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5년 설립.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펜실베니아대 등과 함께 동부 명문 8개 아이비리그 대학중 하나다. 전체 학생수는 1만8397명. 대학원생은 5000여명. 학비 및 숙식은 약 연 2만7000달러. 7개학부와 4개 대학원으로 나눠 져 있으며, 코넬 의대는 뉴욕시에 있다. 사립대이면서도 주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특이한 대학교다. 주정부는 농과대학, 노동대학등 3개 학부를 지원한다. 호텔경영학과는 1922년 미국 최초로 설립됐다. '코넬 마피아' 코넬대 호텔 경영학과 동문들이 미국 호텔업계를 주름 잡고 있다고 해서 생겨난 말이다. 전세계 관광업계 요직에 8000여명이 포진해있다. 필립 밀러 동문담당국장은 "전세계 어느 도시에 가든 코넬 호텔경영학과 출신이 없는 도시가 없다"고 자랑했다.
현재 전세계 호텔 체인을 갖고 있는 포시즌 호텔 존 샤프 회장이 이학 교 65년 졸업생이다. 또 매리어트 호텔 체인은 오너 가문이 코넬대 호텔 경영학과를 나온 덕택에 졸업생들이 곳곳에 포진해있다. 조엘 아이스먼 매리어트 호텔 부사장, 윌리엄 미노크 매리어트 리조트 부사장등이 대표적인 예. 이밖에 고품격 호텔 체인인 브리스톨 호텔의 피터 클라인 회장, 미라지 호텔 댄 리 부사장, 아틀란틱시티 시저스호텔 오드리 오스웰 수석부사장, 뉴욕 최고급 호텔인 왈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에릭 롱 지배인, 홀리데이인 커크 킨셀 부사장, 샌프란시스코 하얏트 호텔 토니 크노르 지배인, 덴마크 SAS 로얄호텔 존 몬하트 상무, 동경 하얏트 호텔 데이비 드우델 지배인, 홍콩 인터콘티넨탈 호텔 존 후쿠다 부사장 등이 있다.전 세계 호텔경영자 총회를 열면 그게 곧 코넬 동창회가 될 지경이다. 우리나라엔 하얏트 호텔 마케팅 담당인 배선경(35)씨와 힐튼 호텔의 노경숙씨가 있다. 우주생성의 비밀을 다룬 코스모스의 저자 고 칼 세이건 박사가 이 학교에서 가르쳤다. 입학생의 대학수능(SAT) 평균점수는 영어 660, 수학 680점이며, 외국인 지원자는 토플 600점이상을 받아야 한다. 홈페이지는 www.cornell.edu
미국 뉴욕시에서 서북쪽으로 400여㎞ 떨어진 곳에 있는 이타카란 작은마을. 인구 3만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선 좀처럼보기 힘든 9층짜 리 호텔이 하나 있다. 객실 150개의 스태틀러 호텔. 이 호텔은 그러 나 '보통 호텔'이 아니다. 코넬대 호텔경영학과가 직영하는 호텔이 다. 일요일인 지난달 14일 밤 11시쯤 기자가 도착했을 때 자동차문을 열어주면서 "해피 발렌타인"을 건넨 도어우먼은 2학년 스테이시양 (20). 프런트 데스크는 3학년생, 레스토랑은 식음료과 학생 직영, 호텔 청소는 신입생… 호텔이라기보다는 강의실이고 실습장이다. 그렇다고 서비스가 아마추어급이거나 음식맛이 '실험적'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뉴욕 인근 최고급 수준이다. 하루 투숙료 150달러 의 싸지 않은 값이지만 평균 객실 점유율 82%. 학생부처장 돈 비숍교수는 "호텔경영학과에 입학하면 최소한 800 시간의 호텔근무 실습을 거쳐야 졸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숙객이 도착했을 때 양손과 겨드랑에 가방 네 개를 동시에 드는 법, 와인 맛보는 법에서부터 호텔회계에 이르기까지 수업과 실습은 하나다. 졸업하면 언제 어느 호텔에 갖다 놔도 완벽하게 일하고 경영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학 랭킹을 매기기 시작한 90년대 초반 이후 코넬대는 호텔학과 랭킹에서 단 한 차례도 1위를 내준 적이 없다. 졸업작품전도 가장 호텔학과답다. 졸업을 한달 앞두고 매년 4월 초 열리는'호텔 에즈라 코넬' 행사. 2박3일동안 호텔학과 전 학년생 700여명이 호텔을 '인수'해 호텔학과 졸업생들과 업계 관계자, 지역 유지등 500여명을 초청,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유감 없이 보여주는 자리이다. 74년째 계속되고 있다.
