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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트리폰과의 대화
유스티누스
어느 날 아침 나는 크시스투스의 대로를 거닐고 있었다.* 그때 근처에 모여 있던 이들 중 한 사람이 나를 보더니, “안녕하십니까, 철학자님” 하고 말했다. 그러고는 그와 일행이 내 곁에서 함께 걷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제게 무슨 용무가 있으신요?”라고 물었다. [1,1]
☕ 그리스인들은 철학자들을 존경했다.
㈜ : *에우세비우스의 따르면 트리폰과 토론한 장소는 에페소였다(『교회사』4,18 참조).
트리폰:
저는 아르고스에서 소크라테스학파 코린투스에게, 이런 옷*을 입은사람들을 업신여기거나 무시해서는 안 되며 그들을 존중하고 대화를 나누라고 배웠습니다. 그 대화에서 그를 위해서든 저를 위해서든 유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했지요. 두 편 가운데 한편만이라도 유익을 얻는다면 그것은 쌍방에게 좋은 일일 것입니다. [1,2]
㈜ : *철학자들은 일반사람들이 입은 ‘토가’와는 다른 긴 외투 ‘팔리움’을 입었다.
유스티누스:
그런데 당신은 누구신지요?
트리폰:
저는 트리폰입니다. 할례 받은 히브리인으로, 최근의 전쟁*을 피하여 그리스에서, 정확히는 코린토에 살고 있습니다.
㈜ : *기원후 132-135년 팔레스티나에서 진행된 바르 코크바의 난을 말한다.
유스티누스:
철학에서 당신들의 입법자와 예언자들을 능가하는 것들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트리폰:
왜 없겠습니까? 철학자들은 늘 하느님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까? 그분께서 한 분이심과 그분의 섭리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지 않습니까? 하느님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철학의 과제가 아닙니까? [1,3]
☕ 철학은 본질적으로 지혜이신 하느님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유스티누스:
물론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철학자들 대부분은 신이 하나인지 여럿인지, 인간 각자에 대해 섭리를 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관하여 다루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러한 것에 대한 지식이 우리의 행복과 관계없다고 여깁니다. 그뿐 아니라 그들은 하느님이 우주와 류(類)와 종(種)들을 보살피지만 저나 당신 같은 개인들을 보살피지는 않는다고 우리를 가르치려 합니다. [1,4]
그들은 모든 것이 끝없이 되풀이된다고 여기며, 저나 당신이나 지금 그대로, 더 나아질 것도 더 나빠질 것도 없이 환생하리라고 믿습니다. [1,5]
☕ 윤회를 믿은 철학자도 있었다.
트리폰:
당신은 하느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당신의 철학은 어떤 것입니까? 말해 주십시오. [1,6]
☕ 트리폰이 먼저 유스티누스에게 하느님에 관하여 묻는다.
유스티누스: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철학은 매우 큰 자산이며 하느님 앞에서 매우 귀중한 것입니다. 우리를 그분께 이끌고 그분과 결합시키는 유일한 것입니다. 정신을 철학에 기울이는 이들에게도 참으로 그러합니다. [2,1]
제가 홀로 머물려고 한 곳 근처에 있던 어느 날, 기풍과 온유함이 느껴지는 한 노인이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저를 따라왔습니다. 저는 급하게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3,1]
☕ 유스티누스는 한 노인을 만나 대화를 나눈 이야기를 꺼낸다.
노인:
당신은 무엇을 하느님이라고 부릅니까? [3,5]
유스티누스:
언제나 동일하고 일정하며, 다른 모든 존재의 원인인 것, 그것이 하느님입니다. [3,5]
☕ 하느님은 세상의 원인이신 분이다.
