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시판에 오니 '가시고기'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와 있군요. 저도 이 소설을 읽고 글 올리려고 했는데..
이 책은 쉽게 손이 가기 어려운 그런 책 중의 하나입니다. 분명히 눈물샘을 자극할 거라는 것을 빤히 알아서 일부러 외면한 점도 있어요.
근데 한번 잡고는 하룻밤 사이에 읽어버렸어요.
정말 줄거리는 빤하죠.
로베르토 베니니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보다 좀 신파적이기는 하고 영국영화 '레이닝 스톤'보다 더 심각하고 무겁기는 하지만, 모두 아버지들의 애틋한 부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선 공통점이죠.
작가는 드라마로도 방영된 '그녀가 눈뜰때'를 썼다죠.
역시나 고생고생한 주인공이 나중엔 죽을 병에 걸려 죽고 마는 신파입니다. 흠.
그럼에도 이 소설은 읽는 사람을 마음 아프게, 흐느끼게 만들어요.
일단은 병원 풍경, 환자와 그의 가족들의 심리 묘사가 리얼해요. 특히나 식구중에 아픈 사람이 있었던 사람은 알거에요. 그 무겁고 칙칙한 병원 분위기를.
소설 속에서 이제는 완치된 한 아이가 이런 말을 해요.
아픈 사람들에게 힘든건 몸이 아픈 고통이 아니라, 옆에서 간호하는 엄마의 지친 얼굴이라고..
정말, 그렇겠죠. 흠, 좀 뜨끔..
소설의 끝은 점점 더 부정의 극치를 향해 달려갑니다.
크, 아버지의 자식사랑이 결국 열매를 맺게 되지요.
물론, 이 소설은 감동적이고 슬피고, 리얼합니다.
그런데 전 너무 '아버지'를 초인적인 인간으로 그린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 사람 개인은 없고, 오직 아버지란 이름만 있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의 자식 사랑은 마찬가지일테고 극진할테지요.
그런데 전 소설이나, 드라마(어제 본 mbc드라마에서도 자신이 죽을 병에 걸린 것을 안 엄마가 아픈걸 숨긴채 아이를 이혼한 남편에게 맡기고 자신은 공부하러 떠나는 것처럼 쇼(?)를 하더군요)에선 어떻게 그렇게 자신의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희한하더군요.
그것도 자식을 생각해서 그 아이가 자신의 부재로 인해 받을 영향을 염려하여..
죽음 앞에서 그런 흔들림 없는 자세가 가능한건지. 오히려 화내고, 안타까워하고, 살고 싶어 바둥거리는게 인간의 리얼한 모습이 아닐지.
그런 점에서 전 좀 답답하더군요.
왜 아이를 남겨두고 먼저 가는 소설, 영화, 드라마 속의 부모들은 한결같이 폼잡는 모습을 보여줘서, 생에 초연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을 초라하게 만드는건지..
그리고 그런 생각도 해봤습니다.
이 사람들은(작가 내지는 방송작가) 과연 '죽음'을 심각하게 생각해봤나, '죽음'과 '병마'를 관념으로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드라마나 소설 속에서 괜히 보는 사람들 눈물 뺴려고, 이 사람 저사람 죽이고 병들게 하고, 이런 모습에 좀 짜증이 났었거든요..
너무 함부로 남발하는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