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별들이 총총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인간은 오랜 기간 이런 의문을 가져왔다. 사람들은 높은 델 올라가거나, 망원경을 발명해가면서까지 우주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해 왔다. 그 첨단에 있는 게 허블 망원경이다. 수십억 광년의 거리를 뚫고 우주를 관측해 온 허블 망원경은 우주의 지평을 상상하지 못할 수준으로 확장했고,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발견을 이루어냈다.
‘허블의 그림자-우주의 끝을 찾아서(제프 캐나이프 지음/심재관 옮김)’는 이처럼 머나먼 우주를 탐색하는 천문학자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그 작업의 최전선에 있는 허블을 비롯한 각종 망원경들의 활약을 담고 있다.
‘천문학 가이드’ ‘뒷마당의 천문학’ 등 25년 이상 천문학과 우주론 분야를 천착해온 저자는 허블 망원경과 다른 대형 지상망원경, 최신의 관측 기법, 우주 탐사선 등이 일군 성과를 동원해 우주의 수수께끼를 하나하나 풀어주고 있다.
이 책은 천문학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첨단의 망원경과 관측기법을 다수 소개하고 있다. 그중 가장 놀라운 것은 단연 허블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허블 딥 필드와 허블 울트라 딥 필드이다. 천구의 한 점을 열흘간에 걸쳐 촬영한 허블 딥 필드는 허블 망원경의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백억 년 전 우주의 모습을 관측했다. 그리고 후속 프로그램인 울트라 딥 필드는 130억 년 전의 모습까지 관측해냈다. 그 결과 초기 은하의 형성 시기가 대폭 상승했으며, 초기 우주의 연구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허블 딥 필드를 주제로 적성된 논문만 해도 무려 7,000여 건이다.
또한 이 책에서는 우주배경복사를 감지하는 탐사선 COBE와 WMAP, 수백만 개의 은하를 측량하여 3차원 우주 지도를 만들고 있는 슬론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SDSS), 은하의 빛이 희미한 '적색편이 사막지대'를 관측하는 제미니 망원경, 세계에서 가장 큰 켁 망원경 등 천문학의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러 관측 도구를 만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현재에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천문학자들과 만나 오늘날 천문학이 거두고 있는 성과와 진행되고 있는 연구,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 등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특히 저자가 세계 최대의 망원경이 있는 켁 천문대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진행된 관측 작업을 경험한 내용은 이 책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하와이의 마우나케아 산 정상에 위치한 켁 천문대에는 구경 10m의 반사망원경이 두 대 설치되어 있다. 저자는 그곳을 방문해 칼텍의 천문학자 리처드 엘리스 연구팀의 관측을 옆에서 지켜본다. 켁 망원경을 운용하는 데는 1초에 1달러, 혹은 하루에 5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허블 망원경은 그보다 두 배가 더 든다고 한다). 게다가 워낙 신청하는 사람이 많아 망원경 사용 시간을 배정받기도 힘들 뿐더러 날이 흐리거나 습도가 높으면 관측을 할 수 없고, 관측한다고 해도 의미 있는 결과를 얻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기에 천문학자들은 언제나 관측 작업에 신중에 신중을 기울인다. 약간의 실수나 오차가 관측을 망쳐버릴 수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관측 작업의 긴박감과 천문학자들의 치열한 탐구심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대형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잘 알 수 있다.
저자는 천문학 전문 작가로 25년 이상 일해오고 있으며, 폭넓은 시각으로 천문학의 전반적인 사항을 모두 훑고 있다. 그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탐사를 비롯해 초기 은하의 탐색, 은하의 진화 과정, 최초의 항성과 은하가 어떻게 탄생했는가 등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 주제들을 해당 연구자들을 통해 설명한다. 이 책을 본다면 천문학자들이 지금 알고 있는 것과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무엇인지를 누구나 알 수 있다.
저자가 그려 보이는 천문학의 미래는 더욱 고무적이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능가하는 해상력을 지닌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우주배경복사를 유례가 없는 수준으로 측정할 플랑크 탐사위성, 그리고 놀라운 감도를 지닌 전파망원경 ALMA와 SKA가 완성되고 나면 인류의 관측능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이들 탐사선과 망원경들이 최초의 은하와 항성을 발견하고 우주의 끝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천문학자들은 물론 우리의 기원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두근거리게 한다. 우주의 저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그런 궁금증과 함께 밤하늘을 관측하고픈 소망을 품게 될 것이다.
제프 캐나이프는 어마어마한 캔버스 위에 커다란 붓으로 우주의 기원을 그리고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우주의 끝을 탐색하는 최첨단의 망원경과 그곳에서 일하는 학자들을 만나고, 우주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진화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로버트 P. 커쉬너(하버드 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 센터 교수)
허블 우주망원경이 왜 그토록 천문학자들을 흥분시켰는지, 또 그것이 우주의 수수께끼를 푸는 데 얼마나 강력한 도구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보라. 제프 캐나이프의 생생하고 풍부한 설명이 태초의 시간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도널드 골드스미스(『오리진, 140억 년의 우주 진화』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