먼저 객실, 행사, 서비스, 식음료, 주방 등 16개 분야를 담당한 대표 16명을 선발해 이들 지휘 아래 발레파킹, 등록, 안내, 조리, 서비스, 세탁, 청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학생 스스로의 힘으로 해낸다. 올해 행사 담당을 맡은 스티브 워커군(20,3년)은 "16명이 학기 초부터 매주 20시간씩 모여 회의를 갖고 있다"면서 "이같은 대규모 행사를 치르고 나면 호텔 경영 전반에 대해 거의 모든 걸 배우 게 된다"고 자랑했다. 품평은 호텔 업계 관계자들과 동문들. 참가비가 부부 동반 850달러로 비싼 편이지만, 동문들은 '풋내기' 후배들을 보러 굳이 뉴욕 시골 동네 이타카까지 찾아온다. 실무 투입이 즉시 가능한 '재목'들 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모든 수업은 실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컨대 'TCAB'과목은 과목 이름이 호텔안에 있는 레스토랑 '테라스 카페 앤드 브리스토' 의 약자다. 수강생120명이 30명씩으로 나뉘어 한 학기동안 '테라스카 페' 주인에서부터 주방장에 이르기까지 각종 직책을 모두 맡아보도록 한다. 음식 재료비는 물론 학교 부담. 업무추진비 100달러가 별도 보너스로 지급된다. 주방장이 수시로 바뀌다 보니 '테라스 카페' 엔 매일밤마다 진귀한 음식이 진열되곤 한다. 아프리카 출신 학생이 식당 주인역을 맡으면 아프리카 음식이 메뉴에 오른다. 얼마전엔 한국 음식을 좋아하는 미국 학생이 불고기판을 벌여 히트를쳤다고 한다.
취업율은 100%. 졸업후 첫해 평균 연봉은 3만5000달러, 대학원생은 5만2000달러 정도. 그러나 임금 상승 속도는 다른 학과보다 훨씬 빠르다. 졸업후 5년안에 2배, 10년이 지나면 3.5배(코넬대 자체조사) 에 이른다. 캐시 엔즈 교수는 "호텔 경영학은 주방장이나 벨보이를 배출하는 게 아니라 호텔을 종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경영인을 배출하는 것"이라면서 "연봉이 빠른 속도로 올라가는 것도 코넬대 졸업 생들이 경영능력을 인정받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음대 2학년을 다니다 미국에 와 호텔경영학과로 진로를 180도 바꾼 조현아양(24, 4년)은 "코넬 호텔경영학과의 모든 수업은 고객 서비스 분야에 초첨이 맞춰져 있다"면서 "대학 졸업과 동시에 곧 바로 호텔을 경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99/03/10)
[세계의 초일류대학]코넬대학 취재 후기
코넬대학을 처음 방문했던 81년 여름 당시 기자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쿠싱고등학교 3학년생으로 섬머스쿨을 위해 3개월동안 코넬대에서 보냈다. 외교관의 아들로 태어난 덕분에 아버지를 따라 미국 유학길에 올랐고, 순전히 코넬대학 건축학과에 관심이 있어서 섬머스쿨을 다녔던 것. 코넬대학이 위치한 이타카시는 뉴욕시에서 서북쪽으로 400㎞쯤 가야한다. 87번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일반도로로 꺽어들어가야 하는 데 워낙 시골이어서 교통편이 그리 발달되지 않은 게 흠이다. 이타카시에서 2시간정도 더 가면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나이애가라 폭포. 학부모들이 코넬에 왔다가 나이애가라 폭포를 구경하고 뉴욕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타카에는 카유가 호수가 있는데, 경관이 워낙 수려하다. 김밥 싸 갖고 호수가에 앉아 가족들과 함께 피크닉하면 그만이다. 기자가 섬머스쿨을 보낼 때 가족과 함께 온 몇몇 한인 학생 선배들이 우리까지 불러 카유가 호수에서 김치를 원껏 먹고 밤새 물을 킨 생각이 아슴프레 하다. 이타카는 워낙 조용한 동네라서 그런지 음주에 관한 법이 철저한 편. 길거리에서 병마개가 열린 술을 마시는 게 불법이다. 코넬대학은 미국 대학중 아마 캠퍼스가 가장 아름다운 곳 중 하나일 것이다. 캠퍼스 북쪽에 있는 호수 주변은 워낙 정글처럼 수풀이 빽빽해 60년대 TV시리즈 타잔을 촬영했던 장소로 애용됐다고 한다. 또 학교 전체가 계곡으로 둘러 싸여 있는데, 어떤 곳은 깊이가 100m나 돼 그야말로 심산유곡의 분위기가 절로 배어 있었다.
