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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와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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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 시 및 신앙 글 스크랩 <크리스마스 묵상 시 모음> 이선관의 `나무들은 말한다` 외
은하수 추천 0 조회 116 15.12.26 21:3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크리스마스 묵상 시 모음> 이선관의 '나무들은 말한다' 외

+ 나무들은 말한다

해마다 연말 가까이 한달 전부터
예수가 탄생했다는 성탄절을 맞아
밤마다 나무에 대낮처럼 불이 켜진다

나무들은 말한다

하나님이시여
당신 아들 탄생도 좋지만
제발 잠 좀 자게 해 주십시오
(이선관·시인, 1942-2006)


+ 라스트 크리스마스

깨어나라
베들레헴의 구유
성녀의 넝마여
동방박사의 지팡이여
휘황 야릇한 십자가
아리송한 캐럴이여
부디 깨어나라
인색한 눈발
대답 없는 기도
희미한 별빛이여
썰렁한 자선냄비여
배부른 자의 독식
가난한 자의 읍소여
탐욕으로 얼룩진
크리스마스의 탑에서
깨진 종이 우짖는다
제발 깨어나라
(임영준·시인, 부산 출생)


+ 예수 전상서·5 - 성탄절에 내리는 비

예수님의 눈물처럼
성탄절날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있다.

사랑 없는 세상을 향해,
사랑이 식은 교회를 향해,
예수님이 기뻐하셔야 할 당신의 생신 날,
철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예수님이 흘리신 뜨거운 눈물로
교회당의 딱딱한 지붕이 젖고,
내 마음이 흠뻑 젖는다.

예수여, 당신이 뿌리신 오늘의 눈물이
오염된 이 땅을 씻고, 마른풀을 어루만져
머잖아 당신의 사랑이
파릇파릇 앙증스럽게 되살아날 것입니다.
예수님, 울지 마셔요.
(김시종·시인, 1942-)


+ 즐거운 성탄절          

어제 오랜만에 양복 한 벌 사 입었네
오늘 아침 신문에 병원비 50만원이 없어
한 아이가 죽었다 하네
양복 한 벌 한 생명과 바꾸었네

새벽기도 가는 길
하늘의 별들은 유난히 반짝였네
이슬 방울방울 하늘에 박혔네

고개 숙이고
- 하나님 하나님,
사랑의 나의 하나님 -
아무리 불러봐도 대답이 없으시네
슬프게도 대답이 없으시네
아마 병원비가 없으셨는가 보네
이젠 하나님도 무심하신가 보네

오늘은 즐거운 성탄절
하늘에서 축복의 눈이 내리네
서러운 눈물이 되어 내리네
(엄원용·목사 시인, 충남 서산 출생)


+ 메리 크리스마스

기쁘다 구주 오셨네
크리스마스를 앞둔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일
하나님은 헤롯왕의 손을 들어주었다
저 말구유 낮은 자리에서 비참하게 태어나신 예수
그가 누운 자리가 경제적으로 가난한 자리여서
선물을 들고 온 동방 박사들도 추웠다
한국교회는 헤롯을 위해 기도하였다
부디 대통령 되시어서 대한민국을 하나님께 바치게 해달라고
새벽 기도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는 시장 때에도 서울을 하나님께 바치었다.
그는 교회의 장로였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부자 되게 해주세요 부자로 살고 싶어요'라고
외치는 민중들의 함성을 듣고
비비케이는 마냥 가냘픈 목소리로
헤헤헤 웃으며 경제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는 장로회신학대 이사였다
신학생과 목사들의 돈줄이었다
부자들만이 다니는 예수 사랑교회의 얼굴이었다
그는 경제를 주무르는 실력자였다
불쌍한 민중들은 로마의 앞잡이를
왕으로 세웠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가짜들의 예수가  판치는 세상
돈 많은 사람들의 교회는 화려한 축제 열었다
오! 장로 대통령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에게 경제 살리는 대통령을 주셔서
그날부터 12월의 크리스마스는 타락하기 시작했다
어린 아기들의 학살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서울의 크리스마스는 흥청되기 시작했다
예수 믿고 천당 가는 교회가 남는 장사였다
장로 되면 죄를 져도 대통령이 된다
오! 기쁜 성탄절 절망은 없다
온 예루살렘은 왕을 환영했다
(김창규·시인, 나눔교회 목사)


+ 그대 혼의 깨어남이 없다면(성탄절에)

어두운 시간의 강물 위로
큰 별의 추억이 부풀어 흐르지만
그대가 별이 되어 솟구치지 않는다면,

푸른 잎새 푸른 가지마다 매단
기쁨의 꽃등을 노래하지만
그대 내면의 혼불을 밝히지 못한다면,

꼬마버선, 털장갑 벗어
성탄목에 걸고 가는 천진도 있지만
그대가 새 아기로 태어나지 못한다면,

성처녀의 순결이 흩날리듯
흰눈의 어울림이 분분하지만
그대 혼을 빨래하는 방망이질이 없다면,

깨어 있던 목자들처럼 눈부신 새벽 앞에 엎드린
성스런 복종도 있지만
그대가 사랑의 새벽빛으로 동트지 않는다면,

울타리 없는 파아란 하늘을 이고 사는 바리사이들이
오늘도 탐욕의 생울타리를 두르지만
그대의 허울을 벗고 알몸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라마에서, 보스니아에서 들리는
살육과 주림의 슬픈 탄식을 듣고도
그대 귀에 박힌 이기(利己)의 말뚝을 뽑지 않는다면,

목마른 혼들이
벌나비처럼 영생의 꿀샘에 모여들지만
그대가 먼저 혼의 부요를 길어 마시지 못한다면,

새들의 자유한 비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스승의 간절한 부름이 있지만
그대가 무거움을 털고 깃털의 가벼움을 얻지 못한다면,

하늘도 땅의 뜨거운 입맞춤으로
아기 왕은 오늘도 태어나지만
아기 왕의 고고성(呱呱聲)이 저렇듯 우렁차지만

그대 혼의 깨어남이 없다면!
(고진하·목사 시인, 1953-)


+ 성탄에 바치는 시

지금은 그 어깨에
만근보다 무거운 짐 지우지 맙시다

이 개똥밭에 탄생하셔서
죄 깊은 인생들에게
안아달라고, 꼬옥 보듬어달라고
별빛 품은 숨소리로
보채는 아가에게

구유에 뉘인 어리신 이 굽어보며
이 순간
오직 행복하기만을 갈구하고 있는
동정의 성모마리아에게
아기 예수 걸어가실 인류 구원의 길
차마, 일러드리지 맙시다

우리의 원죄 나누어 가지며
나 같은 죄인이 그대를
당신 또한 나를
보혈의 은총 입어
이렇게 서로 사랑할 수 있으므로

이 거룩한 새벽
저 여리디여리신 두 분에게
아직은 골고다언덕 그 십자가의
짐 지워드리지 맙시다
(작자 미상)


+ 아기 예수를 만나려면  

누추한 마구간에서
태어나는 아기 예수를

만나려면 오늘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

티없이 순수한 아기 예수와
눈맞춤 하려면

나는 얼마나
허리를 굽혀야 하나.

사랑이 없고 평화가 없는  
세상을 구원하려고

하느님이 한 작고 연약한
아기의 몸으로 오는

이 놀라운 신비의
참 뜻을 옳게 깨달으려면

나의 머리 나의 생각
나의 가슴 나의 마음은

또 얼마나 단순해지고
낮고 겸손해야 하나.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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