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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나든 나무 이야기-2- 손기정(대왕)참나무
* 월계수(月桂樹)와 월계관수(月桂冠樹)
때는 바야흐로 1936.8.9, 장소는 독일 베를린 제 11회 올림픽 메인스타디움, 올림픽 제전의 하이라이트인 마라톤경기의 최선두주자가 늠름한 모습으로 경기장 안으로 들어온다. 스탠드에 앉은 10만 군중들이 환호하며 일시에 기립 박수로 선수를 맞는다. 당시로선 올림픽 마라톤 신기록, 2시간 29분 19초 2, 이날 오후 3시에 거행된 시상대 위에는 제일 높은 1등자리 일본의 기타이 손(손기정)이, 2등 영국의 하버, 3등 역시 일본의 남승용 선수가 시상대에 섰다. 금메달과 동메달 받은 선수는 분명 한국인 이였지만 가슴에 붙은 국기는 일장기, 국가는 기미가요라는 일본 것이 울여퍼젔다. 당시는 TV가 없어 며칠 후 서울에서 발간된 신문 사진에는 손기정 선수 가슴에 둥근 그림은 지워져 있고 그리고 그들 두 사람은 한없는 영관의 자리에 섰지만 죄인마냥 고개를 푹 수기고 있다. 우리는 일본식민지 사람으로 너무나 고통 받는 시절, 기자는 애국심의 발로로 두 선수 가슴에 있는 일본기를 삭제하여 신문을 발간한 소위 일장기 말소사건이라는 일이 벌어져 급기야 신문이 폐간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을 우리는 다 안다. 미확인 후문이지만 그때 시상대에 오른 남승용은 손기정이 한없이 부러웠다고 한다. 그것은 손선수가 일등을 해서가 아니라 손에 받아든 작은 화분으로 가슴의 일장기를 가릴 수 있었기 때문이라 했다.
우리는 이 흑백으로 된 기록 사진을 88서울올림픽 전후로 하여 올림픽 분위기 조성을 위해 자주 많이 보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손기정 선수가 이 당시 머리에 받아쓴 관이 월계관, 그의 손에 들린 작은 화분의 나무도 월계관 만드는 월계수로만 들어 알았다. 서울 올림픽이 열리는 그해 어느 가을날 나는 이 월계수가 손기정 선수의 모교 양정고등학교 뜰에서 잘 자라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곧장 달려갔다.
서울역 뒤편 소위 만리동 고개 언덕에 월계수는 내 장딴지 크기로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었다. 그 영광과 평화의 월계수가 저렇게 잎이 영어 알파벳 U자 형으로 깊이 파인 것이 특징이로 구나 확인 했고, 그저 감동으로 50여 년 전 그날 결승선에 들어서던 24살의 청년의 모습만 생각 하고 첫 대면을 어설프게 하고 내려 왔다.
그로부터 약 15후 내가 숲 공부의 길로 들어서고 더구나 전국에 있는 거수, 노수, 명목, 동신목 등을 배알하려 나선 우리 땅의 큰나무 오디세이에서 다시 양정학교의 월계수를 만나러 갔다. 어느덧 양정고등학교는 서울올림픽이 열리기 전 1980년대 초에 목동으로 이사 가고 그 자리가 막 <손기정 체육공원>으로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양정학교 옛 건물의 일부를 살려 기념관과 도서관도 만들었다. 먼저 월계수에 인사하고 기념관 안으로 들어가 당시 손선수가 썼던 보전 처리된 월계관을 몇 번이나 다시 보고 또 사진에 나타난 묘목의 잎을 관찰 해봤다.
월계수 나뭇잎? 올리브 잎? 좀 모양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계수, 그렇게 적혀 있으니 그저 그런 거로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또 나왔다.
그리고 세 번째 올해 가을에 유난히 서울 하늘이 푸르던 날 다시 손기정 공원을 찾았다.
