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빠른 닭에 관한 보고서[이태관]
한 사내가 차를 뽑았다. 한적한 시골길을 애인과 휘파람
불며 달리고 있었다. 그 곁을 스쳐 지나는 닭. 사내는 제 눈
을 의심했으리라. 속도 게이지를 확인한 후, 힘껏 엑셀레터
를 밟았다.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사내가 느긋이 후미경을
바라보았을 때, 어느새 닭은 차 앞을 가로질러 양계장 안으
로 들어가 버렸다. 저 닭을 가질 수 있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겠구나 생각한 사내가 농장 주인을 찾았다. 닭을 팔라는
사내의 말에 농장 주인은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참
의 실랑이 끝에 사내가 물었다. 도대체 팔지 않는 이유가 무
엇이오? 주인이 대답했다. 야! 이놈아 잡혀야 팔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 있나니
저 닭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는 것
지금 네 곁에 있는 모든 것들
* 인터넷에서 떠돌던 유머를 재구성.
# 지난 연말에, 사십여명을 책임지다가 사백여명을 책임지게 되었다.
여덟개의 팀을 다섯개로 줄여서 간소화 시켰지만 어쨌든 여덟 분야의 일을
다 챙기게 되고보니 일의 시간을 줄여야겠다 싶어
팀장들에게 가장 먼저 준 철학이 스피드였다.
- 우리한테 필요한 건 뭐?
이구동성으로 스피드를 외치게 했다.
바이킹과 징기스칸의 스피드를 논하며 일의 철학을 스피드로 삼은 게다.
잡히지 않는 닭을 잡는다면 엄청 돈을 번다는 말은 모두가 스피디하게 하면
그만큼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다.
기업은 스피디하게 일을 해서 돈을 많이 벌면 장땡이지 않은가.
꼭 일이 아니고 우리의 삶이나 사랑이나 학문이나 모든 면에서
닭처럼 스피디하게 지나가는 것들이
우리의 마음이 아니면 잡을 수 없는 것들이니
잡으며 사는, 승리하는 인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때마침 올해는 토끼의 해여서 스피디하게 뛰어보자.
## 이천십일년 일월 팔일.
눈이 내리는 오후에 홍정순시인과 이태관시인이 천안의 커피전문점 프롬빈을 찾아오셨다.
홍시인은 단양, 이시인은 논산에서 먼 걸음을 해주셨다.
프롬빈의 카페모카가 시인의 입술에서 맛있다, 했으니 아마도 프롬빈의 카페모카는 베스트셀러가 될 거다.
이시인이 주신 시집 "사이에서 서성거리다"중에서 한 편 올렸다.
다른 주옥같은 시들을 다 읽고 난 후에 다시 올리리라 맘 먹으며 두 시인의 앞날에 영광이 가득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