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자주 가는 사이트에 <아는 척 매뉴얼>이라는 코너가 있습니다.
잘 몰라도 아는 척 하는 팁을 주는 코너인데, 혹시 콜라텍에 대해
아는 척 하려면 아래와 같이 얘기하시면 됩니다. 제가 콜라텍에 다녀왔거든요.
(콜라텍에 대해 아는 척 할 필요가 있을까요? 주말에 그냥 웃자고 올려봅니다ㅎㅎ)
콜라텍은 물품보관소-찻집-식당-무도장(춤추는 곳)으로 구성돼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주로 제기동, 청량리에 5~6곳 정도가 영업하며 큰 곳은 500명 이상이 입장 가능하다.
입장료는 2천원 이하이며, 평일 무료도 많다. 오후 5시면 이미 폐장~
------------
콜라텍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나이드신 분들이 1,2천원으로 몇시간을 놀 수 있는 곳이 바로 콜라텍입니다.
주로 제기동, 청량리, 종로 쪽에 몰려 있고, 나중에 들어보니 영등포에도 많다고 합니다.
콜라텍에 대해서 들어보기는 했지만, 평생 갈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콜라텍 얘기를 쓸 일이 생겼습니다.
인터넷을 보고 베낄 수도 없고 해서 직접 찾아가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제기동 쪽으로 가기로 하고 제기동 정류장에 내려서
어떤 친절한 블로거가 올린 콜라텍 약도를 짚어가며 찾아갔습니다.
제가 찾아간 콜라텍은 지하 1층이었는데, 들어가자마자 물품보관소가 보입니다.
최대한 콜라텍을 찾아온 아줌마처럼 꾸미고(?) 갔건만, 물품보관소 직원이 왜 왔느냐는 듯
아래 위로 훑어보네요. 괜히 오금이 저려 무도장까지 들어가지 못하고 도로 나왔습니다.
얼마간 콜라텍 입구에서 기다리니, 할아버지 한 분이 계단을 내려옵니다.
"할아버지, 저와 같이 입장 좀 해주실래요?" 했더니, 대답이 이럽니다.
"뭐라고요? 귀가 잘 안들려서..."
"귀도 잘 안들리는 분이 무슨 콜라텍? " 하고 싶었지만,
다시 한번 같은 말을 좀 더 큰 소리로 되풀이합니다.
할아버지 활짝 웃으시며, "그럼 그럼~" 하시네요.
말은 안하시지만, "이게 왠 떡~" 뭐 이런 표정입니다.
암튼 할아버지 팔을 다정하게 끼고 무도장에 입장하니 이미 파장 분위기입니다.
너무 일찍 와서 그런가 했더니 너무 늦었답니다.
콜라텍도 디스코텍처럼 저녁에 시작하는 줄 알았더니 오후 5시면 거의 끝난다고 하네요.
그걸 몰랐습니다.
어쩔 수 없이 할아버지를 방패삼아 사진을 몰래 한두 장 찍고, 무도장 옆의 찻집에서
커피까지 대접했습니다. 할아버지가 "내가 산다니까~" 하면서 바로 반말을 하네요.
하지만 콜라텍 뒷얘기를 들어야 하니 천원짜리 커피는 제가 사야죠.
할아버지에게 들어보니, 아직도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세상이기도 하지만요.
대화가 끝나자 할아버지는 "청량리로 가면 더 큰 콜라텍이 있는데 같이 가보지 않겠느냐"고 합니다.
82세의 연세에 다리도 불편하신 분이 들이대는(?) 건가 싶었지만
뭐 어떠랴 싶어서 청량리 시장 쪽으로 한참을 따라갔습니다.
할아버지, 큰 길을 가다가 시장에서 오른쪽으로 턴하더니 안쪽길로 들어갑니다.
그쪽으로 가면 대형 콜라텍이 나오는지 안나오는지 모르겟지만,
이미 날은 저물어가고 있는데 다리가 불편하시다고 해도, 82세의 연세라고 해도
어디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세상이기도 합니다.
갑자기 낯선 아저씨를 따라가는 어린아이의 심정이 되어서
"할아버지, 대형 콜라텍은 다음에 갈께요~" 했습니다.
할아버지는 쿨하게 "그래, 그럼 나도 집으로 갈께" 하십니다.
괜히 할아버지를 의심하면서 두근거렸던게 미안해졌어요.
아무튼 우리가 모르는 세상도 많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던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