유스티누스:
철학자들도 진리를 모른다면, 우리는 어디서 스승을 구하며 어디서 도움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7,1]
노인:
오래전에, 이른바 그 철학자들 이전에, 복되고 의로우며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성령에 의해 말을 했으며 미래를 예견했는데,그것이 이제 이루어졌습니다. 그들은 예언자들이라고 일컬어졌습니다. 그들만이 진리를 보았으며 그들은 사람을 두려워하거나 개의치 않고 사람들에게 진리를 전했습니다. 그들은 영광을 찾지도 않았으며 성령으로 가득 차 오직 그들이 보고 들은 것을 선포했습니다. [7,1]
그들의 글은 지금도 전해지며, 그것을 읽는 사람이 그들을 믿기만 하면 사물의 시작에 대해서나 끝에 대해서나, 그리고 철학자가 알아야 하는 모든 것에 관한 지식에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논거를 제시하면서 증명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모든 증명을 넘어서며 신뢰할 만한 진리를 증언하는 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미 일어난 사건들과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은 그들을 통하여 전해진 말들을 받아들이게 합니다. [7,2]
☕ 과학은 증명을 요구하지만, 믿음은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그들이 행한 기적들로 인하여 믿을 만한 이들로 드러났습니다. 그들이 만물의 하느님이며 아버지이신 창조주를 찬양하였고, 또한 그분께서 보내신 그분의 아드님 그리스도를 선포했기 때문입니다. 거짓되고 부정한 영으로 채워진 거짓 예언자들은 그러한 것을 행하지 않았고 지금도 행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오류의 영과 마귀들에게 영광을 돌리기 위하여 이적들을 행합니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당신에게 빛이 열리기를 기도하십시오. 하느님과 그분의 그리스도께서 깨닫게 해 주지 않으시면,이것들을 깨닫고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7,2]
노인은 이것과 지금 다 말할 수 없는 다른 많은 것들을 말하고 나서, 이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권고하며 떠나갔습니다. 이후로 나는 다시 그를 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내 영혼에는 곧바로 불이 붙었습니다. 나는 예언자들과 그리스도의 벗인 사람들에 대한 사랑에 사로잡혔습니다. 노인의 말들을 되새기면서, 나는 이것만이 확실하고 유익한 철학임을 깨달았습니다. [8,1]
☕ 유스티누스가 그리스도인이 된 것은 노인과의 만남에서이다.
트리폰:
당신이 말한 다른 것들은 인정합니다. 신적인 것들에 대한 당신의 열성도 훌륭합니다. 그러나 당신이 플라톤이나 다른 어떤 철학자들의 철학에 집중하여 항구함과 자제, 절제를 실천하는 편이 그런 헛된 말들에 속아 넘어가 가당치 않은 사람들을 따라가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당신이 그런 철학을 고수하며 흠 없이 살았다면, 더 나은 운명을 바랄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이 하느님을 버리고 사람에게 희망을 두니, 어떤 구원이 가능하겠습니까? [8,3]
☕ 사람인 그리스도에게 희망을 두는 것은 헛되다는 것이다.
여러분은 헛소문을 믿었고 여러분 자신을 위해 그리스도를 만들어 내었으며, 그를 위하여 맹목적으로 생명을 바치고 있습니다. [8,3]
유스티누스:
당신은 우리가 속은 것이 아니며 사람들이 우리를 비난하고 무서운 폭군이 그분을 부인하도록 강요한다 하더라도 우리가 그분을 고백하기를 멈추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나는 바로 이 자리에서 당신에게, 우리가 헛된 신화나 근거 없는 말들을 믿은 것이 아니며 하느님의 성령으로 가득하고 큰 능력을 지닌, 은총이 풍부한 말씀을 믿은 것임을 보여 주겠습니다. [9,1]
☕ 유스티누스는 자신이 속지 않았다고 말한다.
친구들이여, 우리가 율법에 따라 살지 않고 여러분의 조상들과 달리 육에 할례를 받지 않으며 여러분과 달리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다는 것 외에 또 우리를 비난할 것이 있습니까? [10,1]
여러분은 우리에 대해서, 우리가 사람의 살을 먹고, 잔치가 끝난 다음에는 불을 끄고 불법적인 관계들을 맺는다고 믿습니까? 아니면, 우리가 여러분이 참되지 않다고 여기는 주장들을 굳게 지킨다는 이유로만 우리를 비난하는 것입니까? [10,1]
☕ 성체성사에 대한 그들의 오해를 지적한다.
