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좀 한다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권하는 공부 잘하는 비법이 하나 있다. 오답 노트를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왜 틀렸는지 알게 되면 다시는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충고다. 오답 노트가 필요하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오답 노트를 작성해본 기억은 별로 없다. 굳이 이번 시험은 망했다는 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실은 송곳처럼 날카로워 보였다. 피하고 싶은 대상이지 돌파하고 싶은 대상은 아니었다. 그래서 오답 매기는 작업을 미루다 보니 지난 시험의 실패를 까맣게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됐다. 당연히 공부는 어려웠다.
지금도 이런 습관은 어리석게 반복되고 있다. 진실을 아는 것보다 거짓 환각에 취해 있는 게 훨씬 편안하고 익숙하다. 영화를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진실을 보여주겠다고 나서는 영화보다 밝고 유쾌한 영화에 관심이 먼저 간다. 대중적 취향은 그런 식이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진실과 거짓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진실이 신발을 신고 있는 동안 거짓은 세상을 반 바퀴 돌 수 있다"고.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은 더디고, 거짓이 잠식하는 과정은 순식간이란 뜻이다. 다행히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진실을 제대로, 더 빨리 알고 싶어 하는 열망이 세계적인 모범생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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