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25조원 시장 대기업이 '꿀꺽' … 중소상인 "영역 침해" 반발
대기업과 지역중소상인간 갈등이 대형마트를 비롯해 SSM에서 지역 식자재도매업과 골목식당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각종 양념과 냉동식품은 물론 잡화, 정육, 수산, 청과 등 기존 중소 식자재도매업체와 똑같은 품목을 유통함에 따라 지역 골목상권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역 중소상권 뿔났다 = 대전, 청주, 인천, 원주, 전주, 익산, 부산, 울산 등 전국 11개 도시의 상임대표 11명으로 구성된 '대상㈜·CJ 식자재도매업 진출 규탄 전국대책위'는 최근 인천 부평문화의거리 상인회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전국대책위는 조직 체계를 갖추고 공동 대응책을 논의했다. 또 조중목 인천도매유통연합회 회장을 전국대책위 상인대표로 선출했다.
대상, CJ 식자재 도·소매업 진출저지 전국대책위원회,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등은 1일 오후 2시 동반성장위원회 앞에서 '대상, CJ, 롯데 식자재 도소매업 진출 규탄대회'를 가졌다. 전국의 중소상인들은 최근 대기업이 자회사를 통해 전국적으로 식자재 유통업에 진출해 영업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줄도산을 코앞에 두고 있는 절박한 목소리를 전달하며 중소상인 영세사업자들의 생존권을 지킬 것을 호소했다. 이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요구되는 현실에서 중소상인, 영세사업자들은 생존권 보호를 위해 정부차원의 중소상인 적합업종보호를 위해 식자재 유통업을 신속히 적합업종으로 지정할 것을 담는 '중소상인적합업종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또한 업종을 가리지 않고 사업 진출·확장하고 있는 대기업 유통재벌의 행태에 대한 규제를 요구하는 '전경련 해체, 유통재벌규제 요구 기자회견' 규탄대회도 전경련 앞에서 개최했다. 이들은 "식자재도매업의 대기업 진출은 SSM과 업종, 형태만 다를 뿐 중소상인들의 생존을 위협하긴 마찬가지"라며 "향후 전국대책위의 규모를 키우고 결집력을 높여 생존권을 사수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다윗과 골리앗' 싸움 재현 = 이처럼 25조원 전국 식자재 시장을 놓고 식품 대기업과 중소 식자재상 간 또 다른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소상인들은 대기업이 소상공인의 영역을 침해했다고 하고, 대기업은 시장 선진화를 위한 불가피한 진통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례로 대상 계열사인 대상 베스트코가 청주·익산·강릉 등에서 지역 식자재상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유는 베스트코가 이 지역들에 진출하면서 가격을 시중가보다 15~20% 이상 저렴하게 치고 들어오면서 기존 식자재상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베스트코의 사업에 대해 중기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하고 대상 본사 앞 등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등 강력 반발을 하고 있다.
청주시 흥덕구 수곡동 1004마트 박원규(43) 대표는 "대기업이 자금력을 이용한 일시적인 가격파괴 전략으로 기존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중소 식자재상의 밥그릇을 빼앗으려 하고 있다"며 "이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과 마찬가지 행태"라고 비판했다.
반면 대기업 관계자는 "유통단계 간소화에 따른 가격 인하일 뿐 가격파괴를 통한 시장 공략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낙후된 식자재 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반박했다.
◆대기업, 골목식당 식자재도 '꿀꺽' = 대기업이 골목식당 식자재 유통업 진출에 따라 지역의 소규모 식자재 유통업체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기업이 막강한 자본을 앞세워 저가 판매를 하면 영세 유통업체들이 모두 고사할 것이 눈에 뻔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이름을 숨긴 채 지역 업체를 무더기로 인수하는 '꼼수'로 영세 상인들의 대응을 피해가는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소규모 식자재 유통업체의 주 거래처인 전통시장과 농수산물 소매점들도 덩달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충북본부 관계자는 "대상은 지난해 5월 대전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농수산물도매시장 인근에 대규모 식자재 매장을 내고 신선·가공식품을 파격적으로 싸게 팔아 주변 영세 식자재 유통업체들이 심각한 상황을 맞았다"며 "청주에서도 지난 2월 입점을 시도하려다 중소상권이 반발하자 입점을 연기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