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원본 싱글 캠페인 잔다르크편을 하나씩 깨고 있네요.
그러고보니 에이지2를 처음 접한것이 초등학교 4,5학년때 새로산 컴퓨터에 깔려있던 에이지2 립버전이었습니다. 그때 정말 푹 빠져서 날밤 샜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더구나 옆집 아저씨가 에이지2 멀티를 했던터라 멋모르던 초딩이 봉건 러쉬에 탈탈 털리며 전술의 기초를 배웠습니다. 아저씨 한번 이겨보겠다고 용돈을 모아 당시 게임잡지에서 출간한 공략집까지 사봤으니ㅋ
그 뒤로도 변함없이 발렸지만요; 역시 초딩에게 생산과 전투를 동시에 바라는건 무리였달까요ㅋㅋㅋ
각설하고 에이지2 이야기 핵심으로 들어가면, 중학교 2,3학년때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던 일부터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전학간 학교에서도 에이지2로 친구들을 사귀었습니다. 에이지2가 나름 인지도가 있는 인기 게임이었지만 그때는 이미 스타가 대세였던지라 에이지2를 안다는 것만으로도 리즈 역덕의 동지애를 느낄 수 있었드랬죠. 마침 그 친구들이 에이지2가 깔린 피시방이 있다길래 멀티를 하러 그 곳으로 가 첫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거기서 본것은...
...
'양민'
제가 가기 전까지 그 친구들은 성벽치고 느긋하게 왕정시대까지 테크타고 풀업한뒤에 싸우는, RTS가 아니라 심시티를 하던 애들이었던거죠. 서로 공격하기 전에 의향을 묻는, 마치 17,8세기 전장에서 전열보병의 사격을 서로 양보하는 신사(...)같은 게임을 하고 있는 겁니다.
이미 옆집 아저씨에게 머리부터 발끝까지 처발리며 잔뼈가 굵었던 저인지라 첫 게임에서 신사 그딴거 없다 봉건 전진배럭 무장병사 러쉬로 주민들부터 어육을 만든 뒤 성주시대 전진 마을회관으로 말려죽이기를 시전했습니다. 대략 친구들은 충공깽...
아마 그 친구들 입장에선 꽃의 전쟁 벌이며 투닥대던 아즈텍인들이 톨레도산 강철검으로 뼈와 살을 분리해주는 스페인 콩퀴스타도르를 만난 기분이었을 겁니다.
그 뒤에 열린 1:2 매치가 오늘 하려는 썰의 핵심입니다. 초반러쉬에 호되게 데인 친구들이 20분 공격 금지를 걸길래 느긋하게 반땅 싸움을 가기로 마음먹고 비잔틴을 골랐습니다. 친구들이 비웃더군요. 용광로 업도 안되는 구린 팔라딘에 팔라딘보다 체력, 공격력 다 낮은 카탁(...)이 특수유닛인 비잔틴을 왜 고르냐고요.
물론 이때는 오리지날이라 병참업이 없긴 했지만 무금2 유닛 생산비 절감의 위용을 자랑하는 비잔틴의 가치를 모르는걸 보고 대략 어이를 상실했죠. 그리고 친구들이 각각 고른게 프랑크와 페르시아;;;
뭐, 이때부터 컨셉을 장창-척후 스팸으로 가야겠다 결심했더랬습니다.
여튼 러쉬금지 지키면서 전진 마을회관, 성 알박기로 유리한 지형을 선점했습니다. 맵의 가운데 튀어나온 야트막한 구릉이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묘한 위치였네요.
성을 한채 지은 뒤 장창-척후-성직자 조합의 비잔틴 대군이 보무도 당당하게 고지로 행군했습니다. 이윽고 게임 시간이 20분이 넘은 순간 프랑크-페르시아의 대공세가 시작됐습니다.
첫 공격은 페르시아의 전투코끼리 무리였죠. 장창 조합에, 더구나 성직자 갑의 비잔틴에 전투코끼리라니 아이곸ㅋㅋㅋㅋㅋㅋ하고 웃으며 적당히 전향하고 나머지는 장창꼬치로 만들어줬습니다.
바로 그 뒤에 이어진 2차 공격이 이번 전투의 꽃 '대격전'이었습니다. 프랑크-페르시아 투칼라 팔라딘 8,90기가 투구 깃털을 펄럭이며 돌격한 것입니다!
제 장창-척후 조합 역시 거진 100기로 숫자는 호각, 전술이니 컨트롤이니 일체 없이 그대로 정면충돌했죠. 거의 반지의 제왕 펠렌노르 평원 전투를 연상시키는 대격전이었습니다. 다만 그 친구들이 로한이고 제가 모르도르라는게 함정;
여튼 거진 동수에선 프랑크 팔라딘 피통을 장창-척후가 이기긴 불가능하니 제 병력은 전멸하고, 친구들 팔라딘도 거진 2/3이 요단강을 건넜었죠. 박살난 시체, 해골 무더기가 화면 여기저기 카펫처럼 깔린 와중에 성은 살아남은 팔라딘들의 다굴로 무너지고, 친구들은 쾌재를 불렀습니다.
