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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바라 보다가] 08
씬/1 지수 집 거실 (오후)
상철 : 하! 그럼 이것도 한 번 대답해 봐. (이혼서류를 꺼내 펴서 보여주며) 이건 뭐야?
동백 : (놀라) 어?
상철 : 이건 왜 대답 못 해? (접어서 주머니에 넣는다)
동백 : ...(당황하는)
상철 : 내가 대신 대답해 줘? (점점 세게) 이 결혼은 가짜고! 이혼 하는 날은 서울 시장 선거일이고!
이 짓을 시킨 자식은 (버럭) 김강모잖아!
동백 : (너무 놀라) 상.. 상철아..!
상철 : 너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다 하냐? 결혼까지.. 시킨다고 해?
동백 : 상철아..
상철 : (동백의 멱살을 잡아끌며) 나가!
동백 : (끌려간다)
상철 : (현관 쪽으로 동백을 밀며 소리친다) 니가 우리 누나 집에 왜 있어! 니가 뭔데? 나가! 나가! (버럭) 꺼져 버려~!
지수 : (OFF) 상철아!
동백,상철 : (쳐다본다)
지수, 연경, 민지, 승은이 놀란 얼굴로 동백과 상철을 보고 있다.
동백 : 하... (놀라 어쩔 줄 몰라 한다)
지수 : 너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상철 : (지수를 노려본다)
동백 : (얼른, 긴장하며 다급하게) 그게 제가 먼저 때렸어요 제가. 이 녀석이.. 그.. 박경애씨랑 저랑 키스한 거, 그거 가지구
뭐라 그래서 한 대 쳤더니 이러네요. (간절한 눈빛으로 상철을 본다) 그치 상철아..?
상철 : (어이없다는 듯 동백을 본다)
민지 : (나서는) 그 언니 우리 오빠랑 아무~ 상관없어! 오해 하지 마!
상철 : (강하게) 넌 좀 빠져!
민지 : 너라니! 사돈처녀라고 해야지! 몇 번을 말했는데도 얘가 정말!
지수 : 그거 아무 일 아니야. 누나 결혼 한 거 보면 모르겠어?
상철 : (기가 막혀 지수를 노려본다) 결혼?
동백 : (안절부절, 상철을 잡아끌며) 상철아 나랑 나가자. 나가서 얘기하자.
상철 : (소리치는) 놔..!
동백 : (사정하는) 상철아..! 제발..!
승은 : (상철이 맘에 안 드는) 오빠 왜 이렇게 쩔쩔 매세요? 손아랫사람한테?
민지 : (상철을 노려보며) 승은이 너 참 말 잘 했다, 시의적절하게!
지수 : 동백씨한테 사과 드려.
상철 : (지수를 노려본다) 사과?
지수 : (강하게) 얼른!
상철 : (버럭) 사과는 니네 둘이 나한테..!
동백 : (급하게 소리쳐 말을 막는다) 상철아!
상철 : (동백을 노려본다)
동백 : (간절한 얼굴로, 말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한 번 저어 보인다)
지수 : (무슨 일인가 싶어 동백과 상철을 본다) ...
상철 : (동백과 지수를 한 번씩 보다가) 에이씨!! (나가 버린다)
지수 : 상철아! (따라 나가려하자)
동백 : (급하게 지수를 말리며) 제가 나갈게요. 지수씨는 계세요. (나간다)
민지 : (나가는 동백에게) 따끔하게 혼 좀 내 줘~~ (하다가 지수를 눈치가 보이자 환하게 웃으며) 너무 하잖아요..
매형을 막 밀고요.. 그쵸?
지수 : (걱정스럽게 현관 쪽을 본다)
씬/2 지수 집 앞 골목 (오후)
상철 : (오토바이 시동을 건다)
동백 : (상철의 팔을 잡으며) 상철아! 이대로 가면 안 돼! 내 말 좀 들어 봐!
상철 : 니 얘기 들을 거 없어! 백기자한테 다 들었어!
동백 : (놀라) 백기자..? 너 백기자 만났어..?
상철 : 니네들.. 김강모.. 다 가만 안 둘 거야..
동백 : (상철을 잡는) 너 백기자 말 믿으면 안 돼. 그 사람 이상한 사람이야.
상철 : 놔..!!
동백 : 내 말 듣기 전에 못 가. (안 되겠는 지 상철의 허리를 안은 채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간절하게) 갈 거면 같이 가.
(보조 핼맷을 집는다)
상철 : (기막혀 하며) 좋아..!
씬/3 거리 (오후)
상철 : (오토바이를 빠르게 몬다)
동백 : (겁먹은 얼굴로, 깍지를 껴 상철의 허리를 꼭 안고) 상철아~~~!!
상철 : (오토바이를 좌우로 마구 흔든다)
동백 : (몸이 흔들리면서 소리친다) 아아~~~!!
씬/4 계단 (오후)
상철 : (오토바이로 계단을 텅텅 거리며 내려간다)
동백 : (몸이 위아래로 덜덜 흔들리며) 아아아아~~!! 상철아아아아~~!!
씬/5 달리는 상철의 오토바이 (오후)
동백 : (상철을 꽉 안은 채) 상철아 멈춰! 멈춰 제발! 내 얘기 좀 들어 줘!
상철 : (백미러로, 그런 동백을 본다) 에이씨..! (요철을 밟아 덜컹한다. 그 바람에 깍지 낀 동백의 손가락이 풀린다)
상철 : (앞 쪽에 박스가 많이 쌓여 있는 것이 보인다) ... (일부러 오토바이로 원을 그리며 급하게 세운다)
동백 : (그 바람에 박스 더미로 튕겨 떨어진다) 아악!!
상철 : (동백을 본다)
동백 : (박스 더미에서 기어 나와 상철에게 달려온다) 상철아.. 상철아..
(정신없는 얼굴로, 상철의 다리를 잡고 스르르 주저앉는다)
상철 : (그런 동백을 보며) 하..! (지겨운 놈이라는 듯 노려본다)
씬/6 지수 집 실내 정원 (오후)
지수 :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성인다) 하.. (손에 꼭 쥐고 있던 핸드폰으로 ‘구동백’ 이름을 찾아 전화를 건다, 받자) 구동백씨?
민지 : (OFF) 언니 저예요! 오빠 핸드폰 거실에 있는데요?
지수 : (실망하는) 아.. 그래요?
씬/7 지수 집 거실 (오후)
민지 : (핸드폰을 끊고 쇼파에 있는 동백 쟈켓 주머니에 넣으며, 옆에 앉아 있는 승은에게) 고새 오빠가 보고 싶어 가지구
전화를 한다? 하하~ 우리 오빠가 그렇게 좋을 수 있나? 신기해 큭!
승은 : (한심한 듯 본다)
씬/8 지수 집 실내 정원 (오후)
지수 : (걱정스러운 얼굴로 시계를 본다)
씬/9 동네 공원 (해질 무렵)
상철의 오토바이가 서 있다. 동백과 상철이 나란히 있는 두 개의 벤치에 각각 앉아 있다.
동백 : (다급하게 설득하듯) 그렇게 내가 백기자한테 녹음을 당해서 결혼까지 하게 된 거야. 니네 누나는 이 결혼 원하지 않았다.
모두 나 때문에 생긴 일이야.
상철 : (화가 나 퍼붓는다) 이게 왜 너 때문이야? 처음부터 스캔들 내라고 한 김강모 그 자식 때문이지!
우리 누나 두고 딴 여자랑 약혼한 김강모 그 자식 때문이지!
동백 : (다급하게 설득하는) 선거 끝나면 그 분 돌아오신대. 지수씨는 그 날만 기다리고 있어.
상철아 그러니까 그 날까지만 모르는 척 해주면 안 되겠니? 니가 알고 있다는 거 알면, 지수씨 맘 아파 할 거야!
상철 : (슬퍼지는) 하.. 내가 어떻게 모르는 척 해? (점점 소리친다) 김강모가 우리 누나한테 한 짓을 다 알아 버렸는데
어떻게 모르는 척 해?
동백 : (OL) 그럼 너 어쩔 껀데?!
상철 : 이혼서류 가지고 백기자한테 갈 거야.
동백 : (안 된다는 듯) 상철아!
상철 : (소리치는) 그 자식이 얼마나 기막힌 짓을 했는지 세상 사람들도 다 알아야 될거 아니야!
동백 : (마음이 급해져) 그럼 니 누나까지 다쳐 너 그거 모르겠니?
상철 : 누난 포장해 준다 그랬어. 김강모 밟아줄 방법은 이거 밖에 없어.
동백 : (답답하다) 그 분 지수씨한테 돌아오시면 다 해결 되는 거 아니니?
상철 : (기막혀) 돌아와..? 쳇! (기막혀 하며, 오토바이에 앉더니, 핼맷을 동백에게 던진다) 타!
동백 : (핼맷을 받고는) 어디 가려고?
씬/10 극동일보가 보이는 건너편 길 (저녁)
동백, 상철이 극동일보 건물을 바라보고 서 있다.
상철 : 저 꼭대기에 김강모 그 자식이 있어.
동백 : (극동일보 꼭대기를 본다)
상철 : 세상을 지 발 밑에 두고 내려다보고 있는데, 거기서 내려오고 싶을 거 같아? 절대 안 내려와.
그러니까 우리 누나 결혼까지 시켰지. (답답하다) 하..! 그걸 시킨다고 해? 바보 같이..!
동백 : (OL) 이렇게 큰 사랑.. 아무나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지수씨가 하는 사랑.. 난 멋있다고 생각한다.
상철 : 넌 남이라 우리 누나 사랑이 멋있는지 모르겠는데, 난 동생이라 (점점 세게) 우리 누나가 너무 바보 같고, 너무 불쌍하고,
그래서 화가 나고!
동백 : (그런 상철을 측은하게 본다)
상철 : (분노해서) 그러니까 어설프게 나 설득하려고 하지 마. 누나한테 가서 전해. 쇼는 이제 다 끝났다고. (오토바이에 탄다)
동백 : 나는 남이지만.. (고백해 버린다) 나도 너만큼 지수씨가 걱정돼.
상철 : (멈칫) ...
동백 : (진심으로) 나도 너만큼 지수씨가 웃었으면 좋겠고.. 나도 너만큼 지수씨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나도 너만큼..
(말을 못 잇는다)
상철 : (놀라 동백을 본다)
동백 : (간절하게) 지수씨 위해서.. 선거 끝날 때까지만 기다려줘 상철아.. 화가 나면.. 그냥 나한테 화내면 안 될까..? 음..?
