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희와 데이트
진선이의 할머님을 뵙기로 한 날입니다.
저번에 찾아 뵙기로 연락을 드렸을 때
전화로 밖에 인사드리지 못했기에
직접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리는 것이 예의인 것 같아
모임 시간 전에 도착하도록 출발합니다.
상철암 문구점에서 살 것이 있는 현희도 함께 갔습니다.
현희와 단 둘이 상철암 가는 길..
파란 하늘, 하얀 눈길.. 데이트하기 딱 좋습니다.
평소 어린 아이들을 잘 돌보는 현희,
비법을 물어보니 술술 대답해줍니다.
"아이들과 같은 눈 높이에서 생각하고,
아이들의 '친구'처럼,
'친언니'처럼, 때로는 '엄마'처럼
행동하면 되요."
가끔은 철부지같아도
이렇게 단 둘이 있을 때에는,
자신이 잘 하는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할 때에는 의젓합니다.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상철암에 있는 철암초에 다녔기에
6년 동안 이 길을 다녔다는 이야기부터,
어렸을 적 이야기,
아버지와 어머니이야기까지..
소중한 이야기들을 해주니 고맙습니다.
상철암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우리 서로에게로 향하는 발걸음같습니다.
# 보물상자 풀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올해 연세가 일흔넷이신 할머니..
의젓한 진선이, 진주, 진표의 할머니..
육남매 잘 키워오신 할머니..
철암을 지나가는 철도의 나이도 일흔넷이라 합니다.
"옛날엔 책가방 이런게 뭐야..
책보를 싸서 산을 넘어 학교에 가는데
막 달리다 보면 연필, 책들이 다 떨어져."
"옛날엔 산에 짐승이 무서웠지, 지금은 사람이 더 무서워."
"집에 제사 한번 있으면 그날은 마을 사람들 다 초대하는 거야.
탕국에 밥말아서 술 한잔씩들 하시고
눈물 닦고, 코 닦던 조그만 손수건에
집에 있는 손자들 줄 떡 한 줌 싸가시는 거지."
할머니의 옛이야기..
소중한 보물상자 같습니다.
보물상자 풀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가 애들한테 이거 하나는 지키라고 해.
욕심부리지 말고 베풀라고.."
이렇게 배우며 자란 진주..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돈을 주었는데,
선생님께 드리고 왔다고 하더랍니다.
'너 뒀다 쓰지, 왜'하고 물으니
'할머니가 그렇게 하랬잖아.'라고 대답했답니다.
배려심 깊은 진선이,
또래 같지 않게 의젓한 진주의 성품..
할머니를 뵈오니 알겠습니다.
#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시간이 훌쩍..
보충이 끝난 은정이가 도착하고,
할머니께 한식예절에 대해 여쭈었습니다.
한식예절과 더불어
생활예절도 자연스레 배웁니다.
다들 알고 있는 것이라며
해주시는 할머니의 이야기들..
사람살이 마땅한 지켜야 할 것들입니다.
"어른이랑 식사하다가
어쩔 수 없이 어디에 가야하면
'먼저 일어나겠습니다.'하고 일어나야지.
어디 갈 때도 마찬가지야.
뭉뚱그려서 인사하는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한 분, 한 분 찾아다니면서
어디 가는지, 몇시쯤 들어올지 말씀드려야지."
"음식 가리지 말고, 뭐든지 맛있게 먹어야지.
뭐든 욕심 부리지 말고, 도와가며 살아.."
"음식이 어떻든, 그 성의가 고마운거지.."
귀한 말씀 해주신 할머니께 저희가 감사한데,
할머니께서는 아이들이 이렇게 와서 이야기 나누어 주어 고맙다고 하십니다.
게다가 아이들 온다고 맛있는 간식도 한 상 가득 차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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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차려주셨지요.. 사과와 배 몇 개 집어 먹고 찍은 사진입니다.
사과, 배, 고로케, 왕고래밥, 치토스, 새우깡, 귤, 마가레트
그리고 나중에 외삼촌께서 사오신 찐빵까지..
지혜가 담긴 말씀, 정성스레 차려주신 간식 상..
할머니의 마음이 전해져 따뜻했습니다.
아이들이 경청하는 자세를 보니,
그 마음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진 듯합니다.
새해이기도하고, 할머니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
큰절을 드렸습니다. 덕담을 먼저 듣고 세배를 드린 참입니다.
#
할머니께 말씀 들은 것도 정리하고,
한식집에 어떻게 갈지 의논하기 위해
진주의 방에 모였습니다.
저희가 가기로 한 한식집은
식당이 여유로운 시간에 가면
사장님께 한식에 대해 여쭐 수 있다고 합니다.
사장님께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신지
여쭙기 위해 어떻게 전화를 드리면 좋을지도
머리를 맞대어 생각해 봅니다.
이번에는 은정이가 부탁드리는 연락을 드릴 차례인데,
전화 드릴 내용을 적을 때는 의견을 잘 내던 은정이가
막상 전화를 할 때가 되니 많이 긴장합니다.
