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에 운전해서 가는 건 어려웠습니다.
우리집에서는 가까운 곳인데도 운전시작한지 9개월정도인 나에게는
꽤 어려운 것 같았습니다...
그전에는 어렵지 않고 쉽다고 생각했는 데.
토요일 차가 많은 도로는 한적한 도로를 혼자 달리는 것하고는 많이 다르다는 걸 오늘에야 알았지요,,
신호등을 보지 못하거나 갑자기 차선에 차가 끼어든다던가 할 때의 대처능력이 없으니까요,,
아이가 갑자기 차앞으로 뛰어들기도하고..
급정거를 여러번 하면서...
1시간여를 모범80킬로를 지키면서 운전한 끝에 남이섬에 도착하니까
엄마는 내가 운전하는 차타는 게 겁난다고 하시더군요..
언제나 뒷자석에만 타고 오는 여동생은 -_-;;;이런 표정이구요,,
뭐 그래도..
나는 멀미가 심해서 운전을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던 지난날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과거의 어느날이 무색할 정도로
혼자 차를 몰고 다니는 지금의 내 모습은 멀미를 하던 지난 날의 나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인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역시 사람의 앞일은 모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남이섬에 도착하니까...남이섬 유원지 입구에 나이든 직원한분이 제게 주차요금 4천원을 달라고 하셨어요..뭐가 이리 비싼가 했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동생의 장애인 복지카드를 보여줘도 할인은 없다고 하구요,,,
할 수 없이 4천원의 거금을 들인만큼 신나게 놀아야지 하면서 주차를 하고 내리니까..
시원한 강바람에 마음이 시원했습니다..남이섬을 둘러싸고 흐르는 강물은 정말 차갑고 선선했었거든요,,,거기에 토요일 오후를 맞아 놀러온 가족들과 연인들의 모습은 행복하기 그지없었어요
사람의 감정은 전염이 되는 건가봅니다. 웃고 즐거워하는 젊은 연인들과 가족들 속에 끼어있으니까 나와 엄마 여동생 우리세사람도 함께 더불어 이유없이 설레이고 즐거워 지더군요,,,
여기저기에서 생각지 못한 기발하고 유머스러운 포즈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모습도 재밌구요,,
멀리 위에는 번지점프를 하겠다고 뛰어내리는 뚱뚱한 아저씨의 모습도 웃겼습니다...
엄마는 그 장면을 보면서 "저거 봐라...하하하하하하" 웃으면서 천진난만하게 좋아하셨지요,,
남이섬까지 들어갈려면 선착장에서 배를 타야 하는 데...그 앞에는 택시들이 아주 많이 다닙니다..
그 택시안에서는 커다란 배낭이랑 가방을 여러개 든 관광객들이 내리구요,,얼굴에는 호기심이 가득했습니다...
엄마랑 나 동생은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나는 우리동네에서 먹던 식당보다 배다 비싼 음식값에 짜증이 났지만 그래 유원지에 왔으니까 기분좋게 해야지 하는 심정으로 참기로 했습니다...글세.. 버섯전골2인분을 시켰는 데 공기밥은 따로 돈내고 시키라고 하잖아요..^^;;;
아직도 화가 나네요,,,호호....
밥을 먹고 나서 한동안 번지점프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동생이 과자를 사달라고 하길래 가게에 들어갔습니다...
과자봉투를 손에 든 동생은 계산도 하지 않고 그냥 밖으로 나오는 거예요,,
나는 전혀 경제관념이 없는 동생에게 경제관념을 가르쳐주기 위해 천원지폐를 주고 주인에게 돈을 건주고 거스름을 받게 했습니다..
동생은 과자를 손에 들고 너무 좋아했어요,,,
그후로 내내 동생은 이런 노래를 불렀어요
"얼굴 찌푸리지 말아요..많이 사줄께..♩~~"
동생의 노래는 어딘가에서 들어봄직한 멜로디에 자신이 지어붙인 가사로 노래를 자주 흥얼거립니다. 일종의 즉석 창작곡이라고 할 수 있지요,,,,
동생의 노래를 들으니까 동생은 과자만 많이 사주면 얼굴 찌푸리는 일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참 행복한 세상에 사는 동생같았습니다, 과자 많이 사주면 얼굴 찌푸릴 일이 없을 정도로 단순하고 순수한 세상에 속해 있으니까요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말이죠,,,^^;;;;;
그 기분좋은 동생과 함께 남이섬 선착장에 들어가서 남이섬으로 들어가는 배표를 끊었습니다.
배를 탈려면 성인 1명당 5000원짜리 표를 끊어야 하거든요...그런데 동생은 장애인 할인이 되어서요
3500원을 냈습니다...
표를 내고 처음으로 배를 탔습니다...배를 타니까 초록색 강물이 나의 눈앞까지 바짝 다가왔습니다..