내가 다 받아 줄게..
상철 : 너... (기막혀) 하..! 너... 우리 누나.. 좋아하는 구나?
동백 : (당황하는) 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난 지수씨가.. 힘들지 않았으면
상철 : (좋아하는 게 맞다고 확신하는) 허..! 미치겠다 진짜! (오토바이를 타고 가 버린다)
동백 : (소리친다) 상철아, 너 누나 사랑하니까.. 누나 힘들게 안 할 거지? 백기자한테 가면 안 돼. 나 너 믿는다!
(불안한 얼굴로 오토바이를 본다)
씬/11 지수 집 앞 (저녁)
동백 :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온다. 고민스러운지 걸음을 멈추고 주머니에서 은단을 꺼내 먹는다) 하..
(걱정스러워 담벼락에 기댄다)
씬/12 지수 집 거실 (저녁)
테이블에 과일, 음료수, 케잌 등이 차려져 있고 지수, 연경, 민지, 승은이 앉아 있다.
민지 : (쇼핑백에서 가방을 꺼내) 가방이잖아! 너무 예쁘다! 게다가 명품이야! 햐~ (일어나 들어보며) 저 어울려요?
지수 : 잘 어울려요. (승은을 잠시 보고, 조심스럽게 쇼핑백을 주며) 이거..
승은 : (의아한) 제꺼두요?
민지 : (가방을 열어 안을 살피며) 언니는 뭐 하러 쟤 거까지 챙기세요.
지수 : 민지씨 선물 사다가 같이 하나 샀어요. 마음에 드세요 승은씨?
승은 : (이상한 듯) 예.. 뭐.. 근데 이걸 저한테 왜 주시는 거예요?
지수 : (난처한) 네..? 그냥.. (연경을 본다)
연경 : 승은씨랑 우리 지수랑 나이도 비슷하고 그래서, 민지씨랑 승은씨랑 다 친구처럼 잘 지내라고, 그런 의미로 받아 줘요.
민지 : (좋아 웃으며) 어유~~! 언니랑 우리가 어떻게 친구를 해요. 스타랑..! (작게) 하면 좋지만..
(좋아 웃으며 승은을 툭 치는) 그치?
승은 : 뭐.. (의아하다)
연경 : (분위기를 바꾸려는, 얼른) 차 좀 들어요.
민지 : (차를 마시며) 찻잔도 참~~ 예쁘다. (지수에게 툭) 수입이에요?
지수 : 예? (웃고) 아니요. (걱정스러운지 일어난다) 언니 나 좀 나갔다 올게.
연경 : 왜?
민지 : 왜긴요, 우리 오빠 걱정돼서 그러시죠. 아까부터 아무 것도 안 드시고, 안절부절을 못 하시네 우리 언니. 큭!
우리 오빠 너무 사랑하시나봥~
지수 : (엷게 웃고 나간다)
씬/13 지수 집 앞 (저녁)
지수 : (걱정스러운 얼굴로 문을 열고 나온다) ... (동백이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게 보인다, 놀라서) 구동백씨?
동백 : (매우 놀라) 아, 깜짝! (털썩 주저앉고는 아파하며) 아..! (엉덩이 밑에서 뾰족한 돌멩이를 빼면서) 찔렸다.. (던져 버린다)
지수 : (웃으며) 괜찮으세요?
동백 : (얼굴 찌푸리며 일어난다) 좀 아픕니다.. (엉덩이를 만지는)
지수 : (웃으며) 왜 안 들어오고 여기서 이러고 계세요?
동백 : 예? (일어나며) 그게.. 다리가 아파서.. 잠깐 쉬었다 들어가려고..
지수 : 근데.. 상철이는..?
동백 : (사실을 숨기며 둘러대는) 아, 상철이요? 일단 뭐 얘기는.. 잘 듣고 갔구요.. (웃으며) 하하.. 오해는 웬만큼 푼 거 같으니까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웃으며) 하하..
지수 : 그래요?
동백 : 들어가시죠. (지수가 앞장 서 들어가면, 웃던 얼굴이 다시 일그러진다)
씬/14 극동일보 일각 + 정문 앞 (밤)
상철 : (오토바이에 앉은, 머리가 복잡하다)
백기자 : (OFF) 김강모 한 방 먹여야지. 기자회견, 우리 멋들어지게 한 번 하자. 니네 누나는 피해자로 내가 잘 포장해줄게.
상철 : (고민스럽다)
동백 : (OFF) 너 누나 사랑하니까 누나 힘들게 안 할 거지? 백기자한테 가면 안 돼. 나 너 믿는다!
상철 : (고민스러운) 하..
강모와 수연이 로비에서 걸어 나오는 걸 발견하다.
강모 : (전화 중이다) 아, 그렇습니까? (밝게 웃으며) 수고들 하셨습니다.
수연 : (기대에 찬 얼굴로) 아버님, 어떻게 됐대요?
강모 : (수연을 보고 웃고는, 앞에 있는 전광판을 가리킨다)
뉴스 자막이 뜬다, <김정욱 의원, 당 경선 압승, 78.3% 역대 최고 지지율로 서울 시장 후보 당선>
수연 : (기뻐 소리치며 강모를 껴안는다)
강모 : (웃으며, 그런 수연을 살짝 안아준다)
상철 : (그 모습을 보자, 슬퍼진다) ... (강모 차가 도착하고, 강모와 수연이 차에 타는 게 보인다) ...
(가는 강모의 차를 한참 쳐다본다)
씬/15 지수 집 거실 (밤)
동백 : (다리 떨며 바나나를 잘근잘근 씹는, 초초한 얼굴로 생각에 잠겨있다)
민지 : (신경질을 내며, OFF) 오빠!
동백 : (그제야) 어..? (민지를 본다)
지수, 연경, 민지, 승은이 동백을 이상한 듯 보고 있다.
민지 : (국장이 준 선물을 들고) 몇 번을 불러 내가, 이거 뭐냐구?
동백 : 그거..? 국장님이 주신 결혼 선물, 커플 잠옷이래.
민지 : 커플 잠옷? 이쁘겠다. 보자보자. (풀어 본다)
지수 : 국장님께서 선물까지 주셨어요?
동백 : 예..
민지 : (하트가 잔뜩 그려진 핑크색, 하늘색 파자마 잠옷이다, 꺼내보고는) 와~~ 하트 우글우글! 너무 귀엽다! 그쵸 언니?
지수 : (웃으며) 귀엽네요.
민지 : (동백에게 대보며) 오빠 입어봐 입어봐.
동백 : (귀찮아서) 뭘 입어 봐. 너 좀 가만히 좀 있어.
민지 : 입어 봐! 사진 한 방 찍자! 이거 윗도리만 위에다 살짝 입으면 되잖아. 입어봐! (동백에게 억지로 입히려는)
동백 : 아~ 민지야 좀! (하고 싫은 듯 민지를 확~ 민다)
민지 : (뒤로 넘어져, 앉아 있는 승은과 머리를 박는다) 아!
승은 : (머리를 만지며) 아..!!
동백 : (놀라) 어..? 괜찮냐?
민지 : 이깟 것 좀 입어 보는 게 얼마나 어렵다고 사람을 막 밀고 씨!!
동백 : 그러게 그걸 왜 억지로.. 싫다는데!
지수 : (보다 못해) 그냥 입어 볼까요? 재밌잖아요. 민지씨, 사진 찍으세요. (여자 잠옷을 윗도리를 입는다)
연경 : (그런 지수를 다소 못마땅한 듯 본다)
민지 : 거봐! 언니도 재밌다잖아! 다 모였는데, 재밌게 놀아야지!
동백 : (하는 수 없는) 아.. 알았어알았어.. (억지로 윗도리를 입는다)
민지 : (핸드폰을 꺼내) 두 사람이 가까이 다정하게..!
지수 : (동백 가까이 간다)
민지 : 오빠 좀 웃어라! 똥 마려운 개 모냥 그러고 있냐!
동백 : 하.. (억지로 활짝 웃으며) 됐냐?!
민지,승은 :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이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상철이 들어온다.
동백 : (상철을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허..억!
지수 : (놀라) 상철아?
상철 : (동백을 보고 씩~ 웃는다)
동백 : (무슨 말을 꺼낼 지, 긴장한다) ... (억지로 웃는데 입가가 떨린다)
상철 : (동백에게 다가간다)
동백 : (덜덜 떨며) 사 상철아...
상철 : (다가가서는 동백 팔을 잡는다)
동백 : (때리려는 줄 알고 놀라) 아아..
상철 : (팔을 지수에게 둘러주며) 이렇게 해야, 더 다정해 보이지?
동백 : (놀라 상철을 본다)
상철 : (씩 웃는다) 사돈처녀. 자 찍어.
민지 : (사진을 계속 찍으며) 어 포즈 좋다. 귀엽다 귀엽다.
동백 : (팔을 내리고 말까지 더듬으며) 너..근데 너.. 왜 왔니..?
상철 : (웃는다)
동백 : (상철 옆으로 가서) 너 누나한테 사과하러 온 거지? 그거지? 맞지?
상철 : (동백과 어깨동무를 하며, 동백 귀에 대고 작게) 쫄지 마..
동백 : (손으로 입으로 가리고, 상철에게 작게) 어떻게 안 쫄아..?!
지수 : (의아한) 두 사람 무슨 얘기해요?
동백 : (긴장) 네?
상철 : (얼른 동백 어깨동무를 하며) 매형 말 들어보니까 박경앤가 하는 그 여자.. 그거 정말 별일 아니더라구.
(동백의 어깨를 흔들며) 우리 매형이 멋있으니까, 그래서 생긴 일 아니겠어?
동백 : (흔들리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민지 : (사진을 확인하며) 그러게 내가 뭐라 그래? 넌 그 성질 좀 죽여야 돼.
상철 : 너라니요 사돈처녀? 사돈총각이라고 하셔야죠.
민지 : (그 말에) 하하~ 너 우리 오빠한테 많이 혼났구나?
상철 : 우리 매형! (주먹으로 동백의 팔을 세게 치며) 남자더라!
동백 : (진짜 아파 어깨를 비비며) 아..!
지수 : (의외지만 그런 둘의 모습이 나쁘진 않다)
씬/16 지수 집 A/V 룸 (밤)
동백 : (상철을 끌고 들어와, 누가 오나 확인하고 문을 닫는다, 작고 다급하게) 너.. 어떻게 하기로 한 거야?
무슨 마음으로 여기 온 거야?
상철 : 걱정하지 마. 백기자랑 기자회견 같은 건 안 할 테니까.