뜰에 선 월계수를 경배하고 기념촬영 하고 전시관 안으로 들어갔다.분명 관(冠)을 만든 나뭇잎과 손에든 묘목은 우리나라 떡갈나무와 비스한 동일한 나무였다. 그런데 정원 손기정 두상 아랫단에서 자라고 있는 그 월계수 나무와는 잎의 모양이 다르게 보이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이 무슨 일인가?
월계수는 고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로, 강의 신의 딸인 말괄량이 요정 다프네(Daphne)와 인간을 위협하던 무서운 뱀을 처치하고 오만에 빠진 요즘 말로 하면 “차도남=차가운 도시의 남자”인 아폴로(Apollo), 그리고 아포로의 교만에 눈꼴신 미소년 에로스(Eros)가 이 두 남녀를 골탕 먹이려 그가 갖고 있던 신비의 화살 두 개 중 하나, 맞으면 사랑에 빠지는 금화살을 아포로에게 쏘아 맞히고. 남은 화살, 맞으면 절대로 사랑하지 않게 되는 납화살을 다프네에게 쏘아 명중시킨다. 하여 아폴로는 한사코 다프네의 사랑을 구하고, 반면 다프네는 결단코 그의 사랑을 뿌리치는 운명에 처해진다. 끝내 다프네를 쫒아가던 아폴로가 그녀를 잡기 직전 다프네는 아버지에게 자기를 변신하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다프네 아버지는 즉시 그녀의 다리는 나무뿌리로, 그녀의 팔과 머리칼은 잎줄기와 가지, 그리고 이제 막 사랑의 키스를 하자고 뜨거운 입술을 덴 몸은 나무줄기로 변하게 되는 허무한 상황에 이른다. 아폴로는 나무로 변한 사랑하는 사람 다프네를 잊을 수 없어 그녀의 변신인 나무 가지와 잎줄기로 자기의 왕관을 만들고 카피타리움 (제우스 신전)광장에서 전쟁에 승리하고 돌아오는 개선장군에게 이 나뭇잎줄기로 만든 영광의 관을 씌우게 한다. 이 다프네가 변화한 나무가 월계수(laurel, Larus nobllis-상록, 녹나무과) 또는 올리브(Olea europaea감람 橄欖나무- 물푸레나뭇과)라고도 한다. 하여 고대 그리스 올림픽부터 경기에 승리한 자는 영광의 징표로 이 나무 관을 씌우는 전통이 되었고, 근대 올림픽에서도 그 관례를 따라 월계수 나무 관을 사용해 왔으나 11회 베를린 올림픽에서는 지중해 근처에서 자라는 이 녹나뭇과의 상록수인 이 월계수를 구할 수 없었는지. 승리자의 머리에는 독일 사람들이 신성시 하는 유럽참나무로 관을 만들어 씌웠다고 한다. 월계수나 올리브 나무는 지금도 각종경기의 우승기에는 이 나무 가지의 문양이 들어 있고 운동모자의 챙이나 학교나 단체 등 로고와 저 유명한 유엔기에 지구를 감싸고 있는 나무줄기도 이 나무의 잎 붙은 가지로 된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옛 양정학교 자리. 손기정 체육공원에 엄연히 자라고 있는 이 서울시 기념수 제 5호로 지정된 이 월계수는? 이 무슨 아이러니인가 히틀러를 쓰러트린 미국에 많이 자라는 미국참나무의 한 종류로 보통 대왕참나무(Quercus palustris) 일명 핀 오크(pin oak 바늘잎참나무)로 이 나무 앞에 선 해설판에도 적혀있다. 귀신도 곡할 노릇은 그 손기정 선수 머리에 썼던 월계관을 만든 참나무 잎과 기록 사진 속 손에든 화분의 묘목 잎은 동일 한 유럽참나무 (Quercus robur)인데 그 화분에 있던 나무를 심었다는 교정의 나무가 대왕참나무(Quercus palustris)인 것은 어떤 사유인가? 무엄하고 불경스럽지만 의문이 생긴다.