가까이 보니까 초록색 물빛이 참 예뻐보였어요..
배를 막 오른 시간이 5시 22분이 이었는 데...해가 조금씩 저울어 가는 때 였지요..
배에 타는 게 처음 인지라 무척 신기하고 재밌었습니다.
둥실둥실 움직이는 배안에서 동생은 과자를 우쩍 우쩍 씹어먹었어요,,
"동생아 이게 뭐냐? 나는 동생에게 초록강물을 가르면 달리는 옆으로 가느다란 물살을 가리키며 물었지요,,,
동생왈 "배야 배..."
동생은 배라는 것만을 말하고는 계속해서 과자만 먹었습니다,,
배안에서는 여기저기 디지털 사진기를 찍는 연인들과 가족들의 모습이 무척 즐거워보였습니다.
눈을 돌려 서쪽을 보니까..
서서히 저우는 태양 근처로 붉은 빛이 들어가고 ..그 붉은 빛은 강물위로 물결을 그리며 떨어지고 있었어요,,,,
참 예쁜 광경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머리속에다가 사진을 찍어두기로 했습니다...
시원한 한기를 머금은 강바람도 좋았구요,,
해지는 강물을 표현하고 싶었는 데,,멋진 강물의 물결은 전혀 못그리겠어요
^^;;그래도 기억대로 느낌대로 그려봤어요..내 멋에..ㅎㅎㅎ
배를 타고 도착한 남이섬 가득히 예쁘게 늘어선 나무들의 모습도 좋았고,,,
자전거를 타고 즐거워하는 관광객들,,,
겨울연가 촬영지 선전 안내문을 보는 것도 기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한번도 가보지 못한 곳에 발을 디뎌보고 공기도 마셔보는 것도 신선했습니다.
그 동안 한곳에 정체되어 답답했던 마음도 해방되는 기분이구요,,^^
남이섬에서 돌아오는 배안에서 동생에게 물어봤어요,,
"동생아!~ 배타는 거 좋아요?"
"배 타는 거 좋아요.."
동생은 정말 즐거워 보였습니다..나도 즐거웠구요..
집에 돌아온 엄마도 모처럼 우울해 보이지 않아서 행복했습니다.
대충 저녁을 때운 후,,,씻고 잠자리에 누운 동생에게 물어보았지요
"동생아!~ 오늘 갔다온 곳에 또 갈까?"
"안가"
오늘 남이섬에서 그렇게 좋아했던 동생이 안간다고 해서 좀 놀랐어요 또 남이섬에 가고 싶어할 줄 알았거든요,,
난 다시 물어봤어요...
"동생아 지금은 코~잠자고 며칠뒤에 또 배타러 갈까?"
"응,,잠자고 또 갈까"
두 번째로 물어보니까 그제야 다시 가고 싶다고 했어요,
어리둥절 했지만 생각끝에 내가 처음에 질문을 잘못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동생은 내가 처음에 질문했던
"동생아!~ 오늘 갔다온 곳에 또 갈까?"이라는 말을
지금 당장 가자는 말로 오해를 해서 싫다고 한거지요..
방금 다녀와서 씻고 자야하는 오밤 늦은 시간에 다시 남이섬에 가자는 언니가 바보같이 보였을 지도 모릅니다.
무슨 말을 할 때 동생은 그 문장 그대로를 받아들여 이해를 한다는 걸..가끔씩 잊어 버리는 나의 실수인 겁니다.
여행은 사람의 지친 마음을 열 게 하는 것 같네요,,
앞으로 동생하고 엄마랑 여기저기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첫댓글 그래요..남이섬을 다녀오셨군요..^^ 참 좋았겠다..여행은 지금의 마음을 한결부드럽게 하죠..삶에 윤활유라고나 할까..그림으로 잘 표현하셨네요..혹시 미대나오신거 아닌가요?넘 잘그리셔서...^^*
아~~ 좋은 곳을 다녀 오셨군요 좋은 언니 효녀 딸래미 노릇을 하시고 뿌듯하셨겠어요
남이섬...좋은데를 다녀 오셨군요^^*^^ 글올리는 솜씨가 너무 좋으시고 같이 가진 않았지만 옆에 같이 가는 느낌을 받았음다---자주 올려 주시고요???
담에 언제 설악산 쪽으로 여행할일 있으시면 제게 연락주세요. 제 콘도 이용권 빌려드리겠습니다. 설악 파인 리조트 인데 심야에 즐기는 야외 노천탕이 인상적이거든요. 남이섬에 언제 한번 시간내서 놀러 가봐야 겠습니다. 좋은 언니고, 좋은 딸이네요.
후레지아님 정말 감사드려요, 꼭 가보고 싶어요,,,^^*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