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구 동기를 보내며
박종규
영안실 빈소 안내판
중구형, 왜 형 얼굴이 그곳에 있습니까?
국화꽃에 싸여 있는 형의 얼굴을 보면서
피로 써 내려간 형의 시 ``혼불``을 읽으면서
속울음 참지 못하는 우리의 오열을 들으셨습니까?
그날, 청천벽력같은 소식에 맥을 놓았습니다.
왜 하필이면 그 못된 병이었습니까?
우리 일상에 사정없이 들어와버린 그 충격적인 소식
도저히 감당이 안 되었습니다.
언제나 평안하고 인자했던 형,
사려깊은 정을 어이 놓고 가시렵니까?
시인, 수필가로 희망을 보여주던 당신 아니었습니까?
세상사에서 한 발짝 물러서니 암기가 잘 되더라며
도연명의 장시를 암송하고,
무거운 마음으로 찾아 온 문병객들을 오히려 위로하셨던 형!
호스피스병동에서는 환자들과 간호사를 위해 작은음악회까지 청하셨던 형!
형이 기적을 이룬다면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는,
꼭 건강을 되찾아 마음 써주시는 분들께 보답하겠다더니
어이 이렇게 누워계시다니오.
우린 애통해 하는데 당신은 오히려 축복이라 하셨습니다.
가족이 새로워지고, 이웃과 친구가 새로워진다고
절벽의 끝에 오니 자기를 온전히 바라볼 수 있게 되어서
지금이라도 세상을 다시 볼 수 있으니 축복이 아니겠느냐고.
형은 당신에게 찾아 온 고통을 축복으로 맞으셨습니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친구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주셨던 당신
형에게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 왔던 그때에도
병마를 이겨내겠다던 약속 끝내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니요.
여기 도열해 당신을 기리며 오열하는 친구들, 형수들 하나하나
이 얼굴들 어이 두고 가시려 합니까?
우리 모두의 간절한 기도 외면하고 정녕 가시렵니까?
명달리에서 아궁이에 장작을 넣으며
형은 혼불의 환생을 보셨습니다.
이제 형이 남기신 생의 마지막 작품 혼불을
마음으로 되새깁니다.
혼 불 향천 김중구
푸른 시절
살아온 환희 고뇌 뒤로하고
세모 네모로 잘린 내 몸
아궁이 속에 묻혀서
담배연기처럼 진을 내뿜고
청붉은 빛으로 내뿜는 몸둥이는
붉은 숯덩이로 천년의 한을
이글거리며 태우고 있다
영검의 시간 속
혼불은 몸을 태워
환생으로 돌아감을 본다
내가 탄 혼불은 재로 뿌려져
새생명 창조하는 밀알이 되리
중구형
모든 세상사 놓으시고 평안한 얼굴로 영면에 드시니
형을 놓아 보내는 우리들 마음을 끝까지 위로하시는군요.
당신 영정 앞에 모인 동기들, 형수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당신의 인자한 모습을
저린 가슴으로 보내드립니다.
형의 사랑하는 장경희 여사
그 마음 상처 어찌 달랠까마는
우리 마음모아 함께 하리니
그만 그 손 놓고 영민에 드소서
여기 동기생들 눈물 모아 따르는 잔 받으시고
부디, 부디 하느님 품 안에서 영면하소서
2011년 6월 19일
ROTC11기 총동기회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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