...
그리고 친구들이 본것은 아까와 동수, 아니 그 1.5배는 되어보이는 장창의 숲(...)
10병영에 장창, 척후, 낙타 생산비 25%가 줄어드는 비잔틴의 팀보너스를 여실히 보여주는 물량이었던 겁니다. 성에서 징병 업까지 하고 병영마다 생산대기열에 꽉차도록 장창을 눌러놓은지라 죽은만큼 생산된 병력이 격전지로 속속 집결! 결국 최후의 팔라딘이 장창병무리에게 말에서 끌어내려지는 순간 GG.
이때 게임이 지금까지 했던 모든 AOE 멀플 중 가장 짜릿했던 한판이었죠ㅋㅋㅋ
그 뒤론 빠르게 전략전술을 습득한 친구들과 물고 물리는 게임들이었지만요.
여튼 지금은 연락이 안되는 친구들이지만 에이지2를 다시 하니 그때 그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카페 여러분의 에이지2에 얽힌 추억들은 무엇인가요?
첫댓글 에이지는 원부터 투까지 스타에 발린..ㅜㅜ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스타에 비하면 에이지 시리즈는 기술이나 테크가 좀 복잡했죠. 암흑시대부터 시작하다보니 초반 스피디한 게임 진행도 어려웠구요. 게임방송에서 리그도 몇번 열렸지만 스타에 밀려ㅠㅠ
오 재미있게 읽었네요. 저도 초 2~3쯤에 에이지 골드 뭐시기 합본 cd사서 플레이했는데 참 재밌게 했죠. 그땐 멀티를 잘 몰라서 컴퓨터랑만 했던..
저도 다른 곳으로 이사가 그때 친구들과 헤어진뒤론 컴퓨터 대전밖에 못했습니다. 그때 2,3년이 참 재밌는 시절이었죠ㅋㅋ
당시 초딩일때 온갖 핸디를 가지고 큰 아버지와 한판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위에 언급처럼 왕정시대부터 전쟁 시작+2번 무르기 가능)
지면 설겆이 하기 같은 허드렛일이였는데 왕정 찍고 트레뷰셋과 카타프락토이 끌고 의기양양하게 진군하던 차에
장궁병에게 끔살당해서 제가 엉엉 울어서 큰아버지가 당황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브리튼 장궁병 사거리가 OP였죠. 사람이 쏘는 화살이 포격대포와 사거리가 동급이었으니ㅋㅋㅋ 다만 브리튼엔 장궁말고는 그닥 그런데다가 상대가 고트 고르면 침묵;
여튼 어른들과 게임하면 진 기억밖에 없네요ㅎㅎ
아 장궁병 사거리 풀업하면 사거리가 12였죠ㅋㅋ 망고넬과 스콜피온을 화살로 잡는 위엄.
@zombie 하지만 피통 192짜리 프랑크 팔라딘에게는 말발굽에 밟혀 끔살, 고트족 허스칼은 화살따윈 모기 물린 것 취급하며 성큼성큼 걸어와 오체분시, 투르크는 무한의 호위경기병-더러운 포격대포로 다진고기화.
브리튼은 장궁 하나로 벌어먹고 살아야하는데 은근 극상성이 많았죠;;;
전 혼자 컴잡이 ㅠㅠ 작년에 hd에디션 +dlc합본사서 멀티한번했는데 개발리고 봉인했습니다.
저도 가끔 컴이나 좀 잡고 미션 깨고 있습니다. 추억은 아름다운데 컨트롤 실력은 현실이더군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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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구멍 업 안하면 빠른 기병에게 농락당하는게 에이지2의 방어시설이었죠ㅋㅋㅋ 미션 중에는 이런 맹점을 꼼수로 쓸수 있게 짜여진 것도 있었구요.
살인구멍 업이 공짜였던 튜튼이 그래서 오리지날 한정으로 캐사기였죠. 삽과 마대자루로 승리를 견인하는 더러운 덕국;
@우에스기 겐신 그리고 기사로 공성망치 깨러 접근했더니 하차하는 튜턴족기사...
