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서너번 진행했던 제천지적장애협회 산하 장애복지기관 근무자분들과 부모님들 대상 강의가 제주도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직원들 20여분이 제주도에 2박3일 여행을 온 김에 제 강의를 요청했던 것입니다. 낮시간대는 아무래도 제주도를 즐겨야하니 강의는 저녁 8시에 진행되었습니다.
간만에 다시 만나니 너무 반갑고 새로운 직원 얼굴도 있었지만 낯익은 분들이 더 많습니다. 오늘은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치과치료에다 집안일에다가 정신없이 보내고, 녀석들 돌아오니 태균이 운동가자 할테고, 저녁도 해먹여야하고, 심신이 바쁩니다. 그래도 하나하나 빠짐없이 제대로 처리하자 싶은 마음!
태균이와 함께 열심히 수산한못 5바퀴돌고, 5바퀴면 대략 2km 나오고 걸음수로는 7천보 가량 됩니다. 비록 수산한못이지만 쉬지않고 걷는 폼새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끝나고나면 얼굴에 땀이 제법 촉촉해집니다.
강의가 8시부터이고 중문에 있는 리조트까지 가야하니 7시전에는 나서야 하는데 출발시간이 좀 늦어졌습니다. 급히나서 수산한못을 지나려는데 그만 갑툭튀 한라산의 늠름한 자태에 그만 넋을 놓치고... 빨려들듯 먼풍경에 끌려들어 갑니다.
며칠동안 빗줄기와 안개, 짙은 구름에 둘러쌓여 흔적조차 사라져 있더니, 태균이랑 산책할 때마저 구름투성이였는데, 짧은 시간 온전히 구름을 걷어내고 또렷한 윤곽을 보여줍니다. 사그러드는 저녁노을마저 한라산을 위해 버텨주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어찌 이 풍경을 그냥 지나치리오. 한라산에 대한 예의가 아닐겁니다.
결국 예정된 강의시간을 훌쩍 넘기고 밤 10시가 넘어 돌아오는 밤길은 쓸쓸하기까지 합니다. 집떠나기 전 책베껴쓰기 과제를 주었더니 성실한 자세 그 자체, 이런 태균이의 모습 너무 좋아합니다. 이솝이야기 책 속 동화를 열심히 노트에다 베껴놓았습니다. 돌아와서 보니 엄청난 양을 베껴놓았다는 사실만으로도 기특 그 자체!
성실하고, 꾸준하고, 찐득하고, 지루한대도 그냥 수행하는 성질은 확실히 제 유전자는 아닌데 외모가 말해주듯 아빠유전자가 꽤 강한가 봅니다. 그러면서 챙겨주는 기질은 아빠것보다는 제 유전자인데, 요즘은 식사할 때 준이식사 챙기는 것을 넘어 엄마식사까지 챙겨줍니다. 밥먹다가 엄마밥이 없으면 왜 밥 안먹냐?하며 밥가져오라고 손가락질 언어를 해댑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손가락 하나로 이렇게 많은 언어를 표현하는 경우도 드물 것입니다. 말은 모두 따라하면서 정작 의사소통은 어려운 준이케이스보다 이게 낫지 싶기도 합니다. 비록 손가락질 언어는 엄마 외에 다른 사람들이 이해를 잘 하지 못하니 그것도 문제지만 요즘같은 추세로 깨어나간다면 또다른 의사소통 수단이 생길 것으로 믿습니다.
오늘 강의 중에, 장애기관 현장에서 일하는 교사들이니 어려운 점들을 토로하는데 마음이 찡합니다. 발달장애 성년들 대상기관이라 이미 너무 굳어져버린 이상행동 앞에서 갈피를 못잡는 모습들 하며 수정에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도 학대로 비칠 수 있는 부분에의 우려, 그리고 무엇보다 부모가 결코 바꾸어주지 않는 양육과 훈육태도들, 현장교사들의 고민과 적절한 현실타협의 모습들이 우리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발달장애로 성년이 되어가면서... 바뀔 수 있는 힘들을 너무 일찍 포기해가는 것은 아닌지... 더 많이 생각해봐야 되겠습니다. 더 좋은 방법들은 없는지를요.
첫댓글 고생하셨습니다.
참 보람있는 하루였군요.
태균씨는 계속 발전할것 같습니다. 타고난 유전자와 양육환경의 복이지 싶습니다.
준이야말로 글쓰기에 취미를 붙여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태균형아처럼 배껴 쓰기라도 한다면 좋을것 같은데 아마도 폰이 그 모든 경쟁에서 이기지 싶습니다.
간절기 감기가 접근 안하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