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칸느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수상작인 짐 자무쉬 감독의 [브로큰 플라워]는, [천국보다 낯선]으로 시작된 짐 자무쉬의 영화 이력에서 하나의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여전히 세계와 불화하고 있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짐 자무쉬는 이전보다 훨씬 따뜻한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고 있다. [천국보다 낯선][다운 바이 로][미스트리 트레인[[나이트 온 어쓰] 등 그의 초기 영화들을 채색하고 있는 것은, 이 해독 불가능한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데드 맨] 등을 거쳐 [브로큰 플라워]에 이르면 삶의 깊은 곳을 응시하는 시선에 따뜻함과 여유로움이 생겨난다. 그 상승은, 깊은 하강을 경험한 뒤에야 비로소 이룩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짐 자무쉬는 이제 하나의 새로운 차원을 획득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곷다발 하나씩을 들고 자신의 옛 여인들을 만나러 순례하는 빌 머레이의 무표정함 속에는, 더 이상 상처받을 수도 없는 삶의 굴곡을 모두 견디어낸 자의 인내와 단단함과 처연함이 깃들어 있다. 그렇지 않은가? 삶은, 그가 살아온 시간만큼의 시선 이상을 허용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