동백 : (급 반가운) 정말?! (상철을 확 안으며) 잘 생각 했어 임마! 잘 했어!
상철 : (안긴 채로)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았거든.
동백 : (놀라 상철을 확 떼어내고, 급 긴장) 뭐.. 무슨 방법?
상철 : 아저씬 알 거 없고 내가 시키는 대로나 해. 내 말 안 듣기만 해봐. 민지한테 확 불어 버릴 테니까!
동백 : (놀라) 아..!
지수 : (문을 연다) 두 사람.. 여깄어요?
동백 : (급 연기 모드, 웃으며) 그러니까 니가 이렇게 나를 이해해 주니까 얼마나 좋니?
(괜히 뒤돌아 놀라는 척) 어? 지수씨.. 언제 왔어요?
상철 : (동백과 어깨동무하고, 의도적으로) 누나, 우리 매형 참 괜찮아. 그치?
지수 : 어? 어..
동백 : (어색하게 웃는) 하하..
상철 : 아.. 배고프다. (하고 나간다)
지수 : (나가는 상철을 보고는, 웃으며) 어떻게 하신 거예요?
동백 : (억지로 웃으며) 그게.. 전 뭐 별루 한 건 없는데..
지수 : 쟤 저렇게 밝은 모습 정말 오랜만에 봐요.
동백 : 예에.. (웃는다)
지수 : 고마워요 동백씨. (동백에게 환하게 미소 지어 보인다)
동백 : (지수에게 찔리는 지 힘겹게 웃는다)
씬/17 지수 집 거실 (밤)
상철 : (거실로 오며) 아, 배고파. (연경 옆에 앉아서 연경이 먹던 포크를 뺏어 케잌을 팍팍 찍어 먹고는, 일부러 밝게 웃는)
누나, 수고가 많아요.
연경 : (의아한) 어? 그래..
인서트, 김정욱 의원의 서울시장 후보 확정 관련 뉴스가 나오는 TV, 강모와 김정욱이 기뻐 서로 안는 모습.
민지 : 김정욱하고 껴안는 저 남자는 누군가? 아들인가? 잘 생겼다.
기자 : (민지 대사 중, OFF) 오늘 최종 경선에서 서울 시장 후보로 확정 된 김정욱 의원의 지지율은 무려 78.3 퍼센트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민지 : 난 정했다. 서울 시장 김정욱 찍을 거야.
상철 : (TV를 확 꺼버리고는) 김정욱 찍지 마.
연경 : (그런 상철을 본다)
민지 : (기막혀 하며) 허! 너 웃긴다.. 아니, 사돈총각 진짜 웃기시네요.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거든요.
투표에 자유가 있는 나라예요.
상철 : (강하게) 찍지 말라면 찍지 마!
민지 : (기막혀) 싫어! 찍을 거야!
상철 : (버럭) 아들이 잘생겼다고 찍는다는 게 말이 돼! 인간을 봐야지!
연경 : (말리는) 상철아!
민지 : 허~! 내가 뭐 저 사람 개인적으로 알지를 못 하는데 어떻게 인간을 봐! 그냥 대충 얼굴보고 찍는 거지! 웃겨 진짜!
(상철을 노려본다)
상철 : (답답한) 하.. (케잌을 퍽퍽~ 찍어 먹는다)
씬/18 선거 캠프 사무실 (밤)
김정욱 사진 앞으로 샴페인이 터진다. 후보 확정을 축하하는 자리다.
정욱, 강모, 최회장, 수연, 보좌관, 특보1,2,3 외 의원 5명이 있다.
정욱 : (샴페인 잔을 높이 들고, 강하게) 여러분들의 수고! 피와 땀! 저에 대한 믿음! 저 김정욱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저를 만든 건 여러분들입니다! 서울 시장 선거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자신 있습니다!
일동박수 치고 환호한다. 서로 건배하고 마신다.
보좌관 : 김상무님께서 일등공신인데 한 마디 하시죠.
특보1 : 그래 이런 자리에서 자네 뜻 밝히는 거야. 아버지 뒤 이어야지!
강모 : 우선.. 아들로써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정욱 : (흐뭇하게 웃는다)
강모 : 좋은 결과가 과정 없이 나왔다고 보지 않습니다. 그 과정 속에 계셨던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첫 단추가 잘 끼워졌습니다.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모두가 한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 주십시오.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여러분들 손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일동 : (박수치며 환호한다)...(마시고 담소 나누는 분위기)
최회장 : (강모 등을 두드린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군, 달변이야.
강모 : 감사합니다.
최회장 : 수연이 너, 뭐 준비한 게 있다며? 드려라.
수연 : 별 거 아닌데.. (선물이 든 쇼핑백을 내밀며) 전 아버님이 되실 줄 알았거든요. 그래서 이거 선물 좀 준비했어요.
정욱 : 그랬어? 고맙다. (하고는) 뭔지 봐야 그게 예의인 거지?
수연 : 예, 한 번 보세요.
정욱 : (꺼내 보고는) 와이셔츠.. 멋지네! 넥타이까지..
수연 : 아버님 그 넥타이는요 영화배우 한지수씨 아시죠?
정욱, 강모 : (놀라움을 애써 감춘다)
수연 : 한지수씨가 골라 준 거에요. 쇼핑하다 우연히 만났거든요.
정욱 : 아.. 그래? (하고 넥타이를 보며) 근데... 딱 내 스타일은 아니구나. 난 이 와이셔츠가 아주 마음에 든다. 하하하~
강모 : (표정이 굳는다)
씬/19 지수 집 앞 (밤)
지수 차가 서 있다. 연경이 운전석에 타고, 민지와 승은은 뒷좌석에 앉아 있다.
동백, 지수, 상철이 서 있다.
민지 : (차 창문을 내리고) 지수 언니 오늘 너무너무 잘 놀다 가요~~
승은 : (지수에게 인사하는)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지수 : 조심해서들 가세요.
상철 : (크게) 잘 가~ (강조) 사돈처녀!
동백 : (그런 상철의 눈치를 살핀다)
상철 : (동백을 보고 웃으며) 동생 가는데 인사 안 해?
동백 : 어? (그제야 출발해 버린 차에 대고 대충) 민지야.. 잘 가.. (하고는 급하게 떠밀며) 근데 상철이 너도 이제 가 봐야지!
오토바이 어딨어? 지수씨 제가 배웅하고 올게요. (상철의 팔을 잡아끈다)
상철 : (동백 팔을 뿌리치며) 나 오늘 여기서 잘 거야.. (안으로 들어간다)
동백 : (놀라는) ...?
지수 : (들어가는 상철을 본다)
씬/20 지수 집 거실 (밤)
동백과 지수가 멍한 얼굴로 웃옷을 벗고 있는 상철을 보고 있다.
상철 : (쇼파에 누워 버리며) 난 TV 보다가 그냥 여기서 잘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들어 가서들 자. (하고 TV를 켠다)
지수 : (난처한) 불편하지 않겠어..?
상철 : (TV를 보며) 괜찮아.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며 깔깔 웃는다)
지수 : (난감한 얼굴로 동백을 쳐다본다)
동백 : 저기 말이야.. 우리가 신혼인데.. (용기내서) 너 그냥 좀 가지?
상철 : (말없이 동백을 똑바로 쳐다본다)
동백 : (움찔해서) ... (시선을 외면한다)
상철 : (웃으며) 누나? 동생이 누나 집에서 자는 게 이상한 거야? 내 방도 있는데, 설마 결혼 했다고 없앴어?
지수 : 어..? (하는 수 없이) 아니.. 그래.. 자고 가.. (미소 짓는다)
동백 : (어쩌려고 그러냐는 듯 지수를 본다)
지수 : (상철에게) 잘 자 그럼. (동백의 팔을 잡아끌며) 동백씨 들어가요. (하고 지수 방으로 동백을 데리고 간다)
동백 : 아.. (난처한 얼굴로 끌려가며 뒤돌아 상철을 본다)
상철 : (들어가라는 듯 손가락으로 지수 방을 가리키며 입모양만) 민지..
동백 : (불안하고 미치겠다) 하..
씬/21 지수 방 (밤)
동백 : (못 들어가고 문 밖에 떨며 서 있다) 지수씨.. 저는.. 어떡하죠?
지수 : (방 안에서) 들어오세요.
동백 : (놀라서) 들어..오라구요?
지수 : (편하게) 상철이 잠 들 때까지는 저랑 여기 같이 계셔야죠 뭐.
동백 : 아, 그래야 되나요? 그럼, 실례 하겠습니다. (조심스럽게 한 발을 방 안으로 넣는다, 문 앞에 서서 어색하게)
지수씨 방이 이렇게 생겼구나?
지수 : 편한데, 앉으세요.
동백 : (두리번거리며) 편한 데가.. 편한 데가.. 없는데요?
지수 : (웃고는) 그럼 여기.. (티 테이블 의자를 두 손으로 짚으며) 제가 앉으라는데 앉으세요.
동백 : 아 예! (바로 가서 앉는다)
지수 : (동백과 마주 앉는) ... (테이블 위에 있는 쥬스를 들고) 드실래요?
동백 : 아, 아니요..
지수 :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는다)
동백 : (시선을 어디다 둘이지 몰라 하며 부끄러워한다)
지수 : (그런 동백을 보고 웃으며) 여자 방에 들어오니까 쑥스러우세요?
동백 : (경직 된) 여기가 보통 여자 방입니까? 하..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대본(제목은, <비너스와 아침을>)을 집어
부채질을 한다) 덥다..
지수 : (대본을 가리키며) 그거.. 저도 필요한데?
동백 : 아, 더우세요? (하고 대본으로 지수에게 부채질을 해 준다)
지수 : (웃으며) 아니요. 내일부터 촬영이라서요. 대본 좀 봐야 되거든요.
동백 : (놀라) 아, 이게 대본입니까? 죄송합니다. (하고 지수에게 대본을 내밀다가 쥬스 잔을 툭 쳐서 지수 옷에 쏟는다)
아이쿠! 어째!
지수 : (그대로 있는) 어..!
동백 : (당황해서, 티슈를 마구 뽑아서 젖은 지수 옷을 닦다가) 어떡합니까? (하고 가슴 부위 쪽을 닦아주다가 놀라 기겁하는)
아이!
지수 : (순진한 모습에 웃고는) .... (하고 욕실로 간다)
동백 : (얼굴이 붉어져서) 아... (테이블과 바닥에 쏟아진 오렌지 쥬스를 닦으며) 조심하지.. 이런 실수를.. 지수씨 방에다가..