여러 기록을 보면 분명히 손기정 선수가 상으로 받은 그 화분의 묘목은 그대로 베를린에서 40 여 일간에 걸쳐 배를 타고 긴 여행 끝에 한국 땅에 돌아온 때는 1936 그해 가을 10월 이였다. 행여 겨울에 동해(凍害)를 입을까 하여 식물원 온실에다 심어 기르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당시 양정학교에서 젊은이들에게 민족정신을 길러 주던 존경받는 훌륭한 박물학 교사, 김교신 선생님의 보호 요청으로 그 선생님 댁에서 물주고 잘 간수 했다가 이듬해 봄에 지금의 이곳에 심어, 후배 혹은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민족혼을 영원히 알리는 징표로 삼고자 한 것이다. 큰 인물이 큰 사람을 키운다는 말처럼 손기정 선수는 김교신 선생의 애제자 이었단다. 내가 교단에 오르면서 교사로서 가장 닮고자 한분이 바로 김교신 선생님 이였다.
** 참 복잡한 물 건너 온 참나무들
1970. 80년대 서울 강남이 개발될 당시 새로운 거리 가로수로 추천된 여러 종의 나무가 있었다. 특히 고속터미널 근처 반포대로와 한남대교 남단을 잇는 큰 거리에는 가중나무를 심기로 했었다. 세월이 흘러 그 들 나무줄기가 어른 아름이 모자랄 정도 자라서 한여름 그 키 큰 나무 끝에 넓게 퍼진 이파리들은 열대의 야자수 느낌이 나서 참 좋게 보였다. 그런데 나무등치가 커짐에 따라 원체 천근성이라 제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조금 세찬 바람만 불어도 몸을 차도와 인도 위에 눕히는 사고를 저질렀다. 그런 사유로 관할구청에서는 그 아까운 멋쟁이 나무를 안전 제일주의로 다 밑둥치를 잘라 버리고 그 자리에다 어떤 이는 루브라참나무((Quercus rubra 일명 red oak) 또 다른이는 대왕참나무라 하는 이름 낯선 나무를 가로수로 심었다. 여기뿐만 아니라 2002년 월드컵 당시 상암동 월드컵공원 주차장 주위에도. 근래는 구리대교 남단에서 팔당대교로 가는 미사리 조정경기장 부근 넓게 만든 대로에도 이 나무를 심었다. 아직은 어리고 젊지만 위로 곧게 쭉 벋은 수형과 가을의 진홍색 단풍이 좋아 보인다. 그런데 여기의 이 낯선 이름의 참나무 잎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루브라참나무는 대왕참나무에 비해 잎의 결각이 즉 U자 모양으로 파고 들어간 모양이 대왕참나무에 비해 덜하고 대왕 참나무는 아주 결각이 심한 것을 알 수 있는데 문제는 이곳에 새로 심은 나무들의 종이 섞여있다는 생각이 든다. 쉽게 말하자면 이들 두 나무 잎이 비스하기 때문에 같은 종으로 생각 한다는 것이다. 대왕참나무 잎이 닭발모양 이라면 르부라참나무 잎은 오리발에 가까운 모양이라고 할까, 조경용으로 수입한 이들 나무를 쉽게 구분하지 못하고 그냥 심은 것 같다. 루브라참나무와 대왕참나무는 얼핏 보면 비슷해도 열매 모양도 다르다. 루부라 열매는 결실하는데 2년 걸리고 도토리가 타원형인데. 대왕참나무는 도토리가 당년에 익고 크기가 둥글고 세로로 약간 나온 줄이 있어 구별된다. 두 종류의 도토리는 모두 묵등으로 식용할 수 있다.
