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뭘까
은소
글쓰기 공부를 시작한 지 십여 년이 지났다. 문학의 속성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멋모르고 발을 내딛은 것이, 한 발 두 발 걸음을 옮겨 이제는 문학이라는 바다에 발을 담그고 있는 기분이다. 처음엔 ‘무모한 도전이 아름답다’는 말에 의지하여 일주일에 두세 편씩 꼬박꼬박 시를 썼다. 다른 사람의 칭찬이나 비판은 개의치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썼다.
‘다른 사람 정서에 폐 끼치지 않으면서 내 마음이 즐거워지는 글’이라는 기준을 두고 생활 속에서 보고 느끼는 평범한 이야기들을 유쾌하게 표현하려 애썼다. 하지만 동시 비슷한 시 밖에는 써지지 않았다. 생각을 깊이 숙성시켜 시를 써보라는 주변의 권고가 귀에 들어오지도 않고, 심오한 글을 쓰기 위해 심각하게 고뇌해야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기에 글감이 떠오르는 즉시 써서 카페에 올리는 것을 즐겼다.
무모한 도전, 일 년 만에 백여 편의 글이 모아졌다. 간간이 쓴 몇 편의 수필과 90여 편의 시, 모두 내 나름으로는 솔직한 감정을 물들여서 썼기 때문에, 한 편씩 쓸 때마다 마음이 풍선처럼 둥둥 뜨는 것 같았다. 그것은 마치 냉장고에 식재료를 가득 쌓아두고도 요리법을 몰라 끙끙거리던 주부가, 새로 배운 요리법으로 한 가지씩 멋스런 요리를 해내는 즐거움 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시집을 한 권 서둘러 내고 보니, 내가 요리한 음식을 먹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보게 되었다. 즉, 내가 쓴 글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면서, 내가 쓴 글을 독자의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글쓰기가 뭘까? 내 자신에게 물어보면 아직도 명쾌한 답을 생각해 낼 수는 없다. 하지만 몇 해 전에 읽었던 <연암에게서 글쓰기를 배우다>라는 책을 통해서 느꼈던 글쓰기의 참 가치를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다.
연암의 글쓰기 이론 중에서 감명 깊었던 대목을 다시 회상해본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의 힘을 믿는 것이다. 그리고 글쓰기는 세속적인 명예와 이익이 아닌 순정한 마음으로 쓰는 글이어야 세상과 맞설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는 내용이 내 마음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내 자신을 부끄럽게 하는 문장이 있었는데 ‘코골이 글과 이명(耳鳴)의 글을 쓰면 안 된다.’는 대목이었다. 코골이 글이란 다른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자신만 그 뜻을 모르고 쓴 글이요, 이명(耳鳴)의 글은 자신의 귀에는 들리는데 다른 사람 귀에는 안 들리는 글, 즉 작가의 뜻이 독자에게 전달되지 않는 글이라 했다. 어쩌면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이야기마저도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몰랐던 코골이 글이 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연암의 가르침대로, 작가가 순정한 마음으로 쓴 글은 두고두고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는 점과, 작가의 뜻이 바르게 전달되는 글을 쓰려면, 독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형식을 잘 갖춰서 써야 한다는 것을 느꼈기에 글을 쓸 때마다 고민하게 된다,
200여 년 전에 집필 된 연암의 좋은 글 한 편이 오늘날 나에게도 큰 깨우침을 주고 있는 것을 보면, 세월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는 힘을 가진 글을 쓴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하고 가치 있는 일인가. 조선 후기의 르네상스라고 불릴 만큼 문예 부흥기를 이룬 대단한 군주 정조 임금 앞에서, 시대를 앞서가는 참신한 문체 때문에 오히려 어려운 상황을 겪었던 연암 박지원. 자신의 출세와 부귀를 포기하고, 다가올 새 시대에 필요한 인물상을 그려내느라 초지일관 투철한 문학정신을 지켜냈던 진정한 문인에게 존경의 마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십여 년 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 반에 등록을 하고 두 달 동안 글 한 편도 못 써보고 추운 겨울밤을 오갔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어떻게 하면 좋은 글쓰기를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으니 많이 발전한 셈이다.
‘나만 재미있으면 됐지 뭘’ 하던 글쓰기 태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작가의 책임감에 대하여 고민하는 것도 좀 더 좋은 글을 쓰고 싶은 열망으로 여기고 싶다. 내 글을 읽는 독자 누군가에게 아름다운 울림을 주는 글을 쓸 수 있다면 그만큼 가치 있는 일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첫댓글 감사히 배워 주십니다^^
아직도 나는 글쓰기를 다아 알지 못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 항상 어렵습니다. 되돌아 보게 합니다. 나무는 자란 만큼 그늘을 지니고 새는 날아간 만큼 하늘을 품는다고 하는데 ... 늘 부족하니... 잘 읽었습니다. .
좋은 글밭에 머물다 갑니다.
누군가는 어렵고 난해한 단어들을 연결하여 문장을 만들고
그 문장을 더 어렵게 하여 지식의 수준(?)인 양 거들먹거린 시절도 있었던 듯싶습니다.
이상한 룰을 만들고 그 틀에 박아넣어 잘된 글 못된 글을 평가하고
마치 정형화된 틀에 맞아야 제대로 된 글이라고 평가하는 단편적인 생각들...
그렇지만 그런것보다는 쉽고 평이하게, 읽는 이들이 알기 쉽고 이해하기 좋게 풀어쓴 글은
마치 수준 이하라도 되듯 낮게 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마치 한글을 언문, 통시글이라고 비하한 것처럼...
글의 좋고 나쁜 건 독자들의 판단, 누군 이것을 다른 누군 저것을 좋아할 수도 있겠지요.
그저 좋아하는 것이니까 글이든, 넋두리든 그저 그렇게 삶을 관조하고 싶을 뿐이지요.ㅎ
다만, 가장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을 무시하지만 않는다면 저마다의 소질과 특질을 살리면 좋지 않을까 합니다만...
부족한 사람의 철부지 같은 넋두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