(욕실 쪽에서 샤워 물소리가 들린다) ... (순간 긴장하는) 아.. (어쩔 줄 몰라 하며, 테이블에 다소곳이 앉는다) ...
(신경을 다른 데 써 보려고 옆에 있는 잡지를 테이블 위에 놓고 펼치는데, 여자 속옷 광고가 나오자) 헉! (얼른 덮어 버린다)
후...
(짧은 디졸브) 샤워 소리가 여전히 들리고, 동백이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다.
(짧은 디졸브) 샤워 소리가 여전히 들리고, 동백이 <아베마리아>를 작게 부르고 있다.
(디졸브) 샤워 소리가 여전히 들리고, 동백이 어쩔 줄 몰라하며 서성거린다.
동백 : (선수들 사인이 적혀 있는 야구공을 발견하고 집는다) 이승엽.. 사인 볼이네..? (공을 위로 던지고 받고 하다가
공을 놓친다) ... (공이 욕실 쪽으로 굴러간다) 아이쿠! (공을 따라 달려간다)
씬/22 지수 집 욕실 앞 (밤)
(인서트, 욕실 문 앞에 멈추는 야구공)
동백 : (와서는, 허리를 숙여 공을 집는데) ... (욕실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 (얼어붙은 채, 고개만 돌려 욕실 쪽을 본다,
샤워 가운 차림의 지수가 자신을 지켜보는 것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 한지수씨!
지수 : (장난치는, 의심하듯) 뭐.. 하시는 거예요?
동백 : (긴장하고 난처한) 예..? 그게.. (공을 보여 주며) 공이..
지수 : (장난치는, 의심하듯) 언제부터.. 여기 이러고 계셨어요?
동백 : (긴장해서) 지금 막 굴러 왔습니다! 이거 주우려고 진짭니다!
지수 : (장난치는, 못 믿겠다는 듯) 그래요? 공을 일부러 굴리신 건 아니구요?
동백 : (빠르게) 일부러라니요! 아닙니다! 억울합니다!
지수 : 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지셨을까?
동백 : (빠르게) 전 원래 빨갛습니다! 유전입니다! 아버지도 그러셨습니다!
지수 : 그래요? (하고는) 알았어요. 저 옷 좀..
동백 : 아, 예! (하고는 쪼로로 방으로 달려가 버린다)
지수 : (동백이 가고 나면, 순진하다는 듯 웃는다)
씬/23 지수 방 (밤)
동백 : (진지하게 자기 얼굴을 가리키며) 이거 보십시오. 시간이 꽤 지났는 대도 계속 얼굴이 빨가시지 않습니까?
동백과 지수는 티 테이블 앞에 마주 앉아 있다.
지수 : (웃으며) 진짜 억울하신가 보다. 장난이에요?
동백 : 진짜, 장난이십니까?
지수 : 네! (웃어 준다)
동백 : (성질부리는) 하! 지수씨는 왜 이렇게 장난을 치십니까 정말..! 하.. 속상해.
지수 : (웃고는) 전 대본 좀 볼게요. 촬영 땜에요. (대본을 펼쳐서 본다)
동백 : (억울해하며) 후.. (지수를 잠깐 보다가 말을 붙인다) 그 두꺼운 책 한 권을 다 외우십니까?
지수 : (대본을 보며) 제 대사만 외우죠.
동백 : (작게) 아, 그렇겠구나? (하다가) 내일은 무슨 촬영 하십니까?
지수 : (대본 보며) 대부분이 차 씬이구요. 아, 밤에 키스 씬도 하나 있다.
동백 : 키스 씬이요? 아.. (잠시) 저.. 이런 거 여쭤 봐도 되나 모르겠는데..
지수 : (동백을 보며) 뭔데요?
동백 : (부끄러워하며) 키스 장면은 말입니다.. 그거.. 진짜로 하시는 겁니까?
지수 : (당연하다는 듯) 그럼요.
동백 : 그렇습니까? (웃으며) 하하.. 어떻게 보면 배우가 좋은 직업이네요..
지수 : 그렇지만은 않아요. 따귀 맞는 씬 찍고 그럴 때는 좀..!
동백 : 아, 따귀요?
지수 : (진지하게) 제가 연속으로.. 열 여섯 대까지 맞아봤거든요. 그때 (얼굴을 만지며) 여기 어금니가 하나 빠져가지고..
한참 고생했어요.
동백 : (깜짝 놀라며) 그래요..? (걱정스럽게) 아, 어금니가 빠질 정도구나?
지수 : (천연덕스럽게) 근데 지금 괜찮아요. 빠진 자리에 옥수수 하나 박아놨는데, 쓸만 해요.
동백 : (멍한) ... (이상하다 싶어) 옥수..수요..?
지수 : (혼자 깔깔 웃는다)
동백 : (속았다는 듯 소리치는) 지수씨 또 장난치신 겁니까?!
지수 : (웃음이 터져서, 더 크게 웃는다)
씬/24 지수 방 앞 (밤)
상철 : (방안에서 들려오는 지수의 웃음소리를 듣고 서 있다)
동백 : (억울해서, OFF) 아~ 왜 이렇게 절 속이십니까?!
지수 : (웃으며, OFF) 잘 속으시니까요!
동백 : (OFF) 지수씨 진짜 장난 너무 좋아하셔, 아.. 속상해 진짜!
상철 : (지수가 웃고 있는 게 싫지 않다) ...
씬/25 지수 집 거실 (밤)
상철 : (지수 방 쪽에서 나와, 잠시 서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동백과 지수의 결혼사진 액자를 물끄러미 본다.
동백의 말이 떠오른다)
동백 : (OFF) 나는 남이지만.. 나도 너만큼 지수씨가 걱정돼. 나도 너만큼 지수씨가 웃었으면 좋겠고..
나도 너만큼 지수씨가 행복했으면 좋겠고.. 나도 너만큼..
연경 : (들어오다가 상철을 보고 놀란다) 너..
상철 : 안 갔어 나. 자고 갈 거야. (쇼파에 앉는다)
연경 : (놀라) 그래..? (걱정이 되는) 지수는?
상철 : 매형이랑 같이.. (의미심장하게 연경을 보며) 누나 방에..
연경 : (놀라움을 감추며) 아, 그래.. (지수 방 쪽을 본다)
씬/26 지수 방 (밤)
지수가 장식장을 연다. 팬들이 보내 준 갖가지 선물들로 가득하다.
동백 :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게 다 팬들이 보내 준 선물들입니까?
지수 : 지하실에는 이거 보다 훨씬 더 많아요.
동백 : 와.. 역시 지수씨 직업은, 참 좋은 직업이네요. (하고 살펴보다가 바둑판과 바둑알을 보고) 바둑판도 보내줬네요 누가?
지수 : 네.. 저 바둑 못 두는데.. 동백씨는 바둑 두세요?
동백 : 저도 못 둡니다. 오목이나 하지. 하하~
지수 : 오목은 저도 좀 하는데.. (동백을 보고) 한 판 하실래요?
동백 : (자신 있어 하며) 지수씨.. 근데 제가 오목 좀 합니다.
지수 : (지지 않으며) 저도 좀 한다니까요?
컷 튀면, 동백과 지수가 마주 앉아 오목을 두고 있다.
동백 : (여유를 부리며 바둑알을 만지작거리며) 내리 다섯 판을 이기겠네..?
지수 : (예민해져서 바둑판을 뚫어져라 보다 진지하게) 저기 근데요. 제가 계속 져서 억지 부리는 게 아니라요.
삼 삼.. 이거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동백 : 삼 삼이 왜 안 됩니까?
지수 : 글쎄요.. 우리 동네에선 삼 삼 안 됐거든요?
동백 : (웃는) 우리 동네에선 됐는데요?
지수 : 이거는 반칙이잖아요. 두 군데를 어떻게 동시에 막아요?
동백 : 이게 왜 반칙입니까? 실력이죠.
지수 : (포기하고는) 하.. 생각보다 오목을 잘 두시네요.
동백 : (웃는) 왜요? 제가 오목 못 두게 생겼습니까?
지수 : 아니요. 잘 두시게 생기셨어요. 얼굴 동그래 가지고 바둑알처럼..
동백 : (웃어 버리고는) 삐치신 겁니까 지수씨?
지수 : (승부욕이 발동하는, 바둑알을 정리해 버리며) 우리 오목 말구요 알까기해요.
동백 : (의외라는 듯) 지수씨가 알까기 그런 것도 하십니까?
지수 : 왜요? 여배우는 알까기 하면 안 되나요?
동백 : 아닙니다. 해도 됩니다.
바둑알이 다섯 개씩 일렬로 놓여 있다.
지수 : (진지하게, 손가락을 튕기는 연습을 한다) ... (바둑판을 진지하게 들여다보며 각을 살펴보고 있다)
동백 : (그런 지수가 재밌는 지) 지수씨 은근히 승부욕이 있으시네요? 영화에서 보던 이미지랑 정말 틀리십니다. 영화에서는..
지수 : (예민해져서, 바둑알을 깔 준비를 하며) 시끄럽구요. 저 집중 안 되거든요. (알을 세게 깐다) ...
(동백 알 두 개가 동시에 떨어지자, 주먹을 불끈 쥐며) 일타 이락!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동백 : (그런 지수를 보며 웃는다)
지수 : (여유를 부리며) 해 보세요.
동백 : (조준해서 살살 알을 깐다. 살짝 나가다 만다) 아.. (아쉬운)
지수 : 소심하게 알을 까시네? 그렇게 해서 이길 수 있겠어요? 저처럼 과감하게 하셔야 되요.
저는요 (손으로 알의 동선을 그리며) 요걸 있는 힘껏 세게 쳐서, 자폭 하더라도 요거 두 개 일타이락을 또 노릴 거예요.
동백 : (바둑판 가까이 얼굴을 대고 들여다보며) 글쎄요.. 그건 좀 무리신 거 (하다가 지수가 깐 바둑돌에 얼굴을 맞는다) 아!
지수 : (놀라, 웃으며) 어? 괜찮으세요?
동백 : (아파하는) 아.. 예..
지수 : (웃으며) 어떡해? (바둑알을 맞은 동백의 얼굴을 만져준다)
이때 연경이 들어온다.
연경 : (지수가 동백 얼굴을 만져주고 있는 것을 본다) ...?
동백 : (얼른 일어나며) 아, 매니저님.
지수 : (괜히 민망하다) 어, 언니 왜?
연경 : (안 좋은 듯 둘을 살피며) 상철이 잔다.
지수 : 그래?