기자의 머릿속에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 있는 장면이 있다. 무더운 여름 친구들과 100m 계곡 아래까지 재미 삼아 내려갔다가 남녀 학생들이 홀랑 벗고 떼지어 일광욕을 즐기는 장면을 목격했다. 문화적 충격이랄까. 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코넬대 학생들이 워낙 자유분방해 그런 장면은 쉽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이 대답하는 바람에 물어보는 사람만 쑥쓰러웠던 기억이 있다. 또 하나는 화장실에서 일어났다. 아침에 부시시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소변을 보고 있는데, 여학생이 "하이"하면서 샤워하러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기절초풍할 노릇이었다. 분명 남자 화장실인데 왜 여자가 들어오는가 말이다. 눠던 소변이 절로 딱 끊겼다.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커튼을 치고 샤워를 했다. 옆에서 샤워하던 남학생에게 태연하게 샴푸 빌려달라는 소리도 함께 하면서. 지금은 흔하지만, 그 당시엔 코넬이 맨 처음 남녀간 화장실 벽을 허물었다고 한다. 남녀가 한 화장실에서 용변보고 샤워하는 것이었다. 이후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코넬대학에 이어 남녀 화장실 구분을 없애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다. 이번에 확인한 결과 남녀 공용 화장실은 아직도 존재한다고 한다. 사람들이 역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하는 바람에 묻는 사람만 쑥쓰러웠다.
코넬에 3개월 머무르면서 눈을 뜬 분야가 있었다. 바로 천체물리학자 고칼 세이건박사의 존재를 알게됐다는 점이다. 고칼 세이건 박사는 우주 생성의 비밀을 다룬 TV시리즈 [코스모스]로 당시 젊은 학생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주인공. 여름 방학이라 그를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사무실에도 가보고, 그의 수제자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우주생성의 비밀과 미래학에 눈을 뜨게 됐던 계기가 됐었다.
18년이 지난 이번에는 미국 초일류 대학 취재를 위한 [업무여행]으로 다시 방문하게돼 감회가 남달랐다. 그러나 학교 전체가 온통 눈으로 덮여 있어 18년전을 한껏 느낄 수는 없었지만 또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기자가 도착한 것은 2월 14일 밤 11시. 코넬대 스테틀러 호텔. 이 호텔은 코넬대 호텔경영학과가 직영하는 호텔이었다. 눈발이 흩날렸고, 날씨는 영하를 밑돌았다. "해피 발렌타인"이라고 외치는 도어우먼이 아니었으면 그날이 발렌타인 데이라는 것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짐가방 두개를 잽싸게 집어들고 호텔 안으로 안내한 그 도어우먼은 사실은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학생이었다.
