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복수의 증권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헤지펀드는 국내 대기업 한 곳에 "오너의 사익 편취가 극심한 것으로 보인다. 쌓아놓은 현금에 비해 주주배당에 인색하다"는 입장을 몇몇 기관투자자에게 전달했다. 한 운용사 대표이사는 "조만간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대상 기업이 어디인지는 공시 위반에 해당할 수 있어 밝힐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식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글로벌 헤지펀드는 앞서 국내 한 대기업을 대상으로 경영참여를 선언했던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가장 주목받은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는 엘리엇이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 (107,500원▲ 3,000 2.87%)·제일모직, 2016년 삼성전자 (37,450원▼ 150 -0.40%), 2018년 현대자동차 (118,500원▲ 2,000 1.72%)와 기아자동차 (34,850원▲ 2,000 6.09%), 현대모비스 (200,000원▲ 8,000 4.17%)에 경영 투명성 강화와 지배구조 개편, 배당 확대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배당 확대나 자사주 취득 등을 원하는데, 실제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은 상장사는 손에 꼽을 수준이다. 효성 (47,450원▼ 1,000 -2.06%)정도만이 눈에 띈다. 효성은 지난해 10월 29일 주당 4000원(배당수익률 8%대)을 배당하겠다고 밝혔다. 발표 직전 -15%선이었던 주가는 발표 직후 단숨에 16% 상승으로 급반전했다. 하지만 이 기류에 동참하는 기업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대기업은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배당 확대가 기대된다"고 리포트를 쓰기도 했으나 정작 회사 측은 감감무소식이다.
한 운용사 본부장은 "지난해 신흥국 증시가 부진한 성적을 기록해 외국인 투자자들 입장에서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국내 대기업 상당수가 배당에 부정적이기 때문에 추가로 공격이 들어올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했다. 이어 "앞서 공격을 받은 삼성전자, 현대차그룹이 대규모 배당을 한 것만 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배당이라는 걸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 (12,250원▲ 150 1.24%)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200 기업들의 연말 배당 수익률은 1.76%, 연간 배당수익률은 2.47%로 추정된다. 10년 만에 최고치라고 하지만, MSCI 신흥국 증시 평균이 3.2%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배당수익률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
이와 함께 사익 편취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가 한진 (47,000원▼ 4,000 -7.84%), 한진칼 (29,500원▲ 250 0.85%)에 대해 경영참여를 선언한 것에 대해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지난해 11월 한진칼 지분 취득과 관련해 "경영권 위협 의도는 없으며, 주요주주로서 경영 활동에 관한 감시 및 견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낸 바 있다.
송치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국은 일감 몰아주기, 승계 이슈 등 주주행동주의의 타깃이 될 수 있는 다양한 포인트가 있다"면서 "기업 지배구조와 관련한 다양한 액션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