동백 : 아, 그럼 전 제 방으로 가보겠습니다.
연경 : 오늘은 다른 방에서 주무세요. 상철이한테 들킬 수도 있으니까.
동백 : (찔린다) 아.. 그렇겠네요..
지수 : (장에서 예쁜 꽃 이불과 베개를 꺼내 동백에게 준다) 이거 덮으세요.
동백 : 아닙니다! 지수씨 이불을 제가 어떻게.. 없어도 됩니다!
지수 : 괜찮아요 쓰세요. (억지로 동백에게 건네준다)
동백 : 아.. (하는 수 없이 받는다)
연경 : (그런 둘을 본다)
씬/27 지수 집 A/V 룸 (밤)
동백 : (꽃 이불을 안고 들어온다) ... (꽃 이불을 잠시 보다가 옆에 그대로 내려놓고 쇼파에 앉는다) 지수씨 이불을..
어떻게 내가 덮냐.. (누워서, 팔베개를 하고 있다가 지수랑 놀던 생각에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 하.. 여배우가 알까기를..
일타이락 전문용어까지 쓰시구.. 재밌으셔 지수씨.. (웃다가 불안해지는) 그나저나 상철이 저 녀석은 뭘 어떻게 할
생각인 거야? 기자회견 안 하는 건 다행인데.. 하.. (모로 눕는다)
씬/28 지수 집 거실 (밤)
상철이 소파에서 자고 있다. 지수가 이불과 베개를 들고 온다.
지수 : (상철에게 베개를 베어 주고 이불을 덮어준다) ... (상철 옆에 앉아 상철의 자는 모습을 잠시 들여다본다) ...
(미안한 얼굴로 상철의 머리를 한 번 쓸어준다) ... (일어나 방으로 가려는)
상철 : (눈을 감은 채, 나직이) 누나..
지수 : (돌아본다)
상철 : (눈을 감은 채) 저 아저씨랑 같이 있을 때.. 항상 웃네?
지수 : ...
상철 : 좋다. (쇼파 등받이 쪽으로 몸을 돌려 잠을 청한다)
지수 : (그런 상철을 잠시 본다) ... (자신이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든다)
씬/29 지수 방 (밤)
지수 : (들어와 문을 닫는다) ... (바둑판을 바라본다)
상철 : (OFF) 저 아저씨랑 같이 있을 때.. 항상 웃네..? 좋다..
지수 : (천천히 바둑판 앞으로 걸어온다) ... (바둑알을 정리하다가 동백이 썼던 하얀색 바둑알 하나를 집어 본다) ...
(바둑알을 들고와 티 테이블에 앉는다. 옆에 있는 검정색 사인펜을 집어, 바둑알 위에 점 두 개를 찍어 눈을 그리고,
웃고 있는 입을 그린다, 엷게 미소 지으며) 구동백씨.. 닮았다.. (하고는 그 바둑알을 테이블 위에 놓는다) ...
(웃고 있는 바둑알을 보다가 뒤집어 버린다)
씬/30 우체국 여러 일각 (아침)
우체국 입구를 비롯해서 여러 곳에 사모관대를 입은 동백 사진 안내판이 세워진다.
‘어서 오세요’,‘여기는 EMS','보험 상담은 이곳에서’,‘여기는 소포 업무’라는 문구들이 각각 붙어 있는 안내판이다.
씬/31 우체국 입구 (아침)
국장 : (동백 사진 안내판을 보며) 새신랑 느낌이 물씬 나고 아주 좋아! 사모관대 맘에 들었어! 아이디어 좋아, 고팀장.
팀장 : (겸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합니다 국장님.
국장 : 근데.. 구동백 이 친구 집들이는 했나?
팀장 : 아직 전입니다. 언제 하는 지 물어 봐서 보고 드릴까요?
국장 : 아니야 아니야 내가 왜 보고를 받아? 내가 갈 것도 아닌데. 자네들끼리만 먼저 했는지 궁금해서 그냥..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팀장 : (따라 들어간다)
씬/32 우체국 사무실 (아침)
팀장 : (긴가민가하며 들어온다) 가시고 싶으신 건가? 안 가시고 싶으신 건가?
동백 : (서류를 정리하며,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팀장 : (다정하게) 동백아~ (다가온다)
동백 : 예, 팀장님.
팀장 : 쉬엄쉬엄해 새신랑.. (동백 어깨를 주무르며) 몸도 많이 피곤할 텐데..
동백 : 아닙니다. 피곤한 거 없습니다.
팀장 : 그래? 근데 저기 말이야.. (넌지시) 집들이.. 그런 거 뭐.. 안 하나?
동백 : (웃고 만다) 하..
팀장 : (주무르며) 나는 괜찮은데 윤섭이 태완이 그 놈들이.. 미리 어떻게 하는지 잘 봐 놔야 지네들도 결혼해서 집들이 그런 거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근데 그게 말은 안 되지 따지고 보면 하하.. (겸연쩍다)
동백 : (알지만 모른 척) 하하.. (서류를 넘기며 일을 한다)
팀장 : (반응이 없자) ... (주무르는 걸 멈추고 동백을 슬쩍 노려본다)
윤섭 : (서류를 들고 온다) 구선배, 부탁 하신 거 복사 다 해 왔어요. (준다)
동백 : 고마워.
팀장 : 고마우면.. (지나가는 말로 흘리며) 집들이를 하던가..
윤섭 : 진짜! 구선배 집들이 안 해요?
동백 : 어..? 어.. (핸드폰이 울린다, 다행이다) 전화가 와서.. (받으며 자리를 피한다) 어, 상철아!
팀장 : 뭐지..? 쟤 안 할 생각인가?! (불안한 얼굴로 윤섭을 본다)
씬/33 지수 집 앞 (낮)
상철 : (나와 오토바이로 간다)
백기자 : (OFF) 연락 기다렸는데 왜 전화가 없어?
상철 : (쳐다보면, 백기자가 다가온다)
백기자 : 들어가서 확인했어? 방 따로 쓰지? 내 말 맞지?
상철 : 무슨 소리야? 한 방 쓰고 있던데!
백기자 : (기막혀) 뭐?
상철 : (핼맷을 쓰며)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소설 쓰지 말고, 우리 누나 근처에 얼쩡거리지 마. (타고 간다)
백기자 : (어이없는) 하..!
씬/34 명품 샾 (낮)
상철 : (들어온다) ... (뒤돌아) 뭐해? 들어 와!
동백 : (영문 모르는 얼굴로) 여긴 또 왜 와? 점심 사달라고 그래서 점심 사 줬잖아. (시계 보며) 나 한 시까지는 들어가야 돼.
상철 : 쇼핑 좀 하고!
동백 : (걱정) 옷도 사 달라고? 그래 그러자. 사 줄 테니까 대신 빨리 골라라.
상철 : (멋스러운 매력적인 자켓을 골라 동백에게 대 본다)
동백 : 왜?
상철 :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어 봐.
동백 : (입으며) 아무리 귀찮아도 니 옷을 니가 입어봐야지 임마.
상철 : 아저씨 옷 사는 거야.
동백 : (바로 벗으며) 야! 이런 데가 옷이 얼마나 비싼데.. (옷을 옆에 슬쩍 놓는, 눈치 보는) 나가자.
상철 : 어딜 나가?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 그랬잖아!
동백 : (어이없는) 상철아! 나 옷 필요 없어!
상철 : (자켓을 다시 집어 보며) 자켓은 이게 좋겠다. 날티도 살짝 나고..
동백 : (다급하게 말리며) 야! 공무원이.. 이런 거 입으면 안 돼!
상철 : (확 노려본다)
동백 : (움찔한다)
상철은 화려한 와이셔츠, 튀는 보타이, 멋진 구두, 화려한 양말 등을 골라 직원에게 준다.
동백은 뭐하는 싶은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상철 : (멋진 페도라 하나를 집어 동백 머리에 씌워 본다) 이것도 하자.
동백 : (기가 막힌) 야.. 내가 이런 거 쓰고 고객들하고 어떻게 상담 하냐?
상철 : (페도라를 벗겨 들고) 양복을 일 할 때만 입어?! (카운터로 간다)
동백 : (따라가며) 그럼 언제 양복을 입어?!
카운터 앞에, 동백과 상철이 서 있다.
직원 : (계산기를 두드리더니) 손님, 전부 다해서 4백 93만 5천원입니다.
동백 : (놀라 눈이 동그래진다) 상철이 너.. 학생이 돈 이렇게 써도 돼?
상철 : (상철이 손을 내민다) 카드 줘.
동백 : (놀라서) 뭐?
상철 : 아저씨 카드 달라고!
동백 : (기겁하며) 니가 사 주는 거 아니야?!
상철 : 아저씨가 입을 걸 내가 왜 사? 빨리 카드 줘!
동백 : 아.. 너..!! (직원 눈치를 살피며) 오 백 만.. 야, 나 그런 돈 없어.
상철 : 하..! (직원에게 웃으며) 이 사람 누군지 아시죠?
직원 : (웃으며) 한지수씨랑 결혼하신 분..
상철 : 그런 사람이 돈이 없다네요?
직원 : (웃으며) 설마요..?
상철 : 그쵸? (동백에게) 카드!
동백 : 하.. (할 수 없이 지갑을 주섬주섬 꺼냅다)
상철 : (찍찍이 지갑을 보고 기겁하는) 지갑 봐라 씨..! (직원에게) 지갑도 하나 주세요 악어로!
동백 : (다급하게 말리며) 야! 이거 지수씨가 좋아했어! 개성 있다고 참 좋아하셔! 진짜야 괌에서 그랬어!
상철 : 그래? 그럼 뭐.. (직원에게 웃으며) 지갑은 됐구요.
동백 : (떨리는 손으로 카드를 직원에게 준다) 12개월.. 할부로 해 주세요..
씬/35 주차장 공터 (낮)
상철 : (동백과 함께 걷고 있다)
동백 : (속상한 얼굴에 쇼핑백을 든, 걸어가며 중얼거린다) 내가 한 달에 삼 백 만 원 조금 못 받는데..
그 중에 나 결혼 자금으로 쓸려고 매 달 35만원씩 적금 들었어.. 그거 1년 6개월 부었는데, 그거 깨야 된다..
상철 : 결혼 했잖아?
동백 : 하..! (말이 안 통하는) 너 정말 다 알면서! 이걸 내가 왜 사야 되는 거니? 너.. 혹시 이거, 나 미워서 파산 시키려고
지금 그러는 거니? 니가 세웠다는 계획이 그거야? 그렇다면 너 정말.. 유치한 거야!
