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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중국에 군사용, 정보탐지용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미국산 인공지능(AI) 반도체의 대중 수출을 금지했다. 사진은 AI반도체 선두 주자 엔비디아 미국 샌타클래라 본사 '보이저'. /엔비디아 제공
미국 정부가 자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AMD에 대중(對中)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금지령을 내렸다. 두 기업은 AI 기술 경쟁력을 좌우하는 그래픽 처리용 반도체(GPU) 분야 선두 기업이다. 미 정부는 수출 금지 이유로 미국산 첨단 AI 반도체가 중국군에 이용될 위험성을 들었다. 미국의 금수 조치로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화웨이 등 중국 기업들이 미국산 AI 반도체를 쓸 수 없게 됐고, 중국 매출 비율이 26%에 달하는 엔비디아 역시 큰 피해를 보게 됐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중국의 기술 굴기를 막으려는 미국의 견제가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 고도화를 막고자 최첨단 반도체 공정에 꼭 필요한 네덜란드 ASML사(社)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의 대중 수출을 수년 전부터 막아왔다. 여기에 얼마 전엔 수출 금지 대상을 범용 반도체 제조 장비인 구형 노광 장비(DUV)로까지 확대했다.
미 상무부는 중국 반도체 기업에 14나노(10억분의 1m) 이하 메모리 반도체 제조 공정, 128단 이상 낸드 메모리 제조에 필요한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한편 중국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외국 기업에도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 중 이라고 한다. 이 조치가 현실이 되면 한국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전체 낸드 메모리의 40%를 생산하고,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다롄에서 D램의 50%, 낸드의 30%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에 일괄 적용되면서 한국 전기차 보조금이 박탈된 사태를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힘들다.
한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력을 키운 것은 반도체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도체는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성장 엔진이고, 반도체가 무너지면 한국 경제가 무너진다. 전기차 사태처럼 뒤통수 맞고 정부 대표단을 미국에 급파하는 사례가 반복돼선 안 된다. 정부가 외교·통상·산업 정책 라인을 총동원해 대미 통상 외교에 나서야 한다. 미 정부의 반도체 규제안 설계 단계에서부터 우리 의사를 반영해 한국 반도체 산업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