루부라참나무는 별명이 red oak 로 줄기가 약간 붉은 빛이 나고 주로 미주에서는 건축 등에 쓰이는 용재생산용으로 재배 하고, 대왕참나무는 pin oak 라 하여 이름 그대로 잎이 바늘 모양으로 뾰족하고 갈라진 잎 끝에 다시 세 개의 핀이 생긴 것이 특징이며 정원, 공원이나 가로의 조경용으로 주로 심었다.
red oak 나 pin oak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1980대 당시 대한항공 수석사무장이던 <성기만>이라는 분이 미국의 여러 대학 캠퍼스와 웰링턴 국립묘지들 돌아봤을 때 눈에 띄는 아름다운 나무가 있어 이름을 알아보니 바로 핀 오크와 레드 오크라 해서 씨앗과 중자를 수입해서 우리나라에 퍼트렸다는 기록이 나온다. 성기만씨는 지금 은퇴하여 경남 고성 바닷가에 <소담수목원>이란 아름다운 개인정원을 꾸며가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그런데 손기정 체육공원의 pin oak가 웬 대왕참나무? 여기에는 몇 가지 설이 있다. 잎 전체를 놓고 보면 한자의 임금 왕 王 닮은 형을 하고 있어 처음은 王참나무로 할까하다가 기왕이면 손기정 선수의 최고권위 왕의 월계관과 연관 지어 더 고귀하게 생각하여 대 大 자를 붙여 대왕(大王)참나무라 했다는 설도 있고, 혹은 이 나무를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정원수회사 이름에 <대왕>이란 상표 글자가 들어서 대왕참나무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설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우리가 좋아하는 소나무 중에 바늘잎 길이가 30cm나 되는 대왕송의 학명이(Pinus palustris)인데 이 대왕송의 속명 palustris가 핀 오크(Quercus palustris)와 같아서 대왕 자를 붙였다는 설도 있다.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에는 참나무 류가 많이 자라고 우리가 소나무를 좋아하듯 특히 독일은 유럽참나무(Quercus robur)를 국목(國木)로 정하여 독일 유로 동전 1. 2. 5센트짜리에 참나무 묘목이 디자인 돼있다. 우리나라가 소나무 국가라면 독일은 참나무 국가이다. 서북유럽 각 나라마다에 나오는 신화나 동화, 문학작품에 떡갈나무는 거의 이 독일참나무의 오역이라고 해도 그리 틀린 게 아니다.
나는 이참에 손기정 선수가 가지고 온 이 나무를 <손기정참나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015년 저물어 가는 12월, 지금 <서울역고가도>로와 함께 만리동고개가 검색어로 뜬다. 지난 45년간 풍선처럼 팽창하는 대서울의 교통량을 완화하기 위해 공덕동에서 만리동 고개 넘어 곧장 바로 퇴계로로 잇는 구름다리. 그 다리가 노후해서 차는 막고 그 위에다 찻길이 아닌 꽃길. 숲길을 만든다는 것이다. 바로 그 새로 탄생할 길의 시작점 아니 끝나는 지점 만리동 언덕에 굳건히 선 우리의 손기정 선수가 심은 손기정나무가 그 아래 새로운 길도 굽어보고 서울역에서 시속 300km로 쉼 없이 달리는 KTX가 남북으로 오가는 모습, 멀리 남산의 푸른 숲도 보고, 뿐만 이 나라 발전의 영광을 오래동한 지켜봐주시고 오래 동안 건재하시길 빈다.
지금도 풀이지 않는 궁금증은 손기정선수가 시상대 위에서 받아든 화분의 참나무는 유럽참나무 같은 데 왜 그것을 심었다는 만리동 손기정 체육공원의 그 참나무는 pin oak(대왕참나무)일까?
대왕참나무도 핀 오크도 좋지만 이 나무를 <손기정참나무>라고 이름 정하자고 거듭 제안한다.<<끝>>
첫댓글 저도 대왕참나무보다 손기정나무가 좋습니다.
세기의 날리법석에서 손기정선수 기념나무가 탄생되었군요
나무의 탄생화는 얼마든지 손기정참나무로 지어질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사연이 있군요..좋은글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