상철 : (웃는다) 하하~~!
동백 : (기막혀 상철을 본다) 왜 웃어?
상철 : 재밌어서! 그래서 우리 누나가 아저씨랑 같이 있으면 그렇게 웃나?
동백 : (무슨 소린가 상철을 본다)
상철 : (오토바이 앞에 멈춰 선다) 나 그렇게 유치한 애 아니야? 아저씨 파산 시켜서 뭐 하게?
동백 : 그럼 왜 이러는 거야? 니 좋은 방법이란 게 뭔지 들어나 보자, 나도 뭘 알아야 시키는 대로 할 거 아니야!
상철 : (동백을 똑바로 보며, 진지하게) 이 결혼.. 진짜로 만들 거야.
동백 : (놀라 상철을 본다) 뭐..뭐라고..?
상철 : 못 들었어? 이 가짜 결혼, 진짜 결혼으로 만들 거라구! 전 국민이 알고 있는 대로.. 그대로 만들 거라구!
동백 : (어이없는) 상철아, 너 좀 말이 되는 소릴 해!
상철 : (잠시 동백 보다가) 난 힘이 없어서 김강모 아버지도, 김강모도 막을 수가 없어. 그 사람이 서울 시장이 되던 대통령이 되던,
김강모가 극동일보를 갖던, 전 우주를 갖던, 난 막을 수 가 없어. 근데, 김강모가 우리 누나를 갖는 거,
그건 막을 수 있을 거 같애. 김강모 뜻대로 되게, 그렇게 두지 않을 거야 내가.
동백 : (말도 안 된다는 듯) 상철아! 그 분 지수씨한테 돌아..
상철 : (OL) 아저씨 우리 누나 좋아하잖아!
동백 : 아니라니까.. 너 왜..
상철 : (OL) 이제 누나가 아저씨를 좋아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이 옷 멋지게 차려입고 우리 누나랑 데이트 해!
동백 : (미치겠는) 너 진짜.. 막말로 지수씨가 나 같은 사람을! 그게 말이 돼!
상철 : (동백을 보며 씩 웃는다)
씬/36 우체국 복도 (오후)
동백 : (상철이 사준 옷을 입은, 걸어오다 페도라를 쓰며) 하..
상철 : (OFF) 퇴근 할 때 이 옷 입고 나와, 우체국 앞에서 기다릴 게.
동백 : (걸어가며 넋두리) 내가 이런 걸 입는다고 뭐 달라 보이나..?
경애 : (지나가다 멋진 차림의 동백을 보고는 휘청한다)
동백 : (경애를 보고는 부끄러운 듯 페도라 챙을 손으로 잡는데, 나름 멋진 포즈가 된다) 아, 박경애씨.. 먼저 퇴근 하겠습니다.
경애 : (반해서) 네..! 안녕히 가세요..! (가는 동백을 보고 서 있는) 하..
명진 : (와서는, 동백 쪽을 보며) 누구야?!!
경애 : 구동백씨..!
명진 : 뭐?! (놀라 감탄하며) 영화배우랑 결혼하더니, 완전 영화배우가 됐네?!
경애 : (너무 속상해 벽을 손바닥으로 세게 친다, OFF) 아깝다..! 구동백..!
명진 : (그런 경애를 보며) ...?
씬/37 스무디 전문점 안 일각1 (오후)
지수, 민지가 마주서서 얘기하고 있고 뒤에 로드가 서 있다.
민지 : 오빠한테 얘기 들으셨죠? 저는 그냥 이 가게 운영하면서 월급만 조금 받고 수익은 전부 언니 드리기로 한 거요.
지수 : 네, 들었는데요 꼭 그러실 필요는 없는데.
민지 : 아니요 저는 월급 사장이 편해요. 이렇게 큰 걸 받을 순 없죠. 장사 진짜 열심히 해서요 언니 부자 되게 해 드릴게요!
지금도 부자지만 하하~
지수 : (웃는다)
민지 : 승은아~! 뒷마당에 박스 좀 나르자.
승은 : (매장 전면 통유리를 닦다가) 어? 그래.
지수 : 힘쓰는 일은 우리 석현이 시키세요.
민지 : 언니.. 매니저를 제가 어떻게 써요..?
로드 : 막 갖다 쓰십시오. 지수누나 가족은 저한테 지수누나나 다름없습니다.
민지 : (지수 보며) 그렇죠, 우리가 가족이죠? 승은아 됐어. 따라 오세요.
민지와 로드 매니저가 뒷문으로 나간다.
지수 : (창문을 닦고 있는 승은을 본다) ... (걸레를 들고 승은 옆에 서서, 일부러 말을 붙이는) 같이 닦을 까요 승은씨?
승은 : 예? 예..
지수 : (승은을 보며 웃어 준다)
승은 : (지수를 보며 어색하게 웃음을 받아준다)
지수 : (닦으며) 민지씨 가게 오픈 하는데 많이 도와주시고, 고마워요 승은씨.
승은 : (딱 잘라) 당연하죠 베픈데.
지수 : (대화가 이어지지 않는다) 음.. 승은씨네 가게는.. 잘 되요?
승은 : (딱 잘라) 그럭저럭요.
지수 : 아.. (대화가 어렵다) 그럭저럭. (뭘 물어 보나 고민이 된다) 아, 저녁에 민지씨랑 식사 같이 하실래요?
제가 맛있는 타이 레스토랑 아는데.
승은 : (딱 잘라) 저녁에 학원 가야 되요.
지수 : 무슨 학원 다니는 데요?
승은 : (딱 잘라) 그런 거 있어요.
지수 : 예.. (대화가 여의치 않다) 후.. (유리창을 닦는다)
승은 : (깜짝 놀라) 동백이 오빠..?!
지수 : (앞을 보면, 잘 차려 입은 동백이 상철과 걸어오는 게 보인다) 어..?! (동백이 왠지 반갑다) ...
(문을 열어 주며) 동백씨! 뭐에요?
상철 : 매형 너무 멋있지?
지수 : (웃으며) 어, 멋있다.
동백 : (상철과 가게 안으로 들어오며) 하.. 멋있긴요.
지수 : (동백과 편안한) 진짜 멋있어요. (모자를 만지며) 페도라 은근히 어울리네? 동백씨 얼굴이 동그래서 그런가?
동백 : (부끄러워하며) 제가 바둑알 아닙니까 바둑알? 하하~
승은 : (친해 보이는 동백과 지수를 본다)
민지 : (소리치며 달려오는) 오빠~~~!! 이게 누구야~~~!! (옷을 만져보며) 와!! 완전 사람이 달라 보이네?
상철 : (동백 등을 남자답게 세게 치며) 내 작품이야!
동백 : (휘청하며 어색하게 웃는다) 하..
지수 : (그런 둘을 좋은 듯 본다)
씬/38 스무디 전문점 안 일각2 (오후)
테이블에 앉아 있는 동백, 지수, 상철 앞에 스무디를 내려놓는 민지.
민지 : 시원하게 한 잔씩들 드시고! (지수에게) 언니는 특별히 다이어트 도움 되는 걸로다가!
지수 : 고마워요.
상철 : (먹고는) 사돈처녀가 만든 거야? 맛있네?
민지 : 주말에 오픈인데, 메뉴 외우느라고 머리 터질라 그런다. (동백을 보며) 근데 뭐 한다고 이렇게 빼 입은 거야?
언니랑 데이트라도 나가시나?
상철 : 뭐해, 매형? 티켓 보여줘.
동백 : 어? 어.. (티켓을 보여주는) 상철이가.. 이런 거를 주네요..
상철 : 내가 누나하고 매형한테 주는 결혼 선물이야.
지수 : 무슨 공연인데요? (동백 가까이로 붙어서 티켓을 본다) 어, 이거 내가 보고 싶었던 건데..
(반가워서) 이거 오늘 공연이에요?
동백 : 에.. 뭐..
상철 : (의도적으로) 빨리 마시고 가. 길 막혀. 저녁도 맛있는 거 사 먹고.
동백 : (지수가 가겠냐는 듯 눈치를 살핀다) 지수씨 내일도 촬영이시고.. 오늘 아무래도 쉬셔야 되죠?
지수 : 아니요. 가요. 옷도 이렇게 이쁘게 입으셨는데.
동백 : (놀라 지수를 본다)
상철 : (회심의 미소를 짓는) 그래! 예쁘게 입었는데 가야지! 그만 먹고 가기나 해. 둘 다 일어나.
(동백과 지수를 일으켜 문 쪽으로 미는데, 앞에 연경이 서 있다) ... (멈칫한다)
연경 : 두 사람, 어디 가?
지수 : 어.. 상철이가 공연 티켓을 줘서..
연경 : 너 저녁에 스케줄 있잖아. (웃어 보이며) 깜빡 했구나?
지수 : (기분이 상한다)
씬/39 스무디 전문점 뒷 편 + 일각 (오후)
연경이 뒷문으로 나오고, 화가 난 지수가 뒤따라 나온다.
지수 : (화가 나 있는, 걸어가면서) 이렇게까지 할 거 없잖아.
연경 : (걸어가면서) 너야 말로 이러면 안 되지.
지수 : (걸어가면서, 강하게) 왜? 구동백씨랑 공연도 보러 가면 안 돼?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어디서 어디까진데?
그렇게 못 믿겠으면 정확하게 정해주던가!
연경 : 너희들 할 수 있는 거 아무 것도 없지.
지수 : (기막혀) 하.. (지수 차로 가서 탄다. 문을 세게 닫아 버린다)
연경 : (마음에 안 드는 듯 지수를 한 번 보고는 차에 탄다)
승은 : (쓰레기봉투를 들고, 놀란 얼굴로 서 있다)
지수 차가 출발한다.
승은 : (놀랍고 의심스러운 표정, 가는 지수 차를 보며) 무슨 소리야.. 저게?
씬/40 달리는 지수 차 안 (오후)
지수 : (화가 나서 창밖을 보고 있다)
연경 : (화가 나서, 퍼붓는) 너 왜 그렇게 화내니? 나 솔직히 이해 안 된다. 상철이한테 얼마든지 둘러댈 수 있었잖아.
거길 왜 가겠다 그래?
지수 : (지지 않고) 상철이가 나 위해 준비해 준 티켓이 너무 고맙잖아. 구동백씨가 상철이랑 잘 지내는 모습이 너무 고맙잖아.
그래서 가겠다고 한 건데 그게 뭐 그렇게 잘못 된 거야? 뭐가 이해가 안 되는데?
연경 : (기가 막히다) 하..! 구동백씨한테 그렇게 고마우면 승은씨나 잘 챙겨.