모임에서는 큰언니이기에 아이들 앞에서 하기 부끄러워하는 듯보입니다.
귓속말로 물어보니 나중에 따로 저와 전화드리고 싶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연락을 하기 전에
한식집에 미리 연락을 했었는데
사장님께서 자리를 비우셔서
내일 통화하기로도 했고, 은정이가 많이 불편해 하여
내일 은정이가 학교가 끝날 시간에
은정이 어머니께 인사도 드릴 겸
은정이네 가서 전화드리는 것을 돕기로 했습니다.
가는 길에 현희네 할머님도 찾아뵈어 인사드리면 좋겠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진선이가 집구경을 시켜주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직접 기르신 화분들,
진주가 그린 그림들,
진주와 진선이의 추억이 가득한 사진첩..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며 즐거웠습니다.
진선이가 살고 있는 집에서 진선이를 만나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집니다.
진선이가 더욱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초대해 준 진선이와 할머니께 감사합니다.
사진첩을 다 보았을 때 쯤
현희의 할머니께서 계모임 다녀오시는 길에
치킨을 사오셨다며 빨리 들어오라는
현희 동생 가희의 전화에
집에 갈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할머니께 인사드리고 나오는 우리..
마음은 뿌듯하고 배는 든든합니다. 고맙습니다 할머니!
첫댓글 현희와 피냇재 이야기 나누는 모습... 고맙습니다.
"집에 제사 한번 있으면 그날은 마을 사람들 다 초대하는 거야.
탕국에 밥말아서 술 한잔씩들 하시고
눈물 닦고, 코 닦던 조그만 손수건에
집에 있는 손자들 줄 떡 한 줌 싸가시는 거지."
- 어릴 때 우리 집도 그랬습니다. 현희네 집 할아버지 제삿날 풍경도 그렇다지요.
"음식 가리지 말고, 뭐든지 맛있게 먹어야지.
뭐든 욕심 부리지 말고, 도와가며 살아.."
"음식이 어떻든, 그 성의가 고마운거지.."
태인이가 말한, 어르신께 배우는 밥상 철학이로군요.
할머니 고맙습니다.
엄태인 선생과 현희가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여쭈니 할머니께서도 무척 기쁘셨을 겁니다.
태인 고마워요.
"어디 갈 때도 마찬가지야.
뭉뚱그려서 인사하는게 아니라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한 분, 한 분 찾아다니면서
어디 가는지, 몇시쯤 들어올지 말씀드려야지."
한 분씩 찾아뵙고! 그렇게 해야 겠습니다.
철암도서관에 선생님있지 않냐고 하시며
할머니께서 김동찬선생님 말씀도 하셨습니다.
"그 선생님 잘한다니까~
봄이면 나물 들어왔다고 먹어보라고 가져오고,
뭐 들어오면 어디에 좋다고 가져와..
참 싹싹해."
진주의 책상에서
지난 광활 선배님들께서 해오신 활동이 담긴
사진첩도 보았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시는 행복한 모습..
선생님께서, 선배님들께서
아이들과, 할머님과 잘 관계해 주신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안동 하회 마을 나들이 갈 때 진주, 진선, 어머니, 할머니가 함께 가셨어요.
작년에 마을 세배 다닐 때도 따뜻하고 넉넉하게 맞아주셨지요.
할머니 은혜를 많이 입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과, 배, 고로케, 왕고래밥, 치토스, 새우깡, 귤, 마가레트
2011.1.12
은정이네 다녀왔습니다.
은정이 동생 건모와
누가 집에 빨리 도착할지 내기를 해서
은정이가 올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습니다.
어머님께 인사도 드리고,
그 동안 반찬 맛있게 먹은 이야기,
오늘 건모에게서 본 다른 면모,
모임동안 은정이에게 고마웠던 이야기 등을 나누었습니다.
은정이와는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모임하면서 좋은 점은 무엇이고, 아쉬운 점은 무엇인지
이야기 나누며 한식집사장님께 전화드릴 준비를 했습니다.
치킨을 시키는 전화도 한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은정이..
평소 털털한 성격과는 달리
전화를 할 때에는 많이 긴장되나 봅니다.
귓속말로 은정이의 마음을 헤아려 물어봐 주었을 때, 내가 은정이라면 이렇게 물어봐 준 태인 선생님이 참 고마웠을 것 같아요. 배려심 많은 태인, 과정을 잘 풀어 주어 잘 읽었습니다.
잘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
그냥 지나 칠 수 있었던 부분..
찾아내어 주시고, 이렇게 이야기해주신 것도
고맙습니다^^
어떻게 말씀드릴지 의논하여 적고, 연습도 했습니다.
막상 전화를 하니, 은정이는 잘 이야기합니다.
사장님께서 좋다고 허락해 주셨고,
잘 이야기 해준 은정이 덕분에
내일 즐겁게 한식집에 다녀올 일만 남았습니다. 기대됩니다!
고맙습니다. 은정.
고맙습니다. 태인.
다정한 자매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