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윤대녕의 피아노와 백합의 사막.

[상실의시대]

윤대녕님의 소설에선 하루키의 상실처럼 고립된 자아가 주를 이루더군요.'피아노와 백합의 사막'도 고립된 상실감을 안고 사막을 찾아 떠나는 평범한 사내의 이야기입니다. 그의 사막은 인간이 처음으로 달에 발을 디딘것과 그 맥락을 같이 합니다. 티브이에서 암스트롱의 달 착륙을 본 후부터 아이에겐 커다란 사막이 마치 그리움처럼 놓여지게 되니까요...누군가 달은 사막같은 것이라고 불쑥 내뱉었고, 그는 달을 사막이라고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주인공은 늘 존재의 명제같은 사막을 그리워하다 느닷없이 찾아온 사막여행기에 동참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는 자신의 사막을 이런 식으로 정의 하며 여행을 시작하는데요. 아주 인상깊은 구절입니다.

'사막은 가령 이런 식으로 <발생>한다. 너와 나 사이에 팽팽하게 지속되고 있던 긴장의 끈이 한순간에 끊어지고 그리하여 아득한 거리로 우리가 밀려나면서 그 사이에 황량한 모래벌판이 가로놓이게 된다.'

이 소설은 원래 창작집'남쪽계단을 보라'에 실려있던 중편소설을 사진작가 조선희씨의 사진을 곁들여 다시 출판한 것인데요. 흔히 소설책하면 비주얼과는 좀 거리가 멀기 마련인데 조선희 씨의 사진과 어우러져 비주얼적인 면으로도 정말 손색이 없습니다. 쓰기 싫어도 현재형으로 쓰고 있어야만 한다는 윤대녕님의 작가론도 들을 수 있어 여러모로 포만감을 주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