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신앙공동체의 스케치
이귀란 권사/
D - 1day 2013년 8월 13일
아침 일찍 산으로 올랐다. 잠을 깬 온갖 벌레들의 합창소리와 먹이활동으로 아침 숲은 부산스럽다. 마을을 한 바퀴 돌아 씀바귀를 한 바구니 뜯고 호박잎과 넝쿨순도 몇 개 따서 바구니에 담았다. 부자 된 기분이다.
아침에 예배당으로 가 보니 천정의 보수 수리공사는 거의 마무리단계이다. 목사님께서는 손님들 맞이하느라 분주하시고, 신집사는 유아실 벽에 몰딩공사 중이다. 예배실 천정의 등도 거의 달려 있다.
- 저 밑으로부터 뜨거운 것이 올라온다. 그저 감사하다. 앉으나 서나 감사이다.
이제 내일 저녁부터 전교인 영성수련회가 시작된다. 기대감, 설레임들이 마구잡이로 몸을 들쑤시고 다닌다. 어떻게 전 교인이, 어린 아가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한 조가 되어 합하여 선을 이루어 나갈까? 그 모습을 지켜보게 된다는 사실, 아니 나도 거기에 끼어서 함께 기도하며 먹고 마시게 된다는 이 현실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다.
누구와 얼마만큼 가까워질까?
누구에게 응석을 부릴 수 있게 될까?
누구의 어떤 포즈를 포착하게 될까?
주님께서는 누구의 눈물을 닦아주실까?
지금은 D - 1day night.
D - day Morning
이미 어제 저녁에 시설 팀들이 교회 마당에 천막을 치고 텐트도 쳐 놓았다. 잔칫집 분위기이다. 목양관에서 시작하여 차돌이의 머리위로 갤러리의 양 용마루로까지 천사가 나팔을 부는 듯 하고, 내 마음도 덩달아 천상의 언어로 채워진다.
어디론가 쉬임 없이 걸어가고 끊임없이 꼬리를 물고 달려가는 자동차의 숲에서 우두망찰한 적이 어디 한 두 번 이었던가. 적어도 사나흘은 수동적인 상태에서 말씀 공부하며 쉬임이다. 신난다.
- 하재찬님, 제가 쓴 모자의 이름은 치료하는 손길이어요.
- 오종윤 목사님, 신·구약의 문지방을 넘었으니 이제 말씀 안에 거할게요.
- 김선희님, 잠자리 날개 같은 모시에 한 땀, 한 땀 바느질 하느라 조신해졌어요.
- 김영식님, 남이 안 간 길도 가보고 기초를 철저하게, 배려하고 나누고 가르칠게요.
- 여기는 웰캄 투 쌍샘골이거든요?
- 윤희경님, 다양한 개체가 서로 기대며 살아가는 숲 이야기, 더 가르쳐 주세요.
- 사이의 풍자와 해학이 있는 한 여름밤의 아방가르드(avant-garde).
- 장일순 님, 당신의 삶을 따를게요.
- 쌍샘은 한 분, 한분이 이미 문화, 그 자체거든요?
- 둥글게 앉아 나눈 뒷 담화, 수호천사를 위한 기도는 계속 할게요.
사흘 째날, 나는 해찰을 부리고 싶었다. 우리들의 주변에 성령이 운동하시는 것 같기는 한데, 나에게는 임하시지 않은 것 같아 심통이 났다. 왔다리갔다리 하는 마음에 손을 얹고 내가 나를 달래주었다. 여긴 쌍샘이잖아…. 그리고 성령이 비둘기같이 임하시는 은총을 기다리며 너덜너덜해진 믿음을 꺼내어 순정한 기도로 헹구었다. 그리고 다시 보니 느긋하게, 푸근하게, 깊게, 서로를 바라보고 기다리고 맞춰가는 이런 모습들이야말로 진정한 영성수련회였다.
After -
나에게 다가와 안겨준 새 친구 민경이,
기도문 쓰라 명령? 하신 김권사님,
커피 타다 달라고 응석? 부린 조집사님,
독서 발표하라 지명하신 민집사님,
토끼눈으로 말씀을 외우도록 하신 조집사님,
참외조에서 성심 다 해 기도하며 율동까지 해주신 백집사님 백미였어요,
때마다 맛난 밥 먹여주신 박권사님,
기도대로 ‘의’를 나타내 주신 우집사님,
아, 그리고 아장거리며 사랑을 가르쳐주는 윤지,
찬양으로 말씀으로 기도로 눈길로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이 모양, 저 모양으로 챙겨주고 보살펴주고 바라봐주신 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하나님, 쌍샘은 쌍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