트리폰: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많은 이들이 떠들어 대는 그런 것들은 인간 본성과 너무 거리가 먼 얘기라서 믿을 것이 못됩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복음이라 부르는 것에 들어 있는 계명들은 너무나 훌륭하고 위대해서, 아무도 지킬 수 없을 것 같습니다. [10,2]
☕ 그리스도교의 복음이 훌륭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여러분은 십자가에 못 박힌 사람에게 희망을 두고,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지도 않으면서 그분으로부터 좋은 것을 받기를 바랍니다. 당신은, 여드렛날에 할례를 받지 않는 사람의 영혼은 자신의 백성에게서 잘려 나간다는 말씀을 읽어 보지 못했습니까?(창세 17,14) [10,3]
☕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를 믿는 것은 헛된 짓이다”고 구약을 들어 반박한다.
유스티누스:
트리폰이여, 우주를 만드시고 질서지으신 분 외에 다른 신은 결코 없을 것이며 영원으로부터 지금까지 없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하느님과 여러분의 하느님이 다른 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바로 그분이 강한 손과 쳐든 팔로 여러분의 조상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다른 어떤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것이 아니라((네, 다른 하느님은 없습니다) 여러분이 희망을 두어 온 하느님, 아브라함과 이사악과 야곱의 하느님께 희망을 둡니다. [11,1]
☕ 구약의 하느님과 우리가 믿는 신약의 하느님은 같은 분이다.
이사야는 바닷물 전체로도 깨끗이 할 수 없을, 살인 같은 죄들을 없애라고 우리에게 씻으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 예상할 수 있듯이, 그것은 참회하고 이제 더 이상 양이나 염소의 피, 송아지의 재나 밀가루 제물로 정화되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피와 죽음으로 자신을 깨끗하게 하는 이들을 위한 구원의 씻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는 이를 위하여 돌아가셨습니다.
[13,1]
☕ 그리스도는 자신의 피로서 인간의 죄를 씻으셨다.
많은 이들이 너를 보고 질겁하리니, 너의 모습과 영광은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으리라. 그러나 수많은 민족들이 그를 보고 놀라고 임금들도 그 앞에서 입을 다물리니, 그에 대해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이들이 그를 보고 들어 보지 못한 이들이 깨닫기 때문이다. 주님, 누가 우리의 말을 믿었습니까? 주님의 팔이 누구에게 드러났습니까? 우리는 어린 아이처럼, 메마른 땅의 뿌리처럼 그분 앞에서 선포했습니다. [13,3]
☕ 유다인들은 예수님을 거부했지만 수많은 민족들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긴 그를 그리스도로 받아들였다.
트리폰이여, 예언자들의 이 말과 또 그 비슷한 말들 가운데 일부는 그리스도의 첫 번째 오심에 대해 말합니다. 그 오심에서는 영예도 풍채도 없이 나타나시리라고 예고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른 말들은 그분의 두 번째 오심에 대해 말하는데, 그때에 그분은 구름 위에 영광 속에 나타나실 것이며, 열두 예언자 가운데 하나인 호세아*와 다니엘(다니 7,13)이 예언한 대로 당신 백성은 그분을 볼 것이며 그들이 찌른 분을 알아보게 될 것입니다. [14,8]
㈜ : *호세아서가 아니라 즈카 12,10
우리는 악한 사람들과 마귀들이 우리에게 저지르는 모든 것을 참아 내는 이들이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죽음을 겪으면서도 새 입법자께서 우리에게 명하신 대로, 우리를 박해하는 이들을 위하여 자비를 빌고 누구에게도 조금도 되갚기를 원하지 않는 이들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아무런 해도 입히지 못하는 규정들인 육의 할례나 안식일, 축제일들을 왜 지키지 않겠습니까? [18,3]
트리폰:
우리는 그것이 이해가 안 갑니다. 그런 온갖 일들은 다 견디면서,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이 모든 것도 지키지 않는다는 것 말입니다. [19,1]
☕ 그리스도인은 왜 할례, 안식일, 축제일은 지키지 않는가?
첫댓글 "우리는 우리의 하느님과 여러분의 하느님이 다른 분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바로 그분이 강한 손과 쳐든 팔로 여러분의 조상을 이집트에서 이끌어 내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리스도는 자신의 피로서 인간의 죄를 씻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