서 칠 년 정도 산다지요.
그럼에도 세상 밖으로 나와 겨우 일주일 가량밖에 못산다고 하니
조물주가 만드실 때 지나치게 인색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짝짓기 못해보고 죽는 매미들이 훨씬 많다고 하니 암수를 부르며 지치지도 않게
우는 저 매미의 삶이 안쓰럽게 느껴집니다.
이런 사연을 전혀 알지 못했던 유년 시절 곤충채집 숙제하느라 풍뎅이를 잡아 목을 비틀어
놀다가 살아있는 매미랑 압정으로 교정했던 그 곤충들에게 지은 죄가 생각나네요.
언젠가 찬찬히 들여다본 만 원짜리 지폐에 세종대왕이 쓰고 있는 관모에도
매미 날개 모양의 장식이 있더군요.
오늘 매미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소동파의‘적벽부’에 나오는 고사가 생각나 찾아봤습니다.
“매미의 머리는 갓끈이 늘어진 모습이니 문인의 기품이 있고 頭上有緌 則其文也
천지의 기운을 머금고 이슬만 마시니 청정함을 갖추었네 含氣飲露 則其清也
사람이 먹는 곡식을 축내지 않으니 청렴함을 갖추었고 黍稷不享 則其廉也
별도로 집을 짓지 않고 사니 검소함이 있네 處不巢居 則其儉也
철 따라 허물을 벗고 절도가 있으니 신의가 있네 應候守常 則其信也”
‘文,淸,廉,儉,信’의 다섯 가지 덕목이 매미의 오덕인 것이지요.
임금의 관모에도 나타내고 있는 걸 보면 모름지기 높은 자리에 오른 분들은
이런 오덕을 실천하라는 뜻이겠지요.
요즘 국회의원님과 장관님들도 매미 소리를 들으며 이런 오덕에 대해 생각해
보시고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게는 매미소리가 그저 냉장고에서 금세 꺼낸 '박카쑤' 같은 청량제가 되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