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9일 밤 11시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 차병원에서 탤런트 김희애가 둘째아들을 낳았다. 예정일보다 5일 먼저 출산한 둘째아들은 남편 이찬진을 쏙 빼다 박은 붕어빵이다. 이름은 아직 짓지 못했다. 국내 최고의 인기 스타였던 20대 때보다 두 아들의 어머니가 된 30대인 지금이 훨씬 행복하고 보람 있다고 고백하는 김희애의 육아 이야기.
글·이미숙
“첫째보다 둘째 낳을 때가 더 힘들었어요. 첫째 기현이는 2.5kg이었는데요, 둘째는 무려 3.6kg이나 돼요. 그래도 기현이 때보단 진통 시간이 짧아서 다행이었어요. 연기보다 어머니 되기가 훨씬 힘들다는 걸 두 번째 실감합니다. 하지만 산고의 고통을 겪지 않은 어머니가 어디 있겠어요? 내 배 아파 낳은 자식이라 더 귀하다는 말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탤런트 김희애(33)는 16개월인 첫째 아들 기현에 이어 이번에도 자연 분만으로 아들을 출산했다. 둘째도 첫째와 똑같이 모유를 먹일 예정이다.
둘째는 첫째보다 남편 이찬진 씨(35)를 훨씬 많이 닮았다. 남편 이찬진 씨를 쏙 빼닮아 붕어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엄마를 닮아야 인물이 훤할 텐데, 어떡하냐는 주변의 걱정에 김희애는 전혀 걱정할게 없단다.
“아이를 낳기 전엔 솔직히 예쁘게 생긴 아기만 좋아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모든 아이가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워요. 어머니의 눈으로 아이들을 바라보기 때문일 거예요. 게다가 제 아인데, 오죽하겠어요? 아빠를 닮았으니까 더 좋다고 말하면 안 믿으시겠지만 진짜예요. 제발 아빠만 쏙 빼닮아라, 외모뿐 아니라 똑똑한 머리까지…. 두 아들에 대한 제 소망이기도 해요.”
그나저나 아들만 둘을 낳았으니, 왠지 딸이 아쉽기도 할 텐데….
“솔직히 저도 이번엔 딸이길 바랐어요. 엄마 마음은 딸이 제일 잘 안다고 하잖아요? 예쁜 딸 낳아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엄마와 친구처럼 지낼 수 있길 은근히 기대했거든요. 하지만 막상 아들을 낳고 나니까 기분은 나쁘지 않았어요. 남자 형제끼리 자라는 모습도 보기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는 딸만 둘을 낳으셨는데, 저는 아들만 둘을 낳았다고 재주가 좋다고 하세요.”
김희애는 딸을 낳기 위해 셋째 아이를 가질 생각은 없다. 아들 둘에 만족하고 열심히 키울 생각이다. 나중에 아들 둘이 장성해서 결혼하면 며느리를 딸 삼으면 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 아직 이름을 짓지 못한 김희애·이찬진 부부의 둘째 아들. 첫째보다 아빠를 더 많이 닮아서 흐뭇하다고 한다.
두 아들, 부드럽지만 속은 강한 남자로 키우고 싶다
남편 이찬진 씨는 둘째를 낳고 나서야 진짜 ‘아빠’ 폼이 나왔다고. 첫째 기현이를 낳았을 땐 어떻게 안아야 할지 쩔쩔매더니 둘째 땐 번쩍 안아 올리더라고.
남편이 워낙 감정 표현이 없고, 다정다감한 편이 아니지만 감성은 풍부한 편이라 김희애는 남편의 눈빛만 봐도 얼마나 좋은지 척하면 척이라고. 이찬진 씨 역시 처음엔 딸을 바랐지만 지금은 그저 ‘허허‘ 웃을 뿐이다.
“남편은 육아에 그리 적극적인 편은 못 돼요. 저완 정반대지요. 처음엔 답답한 점도 있었지만 요즘은 오히려 더 편안해요. 남편은 아이들을 너무 욕심내서 키우지 말자고 그래요. 자식을 마치 부모 소유물인 양 대했다간 부모나 자식이나 상처받기 십상이라고요. 우리 부부는 두 아들을 공부 잘하는 아이보단 가슴이 따뜻한 아이로 키우고 싶어요. 다른 사람한테 함부로 안 하고 착하고 예의바른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이찬진·김희애 부부의 좌우명은 ‘손해 보더라도 착하게 살자’다. 두 아들에게도 같은 좌우명을 전수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약한 남자가 되길 바라는 건 아니다. 부드러움이 더욱 강하다는 걸 가르치겠다고.
“첫째 기현이를 저희 부부가 너무 예뻐해서 바닥에 내려 놓을 사이가 없었어요. 번갈아 안아 주기만 해서 그런지 다른 아이들보다 늦게 기어 다니더군요 그럴 때마다 시부모님께서 아들은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 말씀에 동의하면서도 실천하기가 힘들어요. 둘째 아이는 시부모님 말처럼 강하게 키워 볼 생각이에요. 시부모님이 남편을 강하게 키운 것처럼요.”
이찬진 씨는 두 아들을 떡하니 낳는 동안 사업상으로는 적잖은 변화를 겪었다. 한때 ‘한국의 빌 게이츠’로 불리며 벤처 붐을 선도했던 스타에서 한순간 추락, 10년간 몸담았던 ‘한글과 컴퓨터’를 떠나 인터넷업체 ‘드림위즈(꿈의 마법사)’를 설립, 새 출발을 했다. 유치원생을 대상으로 TV처럼 쉽게 쓸 수 있는 인터넷을 개설하는 게 그의 목표다
‘드림위즈’에는 임원은 물론, 사장 방도 없다. 계약직 여직원이나 사장 모두 똑같은 책상과 PC를 쓴다.
김희애는 첫애를 낳자마자 바로 둘째를 가진 탓에 그간 심혈을 기울여 왔던 수원전문대학 방송연예과 강의는 그만둔 상태다.
두 아들이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진 아내와 어머니로서의 역할에 더욱 정성을 들이고 연기 활동도 서서히 시작할 계획이다.
“30대이자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어울리는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도전해 보겠어요. 하지만 급하게 서두르진 않을 거예요. 아직은 기현이가 한창 예쁠 때라 하루 해가 금방 져요. 재롱을 얼마나 부리는지 몰라요. 물론 좋은 작품 제의가 들어오면 지금이라도 당장 오케이할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좋은 작품에 대한 연기자로서의 욕심은 버릴 수가 없으니까요.”
김희애는 다시 연기 활동을 하려면 우선적으로 부기부터 빼야겠다고 말한다. 첫아들 낳고 어떻게 금세 살을 뺐냐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지만 특별한 비결은 없다. 열심히 운동하고 칼로리 적은 음식 먹는 것만으로도 살을 뺄 수 있었다고.
산후 조리만 끝나면 중학교 때 수영 선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수준급인 수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어느덧 두 아이의 어머니이자 30대를 훌쩍 넘어선 김희애의 모습엔 그 어느 때보다 넉넉함과 여유로움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