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을 받으며/靑石 전성훈
태어난 연도가 짝수라서 올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 대상자이다. 올해 꼭 건강검진을 받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10년 만의 운전면허증 갱신이다. 면허증 갱신하려면 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건강검진을 받았다는 서류가 필요하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보험공단에서 아직 건강검진 통지서가 도착하지 않아서 기다리고 있다. 연말에는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려는 사람들이 몰려서 시간이 오래 걸린다기에 통지서를 받으면 즉시 할 생각이다.
갑자기 사설의료기관인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1월 하순 북극 한파가 절정을 이루어 세상이 옴짝 못하고 꽁꽁 얼어버린 날이었다. 언제 종합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 보니 무척 오래전 일로 거의 20년 전인 것 같다. 지금 몸 어딘가 이상이 있다기보다는 나이가 들어감에 한 번쯤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검사 비용이 적지 않게 드는 게 부담스럽지만, 건강보험공단과는 검사 방식 자체가 다르기에 큰마음 먹고 검진을 받았다. 오전 7시 40분 병원에 도착하니 검진센터가 문을 열지 않아서 대기실에서 잠시 기다렸다. 7시 50분부터 접수가 시작되었다. 접수처에서 설명을 듣고 검진비용을 카드로 결제하고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팬티만 빼고 양말을 포함한 모든 옷을 벗고 안경도 벗었다. 먼저 신체검사를 하는데 키가 줄어들었다. 고등학생 시절 167cm이었는데 165.5cm이다. 나이가 들면 허리 골격이 작아져서 키가 준다는 게 맞는 말 같다. 눈은 시력과 안압을 검사하고 청력 검사를 하였다. 재작년 가을 어지럼증 때문에 종합병원 이비인후과에서 정밀 검사를 받고 보청기를 낀 게 벌써 1년이 지났다. 혈액을 채혈할 때 간호사가 혈액형을 묻기에 A형인 것 같다고 하자, 혈액형과 AIDS 검사도 함께 해주겠다고 한다. 혈압을 재었더니 병원에 가기 전에 집에서 잰 혈압보다 수치가 높게 나왔다. 이상하게도 병원에서 혈압을 재면 집에서 재는 것보다 항상 높게 나온다. 소위 말하는 ‘백의 고혈압’으로 볼 수 있다. 초음파 검사는 갑상선, 복부 그리고 전립선 초음파 검사를 하였다. 초음파 검사 담당하는 분이 묻기에, 20년 전부터 담낭에 물혹이 있어 매년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다가, 물혹이 자라지 않는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몇 년 전부터는 격년으로 검사를 한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골밀도와 심전도 검사를 하면서 동맥경화도 검사를 처음으로 했다. 복부 조영 CT 검사를 할 때는 조영제가 몸 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건강검진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내시경 검사이다.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는 진정(수면) 내시경으로 하였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위하여 3일 동안 식사를 조절하고 전날 밤에 전처치용 세장제인 코트리산을 넣은 냉수 500밀리를 8통이나 마셨다. 10분 간격을 두고 250밀리씩 마시고 조금 있으면 즉각적인 신호가 오고 곧바로 화장실로 달려가는 행동이 한동안 이어졌다. 나중에는 항문주위가 쓰리고 아플 지경이었다. 거의 기력을 탈진한 탓인지 병원에서 몸무게를 재어보니 평소보다 1.8kg이나 빠졌다. 실제로 내시경 검사할 때는 약물이 몸 안으로 들어가자 짧은 기도를 마치는 순간 정신을 잃었다. 그 때문에 검사 과정은 기억하지 못하고 나중에 회복실에서 간호사들이 하는 이야기만 들렸다. 여하튼 거의 4시간에 걸친 건강검진을 무사히 마쳤다. 병원에서 제공하는 죽을 먹고 물도 마시고 마지막으로 소변 검사를 위한 작업을 마쳤다. 접수처 담당자 설명에 따르면, 위에 염증과 헬리코박터 증세가 보이고 대장에서 용정 1개를 떼어냈다 하며, 정확한 결과는 4주 후 문서로 통보해 준다고 한다. 며칠 동안 음식을 조심해야 한다. 건강검진으로 시작하며 올 한 해 건강하게 지내길 기원한다. (2024년 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