지수 : (화내 버린다) 승은씨랑 억지로 친해지는 거, 나 불편하고 힘들어.
연경 : 뭐? 너도 구동백씨 위해서 그러기로 한 거잖아. 너랑 헤어지는 대로 구동백씨 승은씨랑 잘 되면 너도 좋은 거 아니니?
지수 : 그게.. 정해 논다고 그렇게 되나? 사람 마음이잖아. 그게.. 다른 사람이 계획한다고 그대로 되는 거야?
연경 : 지수야.
지수 : (OL) 언니, 우리 자연스럽게 하자.
연경 :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구동백씨랑 니 방에서 같이 놀고, 자연스럽게 같이 공연 보러 가고, 그러다가 선거 끝났으니까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헤어지겠다고? 그거는 니 계획대로 되겠니?
지수 : 내 계획은.. 언니처럼 그렇게 앞서 가지 않는 거야. 그냥 내 마음 가는 대로 할 거야.
그러니까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연경 : (화가 난다) ...
지수 : (속상해서) 언성 높여서 미안해. (창밖을 바라본다)
씬/41 지수 집 거실 (밤)
동백과 상철이 중국술에 자장면을 먹고 있다.
상철 : 연경이 누나.. 하필 그때 나타나 가지구. (아쉬운 술을 들이킨다)
동백 : (자장면을 비비며 궁시렁) 괜히 오 백 만원만 쓰고.. 이제 니 방법이 무리라는 거 알았겠지? 그러니까 포기해라.
나 쓸 돈도 없다 이젠.
상철 : (리모콘으로 TV를 여기저기 돌리며) 포기를 왜 해? 시장 선거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데. 시간 많아.
김강모가 선거 때까지 시간 줬잖아.
동백 : (한숨) 하.. (TV에서 이미자가 <동백아가씨>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상철 : (웃는) 하! 하! 저거 봐라 아저씨 주제가 나온다?
동백 : (대꾸도 안 하고 젓가락으로 자장면을 휘휘 저으며) 옷을 아무래도 물렀으면 좋겠는데.. 깨끗이는 입었으니까..
물러 줄라나? 싫다니까 괜히 쓸데없이 그런 비싼 옷은 사라 그래 가지고.. (고개 숙이고 먹는다)
상철 : 에이씨.. (동백의 머리를 자장면 그릇에 눌러 버린다)
동백 : (얼굴에 자장을 잔뜩 묻히고 고개를 들고 소리친다) 야!
씬/42 스포츠 센타 (밤)
강모가 힘든 얼굴로, 런닝 머신 위를 달리고 있다.
씬/43 지수 집 현관 + 거실 (밤)
지수와 연경이 들어온다. 두 사람 다 기분이 좋지 않은 표정들이다.
지수 : (들어와서는, 동백과 상철이 거실 바닥 카페트 위에서 서로 뒤엉켜 잠이 들어 있는 걸 발견한다) ...?
(일각에는 자장면 그릇과 술병이 놓여 있는 게 보인다)
연경 : (그런 둘을 보고는 걱정스러운지 고개를 젓고는 방으로 가 버린다)
지수 : (상철의 팔에 동백의 목이 눌려, 동백이 자는데 힘든 표정이자) ... (상철의 팔을 동백의 목에서 조심스럽게 치워 준다)
동백 : (그러자 잠 들었는데도 표정이 편안해 진다)
지수 : (그런 동백의 모습에 살짝 웃음이 나온다) ... (잠시 동백의 자는 얼굴을 바라본다)
씬/44 지수 방 (밤)
지수 : (들어와 침대에 앉는다) ... (티 테이블 위에 놓아 둔 동백 얼굴 바둑돌이 보인다) ... (티 테이블로 가서 바둑돌을 집어
뒤집는다. 웃고 있는 얼굴이 나타난다) ... (미소가 지어진다) ... (그러다가 왜 이러나 싶은 생각에 바둑돌을 내려놓는다.
연경의 말이 떠오른다)
연경 : (OFF) 자연스럽게 구동백씨랑 니 방에서 같이 놀고, 자연스럽게 같이 공연 보러 가고, 그러다가 선거 끝났으니까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헤어지겠다고? 그거는 니 계획대로 되겠니?
지수 : (마음을 다 잡으려는 듯 바둑돌을 통 안에 넣어 버린다)
씬/45 스포츠 센타 + 지수 방 (밤)
강모 : (런닝 머신 위에 올려 둔 핸드폰에 ‘지수’라고 뜬다) ... (달리기를 중단하고 전화를 받는다, 숨을 헐떡거리며) 어, 지수야.
지수 : 운동해요?
강모 : 어.. 너는..?
지수 : 집이야.
강모 : 별 일 없어?
지수 : 그럼. (하다) 내일 저녁 같이 먹을까?
강모 : 내일? 내일은 제주도엘 좀 가는데..
지수 : 그래요? 혼자 가?
강모 : (찔리는 지 표정) 음.
지수 : 그럼 저녁때 내가 내려갈까?
강모 : 일 땜에 가는 거라. 저녁에도 바쁠 거 같은데..
지수 : 그래? 알았어. (잠시 생각하는) 몇 시 비행기로 가는데?
강모 : 두 시. 왜?
지수 : (웃으며) 아니 그냥.. 알았어요. 잘 갔다 와요.
강모 : (미안하지만) 그래, 갔다 와서 보자. 잘 자. (전화를 끊는다) ... (머리가 복잡한 지 의자에 앉아 한숨을 쉰다)
씬/46 지수 집 주방 (밤)
연경 :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마시는)
지수 : (와서) 언니, 우리 내일 김포공항 촬영 맞지?
연경 : 어. 왜?
지수 : 아니야. (웃는다)
씬/47 우체국 아침 외경
씬/48 우체국 복도 커피 자판기 앞 (아침)
팀장, 윤섭, 태완, 경애, 명진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팀장 : (불만에 차서) 구동백 이 자식은 근데 왜 집들이를 안 하는 거야?
경애 : 우리 같은 사람 부르기 싫은 거 아닐까요?
명진 : 뭐야..? 한지수 집 구경은 결국 못 하는 거야?
윤섭 : 그러니까 팀장님이 세게 나가세요! 어제도 큰 소리만 치시더니, 집은 크냐? 벽지가 꽃무늬냐? 나는 꽃무늬가 좋네..
그러면 그걸 누가 집들이 하라는 말로 알아들어요?
태완 : 절대 못 알아듣지. 집들이 하라고 대 놓고 애길 해야 알지.
팀장 : (괜히 신경질) 야, 이 자식들아! 그렇게 말하면 보통 다 알아 들어!
윤섭 : (불만인) 팀장님 진짜 실망입니다. 상사가 되 가지구 왜 부하 직원 눈치를 보십니까?
뭐 구선배 눈 밖에라도 날까봐 그러세요?
팀장 : 뭐?! (소리를 버럭 지른다) 누가 눈 밖에 날까봐 눈치를 봐?!
명진 : 구동백씨 와요 팀장님.
팀장 : (걸어오는 동백을 보며) 똑똑히 봐 니들!
동백 : (순진한 얼굴로 와서는) 안녕하세요 팀장님!
팀장 : (동백 말 끝나기 무섭게 큰소리로) 구동백 너 집들이 언제 할 꺼야?!!
동백 : (놀라) 에?
팀장 : (소리친다) 결혼을 했으면 집들이를 해야 될 거 아니야! 집들이 안 할 꺼면 결혼을 왜 했어?!
동백 : (난처하다) 집들이.. 그게요.. 지수씨가 요즘 바빠서, 좀..
팀장 : (큰소리로) 요즘 세상에 안 바쁜 사람이 어딨어? (윤섭, 태완을 가리키며) 얘도 바쁘고 얘도 바쁘고 다 바빠!
그래도 집들이들은 다 해~ 왠지 알아? 현대 사회에선 그거 안하면 예의에 어긋나는 거니까!
동백 : (난처한) 아니.. 그게.. 영화가 찍을 게 많아서.. 쉴 틈도 없는 거라..
팀장 : 한지수씬 밥도 안 먹고 찍나? 잠도 안 자고 찍어? 1분 1초도 안 쉬어?
동백 : (난처한) ... (할 수 없다) 정말 죄송합니다..
팀장 : (기막혀 동백을 잠시 보다가)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안 하겠다는 거네?
동백 : (대답을 못한다)
팀장 : 알았다. (하고 가 버린다)
일동 : (동백을 실망스러운 눈으로 보고는 간다)
동백 : (난감하다) 하..
씬/49 김포 공항 청사 앞 일각1 (낮)
영화 촬영 현장이다.
지수는 전용 의자에 앉아 대본을 보고 있다. 스타일리스트가 지수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만지고 있다.
지수 : (시계를 본다)
연경 : (간식으로 도너츠를 사 가지고 온다) 간식 사왔는데, 좀 드세요. (도너츠를 들고 스텝들에게 간다)
지수 : (대본을 보며 강모가 오는 지 계속 체크한다)
씬/50 김포 공항 주차장 (낮)
강모 차가 도착한다. 운전석에서 강모가 내린다.
씬/51 김포 공항 청사 앞 일각1 (낮)
스텝1 : 한지수씨, 촬영 들어갑니다. (간다)
지수 : 네. (일어난다, 이때 멀리서 강모가 골프 가방을 싫은 카터를 밀고 가는게 보인다) ... (반가운지 웃으며 핸드폰을 꺼내
강모 쪽을 한 번 더 본다)..(강모 뒤로 정욱, 최회장, 수연이 함께 걸어오는 게 보인다. 수연이 웃으며 정욱의 팔짱을 낀다)
(놀란다) ... (강모가 지수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얼른 주저앉는다) ... (천천히 고개를 돌려, 슬픈 얼굴로,
웃으며 멀어져 가는 네 사람을 바라본다)
연경 : 지수야, 뭐해?
지수 : (충격에 빠진 얼굴로) 어.. 언니 나 잠깐만..
씬/52 이동차 안 (낮)
지수 : (멍한 얼굴로, 들어와 힘없이 털썩 주저앉는다) ...
지수 : (OFF) 내일 저녁 같이 먹을까?
강모 : (OFF) 내일? 내일은 제주도엘 좀 가는데..
지수 : (OFF) 그래요? 혼자 가?
강모 : (OFF) 음.
지수 : (OFF) 그럼 저녁때 내가 내려갈까?
강모 : (OFF) 일 땜에 가는 거라. 저녁에도 바쁠 거 같은데..