@우에스기 겐신 APC아니겠습니까ㅋㅋㅋ 몽골은 거의 왠만한 보병 속도로 질주하던데요
지금 이이야기를 하신건 멀티하자는걸로ㅋ
아마 시작과 동시에 영혼까지 탈탈 털릴게 뻔하기에 멀티는 피하렵니다. 추억은 액자에 갈무리해 벽에 걸어두는게 최고니까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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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닌 에이지2를 제대로 즐기셨었군요ㅎㄷㄷ
그러고보니 그때 그 친구들 돌이켜보면 도시는 진짜 예술적으로 지었었죠. 덕분에 군대를 몰고가 약탈, 방화, 파괴 등등 밤에 오줌 쌀법한 짓거리를 저지르는 맛이 났습니다. 고트족의 로마 약탈에 비견할만하달까요ㅋ
요즘은 아예 게임설정에서 공격금지를 걸수 있군요. 심시티하는 기분으로 즐길수 있겠지만 문제는 시간인데...컴퓨터랑 그냥 랜덤맵만 해도 타임머신이 작동하는지라 엄두가 안나네요. 여튼 전멸전 왕정시대 물량전이라니 재밌겠습니다ㅎㅎ
그리고 전쟁의 화신이라뇨. 그저 조금 앞선 문명의 승리였고, 전술이 공유된뒤론 팬티까지 털리는게 일상이었습니다ㅋㅋㅋ
@나르닌 포가튼은 테크트리랑 변경점만 봤는데 한국이 거진 버려졌더군요; 망고넬 사거리가 줄어버려서 메리트가 전혀 없으니...
게다가 포가튼으로 하면 단축키가 요상하게 바뀌는지라 아직 제대로 게임을 못하겠더라구요;;;
@나르닌 단축키는 모드 만들었던 사람들 국적에 맞춰 재배치한걸까요? 여튼 어느나라 말에 맞춰 바꿔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새로 단축키가 짜여서 포가튼은 손대기 힘들더군요.
그리고 고트는 뭐 병영에서 풀빵 찍듯 나오는 허스칼이 매력이니 문명 색깔만 유지된다면 괜찮다고 봅니다. 포가튼들어서 억울한 것은 오히려 한국입니다ㅠㅠ 그저 신기전업의 효과가 망고넬 사거리 +2였던 시절이 그립달까요.
@나르닌 밖에 나와있어서 힘들 듯 합니다ㅠㅠ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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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크가 금만 잘 모아 왕정 넘어가면 무적의 조합을 갖출 수 있었죠. 일반 병력은 예니체리 총탄에 갈려나가고, 상성맞춰 척후로 들이댈작시면 호위경기병의 파도가, 멀리서 포격대포가 뿜뿜. 진짜 농담이 아니고 지상전의 끝판왕이 투르크였죠. 대신 팀플 아닌이상 초반에 끔살(...)
그리고 공성망치로 빈집을 해체하셨군요. 역덕의 귀감입니다ㅋㅋㅋ
저도 이번에 AOE2랑 바쇽 합본팩을 그냥 질렀는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근데 하마터면 보더랜드랑 툼레이더까지 살뻔 ㅋㅋㅋ 스팀의 마수를 첨느껴보니 왜 연쇄할인마라고 부르는지 알겠더라군요
스팀의 마수는 어떤 지갑도 피해갈 수 없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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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 ~ 04년이 역사시뮬의 황금기 아니었습니까. 대체로 이 카페 분들이라면 초딩~대딩 시절 에이지2를 접했겠죠. 그립네요...
자 멀티를 합시다
추억은 추억으로 간직해야 아름답죠. 고로 멀티는 봉인입니다
전 미솔로지 할 때 느긋하게 심시티 하다가 같이 멀티하던 선배들한테 한소리들었죠. 왜 이리 일꾼하고 병력이 적냐고. 그리고 그때 물량전의 손맛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저도 미쏠로지하면서, 특히 이집트-세트 하면서 물량전을 제대로 익혔죠. 투창-투석-도끼 3종 신기가 초중반 물량의 알파요 오메가 였으니ㅋ
짧은 영어 써가며 외국인이랑 멀티도 했었던거로 기억합니다.
저도 초딩때 샀다가 지난겨울에 다시 샀는데 컴터들이랑 놀아서 그런지 양키한테 양민학살 당하더군요 써놓은 글을 보니 저는 한트럭덤벼도 털릴거같은 포스시네요 ㄷㄷ
그럴리가요. 원래 추억이란게 일방적으로 기억을 덧칠하는건데요. 아마 그 친구들 입장에선 또다른 이야기가 나오겠죠 ㅋㅋㅋ
저도 이번에 질렀는데 같이 멀티하게 되면 좋겠네요 ㅎㅎ
역시 추억은 추억으로ㅋ
그래도 에이지2하는 분들이 이렇게 많으니 재밌네요. 약간 멀티가 끌리기도 하고.
전 역시 개사기 튜튼기사단과 예니체리가 생각나네요 그거 두개 모이면 모일수록 짜증만 팍팍
튜튼기사단이야 너무 느려서 스펙에 비해 애매한데 비해 예니체리는 정말 모일수록 토나왔죠. 오스만 육군의 등뼈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았습니다ㅎㄷㄷ
@리블루 하지만 잡히는 순간 칼질 슥삭슥삭
@Venice의 선원 망토를 두른채 성큼성큼 걸어오는개 은근 호러였죠. 근데 느려도 너무 느려서 일반 궁수에게도 무빙샷을 당하니ㅠㅠ
뭐 멀티에서야 튜나가 힘을 발휘할수 있도록 난전을 유도하니 그 포스가 어디로 가진 않았죠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