호텔 카운터. 역시 학생들이 손님들의 객실 배정을 책임지고 있었다. 예약을 확인하고, 이름을 적고, 신용카드를 건네고. 방번호 762호. 컴퓨터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전화가 있었고, 케이블TV도 있었다. 여느 1급 호텔과 전혀 차이가 없었다. 없는 건 냉장고뿐. 호텔 바로 옆에 호텔경영학과 건물이 붙어있다. 입구는 다르지만 통로가 연결돼 있다. 학생들이 사용하는 입구에 가면 태극기를 포함, 45개 국기가 걸려있다. 전세계 체인을 갖는 호텔업계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호텔 경영학과 건물엔, 강당에서부터 교실, 와인 창고, 도서관, 주방, 음식 실험실 등이 있다. 15일 아침부터 호텔내 반피 레스토랑과 사무실에서 인터뷰한 교수들은 한결같은 목소리를 냈다.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학생을 배출한다." 실무를 강조한다고 교수들이 연구를 안하는 것도 아니다. 교수들은 업계와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려고 무척이나 노력한다. 업계 돌아가는 내용을 모르면 실전 교육이 될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캐시 엔즈 교수는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다. [전략 경영]이라는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프로젝트를 주는 것. 그리고 업계 최고 관계자를 초청, 심사토록한뒤 우승자에게 상금으로 200달러를 주도록 했다. 최근엔 리조트 콘도 분양권에 대한 프로젝트를 숙제로 내주고, 매리어트 호텔 사장을 초청해 심사토록 했다. 그와의 일문일답.
--왜 매리어트 호텔 사장이 바쁜데도 불구하고 차로 몇시간씩 걸려 이 시골동네에 옵니까.
"신선한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죠.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겁니다. 또 입도선매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모두 자비로 옵니다. 상금도 현찰로 200달러를 준비해옵니다. 세금 안 뗀 빳빳한 돈입니다. 바쁜 사람들이지만, 하루 저녁 스태틀러 호텔에서 묶기도 합니다."
--학생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교수뿐만 아니라 업계 최고 관계자와 함께 수업을 진행하다보니 훨씬 더 박진감 넘치는 강의가 됩니다. 학생들은 업계 사정을 그대로 전달받을 수 있죠."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와인학과였다. 별도 학과로 구분돼 있다. 와인 학과장 사무실 바로 옆에는 온도 및 습도 조절이 된 와인 창고가 있었다. 와인을 알아야 에티켓을 알고, 격조 높은 호텔 경영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학과를 창설했다고 한다.
석사과정 1년인 앤드류 하우드씨(25)는 자칭 와인 전문가. 와인 창고에 들어가 최고 1959년산 2500달러짜리 포도주에서부터 3∼4달러짜리 포도주까지 모르는 게 없다. 명문인 버지니아주 윌리엄 앤드 매리대학 출신인 그는 뉴욕시 유명 레스토랑에서 포도주 구매 담당역으로 일하다가, 코넬에 들어 왔다고 했다. 그는 하루에 5∼6시간 정도 밖에 잘 수 없다고 한다.
공부도 해야 하고 조교도 하느라 시간이 모자란다고 투덜거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와인 잡지를 빠짐없이 읽어야 한다는 것. 역시 업계 사정을 모르면 뒤쳐진다는 강박관념같은 게 느껴졌다. 돈 비숍 학생부처장은 호텔경영학과의 미래는 밝다고 강조했다.
--호텔경영학과에 대한 전망은.
"관광 산업이 미국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무려 11.2%에 달했다. 1998년에 9499억달러였고, 2000년 1조612억달러, 2010년 1조7146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호텔 경영학 분야는 앞으로도 큰 성장이 예상된다."
--지금 호텔경영학과를 갖고 있는 대학은 어디인가.
"네바다 대학, 미시건 주립대 등 180개 학교가 뒤쫓아왔다. 다른 대학이 호텔경영학과를 설립할 때 주로 코넬대 졸업생들이 주축이 돼 설립했다."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재미있어 했다. 재미 있으니까 잠도 안자면서 공부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이라면 하루에 5∼6시간씩 자면서 공부한다는 게 불가능하다는 어느 학생의 말에 공감이 갔다. [TCAB]이나 [호텔 에즈라 코넬]행사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만나서 회의하고 토론하고, 밥먹는 게 즐겁다고 한다. 좋아서 하는 것이라는 얘기다.
서울음대 2년을 다니다 코넬로 온 조현아씨(24·4학년)은 "호텔경영학이 좋아서 왔다"면서 "한국과는 모든 게 다르다"고 했다. 강요보다는 자발적으로, 딱딱하기보다는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는 이곳 교수들의 강의법과 수업 준비 정도가 한국과 판이하게 다르다는 얘기였다. 18년전 고교생 시절 느낀 코넬이 [낭만]이었다면 18년이 지난 기자로서 느낀 코넬은 [경쟁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