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개질
신상숙
아이들 키울 땐 뜨개바늘이 손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흘이면 남편의 조끼가 완성될 정도로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게다가 남편이 숙직서는 날이면 아이들의 스웨터나 털 바지를 밤새워 짜기도 했다. 서울 인심 무섭다고 하지만 40여 년 전, 내가 살던 수유2동 좁은 골목이 뜨개질 하는 여자들의 수다로 아주 따뜻했다.
뜨개질 인심도 넉넉해서 처음 시작하는 이웃에게 자기가 뜨개질하던 털실 뭉치를 뒤편으로 물려 놓은 체, 뜨개질 방법을 자상하게 알려준다. 실타래 풀어가며 한 올 한 올 엮어 예쁜 털 옷 짜듯, 글 쓰는 일도 이와 흡사해서 글씨 하나하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또 몸과 마음도 곱게 다져가며 한 편의 글을 완성한다. 어렵사리 퇴고한 글이 대견해서 읽고 또 읽기를 여러 차례```, 마찬가지로 털옷 한 벌이 완성되면 여간 뿌듯한 것이 아니다. 입어보고 걸쳐보고 쓰다듬기를 되풀이하면서 기뻐하고 또 기뻐한다.
때론, 글 쓰는 사람들 마음 씀씀이가 뜨개질하는 사람들보다 많이 다르고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뜨개질 시작한 사람에게 대바늘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또 줄이고 늘리는 법까지 자세하게 가르쳐 준다. 서툰 솜씨로 어렵사리 한 작품 완성한 이웃에게 진심 어린 칭찬과 격려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뜨개질은 가족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고 이웃 간의 정을 돈독하게 다진다.
또 하나, 문학은 나의 존재와 가치를 깨닫고 싶어서다. 천만다행으로 뜨개질 솜씨와 글쓰기에도 재주가 있으니,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외롭다거나 할 일이 줄어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진작부터 돌기둥에 꽁꽁 매어놓은 셈이다. 참으로 다행한 건 컴퓨터가 괴발개발 형편없는 글씨를 아주 예쁘게 다듬어 준다는 점이다. 냉각팬 소리만 들어도 진땀 흘리던 내가 마우스를 잡고 자판을 오가며, 활자와 씨름하다 보면 어느 틈에 한 편의 수필이 완성된다.
그러나, 성급한 성격 때문에 잘못 짜인 스웨터를 풀었다 감았다 반복하기 일쑤다. 진땀 흘리며 빠뜨린 코 겨우 찾아낸 사람에게 뜨개질 서툴다고 지청구하지 말고, 서리서리 감아 놓은 실타래 헤집지도 말아야할 일이다, 더더욱 남의 솜씨 타박하는 일 삼가야할 것이다. 글 쓰는 일도 그렇다. 큰 벼슬이라도 한 것처럼 우쭐대지 말고, 좋은 글동무 하나 마음에 담고 싶다. 평생 변치 않을 넉넉한 스승 한 분 모시고, 검지에 피멍이 들도록 한 땀 한 땀 삶의 뜨게 질 하면서 말이다.
이제 가을걷이 끝내고 김장도 담가 놓았으니, 찬바람 막아 줄 따뜻한 스웨터 한 벌 짜고 싶다. 예쁜 무늬 넣은 멋스러운 스웨터 걸치고 동네 마실 나서면, 아직도 나보고 여시 같다 할 이 있을까.
첫댓글 이제 가을걷이 끝내고. 김장도 담가 놓았으니, 찬바람 막아 줄 따뜻한 스웨터 한 벌 짜고 싶다.
참 평화롭습니다.
조용한 시간들 즐기십시오.
아직도 자매님은 여시입니다.
2023년도 12월에는 순모 털실로 모자 세 벌 뜨개질 해서
우선 제가 먼저 쓰고, 큰 며느리와
작은 며느리에게 각각 한 벌 선물 했습니다.
@햇살타고, 마리아 두며느리 순모 털실 모자 뜨게질해서 선물하는 시어머니 또 있습니까?
좋습니다.
그렇게 무엇이던 해 주면 최고로 치죠.
부럽습니다.
오늘도 건강하십시오.
저도 뜨개질 좋아합니다. 탁자를 새로 마추고 탁자보를 떴는데 올 겨울엔 수세미를 꽤 여러 장 떴습니다.
하는 일도 있어서 생각 만큼 글을 쓰고 책 읽는 일은 게을리 하지요.
초등학교 은사님이 책 내라고 재촉 하시지만
책은 평생 한 권 내겠다며 버티고 있습니다.
성지순례기도 책으로 묶을까 망설이고 있습니다.
대신 다리 성할 때 여행을 하기로 합니다.
책 한 권 출간하고, 계속 글 쓰다 보면 또 출간하게 됩니다.
문학 상 공모전에 도전도 하시고요. 우리나라 문학 상 중
'동서커피 문학 상" 에 도전하기가 젤 수월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가 세 번째 출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역시 육십녅년에는 수유 1,2,3동에서 청년시절까지 자랐습니디 신일극장 가오리 한일체육관 장미원 화계사 빨래골 수유시장 광산시장 한일병원 삼흥비누 샘표간징 대한병원 조병욱박사 묘지 옆에는 4.19국립묘원
성북구에서 지금은 강북구라네요
외갓댁도 그리로 이사와서 친인척 모여살아 기억이 생생합니다
작은 스웨터 풀어 주전자 꼭지에 넣어 수증기로 실을 펴던 어머니의 뜨게질 솜씨 그때 그렇게 사는 것이 숙명ㅈ이었지요
한땀한땀 짜는...
한자힌자 쓰던 펜글씨는 사라지고 컴이라는 자 판기로 멋을 냅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상숙쌤 건강하세요~^^
우이동 골짜기 ```. 가오리 정겨운 곳들입니다.
남편은 수유동에서 포천 농협으로 출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