지수 : (힘든 지 얼굴을 감싼다)
씬/53 우체국 사무실 (저녁)
동백 : (책상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팀장 : (많은 양의 파일을 동백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이것도 다 정리 해 놓고 그리고 나서 집에 들어가.
너 결혼한다고 이래저래 너무 빠졌어.
동백 : 팀장님..?
팀장 : 뭐? 화나서 골탕 먹이려고 일부러 이러시는 거 아니냐고? 그딴 얘기 듣고 싶지도 않아! 태완아, 윤섭아 가자!
태,윤 : (삐친 얼굴로) 네! (팀장과 나간다)
동백 : (일어나서) 들어가십시오~!
팀장 : (OFF) 인사도 하지 마!
동백 : (신경 쓰이지만) 삐치셔도 어쩔 수 없지 뭐. 이 많은 걸 12시까지 해도 끝날까 모르겠다.
(핸드폰이 울린다. 받는) 여보세요. 상철이?
씬/54 지수 집 주방 + 거실 (저녁)
상철 : (냉장고에서 사과를 하나 꺼내며, 전화 중인) 어디야? 왜 안 들어 와, 누나 올 때 됐는데? (사과를 한입 베어 물며) 야근?
(그때 문소리가 들린다. 거실 쪽으로 걸어 와서, 지수와 연경이 들어오는 걸 보고는) 오케이! 야근 좋아!
야근 계속 하고 있어! (끊는다)
씬/55 우체국 사무실 (저녁)
동백 : (영문 몰라) 무슨 소리야 얜 또? (끊고는 서류를 뒤적인다) 하..
씬/56 지수 집 거실 (저녁)
지수,연경 : (심각한 표정으로 지수 방 쪽으로 간다)
상철 : (지수에게 와서 밝게) 누나, 오늘 매형 야근이래. 도시락 싸가지고 우체국이나 가라. 내가 데려다 줄게.
연경 : (강하게) 상철아 오늘 누나 컨디션 안 좋아.
상철 : 그래도 신혼인데 이럴 때 와이프가 남편한테...
연경 : (버럭) 상철아 그만! 누나 촬영도 접고 왔어. (지수와 방으로 간다)
상철 : (가는 지수를 보며 무슨 일이 있나 싶은) ... (사과를 베어 문다)
씬/57 지수 방 (저녁)
지수 : (들어와 침대에 앉는다)
연경 : (걱정스럽게 보며) 너 얘기 안 할 거야 끝까지? 왜 그러는 거야?
지수 : (힘들어 하며) 피곤해서 그래.. (침대에 누워 버린다)
연경 : (걱정스럽게) 하.. 그래 일단 쉬어. 이따 얘기 하자. (나가 준다)
지수 : (가만히 누워 있다) ... (갑자기 벌떡 일어나 앉는다)
씬/58 우체국 앞 (밤)
택시가 와서 멈춘다. 지수가 택시에서 내린다.
뒤따라 택시가 멈춘다. 상철이 택시에서 내려 지수를 본다.
씬/59 편의점 안 (밤)
C#1 불안한 표정의 지수가 삼각 김밥을 손에 닿는 대로 마구 집는다.
C#2 불안한 표정의 지수가 음료수와 우유 등을 닥치는 대로 마구 집는다.
씬/60 우체국 사무실 (밤)
동백 : (서류를 보다가 힘든지 기지개를 켜는) 후.. 커피나 한 잔 할까? (일어나 돌아서는데,
지수가 커다란 비닐 봉투를 들고 서 있는 걸 발견한다. 깜짝 놀라) 허억~! 지수씨?
지수 : (불안한 표정으로, 손동작과 말이 빠르다) 야근 하신다고 들었어요. (비닐 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래서 이거 좀
사왔는데 (삼각 김밥을 마구 꺼내 놓으며) 뭘 좋아하실지 몰라서 이것저것 손에 닿는 대로 다 사왔는데 이거 드실래요?
(포장을 보며) 이건 김치구요, 이거는 불고기 맛이고, 음료수도 많으니까 드시고 싶으신 걸로 드세요.
(음료수를 꺼내며) 우유도 있구, 음료수도 많아요.. 음료수도..
동백 : (그런 지수가 이상하다) ...
지수 : (김밥 하나를 들고 동백에게 내밀며) 이거.. 드실래요?
동백 : (지수의 슬픈 눈을 잠시 본다)
지수 : (힘든지 고개를 숙인다)
동백 : (담담하게) 뭐.. 머리 복잡한 일 생기셨나 봐요?
지수 : ...
동백 : (밝게) 음.. 머리 복잡할 땐, 한 10초 정도 아무 생각 안 하고 있으면, 머리가 맑아지는데.. 제 말대로 한 번 해 보실래요?
지수 : (동백을 쳐다본다)
씬/61 우편물 분류실 안 (밤)
암전 상태, 불이 켜진다. 동백과 지수가 우편물과 스탬프가 놓여 있는 테이블 쪽으로 걸어온다.
동백 : 일단 여기는 아무나 들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구요, 한지수씨니까 특별히 모시는 겁니다.
(테이블을 가리키며, 씩씩하게) 여기 서 보세요.
지수 : (의아한 얼굴로 동백이 가리킨 자리에 선다)
동백 : (스탬프를 준다)
지수 : (의아한 얼굴로 스탬프를 받는다)
동백 : 자, 이게 잉크고, 지수씨가 쥐고 계신 게 도장, 여기 우편물이 있습니다. 10초 동안 도장을 몇 개 찍는 지
제가 한 번 세어 보겠습니다. 머리를 비우셔야 실수가 없습니다. 우편물 하나당 도장 한 방! 자, 준비!
지수 : (동백을 본다)
동백 : (스탬프를 집는 포기를 취하며) 준비~!
지수 : (시키는 대로 준비한다)
동백 : (시계를 보며) 시! 작!
지수 : (도장을 천천히 찍기 시작한다)
동백 : 아.. 느린데.. 이 정도면 우체국 입사는 불갑니다.
지수 : (그 말에 조금 빠르게 찍기 시작한다)
동백 : 오, 조금 빨라졌나 싶더니 10초 끝!
지수 : (멈춘다)
동백 : (찍은 우편물을 보며) 10초에 8장.. 1초에 한 장은 찍어야죠. 이번엔 목표 열 장! 열 장입니다! 머리를 비우고! 준비.. 시작!
지수 : (조금 더 기운을 내 빨리 찍는다)
동백 : 오~ 이번에 10장 가능하겠는데! 10초 끝! (세어 보며) 열 장 됐어! 이번에 12장.. 될까요? 도전 할까요?
지수 : (끄덕인다)
동백 : 자, 준비! 시작!
지수가 도장을 찍고, 동백이 시계를 보는 여러 몽타쥬.
동백 : 이번엔 13장 가능할까요? / 14장 한 번 해 볼까요?
지수 : (열심히 찍다 마지막 우편물에 도장을 꽝~ 찍고 멈춘다)
동백 : (밝게 웃으며) 머리가 좀 맑아 지셨습니까?
지수 : (환하게 웃고 있는 동백의 모습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동백 : (밝게 웃으며) 다행입니다. 그럼 사무실로 가시죠. 제가 지금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사무실 쪽으로 가려는데)
지수 : (말문을 연다) 강모씨가..
동백 : (멈칫)
지수 : 약혼녀랑.. 약혼녀 아버지랑.. 강모씨 아버지랑 같이 여행을 갔어요.
동백 : (다소 놀란다)
지수 : (입은 웃는데, 눈물이 흐른다) 나한테는.. 혼자 간다고 그랬는데.
동백 : (그런 지수가 측은하다, 힘내서 웃으며) 그랬습니까? 아, 김선배 나한테 한 번 혼나야겠네요.
지수씨한테 거짓말을 하면 됩니까?
지수 : (동백의 말에 힘을 내서) 그렇죠? 그건 안 되죠?
동백 : (밝게) 안 되죠. 연인 사이에 제일 하면 안 되는 게 서로 속이는 거 아니겠습니까?
저야 물론 연애를 안 해 봐서 말할 자격은 없지만요 하하!
지수 : (동백을 본다)
동백 : (의도를 갖고, 별 일 아니라는 듯 밝고 빠르게) 근데 왜 그랬을까요 김선배가?
아니, 약혼한 사실을 지수씨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약혼 했으니까 가족 여행 어쩔 수 없이 갈 수도 있잖아요.
그걸 지수씨가 이해 못 해 줄까봐 거짓말을 합니까? 야..! 이거 생각 할수록 혼나야겠네?
지수 : (동백을 본다)
동백 : (열변을 토하는) 지수씨가 물론 그걸 알면 신경이야 쓰이겠죠. 그래서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일도 손에 안 잡히고..
그럴 수야 물론 있겠지만, 그래도 사실대로 말하는 게 더 중요한 거 아닙니까?
지수 : (동백의 의도를 알아채고 엷게 웃는다)
동백 : (큰소리치는) 다음번에 뵈면 제가 아주 혼구녕을 내 주겠습니다!!
지수 : (다소 마음이 편해져서 동백에게 핸드폰을 내민다)
동백 : ...?
지수 : 단축번호 1번이에요. 지금 당장 혼내주세요.
동백 : 에? (잠시) 진짜요?
지수 : 네. (핸드폰을 쥐어 준다)
동백 : (핸드폰을 들고 난처한 지) 저 진짜 누릅니다.
지수 : 네. 누르세요. (웃는다)
동백 : (웃는 지수를 보고는 장난스레 서서히 단축번호 1번으로 엄지손가락을 갖다 댄다) 누릅니다.. 누릅니다.. 엄지 닿습니다..
힘 줍니다..
지수 : (장난치듯 핸드폰을 확~ 뺏는다)
동백 : (그런 지수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
지수 : (그런 동백을 보고 웃는다)
동백 : (시계보고) 아우, 저 진짜 빨리 가서 일 해야 됩니다. 팀장님이요 일거리를 얼마나 주셨는지.. (가려는)
지수 : (가려는 동백의 손목을 잡아 세운다)
동백 : (그대로 멈춰 선다) ...?
지수 : 차사고 났던 날.. 그 날 거기에 있었던 사람이..
동백 : (듣고 있는)
지수 : 구동백씨라서 정말 다행이에요.
동백 : (그 말에 선채로 얼어붙는다)
지수 : 고마워요. (동백의 등에 얼굴을 살며시 대며) 그 날 거기에 있어줘서..
동백 : (놀라 눈이 동그래진다)
지수 : (동백의 등에 기댄 채 미소 짓는다)
누군가의 손이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폰카로 찍는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